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4.26 18:27최종 업데이트 22.04.2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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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지하철에서 승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습니다. 대중교통과 실내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필수지만 야외에서는 이제 마스크 착용이 권장사항으로 바뀌었습니다. ⓒ 이봉렬

  
전해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2차장이 지난 20일 중대본 회의에서 "방역상황에 대한 면밀한 평가와 전문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5월 초 실외 마스크 계속 착용 여부를 결정하겠다" 밝혔습니다. 그러자 윤석열 당선자 인수위에서 바로 반대의 뜻을 밝혔습니다.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부친상으로 자리를 비운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메시지라며 "실외 마스크 프리 선언은 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마치 코로나19가 없는 것처럼 모든 방역조치를 해제하는 건 현명하지 못하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코로나 방역의 상징과도 같은 마스크, 정부의 계획대로 야외에서는 벗어도 되는 걸까요, 아니면 인수위의 주장대로 현명하지 못한 일일까요? 이런 경우 우리와 비슷한 상황에서 먼저 마스크를 벗은 나라의 선례를 살펴보면 좀 더 쉽게 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마침 싱가포르가 한 달 전에 마스크에 벗었으니 그 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확인해 보면 좋겠습니다.

야외에서 마스크 벗은 싱가포르
 

2022년 1월 이후 한국과 싱가포르의 확진자 수 추세 (인구 백만명당 확진자 수) 싱가포르가 야외마스크를 벗은 날의 하루 확진자 수와 지금의 한국 확진자 수가 비슷한 수준입니다. ⓒ Our world in data

 
싱가포르는 백신 접종률 92%, 치명률 0.11 등 세계에서 가장 방역을 잘하는 나라로 손꼽힙니다. 한국도 백신 접종률 87%, 치명률 0.13으로 오미크론 이전만 해도 K방역이라는 이름으로 칭송받기도 했습니다. 1월 중순 이후 비슷한 시기에 오미크론 변이가 발생했는데 싱가포르는 2월 말에 정점을 찍고 안정되기 시작했고, 한국은 한 달 정도 늦은 3월 중순에 정점을 지나 지금은 안정되어 가고 있는 중입니다.

싱가포르는 하루 확진자가 7천 명 정도 발생하던 지난 3월 29일부터 야외 마스크를 필수 착용에서 권장 사항으로 바꾸었습니다. 대중교통 및 실내 마스크 착용은 여전히 필수지만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다닐 수 있습니다. 인구 580만의 도시 국가에서 매일 확진자 수가 만 명이 넘는데도 야외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지 않는 건 야외에서의 감염 가능성이 낮을 뿐 아니라 오미크론 변이의 유행이 정점을 지난 상태에서 더 이상의 확산은 없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은 지 4주가 지났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다들 마스크를 벗기 시작한 직후에는 확진자 수가 어느 정도 늘었다가 다시 줄어드는 모습을 보일 거라 예측했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마스크를 벗는 것과 상관없이 확진자 수는 계속 줄어들어 하루 7천 명 수준에서 3천 명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지금까지의 수치만 본다면 야외 마스크 착용과 확진자 수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싱가포르가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은 날을 기준으로 앞 뒤 4주의 확진자 수 추세입니다. 마스크를 벗는 것과 상관없이 확진자 수는 계속 줄었습니다. ⓒ Our world in data

 
물론 염두에 둬야 할 게 있습니다. 3월 29일부터 야외에서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아도 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하고 다닌다는 겁니다. 혹시 모를 코로나에 대한 감염 걱정 때문에, 지난 2년간의 습관 때문에, 실내에 들어갈 때는 어차피 다시 써야 하니까 귀찮아서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아직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 많습니다. 공원이나 산책로에서 운동을 할 때는 대부분 마스크를 벗지만, 출퇴근길에 보면 아직 반 정도는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규제는 풀어도 자율적인 방역이 이뤄지는 것입니다.

코로나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간 싱가포르

지난 4주간의 성과를 확인한 싱가포르는 이제 코로나와 관련한 거의 모든 방역 규제를 없앴습니다. 4월 26일부터는 그동안 최대 10명까지였던 모임의 인원 제한을 아예 없앴습니다. 거리두기도 제한이 없습니다. 대규모 사업장의 재택근무 인원 할당을 없애서 전 인원이 출근이 가능합니다. 회사 건물 안에서는 고객 대면 업무가 아닌 한 마스크를 벗고 일할 수도 있게 됐습니다. 제한적이지만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된 겁니다.


공연장이나 행사장의 경우 이제까지는 정원의 75%만 입장 가능했는데 그 제한도 없앴습니다. 유일한 예외는 춤과 노래가 허용되는 유흥업소인데 여기는 정원의 75% 인원 제한을 계속하기도 했습니다. QR코드 스캔을 통한 방문자 확인도 이제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해외에서 싱가포르에 입국할 때 비행기 탑승 전 코로나 검사를 없앤 것입니다. 백신 접종만 확인되면 코로나 검사 없이 싱가포르 방문이 가능한 것입니다. 한국에 입국하기 위해서 비행기 탑승 전 48시간 이내에 코로나 검사를 받고, 한국 도착 후 다시 코로나 검사를 받는 것과 비교하면 부럽기만 한 조치입니다.

이제 싱가포르는 코로나 발생 이전의 모습으로 완전히 회복되었습니다. 한국은 백신 접종률, 치명률, 의료 수준 등 방역과 관련한 거의 모든 조건이 싱가포르와 유사합니다. 지금의 확진자 수와 감염재생산 지수를 보면 야외 마스크 착용을 허용하던 4주 전의 싱가포르와 거의 같은 수준입니다.
 

싱가포르의 공원에서 한 가족이 마스크를 벗고 산책을 하고 있습니다. 3월 29일부터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됩니다. ⓒ 이봉렬

 
싱가포르의 사례에 비춰 보면 우리가 지금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4주 지나면 확진자수가 늘어나는 대신 아직 남은 방역 규제마저 다 풀고 해외 방문자를 코로나 검사 없이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더 큽니다. 우리도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저의 판단입니다. 

이제 안철수 인수위원장에게 묻습니다. 지금 한국의 상황에서 "실외 마스크 프리 선언은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근거가 무엇입니까? "마치 코로나19가 없는 것처럼 모든 방역조치를 해제하는 건 현명하지 못하다"면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것입니까? 경황이 없을 상중에도 굳이 의견을 낸 이유를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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