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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을 주려했더니 용감해졌고, 분열을 노렸더니 단결을 했습니다. 당신이 쓴 사람들과 그들의 술수 덕분입니다."

 

"YTN이 당신의 인생에서 뭐 그리 중요한가요? 앞으로도 살아갈 날이 많지 않습니까? 당신을 사랑하세요. 저희에게도 당신에게도 인생은 소중한 것입니다."

 

"구본홍씨, 이제 그만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추석 연휴를 끝내고 다시 투쟁 현장으로 돌아온 YTN 노조원들이 사내 게시판을 통해 솔직한 개인의 생각과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익명 뒤에 숨지 않는다. 떳떳하게 실명으로 구본홍 사장을 비판하고 있다. 게시판에 오른 글 중 세 개를 추려 원문 그대로 싣는다.

 

"당신을 사랑하는 길을 선택하시길 빌며"

 

이름 방00 조회수 437 게시일 2008-09-16 오후 2:03:32

제목 <당신을 사랑하는 길을 선택하시길 빌며>

 

추석 잘 보내셨습니까?

저는 잘 보내지 못했습니다. 회사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가 정성껏 준비하신 송편, 탐스럽게 익은 과일을 이렇게 맛없게 먹어본 추석이 또 있었나 하는 생각을 다 해봤습니다.

 

어렵게 편지를 쓰게 됐지만 당신을 어떻게 불러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풀리지 않는 문제는 일단 건너뛰겠습니다. 최대한 예의를 갖추면서 왜 당신이 나의 사장이 될 수 없는 지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직도 모르고 계신 것 같아서요.

 

특보만 달고 오지 않았어도 지금처럼 당신을 결사반대할 명분 별로 없겠지요. YTN 사람들이 '특보'라는 두 글자에 이렇게도 민감하게 된 건 매우 기분 나쁜 학습체험 때문입니다.

 

황우석 사태 때 고개 들고 다니질 못했습니다. 악몽이었습니다. "너희가 언론인 맞니?" 이런 비난과 조롱 숱하게 들었습니다. 회사 다니면서 이런 악몽 되풀이되지 않게 해달라고 빌고 또 빌었습니다.

 

그런데 '특보' 지낸 사장이 온다고 하니까 또 난리가 났습니다. YTN 절대 안 본다는 전화가 빗발치고, 게시판은 당신 이름 석 자로 도배됐습니다. 많은 YTN 사람들, 당신이 이 회사 사장되는 건 '황우석 사태' 다시 겪는 일 못지않게 무서운 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황우석 사태는 몇 달 만에 수그러들었지만 당신이 사장이 되면 적어도 3년은 정말 비참하게 지낼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과거에도 코드 사장들이 다녀가지 않았느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겨 묻은 개가 집안에 들어왔다고 X 묻은 개도 들어와도 된다는 건 정말 심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특보 하셨나요? YTN 사장하려고 특보 견장 다셨나요? 언제부터 YTN 사장자리에 관심 가지셨습니까? MBC에 있었을 때부터인가요? 대선 때쯤인가요? 다른 자리 알아보다가 여기까지 오시게 됐나요?

 

어쨌든 특보 직함 달고 사장 경쟁에서 나선 건 불공정한 게임이었습니다. 그런 당신이 공정한 방송하겠다는 건 정말 믿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방송은 관여 안하고 경영만 하시겠다고요? 지켜지지 않을 것이고, 지켜진다고 해도 정말 웃기는 사장 아니겠습니까? 대한민국 뿐 아니라 지구촌 어느 언론사에 경영만 하는 사장이 있습니까?

 

공식적으로는 처음 출근하던 날 이런 얘기를 하셨죠. "여러분이 마음을 열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잠시 헷갈렸습니다. '저런 식으로 나오면 쉽지 않겠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름 장수다운 면모를 갖춘 듯 했으니까요. 하지만 침도 마르기 전에 본색을 드러내셨지요.

 

인사가 만사라고 했는데……. 사장되기 전부터 이 회사에 많이 알아 보셨을 텐데 대체 무슨 얘기를 들었습니까? 지금 당신 주변을 맴돌고 있는 분들에 대한 얘기 못 들으셨습니까? 당신의 싱크탱크라고 자처하는 몇몇 분은 이 회사에서 이미 여러 차례 큰 파문을 일으킨 바 있어 '구제불능' '공공의 적'이라는 판정을 받기까지 한 분들입니다. 사람은 쓰기 나름이라고요? 그것도 사람 나름이지요. 그런 분들이 당신의 책사와 오른팔·왼팔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한 맺힌 사람들 머리에서 무엇이 나오겠습니까?

