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신 : 4일 밤 9시 20분] 예정보다 다소 늦게 출발했지만 계획보다 30분 일찍 도착했다. '진상규명 가로막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와 세월호 온전한 인양 결정 촉구를 위한 시민 가족 도보행진단'은 4일 오후 8시 첫째날 숙소인 광명 장애인종합복지관에 도착했다.
참사 이후 여러 번의 도보행진에 익숙해졌는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는 비 속에서도 세월호 가족들의 걸음 속도는 전혀 느려지지 않았다. 행진단은 이날 약 25km 거리를 약 8시간 동안 꼬박 걸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특히 마지막 2시간은 전혀 휴식 없이 걸었기 때문에 시민 참가자들의 대열이 조금씩 뒤로 처졌고 오후 7시가 넘어서자 시민 참가자 중에서 낙오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광명 시내를 통과하는 행진단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행진단이 든 피켓을 보고 "어머, 아직도 아홉명을 못 찾았구나"라며 놀라는 이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여성은 "그동안 TV에서 못 봐서 실종자는 다 찾은줄 알았다"며 "보상금을 몇 억 준다고 뉴스에 나온 건 봤는데 실종자 문제도 다 해결된 줄 알았다"고 말했다.
도보 행진단을 보고 "이게 뭐냐"고 묻는 어린 아이에게 "사고 나서 아직 못 찾은 사람 찾아달라고 하는 거야"라고 가르쳐 주는 엄마도 있었다.
숙소에 도착한 행진단은 곧바로 저녁 식사를 하고 짧게 소감을 나눈 뒤 잠자리에 들 예정이다.
행진 2일차인 5일 오전 9시 30분 단원고 희생자의 형제자매들이 정부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행진단은 오전 10시 광명 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행진을 시작, 서울에 입성한 뒤 11시경 가리봉오거리·구로시장, 오후 12시 40분 신도림역, 오후 1시 40분 여의도공원에 도착에 점심식사를 할 예정이다.
이후 공덕오거리와 충정로를 거쳐 오후 3시경 광화문에 도착하는 행진단은 각종 사회단체와 함께 정부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 세월호 인양 결정을 촉구하는 촛불 문화제를 연다. 각종 단체들이 문화제 참여를 독려하고 있어 대규모 집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3신 : 4일 오후 5시 40분] 딸기와 손피켓, 응원하는 시민들 세월호 참사 직후의 도보행진 때만큼은 아니지만 4일 도보행진에도 시민들의 응원과 합류가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화물 트럭과 함께 탑승했다가 화를 면한 화물기사들도 이번 도보행진에 함께 하고 있다. 최은수씨 등 6명은 25톤 트레일러에 "우리도 피해자다!"라고 쓴 현수막을 걸고 행진 후미에 동참하고 있다.
최씨는 "화물과 트럭을 수장당했지만 아무런 보상을 못받고 생계가 막막하다"며 "말 그대로 우리도 피해자 입장에서 나왔다. 세월호 즉각 인양 주장에 전적으로 동조한다"고 말했다. 최씨 등 세월호 참사 피해 화물기사 11명은 5일 도보행진과 광화문 집회에도 합류할 계획이다.
행진하는 세월호 가족들을 위해 딸기를 내놓은 농민도 있었다. 강석철씨 등 '시흥에서 세월호를 기억하는 모임' 회원 5명은 시흥시 목감IC주유소 앞에 테이블을 내놓고 일회용 컵에 담은 딸기 200컵을 행진대열에 나눠졌다.
강씨는 "인근에 유기농 딸기를 하시는 분이 계시는데 오늘 세월호 가족들 행진이 지나간다는 말을 듣고 딸기를 좀 갖다주라고 부탁하셨다"며 "가족분들만 행진하는줄 알았는데 같이 행진하는 시민들이 많아 딸기가 턱없이 모자랐다"고 밝혔다.
시흥시 목감IC를 지나 도보행진 반대편 갓길에 차를 세운 한 운전자는 차에서 내려 행진단에 인사를 하며 동조를 표시했고, 다른 운전자는 박달삼거리주유소 앞에서 "세월호 그 후 1년 이젠 돈보다 생명입니다"라고 쓴 손 피켓을 들었다. 이를 본 도보행진단은 환호로 답했다.
