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세훈 서울시장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12일 밤 SBS <시사토론>에 출연해 무상급식 관련 토론을 하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12일 밤 SBS <시사토론>에 출연해 무상급식 관련 토론을 하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오세훈 서울시장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TV토론회에서 맞붙었다. 두 사람은 12일 오후 8시 30분 SBS 서울 목동 사옥에서 진행된 <특집 시사토론> 녹화에서 '오세훈 vs. 곽노현, 무상급식 주민투표 논란'이라는 주제로 토론에 나섰다.

두 사람이 한자리에서 무상급식과 관련한 토론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무상급식 관련한 서울시 예산안을 놓고 TV토론이 추진됐으나 무산된 바 있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진행된 모두 발언에서 오 시장은 "과잉복지의 망령, 인기영합주의의 광풍이 불고 있다"며 "세계 각국에서 과잉복지 정책을 가진 국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와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에 이어 영국에서까지 누리던 복지가 어려워지자 폭동이 일어나고 나라가 망하기 직전"이라며 "24일 주민투표에서 현명한 유권자들이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줘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보장된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의 지원자로 나선 전원책 변호사 또한 "무상급식은 세금으로 부자 아이들까지 밥을 주자는 것"이라며 "복지의 기본개념인 빈자와 소외된 자를 돕는 것과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짜는 없다, 모두가 우리 세금"이라며 "무상급식은 지금 혜택을 받는 10대, 20대들이 미래에 짊어지고 가야 할 빚"이라고 역설했다.

이에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은 "무상급식은 부모의 경제사정에 따른 차별을 없애고, 아이들의 건강을 지켜주고, 부모의 부담을 줄여준다, 좋지 않은가?"라며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일에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며 과잉된 이념으로 주민투표를 걸었다"라고 지적했다.

곽 교육감은 이어 "주민투표는 친환경 무상급식을 뒤집고 반토막 내자는 것"이라며 "차별 없는 공동체의 식탁을 차려주자는데 진보가 어디 있고 보수가 어디 있으며 여야가 어디 있냐"고 역설했다. 그는 "이번 투표는 부모 경제력에 따라서 아이들을 반분하는 비정한 투표, 교육의 문제를 정치문제, 이념의 문제로 변질시킨 불순한 투표"라고 지적했다.

곽 교육감과 한 팀을 이룬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복지 예산은 OECD 국가 평균 예산보다 135조 원 가량 적다"며 "소득수준이 2만 달러로 비슷한 국가들에 비해서도 80조 가량이 적다, 특히 아동복지는 평균보다 2조 원가량 적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후대에게 부끄럽지 않게 해야 한다"며 무상급식을 포함한 복지 예산의 확충을 강조했다.

[논쟁1] 주민투표 '좋은 투표'인가 '나쁜 투표'인가

오세훈 서울시장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12일 밤 SBS <시사토론>에 출연해 무상급식 주민투표 논란에 대해 맞짱토론을 벌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12일 밤 SBS <시사토론>에 출연해 무상급식 주민투표 논란에 대해 맞짱토론을 벌이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나쁜투표', 무상급식을 지지하는 진영에서는 이번 주민투표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투표청구인 서명 가운데 40% 가까이가 중복되거나 명의가 도용된 것으로 나타났고, 교육자치의 권한을 침해한 투표라는 지적이다.

