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1.18 06:07최종 업데이트 22.01.18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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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넷플릭스는 한국 드라마가 석권한 지 꽤 됐다. 최근엔 드라마도 아닌 예능 프로그램 <솔로지옥>이 1위를 했고, <낭만닥터 김사부>처럼 한국에선 이미 오래전에 종영된 드라마가 새롭게 서비스되면 순식간에 상위권을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1월 15일 현재 일본 넷플릭스 종합 톱10 순위를 보면 한국드라마 및 예능 프로그램이 무려 여덟 개나 들어가 있다. 랭킹에 하도 오래 머무르는 바람에 이젠 좀비드라마라 불리는 <사랑의 불시착>과 <이태원클라쓰>를 비롯해 <그해 우리는>, <연모>, <왕이 된 남자>, <미녀 공심이>,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낭만닥터 김사부>, <솔로지옥>이 바로 그것들이다.

일본 넷플릭스지만 일본 드라마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소설 원작을 기반으로 제작된 드라마 <일본침몰>이 반짝 랭킹에 올라오긴 했지만 이내 사라졌고, 간혹 랭킹에 올라오는 일본작품은 십중팔구 애니메이션이다. 지금 한국 드라마 홍수 속에서 그나마 분전하고 있는 <주술회전>과 <귀멸의 칼날-유곽편> 역시 애니메이션이다.


이러한 현상은 <사랑의 불시착>의 메가히트, 그리고 코로나 시국이라는 사회적 상황 때문에 정착돼 버렸다. 일본의 유료정액제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점유율은 2021년 현재 아마존 프라임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넷플릭스와 아마존이 정확한 가입자 수를 발표하지 않아 각 매체가 세대별 조사를 하는데 10%에서 15%대로 나온다. 이는 일본 넷플릭스가 비상장 합동회사로 등록되어 있어 공시 의무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 넷플릭스는 2020년 9월 "8월말 시점에서 유료회원은 500만 명을 돌파했다"며 "작년보다 200만 명이 늘어난 것으로 할리우드 영화, 한국 드라마, 애니메이션이 증가 요인"이라고 말한 바 있으며, 온라인매체 <시네마카페넷>은 2021년에 넷플릭스가 19.5%의 점유율로 12.6%를 기록한 아마존프라임을 제쳤다며 "2022년에도 넷플릭스의 쾌진격은 계속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베 정조준한 사회파 드라마
 

넥플릭스 드라마 <신문기자> 포스터 ⓒ 넷플릭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월 13일 일본에선 거의 사라지다시피한 본격 사회파 드라마 <신문기자>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공개돼 화제를 끌고 있다. 이 드라마는 극을 이끌어가는 핵심 역할 '요시오카 에리카' 역을 맡을 일본 배우가 없어 심은경을 주연으로 기용해 한국에서도 관심을 모았던 영화 <신문기자>(후지이 미치히토 연출, 2019년 개봉)의 확장판이다.

관록의 여배우 요네쿠라 료코, 떠오르는 신성 요코하마 류세이, <야쿠자와 가족>에서 엄청난 연기력을 보여준 아야노 고를 비롯해 데라시마 시노부, 요시오카 히데타카, 유스케 산타마리아 등 일본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한 것도 화젯거리였지만, 그들이 다루는 사건이(물론 감독은 실제 사건과 관련 없는 픽션이라 말하지만) 누가 봐도 아베 정권의 최대 스캔들인 모리토모 학원을 정면으로 고발한다. <신문기자>는 그 과정에서 도쿄올림픽 개최 스캔들과 일본 최대 광고기업 덴쓰의 과로사 문제, 아베 정권의 미디어 장악, 내각정보조사실의 불법 민간인 사찰, 미숙한 코로나 대처까지 능숙하게 버무려 넣었다.

사실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은 7년 8개월간 지속된 아베 정권이 일본사회와 정치를 엉망으로 만든 시초가 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도쿄스캔들 두 번째 이야기 <기미가요 부르는 극우유치원, 사람 죽인 '아베 기념 소학교'>(http://omn.kr/1rfx7) 참조) 이 사건의 본질은 단순한 관료들의 촌탁(忖度, 윗사람의 마음을 미리 헤아려 일을 진행시키는 행위)이 아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 연합뉴스

 
드라마에서도 매우 잘 묘사돼 있지만, 모든 위조의 시작은 아베 총리의 국회 답변 때문이었다. 당시 모리토모 학원법인의 초등학교 및 유치원의 명예교장은 총리부인 아베 아키에였다. 모리토모 학원은 초등학교를 설립할 학교 부지를 긴키재무국으로부터 시세의 약 10분의 1 가격이라는 헐값으로 매입했다. 2017년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이 매입과정과 가격을 둘러싼 국회 공방이 몇 개월간 지속됐다. 그리고 2017년 2월 17일 열린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아베 총리가 다음과 같은 폭탄발언을 했다.
 
"계속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데, 저는 물론 아내도 이번 매각 허가, 또는 국유지 헐값 매입에 있어 관계가 없습니다. (중략) 만약 저나 저의 부인이 관여돼 있다면 그 때는 틀림없이 제가 총리대신은 물론 국회의원직도 관두겠습니다."

