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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근, 낙동에 살어리랏다

'박정희 고향' 구미에서 기적 이룬 장세용 당선인께 드리는 글
[주장] 공업도시 구미시가 아닌, 흑두루미가 다시 찾는 생태도시 구미시를 희망합니다

18.06.15 09:11 | 글:정수근쪽지보내기|편집:김지현쪽지보내기

낙동강 최대의 철새도래지, 구미 해평습지의 몰락

맑고 깨끗한 황금빛 모래톱이 반짝이는 곳. 흑두루미, 흰꼬리수리, 물수리, 큰고니, 백로, 왜가리, 쇠기러기, 청둥오리 등 각종 국가보호종 철새와 텃새들의 보금자리였던 곳. 바로 낙동강 구미 해평습지의 이야기입니다.

해평습지는 구미해평광역취수장을 경계로 상하 수 km에 이르는 아름다운 황금빛 모래톱이 드넓게 펼쳐졌던 곳입니다. 수변 생태계가 잘 발달해 있어 각종 야생동물들과 철새를 비롯한 야생의 보고였지요. 특히 국내에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흑두루미 도래지로 명성이 드높던 곳이었습니다.

▲ 아름다운 모래톱이 드넓게 펼쳐진, 멸종위기종 흑두루미 최대 철새도래지 낙동강 해평습지의 4대강사업 전의 모습 ⓒ 박용훈

▲ 낙동강 해평습지를 찾은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가 해평습지 위를 날고 있다. 4대강사업 전의 모습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런 해평습지에 위기가 찾아온 것은 '4대강 사업' 시절부터입니다. 낙동강 최대의 철새도래지 중의 한 곳인 해평습지에 포클레인과 덤프트럭 등의 대형 중장비들이 점령해 황금빛 모래를 강탈해간 지도 벌써 8년이 넘었습니다.

독일의 유명한 하천학자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칼스루헤 공대)는 수 차례 한국에 와 4대강 사업 현장을 목격하고난 다음 국회 증언에서 그 모습을 '자연에 대한 강간'이라 비판한 바 있습니다. 그 표현은 아마도 해평습지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떠올린 말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 자연에 대한 강간과 같은 삽질이 난무하던 4대강 막개발 당시의 해평습지의 모습. 낙동강 최대 철새도래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 무시무시한 약탈이 자행된 해평습지의 이전의 모습은 이제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습니다. 철새들은 갈 곳을 몰라 우왕좌왕했습니다. 매년 찾아오던 그들의 보금자리가 망가진 것을 본 심정이 어땠을까요. 흑두루미의 입장이 돼보지 않으니 우리는 알 길이 없지요. 그러나 황망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들은 추운 시베리아의 겨울을 피해 월동지인 일본 이즈미로 날아가는 길목에서 한 번은 내려 쉬어야만 합니다.

수천 km에 해당하는 그들의 긴 여정에서 중간 기착지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그들의 생존 공간입니다. 그런 곳에다 '삽질'을 해댔고, 삽질이 끝난 지금은 거대한 칠곡보로 낙동강이 막혀 모래톱이 남김없이 물속으로 잠겨버렸습니다. 그 결과 이들은 해평습지에서는 결코 쉬어갈 수 없게 됐습니다.

▲ 4대강 삽질 후의 해평습지의 모습. 물이 가득한 호수의 모습이다. 해평호수라 불러야 할 지경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들이 궁여지책을 선택한 곳은 해평습지 바로 위인 감천 합수부입니다. 김천에서 내려오는 감천이 낙동강과 만나는 곳. 바로 이곳에 낙동강의 심각한 준설 행위로 인해 발생한 감천의 역행침식 현상으로 감천 모래가 낙동강으로 대거 밀려 내려와 낙동강 합수부에 새로운 모래톱을 형성했지요.

드넓은 개활지와 모래톱이 있어야 안전한 기착지로 선택하는 '예민한' 흑두루미는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이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곳에서 불안한 하룻밤을 보낸 뒤 일본으로 떠나갑니다.

공업도시 구미가 아닌, 흑두루미의 도시 구미시

4대강 사업 전 수천 마리의 흑두루미가 도래했지만, 4대강 사업으로 그 수는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그나마 1000마리 대를 겨우 유지하던 그 수도 지난해를 기점으로 극감했습니다. 지난 겨울 도래한 흑두루미 수는 고작 87마리뿐이었습니다. 올해는 어쩌면 더 줄어들지도 모릅니다.

▲ 지난해 감천 합수부를 찾은 흑두루미는 극감해 고작 87마리만 이곳을 찾았다. 안전한 기착지가 필요하지만, 주변에 필드골프장까지 들어서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들이 낙동강을 경유하는 경로를 포기하고 서해 경로를 택했다는 우울한 소식도 들려옵니다. 이렇게 흑두루미 수가 극감한 데는 또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물론 1차적으로 4대강 사업의 영향이지만, 구미시의 무책임하고도 몰생태적 행정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구미시는 철새도래지란 입간판을 세워둘 정도로 스스로 홍보해왔습니다. 인근 해평면의 쌀은 '흑두루미쌀'이라고 브랜딩할 정도로 해평습지는 흑두루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그런데 구미시는 흑두루미 도래지로 유명한 이곳에 4대강 사업으로 기형적으로 변한 수변공간을 활용, '필드 골프장'이란 레저시설을 들여놨습니다. 그것도 두 곳이나 말입니다. 흑두루미가 해평습지 모래톱의 대체지로 겨우 찾은 감천 합수부 바로 곁에 필드 골프장이 들어서고 있는 것입니다.

