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 최경준 선대식 기자사진취재 : 권우성 유성호 기자
[최종신 : 16일 오후 3시 25분] 일방적인 강경일변도 사태해결 방식,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 주지 못해"쌍용차 문제는 노사 간에 풀 수 없는 고차 방정식이다." 16일 사측의 공장 진입 시도를 두고 이창근 노조 기획부장은 이 같이 말했다. 쌍용차 해외매각이라는 '원죄'가 있는 정부는 뒤로 물러난 채 정리해고 강행만을 외치는 회사의 주장만 강조된다면,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는 게 이 기획부장의 말이다.
결국 그의 말대로 강제로 공장 문을 열어 노조의 '옥쇄파업'을 끝내겠다는 사측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사측은 "외부세력 탓에 공장 진입을 유보한다"고 밝혔지만, 회사의 회유에 마지못해 나온 정리해고 비대상자들이 적극적인 공장 진입을 시도하지 않은 탓이 크다는 게 노조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이번 공장 진입 실패는 사측이 추구하는 일방적이고 강경일변도의 사태해결 방식이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사측의 방식은 공장 정상화는커녕, 노조의 봉쇄만 더욱 강고하게 만들어 사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이날 공장 앞에서 정리해고 비대상자들의 공장 진입을 막은 정치인·종교인·시민사회 관계자들은 "공적 자금 투입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쌍용차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문제 해결 노력 없이는 고차방정식을 풀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문한다. 이종탁 산업노동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쌍용차는 개별 기업의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감안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며 "또한 당장 공장을 돌리는 것이 중요한데, 정리해고보다 공적 자금 투입이 먼저다"고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이대로 가다간 쌍용차는 파산할 수밖에 없다"며 "쌍용차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정부가 적극 개입해서 노사와 함께 합리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쌍용차 파산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그의 경고다.
[3신 : 16일 낮 12시] 사측, 공장진입 전격유보 "외부세력 때문에..."회사 쪽이 공장 진입을 전격 유보했다. 이로써 한솥밥을 먹던 동료들 간의 물리적 충돌은 피하게 됐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장인 곽상철 전무는 이날 오전 공장 앞에서 "평택공장 내에 외부세력이 많이 있기 때문에, 우리 임직원들이 정상 진입을 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앞으로 궐기대회와 같은 방식을 통해 노조에 우리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갖겠다"고 전했다.
공장 정문 앞으로 집결했던 결의대회 참가자 1000여명은 결의대회를 1시간가량 연 후, 오전 10시 40분께부터 공장 정문 앞 공터에서 빠져나와 공장 주변을 행진했다. 이들은 "외부 세력 물러가라", "불법 파업 철회하라"를 외치며 후문으로 향했다.
행진 한때 결의대회 참가자들의 행진 대열과 울타리 내부 파업 노조원들과의 간격이 5m 이내로 좁혀졌지만, 물리적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들은 40여분 가량 행진 후 오전 11시 30분께부터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때 파업 노조원 아내 등 가족 30여명이 나타나 눈물을 흘리며 결의대회 참가자들에게 "함께 삽시다"라고 호소했다. 이들의 손에는 물리적 충돌을 피하고 대화로 문제를 풀자는 의미로 붉은 색 장미꽃 한 송이가 들렸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고개를 숙인 채 애써 파업 노조원 가족들의 호소를 외면했고, 경찰은 충돌을 막겠다는 이유로 가족들을 둘러싸 이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한 노조 관계자는 "오늘 결의대회의 경우 일부 관리직만 앞장 섰지, 마지못해 나온 동료들은 파업 노조원 가족 앞에서 적극적으로 공장에 진입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며 "회사는 의도했던 공장 진입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외부 세력 핑계를 대며 진입을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2신 : 16일 오전 10시 5분]사측 임직원 1천여 명 집결... 긴장감 고조
쌍용차 공장 주변에 회사 쪽이 동원한 임직원 1000여 명이 모여들면서, 공장 안팎에는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리해고 비대상자로 이뤄진 쌍용차 임직원 500여 명은 오전 9시께 공장 정문에서 50여m 떨어진 공터에 집결해 결의대회를 열고 "파업을 철회하라", "물러가라"고 외쳤다. 같은 시각 후문 등 공장 주요 출입구에도 임직원들이 모여들었다. 결의대회 참가자 숫자는 시간이 갈수록 늘고 있다.
