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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4일 오후 평택 쌍용자동차 송전탑 고공농성장을 찾아 금속노조 조합원들과 면담한 뒤 돌아가고 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4일 오후 평택 쌍용자동차 송전탑 고공농성장을 찾아 금속노조 조합원들과 면담한 뒤 돌아가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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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하나만 확인하자. 새누리당도 대선 전 공식적으로 브리핑을 통해서 쌍용차 사태 국정조사 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 양형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직실장

"환노위원(국회 환경노동위원)들이 그랬죠. 나는 아직도 회의적이다. (국정조사가) 이 문제를 푸는데 적절한지 자신없다. 최종목표는 여러분의 문제(복직)를 해결하는 것 아닌가." -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4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차 공장 앞 천막. 끝없는 평행선만 이어졌다. 오히려 이 원내대표는 쌍용차 국정조사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마저 밝혔다. 천막 밖 50m 짜리 송전탑 위에서는 한상균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과 문기주 정비지회장, 복기성 비정규지회 수석부지회장 등 해고노동자 3명이 46일째 쌍용차 정리해고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고공 농성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는 이날 원유철·이재영 의원과 함께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을 만나, 고공농성을 풀 것만 계속 종용했다. 반면, 양형근 실장을 비롯한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 간부들은 대선 전 약속했던 국정조사부터 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 원내대표는 송전탑 방문에 앞서 쌍용차 임원진과 쌍용차 기업노조 간부들과 면담을 마쳤다.

이한구 "농성부터 풀고 기다려라... 국정조사 회의적"

이 원내대표는 양 실장 등을 만나 "사측이 전향적인 자세를 갖고 여러분의 문제를 풀려고 한다, 가능한 빨리 무급휴직자부터 복직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면서 "이제 농성을 풀고 기다리는 게 어떻겠나, 오히려 (농성을 푸는 게) 문제를 푸는데 도움이 된다"고 주문했다.

이에 양 실장이 "쌍용차 청문회를 하면서 여야 공히 회계조작 등 당시 정리해고의 문제들을 지적했고 박근혜 당선인에게도 대선 전 사측의 위법사실에 대한 관련 증명자료를 보낸 적 있다"며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규명부터 정확히 처리하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이 원내대표는 "여러분은 근로자 아닌가, 해고된 근로자들 이익을 대표해서 이렇게 고생하는 것 아니냐"며  "궁극적인 건 그것(해고자 복직)이다, 어떻게 하는 게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봐야 된다"고 말했다. 즉, 고공농성을 풀고 사측이 마련하는 복직 프로그램을 기다려보라는 주문이었다. 앞서 이유일 쌍용차 대표이사는 이 원내대표와 만나, "회사의 경영정상화 단계에 따라 노사합의를 전제로 무급휴직자와 희망퇴직자, 심지어 정리해고자까지 복직을 가능한 빠른 시일 내 추진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양 실장 등은 "여야가 청문회에서 문제가 있다는 걸 인정했으면 국정조사를 하고 잘못된 정리해고를 바로 잡는 것부터 해야 하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는 "(정리해고 당시) 위법사실의 증명이 확실하면 국정조사가 왜 필요하겠나, 그렇지 않으니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 아니냐"면서 "국정조사는 목적이 있어야 하고 그 내용이 (사태를) 푸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봐야 한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대화는 결국 접점을 찾지 못한 채 15분 만에 끝났다. 이 원내대표는 사실상 쌍용차 국정조사는 어렵다는 답변만 내놓은 셈이었다.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 이후 대표적 사회갈등 사례로 남아있는 쌍용차 현장을 방문한다는 점에서 쌍용차 국정조사 등 관련 해법이 적극적으로 모색되리라는 일각의 기대는 이렇게 무산됐다. 황우여 대표가 지난달 31일 <서울경제>와 한 인터뷰에서 "내년 임시국회에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한 일이나, 새누리당 소속 환노위원들이 지난달 4일 "대선 후 실효성 있는 국정조사로 쌍용차 문제를 풀겠다"고 약속한 일 모두 휴짓조각이 된 셈이다.

