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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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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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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베란다로 나가 몸을 던졌습니다. 일용직을 전전하던 남편도 아내가 자살한 지 1년이 채 안 돼 세상과 이별했습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 열세 번째 죽음에 관한 얘기입니다."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의 옅은 울음이 밴 목소리가 4일 국회 본회의장에 울려 퍼졌다. 2013년 들어 처음으로 열린 본회의장에서 그는 '쌍용자동차 국정조사'를 다시 한번 요구하기 위해 5분 발언대에 섰다.

발언은 한 가족의 얘기로 시작됐다. 2009년, 쌍용자동차의 정리해고 방침에 77일 동안 파업을 하다 폭도로 몰려 '무급휴직자'가 된 어느 아버지의 얘기다. 1년 뒤 회사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던 그는 여전히 '무급휴직자'로 남아 있어야 했다. 이후 우울증에 시달리던 아내가 떠난 지 8개월 만에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두 남매를 남겨둔 채였다.

은 의원은 "'대선 직후 첫 국회에서 쌍용차 국조를 하겠다'던 새누리당은 455명 무급휴직자 복귀 결정을 이유로 24명의 죽음과 2400명의 절규를 묻어버렸다"며 "민주당은 다시 한번 국조를 요구한다"고 호소했다.

손해배상 가압류로 고통받는 한진중공업 문제도 함께 언급한 은 의원은 "기업의 '손톱 밑 가시'가 거론되는 지금, 노동자와 서민은 정리해고·손배 가압류·노동권 유린으로 손톱이 빠진 채 죽어가고 있다"며 "'죽을 것처럼 아프다'는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면 국민의 불신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건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는 그는 "삶의 문제이며 약속을 이행하는 일에 동료 의원들이 힘을 합해달라"고 여야 의원 모두를 향해 호소했다. 순간 본회의장은 숙연해졌다.

김선동 "'노동자 탄압 없는 대한민국' 위한 임시국회 촉구한다"

김선동 통합진보당 의원도 발언을 보탰다. 그 역시 "쌍용차 문제를 야기한 기술유출, 회계조작, 먹튀 자본 유치 등의 의혹을 명백히 밝히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판은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를 향해 있었다. 김 의원은 "새누리당 김무성 총괄 선대본부장과 환노위 의원들은 지난 대선 기간 쌍용차 국조를 약속했으나 대선이 끝나자 국민에게 했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벗어던졌다"며 "민주당 역시 실효성 없는 여야 협의체만 만들고 쌍용차 국정조사 없는 국회 개원에 합의했다, 엄동설한 눈보라가 몰아치는 철탑에서 설을 보내야 하는 쌍용차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절박하고 엄중한 현실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설을 앞두고 차가운 칼바람과 눈보라를 맞으며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노동자들의 목숨을 건 절박한 요구는 '노동자에 대한 탄압 없는, 대규모 정리해고가 없는, 비정규직 차별이 없는 대한민국'"이라며 "그런 대한민국을 위한 2013년 첫 임시국회가 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의원석에서 "잘했어"라는 칭찬이 튀어나왔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한상균(52) 전 지부장, 문기주(53) 정비지회장, 복기성(38) 비정규지회 수석부지회장이 대통령선거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20일부터 4일까지 77일째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 부근 철탑에서 국정조사 실시, 비정규직 정규직화,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 쌍용차 철탑농성 77일째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한상균(52) 전 지부장, 문기주(53) 정비지회장, 복기성(38) 비정규지회 수석부지회장이 대통령선거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20일부터 4일까지 77일째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 부근 철탑에서 국정조사 실시, 비정규직 정규직화,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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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회에서는 쌍용차에 대한 얘기가 계속됐다. 쌍용차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쌍용차 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했다. 이들은 "쌍용차 해법이라며 여야가 내놓은 '여야 협의체'는 장고 끝에 악수 둔 꼴"이라며 "쌍용차 문제는 강제성 없는 협의체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단단한 매듭이다, 이를 풀고 끊기 위해선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가 현실적으로 가장 올바른 방법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범대위는 "쌍용차 국정조사는 회사를 해코지 하거나 골탕 먹이려는 게 아니다, 이는 기업 정상화와 맥이 닿아 있다"며 "박근혜 당선자는 쌍차 국조에 대해 본인의 입장을 내놓고, 여야는 대선공약이었던 쌍용차 국조를 즉각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새누리당이 국조를 거부한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된 쌍용차 '무급휴직자'들도 "우리를 국정조사 반대의 희생양으로 삼는 일체의 행위에 대해 반대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새누리당은 쌍용차가 무급휴직자 455명 복귀 결정을 발표하자 "대선 이전과 상황이 달라졌다"며 국조 약속을 파기한 바 있다.

쌍용차 범대위와 기자회견을 함께한 쌍용자동차 휴무(무급)자위원회는 "쌍용차는 3월 1일부로 무급 휴직자 455명 전원 공장복귀를 실시한다'고 발표한 후, 체불임금 소송을 취하하는 확약서 서명을 강요했다"며 "휴무자 복귀 결정이 국정조사 요구 회피 꼼수에서 비롯되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쌍용자동차 진실을 가리는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는 대선공약 이행 차원"이라고 못 박았다. 여야 모두에게 공약 이행을 촉구한 것이다.

송영근 "제주 해군기지 반대 시위, 종북세력에 끌려다녀" 

그러나 새누리당의 태도는 여전히 미지근하다. 민주당의 쌍용차 국정조사 요구는 물론 '2(여야)+3(노사정) 협의체'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은 새누리당은 쌍용차 여야 협의체 구성에도 지지부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일 홍영표·은수미·김기식 의원으로 협의체에 함께 할 의원을 임명했지만 새누리당은 4일인 오늘까지도 협의체 인선을 확정하지 못했다.

이에 새누리당 의원이 발언할 때 "(쌍용차 국정조사) 약속이나 지키라"는 야당 측 의원들의 고성이 쏟아지기도 했다.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에 대해 "제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은 10여 명에 불과하다, 외부에서 들어온 인사들에 의해 해군기지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며 "소수 시민단체와 일부 종북세력 주장에 끌려 다닌 미항 건설 중단에 대해 이에 동참한 의원도 마음을 바꿔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의원석에서는 "합의한 것도 안 지키잖아", "그만해요"라는 등의 고성이 터져나왔다. 5분의 발언 시간을 넘겼음에도 송 의원이 발언을 계속하자 야유가 일기도 했다.

한편, 이날 5분 자유발언은 '여야 대리전' 양상을 띄기도 했다.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은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국가관과 정책을 검증하되 불필요하고 확인되지 않은 의혹으로 새정부 출범부터 발목을 잡는 구태는 없어야 한다"며 '신상털기' 청문회의 문제점을 지적한 박근혜 당선인의 입장을 대변했다.

민주당은 곧장 발끈했다. 이어서 5분 발언에 나선 서영교 민주통합당 의원은 "우리가 윽박질러서 후보자들이 낙마했냐, (사전검증을 위한) 200가지 질문지를 후보자들에게 줬다면 적합한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됐을 것"이라며 "(김용준 총리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입을 떼기도 전에 스스로 낙마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인사청문회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된 총리, 장관, 헌재소장을 내정해달라"며 "(사퇴하지 않고 있는 이동흡 후보자를) 제대로 정리하라"고 목소리 높였다.


태그:#쌍용차, #국조, #본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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