파업 노조원들이 공장 울타리에서 쇠파이프를 들고 대기하고 있는 가운데, 파업 노조원 아내들이 결의대회 참석자들에게 공장 진입 철회를 요구했다. 결의대회 참석자들과 파업 노조원 아내들 간에는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공장 정문에서는 '한솥밥 먹던 동료들에게 비수를 꽂지 말라'는 펼침막을 앞세운 파업 노조원 아내 20여 명이 결의대회 참가자들 앞으로 나서서 "정리해고를 철회하라"고 외쳤다. 이들은 소복을 입고 긴 천을 맞잡아 "더 이상 공장으로 진입하지 말라, 돌아가 달라"고 요구했다.
이정아 쌍용차 가족대책위원장은 "눈물이 많이 나는 날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일이 이다지도 힘든 일이냐"고 흐느꼈다. 그는 이어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모는 정상화는 누구를 위한 정상화냐"며 "사측이 공장 문과 울타리를 뜯고 들어오거나 공권력이 투입되면 맨몸으로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홍희덕(민주노동당)·조승수(진보신당)·유원일(창조한국당) 의원도 결의대회 참석 노동자들에게 공장 진입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일부 파업 노조원들은 결의대회 참석자들을 향해 "많으면 30년 동안 한솥밥 먹던 동료에게 돌팔매질하는 것은 사람으로서 노동자로서 할 일이 아니다, 동료들과 그 가족들을 죽이는 일"이라며 "더 이상 회사에 속지 말자, 함께 살자, 제발 돌아가 달라"고 외쳤다.
한편, 공장 앞에는 경찰 300여 명이 투입됐다. 경찰 관계자는 "혹시 있을지 모르는 충돌에 대비해 질서 유지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며 "사측에서 온 노동자들은 집회 신고를 하지 않았으니 당장 해산해 달라, 또한 노조원들은 절대 위험물질을 던지지 말라"고 방송했다.
[1신 : 15일 밤 10시 20분]노조 "회사가 노-노 갈등 부추겨" - 회사 "이대로 가면 파산 불가피""많게는 30년 한솥밥 먹었던 동료들을 싸우게 만드는 회사에 분노를 느낀다."15일 오후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만난 김정우(50)씨의 말이다. 쌍용차 노조 구로정비지회 소속으로 25일째 농성을 하고 있는 그는 "16일 공장에 진입하는 동료들과 맞닥뜨려야 하는데,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전했다.
김씨는 "'산 자'(정리해고 제외자)들이 회사의 강압으로 공장 진입에 나서는 것을 이해하려 한다, 최대한 비폭력으로 그들을 제지할 것"이라며 "한솥밥 먹던 노동자들을 갈라 세워 '노노 갈등'을 일으키려는 회사에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16일 정리해고 제외자의 공장 진입에 대해 노조는 "진입 수위에 따라 대응하겠다, 최대한 접촉은 피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회사 쪽은 "노조가 문을 열지 않으면 임직원들이 강제로 문을 열 것"이라며 강경한 분위기를 전했다. '충돌'을 하루 앞둔 쌍용차 평택 공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긴장감 흐르는 공장... "회사가 노노갈등 부추겨"
외면상으로 공장은 조용했다. 정문에는 '사람 죽이는 관제 데모, 공권력 투입 명분 축적 쇼를 중단하라'라는 펼침막이 붙은 2층짜리 컨테이너 박스가 우뚝 서 있을 뿐, 노조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기자재가 쌓인 공장 울타리에서도 노조원은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유일하게 출입이 가능한 본관 앞 버스주차장쪽 문을 통해 공장에 들어선 후 노조원들이 모여 있는 공장 내부로 향하자, 여러 차례 '바리케이드'가 기자를 막아섰다. '바리케이드'는 10여 대의 신차·2층으로 쌓인 컨테이너 박스·기자재 더미·지게차로 이뤄진 모습이었다.