▲ 흑두루미 도래지로서 위태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감천 합수부. 이들이 안전하게 내려앉아 쉬어가게 할 수 있는 생태적 배려가 너무 아쉽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또 다른 한 곳의 골프장은 넓은 의미의 해평습지인 고아습지에 드넓게 자리 잡았습니다. 문제는 이뿐만 아닙니다. 드넓은 고아습지 사이로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를 무분별하게 내어 그곳으로 사람들이 마음껏 드나들게 만들었습니다.

고아습지는 잘만 가꾸면 천혜의 자연습지로 돌아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습지는 하천생태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공간입니다. 그곳은 물을 필요로 하는 야생동물들에겐 오아시스와 같은 공간입니다. 이곳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삶의 터전입니다. 그들의 서식처, 즉 집입니다. 이런 곳에 골프장을 만들고, 길을 닦아 무분별한 통행이 가능하도록 만들어놓은 것은 철새들과 야생동물들에게 더 이상 이곳을 찾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 천혜의 습지 자원이 될 고아습지에 드넓게 자리잡은 골프장. 이런 곳에게까지 인간이 침범해들어가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인간의 개발행위로 수많은 야생동물의 중요 서식처가 사라진 건 지난 산업화 이후 꾸준히 자행돼온 우리의 아픈 자화상입니다. 구미시 낙동강변에 들어선 국가산단이 대표적이지요. 식수원 옆에 초대형 공단을 지어놓은 것은 아마도 한국뿐일 것입니다. 점점 확대된 국가산단은 5차 산단까지 이어졌지요. 그 결과 야생동물은 밀리고 밀려 겨우 해평습지나 고아습지에서 힘겨운 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곳마저 내놓아라" 하고 있는 격입니다. 경제 개발이 최고의 가치인 시절에는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이제 자연과의 공생을 외치는 세상이 됐습니다. 무분별한 개발 행위는 미세먼지와 같은 '자연의 역습'으로 부메랑이 돼 우리에게 고스란히 돌아오고 있습니다.

더 큰 재앙이 없으려면 무분별한 개발은 단호하게 중단돼야 합니다. '자연에 대한 강간'과도 같은 4대강 사업 식의 하천개발 행위엔 철퇴가 내려져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도 하천정비사업과 생태하천조성사업이란 이름의 '지방판 4대강 사업'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가공할 '자연의 역습'에서 벗어나려면 토건 위주의 개발을 중단하고 자연을 달래야 할 때입니다. 자연과 철저한 공존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어두운 구미를 버리고, 생태도시 구미시로 거듭나기를 

구미시 행정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비록 구미는 국가산단이 들어와 있는 공업도시이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는 복 받은 도시 중 하나입니다. 명산 금오산과 고아읍, 해평면, 선산면의 드넓은 농경지 그리고 대자연이 남아 있습니다. 특히 구미는 낙동강 상류를 점하고 있는 중요한 도시입니다.

▲ 구미 도리사에서 바라본 낙동강. 구미시를 감싸안으며 흐르는 낙동강. 지금은 구미보와 칠곡보에 가로막혀 흐름을 완전히 잃은 모습이지만, 4대강재자연화를 통해 이전의 아름다운 모습을 회복해갈 수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제 구미시가 낙동강 보호에 앞장서야 합니다. 낙동강 최대 철새도래지를 지니고 있는 도시답게, 흑두루미쌀을 생산하고 있는 도시답게, 자연에 화답해야 할 때입니다.

구미시는 이제 스스로 살기 위해서라도 '박정희 근대화의 상징'과 '공업도시'라는 낡은 이미지에서 벗어나 해평습지라는 유명한 철새도래지를 지닌, 생태관광이라는 시대 화두에 걸맞은, 젊은 이미지로 탈바꿈해야 합니다. 실제 일본 이즈미시는 흑두루미 생태관광지로 유명합니다. 4대강 재자연화를 추진한다면 구미시도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낡고 어두운 구미인가, 젊고 밝은 구미인가

다행히 6.13 지방선거에서 수십 년간 장기집권해오던 일당 독재의 행정이 무너졌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박정희의 생가가 있고, 박정희 탄산제가 열리는, TK의 아성 중의 아성인 구미시에 더불어민주당 장세용 후보가 구미시장으로 당선했다는 건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는 게 세간의 평가입니다.

기적과 같은 일을 이뤄낸 구미시민과 장세용 당선인께 아낌없는 축하를 보내고 큰 기대를 거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낡고 어두운 공업도시 구미의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젊음과 밝음의 도시 구미시, 생태도시 구미시로 탈바꿈하는 진짜 기적을 이뤄내주시길 간절히 희망해봅니다.

▲ 6.13지방선거에서 경북에서 유일하게 민주당 후보로 당선된 장세용 구미시장 후보. ⓒ 조정훈

▲ 감천 합수부의 빛나는 모래톱과도 같은 이미지의 밝고 맑은 생태도시 구미시를 희망해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지난 10년간 낙동강을 줄기차게 살피고 기록해왔습니다. 구미시는 낙동강에서 아주 중요한 요지에 자라잡고 있습니다. 낙동강과 자연환경을 잘 살린다면 공단도시 구미에서 생태도시 구미시로 충분히 나아갈 수 있습니다. 생태도시 구미시를 간절히 희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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