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에 오르면 밥도둑인 게를 겨울철 부산광안리 바닷가 백사장서 낚싯줄로 잡고 있다. 일요일 오후 낚싯대 8개가 백사장 중앙에 드리워졌다. 두 어르신이 기다리고 있다. 운이 좋으면 꽃게와 돌게도 올라온다고 한다. 옆에 놓인 바구니 속에는 모래 게 20여 마리가 해엄을 치고 놀고 있다. 이 녀석들은 인간에게 밥도둑이 될 자기들의 운명은 아직도 모르고 있다.
때마침 젊은 연인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데이트를 즐기며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낚싯줄에 물고기가 잡히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낚싯줄로 물고기를 잡는 것이 아니고 모래 게(모래 속에서 산다고 모래게라고 지은 이름)를 잡는다고 답한다.
이 모래 게를 잡으려면 낚싯줄에 그물망을 달고 먹잇감으로 고등어머리를 단 채 바다 속에 던졌다가 20여 분 후 건져 올리면 된다. 게를 잡는 특별한 기술도 없다. 그저 세월을 낚고 있다가 건져 올리면 모래 게가 달려 올라온다고 한다. 참 신기하다. 분명 낚싯대에 게가 달려 나온다.
두 어른신은 부산거제동법원 앞에서 왔다고 한다. 하모(74)씨와 이모(74)씨로 친구라고 한다. 노년에 취미활동으로 그만이라고. 낚싯대와 릴을 구하고 그물망과 고등어머리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참, 하의에 고무장화가 붙은 방수 옷도 필수라고 한다.
1시간 동안 어르신들 옆에서 사는이야기를 하다 보니 1마리가 걸려 나온다. 게의 씨알은 작고 게 등은 아주 연하다. 일곱 곳은 허탕이다. 그래도 어르신들의 얼굴은 파안대소다.
하루에 몇 마리나 잡느냐고 하니 이른 새벽부터 나오면 한 바구니 채운다고 한다. 가만히 듣자니 이것은 취미활동이 아니고 본업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 분이 낚싯대를 4개씩 드리우고 있다. 하모 어르신은 한번에 19마리까지 걸어 올린 적이 있다고 한다.
자식들에게 나누어 주면 손자들이 그렇게 잘 먹는다고 한다. 이웃에게도 인심을 좀 쓴다고 한다. 자연산 게는 된장찌개를 해서 먹으면 양식장 게 맛과 차이를 알 수 있단다.
이 게는 모래가 있는 곳은 어디에든 살지만 부산서부터 동해까지 올라가는 해수욕장에 많이 잡힌다고 한다. 모래 게 낚시를 즐기는 사람은 부산서만 제법 된다고.
몇 마리 건져 올리면 사진 찍는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더 즐겁고 신이 난다고 한다. 얼마나 솔직한 말씀인가 이 어르신들은 세월만 낚는 것이 아니고 인생살이도 함께 낚고 있는 최고의 어르신임에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