참여 시민 "세월호도 결국 돈의 논리로 왜곡될까 우려" 이날 행진에 동참한 시민들에게선 세월호 문제가 왜곡되고 있고 참사 초기 때 같은 공감을 상실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타났다.
대안학교 교사는 남기웅씨는 이날 아기를 안고 부인과 함께 도보행진을 함께 했다. 남씨는 "평소에도 기회가 되는대로 세월호 관련 활동에 참여하고는 있었다"면서 "최근엔 이 문제도 돈의 논리로 왜곡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서 세월호 관련 수업을 한 뒤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학교 주변에 노란 리본을 달았다. 그런데 상가번영회에서 '노란 리본을 달면 세월호의 기억이 되살아나서 상권이 죽게 된다. 떼달라'고 요청하더니 결국 아이들이 정성스럽게 달아놓은 리본을 떼버렸다"며 "결국엔 돈의 문제로 굴러가서, 이제는 세월호를 잊자고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행진 중간에 빗방울이 굵어져도 아랑곳 없이 도보행진을 하던 중학생들도 어른들이 마음이 예전과 많이 달라진 걸 우려했다. 중2인 이규헌 양은 "누구탓인지 가리기 전에 일단 세월호를 인양은 해야하지 않겠냐"며 "인양을 하고 실종자부터 찾아야 누구 탓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란히 걷던 중1 조수민양은 "정부가 피해자의 얘길 들어주면서 해야지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하는 건 안 된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양은 다시 "이젠 사람들이 세월호 문제는 유가족이 다 알아서 하겠지 하면서 처음에 가졌던 관심을 거둬 들인 게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조양은 "아직까지 자기 일이 안 돼 봐서 그러는 것"이라며 "한 할아버지가 '8억 받았으면 됐지 또 뭘 더 받으려고 그러느냐'고 말하는 것도 들었다"고 했다. 조양은 "가족이 죽었는데 왜 죽었는지는 알아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냐. 그래서 우리는 행진한다"고 말했다.
[2신 : 4일 오후 3시 5분]삭발 행진 정봉주 "뭐라도 도우려고 깎았다" 오후 2시 현재 개나리가 핀 도로 옆을 영정을 든 세월호 가족들이 앞서 행진하고, 노란 풍선과 플래카드를 두른 시민들이 뒤따르고 있다. 도보행진단은 1000명이 조금 넘는 규모다.
행진단이 지나는 안산 시내 도로의 운전자들은 도보행진으로 인한 통제에도 경적을 울리지 않고 불편을 감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휴일 오전이라 시내는 대체로 한산했지만 시민들도 길가에 서서 행진단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행진단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행진단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몇 명씩 그룹을 이뤄 자체 제작한 플래카드를 몸에 두르거나 들고 합류하는 이들이 가끔씩 눈에 띈다.
안산 화랑유원지 정부합동분향소에 앞에서 유가족들과 함께 삭발한 뒤, '특별법 시행령 폐기' 노란 머리띠를 두르고 걷고 있는 정봉주 전 의원은 "광화문 삭발식 소식을 뒤늦게 들었고 마침 다른 일이 있어 참석할 수 없었다"며 "뭐라도 도울 수 있는 게 있나 생각했는데 나도 삭발하는 것 밖에 없더라"고 삭발 및 행진 동참 계기를 밝혔다.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출발, 약 2시간을 걸어 오후 12시 35분 경 부곡종합사회복지관에 도착한 세월호 도보행진단은 점심밥을 먹었다. 메뉴는 계란후라이가 든 나물비빔밥에 된장국. 영정을 한데 모은 유가족들은 삼삼오오 풀밭에 앉아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했다.
행진단은 오후 1시 30분부터 다시 걷기 시작했다. 영정을 안고 걷는 가족들의 시선이 일제히 향한 곳은 희생자들이 상당수 안장돼 있는 부곡동 공설공원(하늘공원)이었다. 세월호 가족들과 시민들은 하늘공원을 지나치면서 "얘들아 미안하다. 엄마아빠가 꼭 진실을 밝혀줄게", "우리들이 함께 꼭 진실을 밝혀줄게"라고 외쳤다.
