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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 재래시장 상인들이 군포시청 앞에서 이마트 당동점 입점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군포 재래시장 상인들이 군포시청 앞에서 이마트 당동점 입점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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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10시, 군포시청 앞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 노래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확성기를 타고 퍼지는 노랫소리는 경쾌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군포시청 앞에 모인 사람들은 대략 150여 명 정도. 이들은 군포시 재래시장인 산본시장과 군포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이다.

이들이 군포시청 앞에 모인 것은 이날로 두 번째. 모인 이유는 현재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군포시 당동2지구 보금자리 주택 내에 창고형 할인매장인 이마트 당동점이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마트 당동점은 4100평 규모로 들어설 예정으로, 군포시에 교통영향평가 심의를 의뢰한 상태다.

산본과 군포 재래시장 상인들은 이마트 당동점이 들어설 경우 막대한 매출 손실을 입을 뿐만 아니라 재래시장 존립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당동 이마트 입점저지 군포시 주민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지난 3월 18일, 이들은 군포시청 앞에서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집회를 열어 '이마트 당동점 입점을 결사적으로 반대한다'는 의사를 확실하게 표명했다.

그리고 4일, 이들 상인들은 군포시청 앞에서 다시 모였다. 이번 집회에는 군포지역의 상인들뿐만 아니라 전국상인연합회, 경기도상인연합회 관계자들과 군포지역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해 이마트 당동점 입점 반대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산본시장에서 10년이 넘게 장사를 해왔다는 한 상인은 "군포에 산본 이마트 외에도 킴스 아울렛, 당동 이마트 에브리데이 등을 포함한 크고 작은 대형마트가 10개가 넘게 입점해 있는 상황인데다 광명에 코스트코까지 들어와 매출이 엄청나게 타격을 입고 있다"며 "여기에 당동에까지 이마트가 들어오면 우리는 생존권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군포시장의 한 상인은 "군포시장은 군포역세권이 죽으면서 시장이 많이 죽었는데 이마트 당동점이 들어오면 완전히 죽을 수밖에 없다"며 "이마트 입점은 절대로 안 된다"고 호소했다.

군포 재래시장 상인들이 군포시청 앞에서 이마트 당동점 입점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군포 재래시장 상인들이 군포시청 앞에서 이마트 당동점 입점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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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당동점 입점 반대는 이들 상인들 외에도 군포지역 시민단체들도 한 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 군포시민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이마트 입점이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며 "이마트의 매출은 고스란히 본사로 귀속될 뿐이고, 고용창출 효과도 미미할뿐더러 비정규직만 양산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시민단체관계자는 "대형마트의 공격적인 영업 방식으로 피해를 입는 건 지역의 중소상인들"이라며 "이마트 창고형 대형매장이 들어서면 주변 지역의 상권이 초토화되는 것은 물론 재래시장도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군포시장의 경우 이마트 당동점이 입점하면 존립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상은 상인들뿐만 아니라 군포시 관계자들도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군포역세권이 죽으면서 군포시장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군포시청 앞에서 집회를 하던 상인들은 김윤주 시장을 만나 입점반대 입장을 확실하게 밝히고, 시장에게 입점 반대 약속을 받아내겠다면서 군포시청 진입을 시도해 한 때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의경 한 명이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며, 몇몇 상인들도 부상을 호소하기도 했다.

박은숙 이마트 입점저지 군포시 주민대책위원장이 이마트 입점 반대 결의를 주장하고 있다.
 박은숙 이마트 입점저지 군포시 주민대책위원장이 이마트 입점 반대 결의를 주장하고 있다.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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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김윤주 시장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며 "다른 지역에서는 시장이 앞장서서 대형마트 입점을 반대한다는데 김 시장은 상인들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을뿐더러 만나주지도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 대책위 주민들은 3일 저녁, 김윤주 시장 면담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군포시 관계자는 "얼마 전에 김 시장이 주민대책위 사람들을 만나 대형마트가 들어오는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막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했기 때문에 더 이상 이들을 만나야 할 이유가 없어서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민대책위 관계자는 "김 시장이 말만 그렇게 할 뿐 실제로는 이마트 입점을 뒤에서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이런 주장을 하는 근거는 지난 주말에 군포시 지역경제과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때문이다.

군포 재래시장 상인들이 김윤주 군포시장 면담을 요구하면서 시청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군포 재래시장 상인들이 김윤주 군포시장 면담을 요구하면서 시청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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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시 지역경제과에서는 지난 주말부터 (재)한국경제조사연구원을 통해 재래시장 상인뿐만 아니라 지역주민 그리고 지역의 대형마트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작했다. 문제는 설문조사 항목에 '대형마트(이마트) 입점을 전제'로 한 질문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던 것.

"지역상권 활성화 설문조사라고 해서 설문지를 받아봤더니 뒷부분에 이마트 입점을 기정사실화한 문항이 여러 개가 이어져 나왔다. 군포시는 이미 이마트가 들어온다는 전제를 하고 설문조사를 통해 시장상인들의 정보를 캐내려고 했다. 이러니 우리가 김윤주 시장을 믿을 수 있겠나? 군포시 지역경제과는 재벌 편을 드는 재벌경제과다."

이 설문조사 때문에 이들 상인들의 감정은 더 격앙되어 있는 상태다. 때문에 이들 상인들은 군포시청으로 진입해 김 시장을 만나 어떤 입장인지 확인하겠다고 나섰다는 것이다. 일부 대책위 주민들은 "노동자 출신 시장이 시장 상인들이 아닌 재벌 편을 들고 있다"며 "시장이 우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군포 재래시장상인들이 김윤주 군포시장 면담을 요구하면서 시청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군포 재래시장상인들이 김윤주 군포시장 면담을 요구하면서 시청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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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와 관련, 군포시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연구용역비는 1900만 원이라고 밝히며 "지난 2월에 군포시 상권 활성화를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했다"며 "설문조사는 연구용역의 기초 단계로 실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문조사 항목은 용역을 수주한 (재)한국경제조사연구원과 군포시가 협의하고 조정해서 만든 것으로 다른 의도가 없는데 오해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마트 당동점 입점 얘기가 나오기 전에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이기 때문에 숨겨진 의도는 절대로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군포시는 상인들이 반발하면서 거세게 항의하자 사과하고 설문조사를 중단했다.

군포시에서는 "상인들은 이마트 당동점 입점을 반대하지만 당동지역 주민들 가운데 찬성하는 사람들도 많다"며 "이마트가 설립요건을 갖춘다면 반대할 수 있는 명분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집회는 12시 반경에 끝날 예정이었으나, 일부 대책위 주민들이 오후 5시가 지난 현재까지 군포시청 앞에서 김 시장 면담을 요구하면서 계속 버티고 있다. 김 시장은 면담에 응하지 않고 있다.


태그:#이마트, #군포시, #김윤주, #재래시장, #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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