 

겁을 주려 했더니 용감해졌고, 분열을 노렸더니 단결을 했습니다. 당신이 쓴 사람들과 그들의 술수 덕분입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결코 하지 말아야할 '인사'와 '징계'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사장 노릇하려면 절대로 건너지 말아야할 강을 당신의 싱크탱크들과 어깨동무하고 건너고 말았습니다.

 

징계 대상자 명단이 드러나자 명단에 있는 사람은 웃고 명단에 없는 사람들은 '나도 처벌하시오' 외치고 있습니다. 어쩌다 상도 벌도 통하지 않는 사장이 되셨습니까? 당신이 경찰서에 고소한 사람들, 정말 별 볼 일 없던 회사를 이렇게까지 키운 대단한 일꾼들입니다. YTN은 반년이나 월급 못 받으면서까지 정말 어렵게 그들이 키워온 회사입니다. 그들의 눈물어린 노력이 있어 이 회사는 당신같은 분들이 사장이 되고 싶어하는 회사가 됐습니다.

 

YTN 출범 당시 어떤 생각 하셨습니까? 거들떠보기라도 보셨나요? 대한민국 굴지의 언론사에 계시면서

하고 싶은 것 다하셨고, 오를 만큼 높이 오르셨지 않습니까? 저희는 앞으로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이 참 많습니다. 그런 우리를 당신이 막아서고 있습니다. 당신이 온다는 얘기가 들린 이후로 평화롭던 이 회사가 벌집 쑤셔놓은 꼴이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 스스로 당신을 사랑하는 길을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하지 마세요. 당신만이 민영화 막을 수 있다는 말도 이미 실언이 되지 않았습니까? 당신이 민영화를 막겠다는 건 당신을 이곳에 보낸 당신의 주군과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YTN과 인연을 맺기로 한 이후 당신께서는 평생 먹은 양의 몇 배가 넘는 욕을 들었을 겁니다. 이렇게 몇 년을 더 사실 겁니까? 이 시기를 지나면 YTN 사람들이 당신을 존경하게 될까요? 'YTN 사장입니다' 하면서 명함을 건네면 당신을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지금보다 많아질까요?

 

YTN이 당신의 인생에서 뭐 그리 중요한가요? 앞으로도 살아갈 날이 많지 않습니까? 당신을 사랑하세요. 저희에게도 당신에게도 인생은 소중한 것입니다. 부디 YTN과의 인연을 정리하시고 이후부터라도 복되고 아름다운 날들을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예의를 갖춘다 했지만 거북한 표현 더러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 마음속에 담고 있던 솔직한 심정 전하고자 함이니 용서하소서. 큰 회사에서 큰 일 많이 하신 분이니 저의 충정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 뉴스팀 방00 -

"17층 풍경"

 

이름 이00 조회수 337 게시일 2008-09-17 오전 1:58:57

제목 <17층 풍경...>

 

제가 존경하는 선배가 계십니다. 한 때 같은 부서에서 상사로 모시기도 했고, 기자 이전에 인생 선배로서 참 좋아했던 분입니다. 무심한 듯 하지만 보이지 않게 후배들을 격려해 주셨고, 때론 따끔한 질책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그 분을 요즘 17층에서 마주합니다. 그 분은 구본홍씨를 기다리는 간부들 사이에 서 계십니다. 어떤 얼굴로 선배를 대해야 할 지 여전히 곤혹스럽습니다. 혹시 눈이라도 마주치면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느냐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볼썽사납게 눈물이라도 쏟을까봐, 차마 마주보지 못했습니다. 먼 발치에서 본 선배는 참 고단해 보였습니다. 매일매일 가슴앓이를 하는 것이 '낙하산 반대'를 외치는 후배들만은 아니겠지요.