곽노현 교육감은 "주민투표 청구 서명 가운데 공식적으로 37.6%가 무효로 판명 났다"며 "(오세훈 시장이) 그런 서명 용지를 박스로 자기 키만큼 쌓아 놓고 주민투표 발의 기자회견을 연 것은 선거에 굉장히 깊숙이 관여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심판의 호루라기를 들고 한 쪽 편의 주전 선수로 뛰는 격"이라며 "오죽하면 관제 선거투표라는 소리가 나오겠는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주민투표는 위법적인 것은 물론이고, 정치적 도덕적으로 문제투성이"라며 "기본적으로 주민투표 문건조차 교육청에 한 번도 묻지 않았다, 시장이 주도한 '관제 꼼수 주민투표'는 진정한 주민투표를 모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헌호 연구위원은 "예산과 관련한 사안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은 주민투표 대상이 아닌데 이번 투표는 이 모두에 해당하지만 하고 있다"며 "불법적인 것에 참여하라고 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주민투표는 독재자가 과반수 투표, 과반수 지지만 얻으면 된다는 걸 이용해 자신의 신임투표를 하는 것과 같다"며 "불법주민투표에 참여하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오세훈 시장은 "과거 진보진영에서 받은 주민 서명도 10~20%씩은 오류가 났다"며 "관에서 주도한 게 아니라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오류가 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오 시장은 이어 "주민투표법은 유권자의 5%, 즉 40만 명이 되면 할 수 있다, 야당의 열람 검증을 거쳐 51만 명의 유효서명이 나왔는데 이를 '나쁜 투표'라고 하면 그 시민들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공개하면서 참여하려 하겠냐"라고 말했다. 그는 "몇 개의 문제가 있다고 해서 전체가 무효라 하는 것이야 말로 꼼수"라고 지적했다.

전원책 변호사는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촛불을 들고 직접민주주의를 외쳤던 사람들이 막상 주민투표를 하겠다니까 반대하는 건 무슨 꼴이냐"며 "하려면 투표에 참여해서 반대하자고 해야지 투표 자체를 거부하는 건 정당한 태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민투표에서 33%가 넘으면 자신들이 불리해질 것 같으니까 참여하지 말자고 하는 건 교육자, 정치인을 떠나 남자라면 그래서는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논쟁2] "무상급식으로 낙인 해결 되나?" vs. "차별을 없애자는 것"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밤 SBS <시사토론>에 출연해 무상급식 주민투표 논란에 대해 맞짱토론을 벌이고 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밤 SBS <시사토론>에 출연해 무상급식 주민투표 논란에 대해 맞짱토론을 벌이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면적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쪽에서 제기하는 낙인 효과 문제에 대해 "낙인감을 제도적으로 해결하자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민주당 소속 상임위원장이 교과위에서 상정을 진척시키지 않고 있다"며 "외국도 제도로 낙인감을 해결하고 있는 만큼, 돈으로 해결하려기보다 제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어떤 사업이든 시험 사업을 한 뒤 점차 늘려간다"며 "시범사업도 없이 바로 전면 실시하려는 이유가 뭔지 의심을 가졌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 시장은 "교육청에서도 교육 소외학생 수혜사업을 통해 수학여행, 방과후학습, 졸업앨범비 등 저소득층에게 많은 돈을 지원하고 있다"며 "교육감의 논리대로라면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부잣집 아이들에게도 똑같은 혜택을 줘야하는 건데, 그런 점을 여전히 납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원책 변호사는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학교나 담임선생님도 누가 무상급식 혜택 받는지 모르게끔 한다" "우리도 이런 제도를 도입하면 된다"고 오 시장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전 변호사는 "아이들은 밥값보다 외모나 주거 평수에 위화감을 더 많이 느낀다"며 "아이들에게 위화감이나 눈칫밥 주기 싫으면 당장 다 교복 입히고 머리 빡빡 밀게 해야 한다, 그걸 이겨나가고 극복하는 게 자유민주주의"라고 주장했다.

이에 곽노현 교육감은 "아이들 간 옷이나 센스 차이가 있고, 부모에 따른 차이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학교, 국가, 지자체만은 아이들을 차별해선 안 된다, 공교육 단계에서는 최대한 보편적 복지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곽 교육감은 "부모에겐 소득구분이 있을지 몰라도 소득 구분을 아이들에게 두자는 말에 동의를 못 한다"며 "세상은 아이들을 부모 그림자로 인정하고 대우하지만, 아이들 안에선 그런 걸 배워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곽 교육감은 "오세훈 시장도 친환경 무상급식을 할 수만 있다면 좋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철학 문제가 아니라 재원 때문에 시기상조로 판단하는 것 아니냐"며 "하지만 아이들 상처는 평생 간다, 형편 나은 아이들에게 혜택을 주지 않기 위해 다른 아이들에게 낙인감을 주는 꼴"이라 덧붙였다.