[1신 : 4일 오후 12시 12분]"배 안에 9명 있는데, 인양 않고 추념공원 만들자고?"세월호 참사 1주기가 다 돼 가는 상황에서 희생자 유가족, 실종자 가족들이 또 삭발을 하고 도보 행진에 나섰다. 조사권이 보장되지 않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와 세월호 즉각 인양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세월호 가족들은 4일 오전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 정부합동분향소에 모신 영정사진 150여 개를 내렸다. 세월호 가족들은 이곳에서 서울 광화문 농성장까지 1박 2일 걸어서 행진하며 시민들의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행진에 앞서 유가족들은 삭발을 했다. 정봉주 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등 시민과 세월호 국민대책위 관계자도 삭발에 동참했다. 이날 머리카락을 자르고 노란 머리띠를 맨 '동혁엄마' 김성실씨는 "유가족이 이제 어떻게 달라지는지 똑독히 보라"며 "우린 이젠 절대 멈출 수 없는 엄마 아빠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린 이젠 절대 멈출 수 없는 엄마 아빠들"
김씨는 "'자식 죽어 돈 받으니 대박났다'고 한 사람들, 당신들이 이 자리에 서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우리가 나섰다"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삭발을 한 가족들은 "대통령님 약속을 지키십시오.", "실종자들 뼛조각이라도 만지게 해주십시오"라고 절규하며 눈물을 흘렸다.
'찬호아빠' 전명선 세월호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정부는 특위 조사인원을 대폭 줄이고 공무원이 대부분인 특별법 시행령으로 세월호 조사특위의 조사권을 무기력화하고 일방적으로 배보상액을 발표하면서 유가족 앞에 돈을 쥐고 흔드는 반인간적 행태로 세월호 가족들을 내몰고 있다"며 "피해자 가족으로 사는 것, 힘없는 아빠로 사는 자신이 너무 원통하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의 인양을 통한 완전한 사고 수습과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답변을 받으러 간다"며 "정부가 하지 않으면 가족이 앞장서겠다. 국민 여러분들도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행진에 앞서 세월호 가족들은 다함께 "김진태 이 X새끼야!"라고 외치기도 했다. 김진태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지난 3일 페이스북에 세월호 인양 반대 입장을 밝히며 "괜히 사람만 또 다칩니다. 대신 사고해역을 추념공원으로 만듭시다. 아이들은 가슴에 묻는 겁니다"라고 올렸다.
유경근 세월호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김진태 얘길 안 할 수가 없다. 배 안에 아홉 명이 있는데 추념공원을 만들자는 거냐"며 "아이들을 가슴에 묻는다는 건 평생 죽을 때까지 처절한 고통을 온 몸으로 느끼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얘기하지 말라"고 말했다.
유족들 "김진태, 이 X새끼야"
유 위원장이 앞장서 "김진태, 이 X새끼야 네 자식 잃고 너나 그렇게 살어!"라고 외치자 다른 유가족들도 하나같이 "김진태, 이 X새끼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월호 가족들은 김 의원에 대해 욕설을 한 내용을 꼭 보도해달라고 취재진에 당부했다. 뿐만 아니라 이전과는 다르게 영정 사진이나 가족들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할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는 절박함이다.
세월호 가족들의 행진은 오전 10시 30분 경 시작됐다. 영정 150여구를 안은 세월호 가족 300여 명과 시민들 1000여 명은 "진상규명 가로막는 시행령을 폐기하라", "유족 앞에 돈 흔드는 모욕을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오전 11시 25분 현재 안산시청 앞을 지나고 있다.
도보행진은 안산 부곡동공원에 도착해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 2시 반 목감사거리 오후 4시 박달주유소, 오후 5시 덕안주유소 오후 6시 광명시민체육관, 오후 7시반 광명장애인종합복지관에 도착 하루 밤을 자고 이튿날 10시 서울 광화문을 향해 출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