 

이미 60일이 넘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내일과 모레, 앞으로 우리 앞에 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분명해 지는 것이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기에 그 소중함을 간혹 잊어버리지만 언론에 있어 '공정성'이란 공기와 같다는 것. 이것이 없이는 언론으로서 살아갈 수 없다는 것. YTN을 YTN답게 하는, 양보할 수 없는 가치라는 것입니다. 지난 60여일의 시간들은 언론인으로서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 고통스러웠지만 참으로 귀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이 시간들을 함께 한 동료 12명이 사측에 의해 고소됐습니다. 인사불복종에 동참한 24명은 곧 인사위원회에 출석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떠올려 봅니다. 이들은 대단한 투사들이 아닙니다. 일부 인사들이 말하기 좋아하는, 소위 '좌파''운동권'은 더더욱 아닙니다. YTN을 사랑하고, 방송을 사랑하는, 우리와 함께 지난 십수년을 열심히 일해 온 동료들입니다. 이들은 그저 언론인으로서 상식과 양심을 지키고자 한 것 뿐입니다. 이것조차 잘못이 된다면 이 조직은, 우리 사회는 얼마나 부조리한 것입니까? 우리들의 행동을 법적 잣대로 규정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 행동에 앞선 우리들의 양심이 옳지 않다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을까요?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 말하는데 상대는 그 진심에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이 틈에 득세하려 하는 것인지 오히려 강공을 부추기는 인사들도 있었습니다. 소통을 철저히 거부당한 우리들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은 많지 않았습니다. 이를 빌미로 선량한 이들을 범법자로 몰아간다면, 그것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저버린 행위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관계된 사람이 누구이든 YTN의 역사 속에 결코 용서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저 군림하는 권위는 껍데기일 뿐입니다. 권위란 도덕적 정당성이 뒤따를 때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 선배들의 침묵은 조직의 권위와 기강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에 다름 아닙니다. 무엇이 옳은지, 무엇을 해야하는지 후배들에게 보여주십시오. 부당한 고소와 징계를 철회해 주십시오. 부팀장은 전원 보직 사퇴하고 사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해 주십시오.

 

마지막으로 구본홍씨, 이제 그만 결단을 내려 주십시오.

"지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이름 정00 조회수 348 게시일 2008-09-17 오전 2:47:33

제목 <지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1. Yesterday

 

저는 '중간평가'를 제안했습니다. 물론 언론특보 출신 인사가 사장이 된 방송국이라는 주홍글씨를 가슴에 새길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했습니다. 공정방송이라는 가치를 한 점의 양보없이 쫓아가기에는 너무나 많은 희생과 눈물을 담보해 내야 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해 용기가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하자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이건 아니다' 싶은 일들이 후배들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이성적 판단 이전에 감정적 반응을 하도록 몰아가고 있습니다. 대화가 잠시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참을성 없는 부팀장 인사와 사원인사가 강행됐습니다. 회사를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노력했던 선후배들이 고발됐고 가족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나눈 동료들이 고발됐습니다. 노조의 대열에 앞장서지는 못해도 양심상 따라가기만 했던 사람들까지도 인사명령 거부로 징계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건 아닙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절대 사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더 많은 반발을 불러올 뿐이고 침묵하는 다수의 이성을 빼앗고 자극하는 행동일 뿐입니다.

 

2. Tomorrow

 

'질서'와 '정의' 최근 호흡조차 곤란한 보도국에 들어설 때마다 떠오르는 단어입니다. 양립하면 가장 이상적인 두 단어지만 때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교과서에서 배운 두 가치들이 현실 속에서는 어떻게 변형되고 왜곡되는지 마흔을 넘긴 이제 서야 조금씩 느껴가고 있습니다. 정의가 없는 질서는 무의미하지만 질서가 없는 정의도 공허합니다. 여기에서 우리의 목표를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공정방송이라는 정의를 세우는 것입니다. 언론사로서 시청자의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흔히 말하는 '조중동'은 포지셔닝을 이미 한 조직입니다. 확실한 보수 독자층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막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어리고 약한 조직입니다. 또한 논조보다는 팩트를 위주로 24시간 쉼 없이 가동돼야 할 채널입니다. 이런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돌아올 비난의 쓰나미 앞에 버텨낼 자생력도 없고 지원군도 아직 없습니다. 그래서 후배들이 내가 희생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옳은 것은 옳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 후배들의 용기를 선배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둘째, 상처투성인 이 조직을 다시 정비하는 것입니다. 선후배간의 반목과 단절은 도를 넘고 있습니다. 14년간 지켜왔지만 한순간에 찟겨질대로 찟겨지고 갈라질 대로 갈라지고 있습니다. 처음엔 외부에서 시작된 위기가 이제는 내부에서 바이러스보다 강하게 번지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좌초의 위기에 있는 YTN을 다시 세우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3. Now

 

지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지금을 놓치면 우리 모두가 패배자가 됩니다. 잡초처럼 버티며 일궈낸 성과들이 모래성이 되어 파도에 휩쓸릴 수 있습니다.