저녁 시간을 앞둔 공장 내부 한쪽에서는 16일 오전 정리해고에서 제외된 임직원들의 공장 진입에 대비한 비공개 훈련이 이뤄지고 있었다. 쉬는 노조원도 눈에 많이 띄었다. 많은 이들이 "회사가 노노 갈등을 부각시킨다"며 회사를 강하게 성토했다.
물류운영1팀의 권혁산(37)씨는 "노노갈등을 일으켜 파업 동력을 빼앗고, 공장 진입으로 우리를 언론에 폭도로 보이게 하려는 회사의 술책을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사고가 일어나게 해 공권력 투입 명분을 만들려는 것 아니냐"면서 "절대 회사 전략에 말려들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회사나 언론에서 말하는 노노 갈등은 심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리해고에서 제외된 노동자의 다수는 항상 공장에 있는 노조원에게 미안해한다"면서 "불참하면 징계를 받고 사실상 2차 정리해고 명단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이 회사의 말을 따르는 것이다, 다소 이해할 수 있다"고 전했다.
공장 진입에 나서는 노동자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조립4팀의 최인선(가명·36)씨는 "마지못해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회사를 말아먹은 임원들 말만 따르는 모습을 좋게 봐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공장 진입에 대해 최대한 비폭력 기조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근 노조 기획부장은 "회사 쪽에서는 최대한 노노 갈등의 모습을 보이도록 하는 장면을 연출할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공권력 투입 없이 노노 갈등이라는 방법으로 파업하는 노조를 분쇄하려고 한다, 이번 쌍용차 사태가 그 실험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을 열겠다" - "적극 대응"... 물리적 충돌 불가피
정리해고에서 제외된 임직원들의 공장 진입은 16일 오전 9시에서 10시 사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 홍보팀 관계자는 "회사의 회생을 바라는 쌍용차 임직원 4500여 명은 (오전) 8시 30분께 공장 정문 앞에 모여 결의대회를 연 후, 공장 진입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사 모두 불상사를 최대한 피한다는 방침이지만, 물리적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쌍용차 관계자는 "공장에 진입하는 데 쇠파이프 등의 무기는 사용하지 않겠다"면서도 "문이 열리지 않으면, 문을 훼손해서라도 열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법은 공개하지 않았다.
노조가 입수한 회사 쪽의 공장 진입 계획에 따르면, 회사는 포클레인 등 중장비를 동원해 문을 연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내 일터 지키기 조별편성현황 재송부'라는 문건에는 중역(임원) 등이 조장을 맡는 조를 만들고, 포클레인과 함께 고리·밧줄 걸이 임무를 맡은 조원을 이용해 공장에 진입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노조는 또한 16일 용역 직원 300여 명이 투입된다는 정보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회사는 갈고리와 중장비를 이용해 공장 담을 무너뜨리고 강제적으로 진입하는 계획을 세웠고, 예행연습도 하고 있다"며 "이는 노동자 간의 충돌을 야기하고 공권력 투입 명분을 축적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위험한 행위이기에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근 노조 기획부장은 "맨손으로 들어온다면 우리가 어떻게 돌을 던지겠느냐"며 "담을 무너뜨리거나 하는 경우엔 대응을 하겠다, 최대한 물리적 접촉면을 줄여 회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회사는 노노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는 노조 쪽의 주장을 일축하며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쌍용차 홍보팀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간 파산할 수밖에 없다, 직원들이 오죽하면 나섰겠느냐"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