곽 교육감은 "보편적 복지엔 비용이 들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고 형평에 맞게 시행해야 하나, 아이들을 평등하게 대우하고 기회를 보장하는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하다"며 "학교 공교육 안에서만큼은 모두를 가능성 지닌 아이로만 보는 걸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쟁3] 무상급식에 쓸 것이냐, 토목공사에 쓸 것이냐

오세훈 서울시장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12일 밤 SBS <시사토론>에 출연해 무상급식 주민투표 논란에 대해 토론하기 위해 스튜디오로 향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12일 밤 SBS <시사토론>에 출연해 무상급식 주민투표 논란에 대해 토론하기 위해 스튜디오로 향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무상급식 제도가 결국 예산을 어떻게 사용할 것이냐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양측의 예산과 관련한 논쟁도 뜨거웠다. 오 시장 측은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는 주장을 계속 했으며 곽 교육감 측은 무상급식을 넘어선 복지의 확대를 주장했다.

오 시장은 "곽 교육감의 복지 철학인 무상급식을 존중하려 한다"며 "대신 서울시의 복지 철학도 존중해 달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소득수준과 무관한 복지 혜택은 서울시가 추구하는 자립형 복지와 거리가 있다"며 "그런 점에서 무상급식을 서울시에 강요하지 말고 교육청의 여유 재원을 가지고 무상급식에 쓰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 교육청 1년 예산이 6조 원가량인데 80%가 교사 인건비 같은 고정비용이고 정작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은 8000억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며 "그 재정 안에서 무상급식 예산을 사용하고 다른 부분에 예산이 부족하다고 하면 서울시에서 도와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청의 원래 계획이었던 초중고에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하면 6000억 원이 들어가는데, 그렇게 먹는 거에만 쓰고 나면 교실 문짝 떨어진 것도 못 고친다"라고 말했다.

이에 곽 교육감은 "모든 복지가 무조건 해야 하고 절대 선한 것은 아니다"라며 "체계적으로 사정이 허락하는 선에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보편적 복지는 민주주의적으로 헌법적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것"이라며 "공교육이 수학여행 비용, 체험학습 비용과 문예, 체육 등의 소양교육까지는 아무런 부담 없이 아이들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곽 교육감은 "정말 아이들의 교육을 생각한다면 교육예산 GDP 대비 6% 확보에 시장직을 걸어 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의가 결정한 일을 거스르지 말라"고 당부했다.

홍헌호 연구위원은 "서울시가 토목사업을 많이 하는데 지난 4년 간 한강르네상스 사업과 디자인 서울 사업에 6000억 원을 썼다"라며 "토목과 교육 가운데 어느 게 더 경제적 효과를 가져 오는 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1990년대 대규모 토목사업을 벌이다 경제가 망했다"라며 "일본의 지자체는 지난 15년 간 토목의 예산비중이 44%에서 30%로 줄었고 복지 예산은 20%에서 35%로 급증했다"고 강조했다.

토론을 마치며 오 시장은 "아버지가 누리는 복지를 아들이 못 누리고, 아버지가 누린 복지 때문에 아들이 빚을 갚아야 한다면 그건 나쁜 복지"라며 "적절한 때에 필요한 만큼 우선적으로 쓰는 복지를 하자"고 재차 강조했다.

곽노현 교육감은 "부자급식을 안 하려면 선별급식 할 수밖에 없다는 편 가르기에 동의할 수 없다"며 "친환경 무상급식을 포함해 체험학습과 수학여행, 기본 교육 등 공교육에 투자하는 게 확실한 흥국의 길"이라고 호소했다.


태그:#무상급식, #오세훈, #곽노현, #주민투표, #나쁜투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