 

해법은 다시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그 길만이 불안에 떨고 있는 YTN 가족들을 이성적 판단의 자리로 다시 불러 모으는 길입니다. 지금처럼 징계와 투쟁으로 맞서는 마주보는 전차의 대결에서는 그 누구도 결코 승자가 될 수 없습니다. 대화를 위한 조건을 다시 한번 제안합니다. 진심으로 바랍니다.

 

누가 유리하고 불리하고를 떠나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한번 생각해 줄 것을 다시 한번 제안합니다.

 

첫째, 그동안 내려진 모든 고소·고발과 징계를 철회해야 합니다. 징계를 당하는 사람이 늘면 늘수록 대화의 가능성은 적어집니다.

 

둘째, 인사 조치를 원위치 시켜야 합니다. 사측의 인사는 지금이 아닌 사태가 해결된 뒤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배가 기울어진 상태에서는 협상의 테이블이 수평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최소한 사원들 인사라도 재발령을 내는 방식으로 원위치 시켜야 합니다.

 

세째, 노조 역시 "끝장투표"를 재고해야 합니다. 적어도 끝장투표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놓고 사원 전체 또는 노조원 전체의 의견을 물어봐야 합니다. 출범 당시의 공약이라 하더라도 당시는 지도부를 뽑는 선거였지 공약을 평가하는 선거가 아니었음을 인정해주기 바랍니다. 어울리지 않는 비교지만 대운하도 이 정권의 공약이었습니다.

 

네째, 공방위를 좀 더 강화해야 합니다. 현재의 사내 공방위 수준이 아닌 좀 더 확대된 공방위를 제안합니다. 사측 추천 10명, 노조 추천 10명 그리고 인터넷 등을 통해 신청과 추첨을 통해 선정된 10명 등 다수의 외부 시청자들이 공방위 구성에 참여할 수 있게 해서 보다 투명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래야 공정방송의 약속 이행 여부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다섯째, 재신임을 전제로 한 중간평가를 향후 1년 이내에 받을 것을 약속해야 합니다. 평가 방법과 시기를 사전에 구체적으로 약속해야 합니다. 한 마디로 후배들에게는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을 선배들에게는 돌아가는 길이라도 제공하자는 것입니다.

 

4. YTN

 

토인비는 도전과 응전을 이렇게 정의했다고 합니다. 강력한 외부 문명으로부터 도전이 주어졌을 때 성공적으로 응전한 문명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문명은 소멸한다는 것입니다. 성공적 응전이란 도전의 성격을 이해하고 올바른 대응을 강구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맞서 싸워 물리친 문명도 성공했지만 힘이 약할 땐 일단 받아들이고 이를 최대한 이용한 문명도 결국 성공했습니다. 언론특보 출신이 정당한 도전이 될 수 있는냐는 반론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정의는 아니지만 법질서라는 권력의 힘으로 들어온 도전인 것 역시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저에게 패배주의자요 기회주의자라고 하셔도 좋습니다. 글을 올리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선배와 후배 모두에게 욕먹을 소리를 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창 싸움을 진행하는 지금 이 시기에 또다시 올린 글이 "결국 중간평가 하자는 것 아니냐?"라는 비난을 받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최근의 회사 상황을 그저 지켜보기는 더 힘들었습니다. '사랑하는'이라는 표현까지는 아니지만 '형같고 동생같은' 동료 선후배들이 사법처리에 위협당하고 징계에 직면하는 현실을 그저 모른척 넘어가기는 더더욱 힘들었습니다.

 

사실 제 이름도 징계 대상에 올라 있음을 처음 알았을 때만 해도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설마…" 라는 믿음으로 버티기에는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더 이상 이 조직이 이렇게 흘러가서는 결국 외부의 공격이 아닌 내부의 분열로 좌초하겠다는 안타까움에

용기를 내서 말씀드림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

P.S 00에게

 

00아! 매일 새벽 국회 기자실에 누구보다 일찍 출근해서 대변인과 당직자들에게 전화 마와리 돌던 너의 모습이 생각나는구나. 그런데 그런 너를 고발하다니…. 너의 이름이 대상에 들어갔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도 미안하고 또 미안해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단다. 지금은 지나가는 소나기일 게야. 천둥 번개가 무서워서 우산을 받쳐주지 못하는 선배를 용서해 주렴.


태그:#YTN, #구본홍, #노종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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