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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서울 중구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청와대의 세월호 보도 통제 증거 공개 언론단체 기자회견'이 자유언론실천재단, 동아투위,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노조 주최로 열렸다.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참사 직후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KBS 김시곤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내용에 항의하고, 편집에 개입하는 내용의 육성 녹음파일이 공개되었다.
▲ 청와대의 세월호 보도통제 폭로 30일 오후 서울 중구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청와대의 세월호 보도 통제 증거 공개 언론단체 기자회견'이 자유언론실천재단, 동아투위,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노조 주최로 열렸다.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참사 직후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KBS 김시곤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내용에 항의하고, 편집에 개입하는 내용의 육성 녹음파일이 공개되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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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과의 면담을 마치고 나오자 길환영 KBS 사장이 저희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김시곤 보도국장을 해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땐 기뻐했는데, 의아한 생각이 들긴 했다. '왜 갑자기 보도국장을 바꾼다고 하지? 왜 갑자기 순순히 좋게 나오는 거지?'. 그렇게 지나갔는데 오늘 녹취내용을 들으니 해소되는 것 같다."

6월 30일 공개된 세월호 참사 직후의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과 김시곤 KBS 보도국장의 통화 내용을 들은 '예은 아빠'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한 말이다. 김 보도국장의 해임이 세월호 유가족들의 요구 때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다른 이유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참사가 있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지난 2014년 5월 8일, 세월호 유가족들은 희생자들의 영정을 안고 서울 여의도 KBS에 항의 방문했고 이어 청와대 앞으로 가 도로 위에서 밤을 새웠다. 김 전 국장이 "세월호 사고는 300명이 한꺼번에 죽어서 많아 보이지만 연간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와 분노한 부모와 형제자매들이 길거리로 나선 것이다.

KBS는 다음날인 5월 9일 오후 2시에 기자회견을 열고 김 전 국장은 해명에 나서기로 했다. 교통사고 발언을 한 적 없으며 자신의 취지가 왜곡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로 몇 시간 전 유가족들을 만난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과 박준우 정무수석은 '청와대라 해도 공영방송의 보도국장은 맘대로 할 수 없는 걸 이해해달라, KBS 사장이 사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면담을 마치고 나오자 길환영 당시 KBS 사장은 청와대 앞 농성 현장에 방문해 사과하고 김 국장을 해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질 동안 김 전 국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언론에 대한 어떠한 가치관과 신념도 없이 권력의 눈치만 보며 사사건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해온 길환영 사장은 즉각 자진사퇴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5월 17일 KBS 기자협회 긴급총회에서 길 전 사장이 '청와대로부터 연락이 왔다, 회사를 그만두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본래는 문제 발언에 대해 해명하는 기자회견이 청와대의 압력에 사퇴 기자회견이 됐다.

이정현 전화받고도 해경 비판 보도는 유지

김시곤 전 KBS보도국장. 사진은 지난 2014년 5월 9일 오후 여의도 KBS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 당시 모습.
 김시곤 전 KBS보도국장. 사진은 지난 2014년 5월 9일 오후 여의도 KBS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 당시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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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김시곤 통화 녹취록'과 전후 사정을 살펴보면, 김 전 국장 해임의 배경을 추론할 수 있다(관련 기사 : "하필 대통령이 KBS를 봤네" 청와대 전 수석 육성파일 공개).

2014년 4월 21일 통화 내용은 이 전 수석이 김 국장을 일방적으로 몰아세우고 김 전 국장은 항변하는 양상이었다. 이때 이 전 수석이 문제삼은 보도는 KBS '뉴스9'의 해양경찰을 비판한 보도 일곱 건이었다. 이 전 수석이 부탁조로 말투를 바꾸고 김 전 국장이 "알겠습니다. 네, 네" 하면서 통화는 종료됐다.

9일 뒤인 4월 30일 이 전 수석은 또 김 전 국장과 전화통화를 했는데, 항의 대상은 해경을 비판한 '뉴스9'의 여덟 건이었다. 이 전 수석은 오후 11시에 방송되는 '뉴스라인' 등 이후 프로그램 등에선 해경 비판 보도를 삭제 또는 편집해줄 것을 요구했다. 김 전 국장은 이 전 수석에 동조하는 듯했지만, 결과적으로 뉴스라인에서도 해경 비판 보도는 계속됐다.

어린이날인 5월 5일 오후 2시 30분 길환영 전 사장은 보도국 편집회의를 소집했다. 보도본부장, 보도국장, 편집주간, 취재주간이 참석한 자리에서 해경 비판 보도를 자제하라고 지시했다는 게 김 전 국장의 주장이다. KBS를 상대로 제기한 징계무효소송에서 김 전 국장은 이 같은 주장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서울남부지법은 길 전 사장의 보도개입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정직 4개월 징계는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김 전 국장이 해임된 것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영정을 끌어안고 KBS를 거쳐 청와대 앞에서 밤을 샌 다음날이다. 이번에 공개된 통화녹음을 들은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청와대 입장에선 김시곤 전 국장이 순순하지 않았던 것 같다. 지시를 잘 따르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 같다"라면서 "우리가 김 전 국장의 해임을 요구한 것이 청와대 입장에선 아주 기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과적으로, 또 (정권에) 농락을 당했구나, 이렇게 기만하고 농락했구나 싶다"며 "녹음파일을 제공한 김 전 국장에게는, 참… 제 입장에선 애증의 관계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게 잘했다고 할 수도 없고…, 당시 김 전 국장은 당당한 모습이었다"라고 말했다.


태그:#김시곤, #청와대,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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