처음부터 국정조사 반대 측만 만나기로... 사측 "경영에만 전념케 해달라"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4일 오후 원유철·이재영 의원과 함께 쌍용차 정리해고 국정조사 등을 요구하며 46일째 고공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경기 평택 쌍용차 앞 송전탑을 방문했다. 이 원내대표는 송전탑 앞 천막에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을 만나 고공농성 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국정조사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4일 오후 원유철·이재영 의원과 함께 쌍용차 정리해고 국정조사 등을 요구하며 46일째 고공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경기 평택 쌍용차 앞 송전탑을 방문했다. 이 원내대표는 송전탑 앞 천막에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을 만나 고공농성 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국정조사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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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상황은 이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이 이날 현장방문 자체를 회사 임원진과 기업노조 집행부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다. 현재 쌍용차 사측과 정리해고 사태 새로 꾸려진 기업노조 집행부는 국정조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새누리당이 이날 공개한 현장방문 일정에는 고공농성이 벌어지고 있는 정문 앞 송전탑 방문 일정이 없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현장방문 일정을 마친 뒤 식사 중 서용교 의원 등 동행 의원들의 건의를 받고서야 송전탑을 방문했다.

송전탑 방문에 앞서 만난 회사 임원진과 노조 집행부 역시 쌍용차 사태를 노사 자율로 해결하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유일 쌍용차 대표이사는 이 원내대표를 만나, "저희가 안에 근무하는 4700명과 저희 협력업체, 부품업체 등 11만 명을 우선 생각해야 한다"면서 "지금 최대한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이한구 원내대표와 새누리당 의원님들이 이 부분을 널리 혜량하셔서 경영에만 전념하게 해달라"고 말했다. 즉, 쌍용차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가 진행되면 11만 명이 넘는 일자리가 위협받는 경영상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김규한 쌍용차 기업노조 위원장도 "일련의 사태들로 쌍용차가 많이 주목받고 있지만 어찌 됐든 노사가 현명하게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저희들이 슬기롭게 헤쳐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게 정치하시는 분들의 덕망이지 않나"고 말했다.

특히 그는 "힘의 논리에 의해서 정치인이 원하는 목적에 의해서 (쌍용차 사태가) 해결된다면 또 다른 쌍용차 사태가 우려된다, 어느 일방의 목소리만 듣지 마시고 어떤 것이 진정하게 쌍용차를 살리는 것인지 생각해달라"며 "대한민국의 떼 쓰고 억지를 부리는 노조 운동은 잘못됐다고 본다"고도 말했다. 덕수궁 대한문 앞,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 회사 정문 앞 송전탑 등에서 농성을 벌이며 국정조사를 벌이고 있는 해고 노동자들이 억지를 부리고 있단 주장이다.

이 원내대표는 이들의 얘기에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그는 이 대표이사에게 "사회적으로 계속 이슈가 되고 있는 퇴직자 복직 문제에 혹시 회사에서 특별한 사정이 계시는지, 무슨 방법이 없는지, 혹시 저희들이 해야 될 일은 없는지 그런 것을 알아보려고 왔다"면서 "여러분이 얼마나 힘드시다는 것을 저도 기업에 있어봐서 잘 안다, 회사의 위치가 자동차 산업계에서 유리한 위치도 아닌 상황에서 그런 상황에서 국제경쟁력을 잘 유지해 가면서 하시는 데에 대해서 치하의 말씀을 드린다"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의 얘기에도 "위원장이 말한 맥락에 대해 저도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정치인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인데 그런 차원에서 여러분들이 큰 일을 하고 있다"고 덕담을 건넸다.

"쌍용차 국정조사 합리적으로 결정하기 위해 방문"...  반대 명분 쌓기?

