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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수 기자가 문국현 대표에 대해 온갖 비난을 내놓은 것은 칼럼이라기보다는 적을 향해 공격하라는 공격명령서요 선동문이다. 게다가 기본적인 사실 관계조차 왜곡하는 데서 그의 글 깊이를 가늠하기가 여간 민망한 일이 아니다.  

김갑수 기자는 도대체 무엇을 보고 문국현 대표가 정치인이 아니고 장사꾼(분명한 비하적 개념이다)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비하적 표현에 대해서 김갑수 기자와 <오마이뉴스>가 어떻게 책임을 질지 모를 일이다. 

자유선진당과의 교섭단체 공동구성이 '차떼기 원조'의 품에 안긴 것이라는 선동적 문구는 제법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이는 비교적 객관적인 위치에 있는 정치학자에게 물어보면 단번에 무식한 소리가 된다.

자세히 보길 바란다. 문제의 본질은 교섭단체공동구성이란 '현상'이 아니라 국민이 지지해준 숱한 국회의원들이 원내에서 소외되고 배제되고 있는 위헌적 상황이다. 논리적으로 19명이나 되는 국회의원을 보유한 정당이 원내활동의 기초가 되는 교섭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되고 거대정당들의 독과점 구조로 국회가 운영되고 있는 상황, 이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그래서 그간 시민사회와 언론, 그리고 정치학자들은 틈날 때마다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때 김갑수 기자는 뭘했는지 모르겠지만 문제의 본질을 이렇게 오도해선 곤란하다.

공동교섭단체구성은 본질적 문제를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

이 같은 본질적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 자구책으로 나선 것이 바로 공동교섭단체구성이다. 따라서 이는 각 정당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단지 원내교섭, 즉 의사일정이나 상임위 활동 등의 조절을 위해 공동구성한 것에 불과한 것이어서 일부 언론의 추측성 보도처럼  합당 운운 하는 것은 핀트가 빗나가도 한참 빗나간 것이다.

이것은 16대 국회 당시 DJP연대를 위해 의원을 꿔주는 것과 비교해서 매우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행위다. 의원을 꿔준다는 것은 해당 의원의 당적을 이탈시키는 것이고 이는 해당 의원을 지지한 유권자를 배신하는 것이니 당연히 정체성 문제가 따른다.

그러나 이번의 공동교섭단체구성은 각자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단지 원내에서 의사일정과 같이 기초적인 질서를 잡기 위한 절차와 과정에서 소외되는 의원이 없도록 한다는 차원에서 의회민주주의원리에 걸맞은 행위다.

그럼에도, 김갑수 기자는 마치 양당이 합당이나 한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자신의 주관적 편견을 마치 사실인 양 규정하고 문국현과 창조한국당을 매도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창조한국당이 자유선진당과 공동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한 것은 의회원리상 자연스런 일이다. 국회법이 이를 보장하고 있다. 거대정당들의 독과점구조를 혁파하는 하나의 방법이 되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자유선진당이 우리당의 강령적 정책인 한반도대운하 저지, 무분별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중소기업 활성화와 같은 가치를 전폭 수용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만일 이 3가지 정책 중에 하나라도 공동보조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엔 공동교섭단체구성의 전제가 무너지는 것이기에 언제든지 깨질 수도 있다.

왜 민노당이나 다른 진보정당과 함께 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17대 국회 내내 원내교섭에서 소외당한 민노당의 길을 당당히 가라고 한다면 그것은 민노당에나 할 소리지 다른 길을 모색하는 창조한국당에 강요할 소리는 아니다.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이 그런 요건을 갖추고 있다면 공동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그것이 안 되는 상황 아닌가. '내 마음에 들지 않으니 너는 아무것도 하지 마라'는 말이 성립 가능한 논리인지 김갑수 기자를 비롯한 반대자들에게 묻고 싶다.

공동교섭단체구성을 야합이라고 하는 것은 악의적인 선동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제도가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것을 정치행위로 해결하는 것이 정치의 원리다. 마치 우리 대통령 선거제도에 결선투표제도가 없었기에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여론조사가 가능했던 것처럼.

당시 우리 대통령 선거제도대로 해야 한다면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는 따로따로 출마해서 모두 떨어졌어야 하나 그것은 국민의 뜻이 아니었기에 변칙처럼 보이는 단일화를 한 것이고 이를 국민이 인정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변칙이 아니라 제도가 미처 따라주지 못한 국민의 정치행위를 보장하기 위해 보완적으로 동원되는 절차요 과정으로 우리가 인정했던 것이다. 그런데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공동교섭단체구성을 야합이라고 한다면 이는 매우 악의적인 선동이다.

좀 더 크게 사안을 바라보자. 정치선진국에선 아예 없거나(영·미) 있어봐야 2인, 혹은 5인 정도 하는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을 우리는 20석으로 해놓은 기득권 거대정당들의 독과점구조를 그대로 인정하고 아무 일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올바른 논리인가. 그것은 기성논리를 완성시켜주는 논리일지언정 소수자를 철저하게 죽이겠다는 기득권에 영합하는 논리다. 진보를 말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한마디로 무식한 소리다. 

나는 가끔 평론가란 사람들(나 역시 그 출신이지만)이 민주정치의 기본원리를 망각하고 기존 거대정당들이 만들어놓은 레토릭(수사학)의 함정에 빠져 새로운 흐름을 매도하는 경향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낀다.

이번 창조한국당과 자유선진당의 공동교섭단체 구성이 처음 있는 일이어서 생소하다고 하면 동의할 수 있으나, 그것을 야합이나 협잡이라고 하는 것은 민주정치와 의회정치에 대해 매우 협소한 인식을 가지고 있거나 무지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논리는 내가 창조한국당 대변인이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 경향성을 버리고 중립적인 위치에 있는 정치학자라면 원내 소수정당이 자신의 권리를 위해 합법적으로 자구책을 사용하는 것을 두고 비난하진 않는다. 오히려 기존의 잘못된 국회법을 개정해야 하다고 한 정치학자가 어제 발언한 보도를 직시해야 한다.

그럼에도 김갑수 기자를 비롯한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마치 과거 3당 야합과 같은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은 의회정치에 대한 미성숙한 인식을 드러낼 뿐이다.

의회민주정치의 본령을 벗어나지 않는 정치행위

창조한국당이 자유선진당과 원내교섭단체를 꾸리는 것에 대해 일부 당원이나 지지자들이 거부감을 갖는 것은 사실이다. 왜 하필 차떼기 원조인 자유선진당이 파트너냐고 한다. 그것은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두고 과거 구태정당들의 '야합'이나 '사쿠라' 같은 이미지가 떠올라서이지만 사안을 정확히 보면 전혀 다른 사안이다. 그래서 이 명명백백한 차이점을 앞으로 설득해나가고 유권자들에게도 틈나는 대로 설명을 드릴 참이다.

사안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현상'에만 천착해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평론과 기사는 작성하는 기자와 언론사의 품위와 관계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제발 민주정치를 제대로 아는 학자들에게 물어보고 매도를 해도 하기 바란다. 아울러 김갑수 기자가 새롭게 깨닫는 계기가 된다면 정중하게 창조한국당과 문국현 대표에게 사과하기 바란다.

의회민주정치의 본령을 벗어나지 않는 정치행위를 두고 '야합'이니 '장사질'이니 하는 표현은 시사칼럼의 품격을 떨어뜨린다는 점을 인식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김석수 기자는 창조한국당 대변인입니다.



태그:#김갑수, #문국현, #창조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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