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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0일 문을 연 '도봉 기적의 도서관'은 서울에서 첫 번째, 전국에서 열두번째로 기적의 도서관으로 개관했다. '기적의 도서관'은 한 민간 텔레비전 방송의 책읽기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이 모아준 성금과 시민사회단체, 민간영역이 기부한 각종의 자원, 지방자치단체 분담금으로 지어지고 있다.(건축설계·건물스케치 제공 : (주)기용건축건축사사무소 소장 김지철) ⓒ 유성호
'도봉 기적의 도서관'은 다른 도서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숙'이라는 단어를 전혀 볼 수 없다. 마연정 관장은 도서관이 조용해야 한다는 통념에서 벗어나서 아이들이 이용하는 별자람터 아래채(1층)에서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독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유성호
집처럼 편안한 도서관... '정숙' 글씨가 없네

방바닥에 주저앉은 엄마와 아이들이 책가방과 겉옷을 옆에다 편하게 벗어놓고 사이좋게 책을 읽고 있다. 서가에 기댄 40대 아저씨는 아이를 보다 지쳤는지 가볍게 코를 골고 있다. 정원이 보이는 창가 소파에서는 아이들이 아예 누워서 책을 본다.

한 달여 전 문을 연 '도봉 기적의 도서관'의 풍경이다. 도서관은 도서관인데, 그야말로 집에서나 보던 광경이 펼쳐진다. 어린이용 도서관인 데다가 나이제한이 없다 보니 3살 이하의 아기들과 함께 온 부모들도 많다. 게다가 바닥이 온돌로 돼 있어 아이들과 놀기 안성맞춤이다. 신발은 아예 입구에 벗어놓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간혹 아이들 우는 소리, 엄마 부르는 소리 등으로 시끄러울 때가 많다. 오죽하면 웬만한 도서관 벽에는 다 붙어있는 '정숙' 글씨가 없을까.

아이들은 책을 통해 세계의 여러 다른 문화와 다양한 가치, 삶의 방식들을 존중하고 평화를 추구하는 방법을 배운다. ⓒ 유성호
'도봉 기적의 도서관'은 책의 세계가 펼쳐주는 무한한 상상과 창조의 나라로 아이들을 초대한다. ⓒ 유성호
아이들은 책을 통해 또 다른 세계를 만나고 타인을 발견하고 꿈과 희망을 키운다. ⓒ 유성호
'책 읽어주는 방'은 엄마와 아빠가 아이들에게 직접 소리를 내어 책을 읽어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 유성호
'도봉 기적의 도서관'에는 아이들이 맘 놓고 뒹굴고 기어 다닐 수 있게 따스한 온돌마루가 깔리고, 엄마와 아빠가 아이들과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 할 수 있는 영유아 열람실과 수유실이 만들어져 있다. ⓒ 유성호
수유실·책 읽어주는 방에 소극장까지... 아이들의 천국

1층엔 1만2천 권의 책을 갖춘 유아·어린이 열람실을 비롯해 수유실, 책 읽어주는 방, 책 읽는 뜰을 보유하고 있다. 위험한 찻길을 피하기 위해 마당은 건물 한가운데 설치했다. 대학로 소극장 부럽지 않은 극장까지 있다. 가히 아이들의 천국이다.

1층이 시끄러운 사람은 2층으로 올라가 성인열람실을 이용하면 된다.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웬만한 세미나나 강좌가 가능한 강의실과 옥상정원도 있다.

10여 년 전 인기를 끌었던 TV예능프로 <느낌표>를 기억하는가. 매주 우수한 책 한 권씩을 선정해 소개해 대형서점 베스트셀러를 휩쓸더니, 나중엔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어린이 도서관을 지어줘 사람들을 감동케 했다.

그 도서관 이름이 '기적의 도서관'. 제1호점은 지난 2003년 전남 순천에 세워졌었다. 그 후 제천, 진해, 서귀포, 제주, 청주, 울산 북구, 금산, 부평, 정읍, 김해까지 모두 11개가 건립됐는데, 드디어 지난 7월 30일 서울에도 기적의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순천에서 서울까지 오는 데 12년이 걸린 셈.

둥근 하늘 천장에 책날개가 설치되어 있는 나선형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청소년과 어른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별자람터 위채(2층)가 나온다. ⓒ 유성호
아이들이 둥근 하늘 천장에서 들어오는 햇살을 조명 삼아 책읽기에 열중하고 있다. ⓒ 유성호
열람실과 북카페로 둘러싸인 마당은 좋은 날씨에는 아이들이 꽃과 흙, 잔디, 돌로 이루어진 자연을 맨발로 밟고 하늘을 보며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 유성호
한 아이가 책에 흥미를 가지며 직접 고르고 있다. ⓒ 유성호
'도봉 기적의 도서관'은 어린이들이 자유로운 상상과 탐험과 발견의 즐거움을 경험하며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 유성호
도봉구 토박이인 마연정 관장(34)은 "평일에는 이용객이 200~300명쯤 되다가 주말에는 2~3배로 늘어나 눈코 뜰 새 없다"면서도 그리 싫지 않은 표정이다.

"말만 기적의 도서관이 아니라 정말 기적의 연속이었어요. 서울에서도 좀 외진 곳에 자리 잡은 도봉구에 기적의 도서관이 생긴 것도 그렇고, 관장 공모에 당선되고 직원 모집, 내부 정리, 개관식 준비까지 모든 것이 3개월 만에 이뤄졌으니까요."

"주말은 피하고 꼭 대중교통 이용하세요"

그러나, 한 달 여 운영해보니까 아쉬운 점도 많다. 마 관장은 "너무 편해서 그런지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부족한 거 같다"며 "아이들 용변을 열람실에서 처리한다든지, 아이를 놔두고 다른 곳으로 가서는 이 좁은 공간에서 미아 찾기 방송까지 한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기자에게 두 가지를 꼭 써달라고 신신당부했다. 가급적 주말이 아닌 평일에 와달라는 것과 차는 되도록 집에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해달라는 것. 주말에는 너무 사람이 많아서 쾌적하게 이용하기가 어렵고, 주차공간이 적어서 차도에 세웠다가 딱지 끊는 분들을 보면 안타깝다는 것이다.

도봉 기적의 도서관은 중랑천과 수락산이 마주보이는 마들로 큰길가에 있으며, 서울지하철 7호선 수락산역 5번출구와 1호선 도봉역 1번출구에서 걸어서 각 10분 거리에 있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주말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화요일은 쉰다.

'도봉 기적의 도서관'은 아이들의 훈육과 경쟁의 장이 아니라 꿈과 희망을 키워 나갈 수 있는 별자람터이다. ⓒ 유성호
도서관 자료는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며 도봉구 통합도서관 대출증 소지자는 14일 동안 3권 대출 가능하다. ⓒ 유성호
'도봉 기적의 도서관'은 전국의 기적의 도서관을 사랑하는 친구들이 비록 떨어져 지내도 어깨를 걸고 함께 자라자는 뜻으로 보내 준 그림 284장을 타일로 구워 담을 꾸며놓았다. ⓒ 유성호
책읽기를 비롯한 이야기 들려주기, 노래, 춤, 그림, 영상, 공작, 낭송, 연극, 디지털 문화활동, 탐방, 놀이 등 많은 활동들이 책읽기와 연결되어 '살아있는 도서관', 재미가 넘치는 도서관'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 유성호
'아낌없이 주는 나무' 방은 교육과 작은 모둠활동이 함께 이루어지는 작은 배움의 공간으로 사용된다. ⓒ 유성호
태그:#도봉기적의도서관, #마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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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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