이 같은 사측과 노조의 주장을 듣고 난 뒤 현장방문단이 내놓은 결론은 예상대로 모호했다. 사실상 야권이 요구하는 국정조사를 회피하기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한 현장방문이나 다름없었다.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평택시갑)은 이날 노사 양측과 비공개 면담을 거친 직후 열린 브리핑에서 "충분히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유일 대표이사 등 경영진 임직원으로부터 회사 상황을 보고 받았고 노조의 입장과 현재 조합원 상황을 들었다"며 "충분히 (상황을) 인지하고 돌아가기 때문에 국정조사와 관련된 것은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대선 전 국정조사를 약속했는데 노사 얘기를 듣고 한 발 물러서기로 한 건가"란 질문에 "최종 판단은 이한구 원내대표가 하실 것"이라며 "쌍용차와 관련된 국회의 여러 의사결정이 합리적으로 결정되기 위해서 현장을 방문한 것"이라고 답했다. "대선 전 국정조사 약속이 유효한 것인가"라고 거듭 질문 받자, 원 의원은 "(국정조사 약속은) 환노위 차원에서 한 것 아닌가"라며 "제가 언급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비켜섰다.

그러나 원 의원과 함께 배석한 김규한 위원장은 "정치권의 도움보다는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이 원내대표 등에게) 전달했다"면서 국정조사 반대 뜻을 전달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국정감사 이후 쌍용차 매출량이 상당히 감소됐기 때문에 국정조사가 실시되면 쌍용차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가 무너질 것으로 보여 그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 차원이나 정치하시는 분들이 현명한 판단을 해주십사 부탁했다"고 말했다.

"정리해고자 복직 추진? 국정조사 안 받으려는 면피성 얘기"

2009년 쌍용차 사태 때 직장을 잃은 한상균, 문기주, 복기성 세 사람은 11월 20일부터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차 공장 옆 철탑에서 농성 중이다.
 2009년 쌍용차 사태 때 직장을 잃은 한상균, 문기주, 복기성 세 사람은 11월 20일부터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차 공장 옆 철탑에서 농성 중이다.
ⓒ 박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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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현재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농성 중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측은 사측의 복직 추진 입장에 대해 "국정조사를 안 받으려고 면피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정리해고가 불법·부정하다고 청문회에서 확인됐는데 그에 대한 진실 여부를 가리면 되는 것 아니냐"며 "일단 정리해고자뿐만 아니라 당시 쫓겨났던 사람들에 대한 선 조치가 이뤄진 뒤에나 국정조사를 안 받게 해달라고 해야지, 순서가 잘못됐다"라고 꼬집었다.

김 지부장은 또 "(정리해고 근거가 된) 회계를 조작한 일이 들통 나고 야당에서 국정조사 등으로 압박하니깐 (복직) 얘기를 하는데 우선 할 테니 기다려봐라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당사자인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와도 협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야당 역시 쌍용차 국정조사 즉각 실시를 촉구하고 나섰다.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덕수궁 앞 쌍용차 해고노동자 농성 천막을 방문해 "2013년도에 우리 국회의 첫 번째 업무는 쌍용자동차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라고 강조했다. 또 이 원내대표가 이날 쌍용차 현장방문에서 국정조사에 대해 회의적 의견을 밝힌 것에 대해 "기대를 했었는데 역시 실망과 절망만 안겨주고 갔다"고 비판했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민주노총에서 열린 노동현안 비상시국회의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 주요 간부들, 정치인들이 오늘 쌍용차를 방문하는데 지금 고통 받고 있는 피해 당사자들을 만나는 게 아니라 회사 측으로부터 설명을 듣는 방문"이라며 "앞으로 노동 현안을 이 같은 방식으로 푼다면 박근혜 정부 5년은 5년 내내 국민과 싸우는 5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태그:#이한구, #쌍용차, #정리해고,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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