모리토모 스캔들과의 엄청난 싱크로율

<신문기자>는 당시의 상황을 매우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아베 총리의 오른팔로 불렸던 이마이 다카야 특별보좌관을 모델로 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나카가와 총리특보가 본청 재무국장을 불러 "귀찮아지겠지만 어쩌겠나? 총리가 저렇게 말해버렸으니……. 그나저나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겠지?"라고 말한다.

재무국장의 명령을 받은 주부재무국(실제에선 긴키재무국) 직원들은 양심의 가책을 받으면서도 기존 자료에서 총리와 총리 부인의 흔적을 지우는 위조 작업을 행한다. 이 위조 작업에서 가장 고통스러워했던 스즈키는 결국 자살한다. 스즈키가 연기한 현실인물은 2018년 3월 7일 목숨을 끊은 아카기 도시오다. 그는 긴키재무국 발령 이후 계속되는 공문서 위조 작업에 대한 양심의 가책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드라마의 내용이 이렇다 보니 싱크로율이 어마어마하다. 보는 순간 누가 누군지 바로 알 수 있으며, 영화 <신문기자>의 주요 테마였음에도 불구하고 러닝타임 제약으로 인해 제대로 다룰 수 없었던 내각관방 산하 내각정보조사실의 불법 민간인 사찰, 여론 환기 및 정보조작도 보다 구체적으로 묘사된다. 특히 도쿄올림픽 유치와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을 덮기 위한 리크(정보유출), 메신저 공격 등은 실제 아베 정권 시절 행해졌던 수많은 정보조작과 언론 길들이기 수법을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모리토모 학원의 미즈호 구니 기념 소학원 교사 건설 당시의 모습. 2017.2.15 ⓒ 중의원 후쿠시마 노부유키 사무소

 
한편 모리토모 학원 문제는 2018년 해당 재무국 직원 24명에 대한 불기소 처분이 내려져 형사책임의 향방은 더 이상 추궁할 수 없게 됐다. 유일하게 남은 진상규명을 위한 민사소송(아카기 씨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1억 1250만 엔의 국가배상청구소송)도 기시다 내각이 인락(認諾, 재판 전에 상대방 요구 조건을 무조건 승락하는 결정) 방침을 결정해 공식적으론 더 이상 밝힐 길이 없다. 당연히 아베 신조 부부의 지시 및 관여 여부도 미궁 속에 빠져 버렸다.

현실은 엉망이 되어 버렸지만, 현실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이 작품에 대한 인터넷의 반응은 매우 뜨겁다. 일본 최대의 평점사이트 필마크스(Filmarks)의 평점은 5점 만점에 4.2점으로 호평이 자자하다. 무엇보다 극중에 등장하는 가공의 캐릭터 기노시타 료(요코하마 류세이 분)에 자기 스스로를 투영시킨 젊은 층의 반응이 인상적이다.

드라마에서 기노시타 료는 일본의 정치나 사회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는 대학생으로 등장하지만, 일련의 사건을 통해 사회적 각성을 하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쏟아지는 호평 "넷플릭스가 일본 구세주"
 
"류세이를 보면서 완전 지금의 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나도 정치나 사회 그런 거 하나도 몰랐는데 모리토모 학원 사건이 이런 것이었구나. 정말 반성하게 돼."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 당시) 솔직히 야당이 맨날 왜 저런 말도 안 되는 공격을 반복해서 해대는지 짜증났었는데, 이거 보니 정말 어마어마한 사건이었구나. 아베에 대한 호감도가 다 사라졌어. 아카기 도시오 님, 명복을 빕니다."
 

넥플릭스 드라마 <신문기자>의 한 장면 ⓒ 넷플릭스

 
한편 '넷플릭스'이기 때문에 이런 드라마가 나올 수 있다는 의견도 많았다.
 
"덴쓰의 하수인이 되어버린 일본 지상파는 절대 이런 이야기 못 만들지. 정권, 덴쓰, 매스컴 전부 까고 있는 이런 드라마를 지상파가 만들 수가 없잖아. 넷플릭스가 쇠락하는 일본 민주주의의 구세주가 될지도 몰라."

"한국 드라마 팬으로 말하지만 일본 드라마도 이렇게 잘 만들 수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런 사회파 크리에이터들이 아베 정권 들어서서 온갖 탄압을 받으며 작품을 만들 기회를 못 잡고 있었으니 한국 드라마가 석권하는 거지. 넷플릭스가 일본 작가들을 많이 응원해줬으면 좋겠다. 일본사회를 위해서 말야."

드라마 <신문기자>에 대한 극찬의 향연을 접하며 모리토모 문제를 비롯 아베 정권시절의 온갖 스캔들에 대해 1년 6개월간 써 온 나는 물론, 일본 내 수많은 비판적 지식인들의 감회가 새롭지 않을까 한다. 모리토모 학원 문제를 아무리 글로 풀어쓴다 한들 그 수많은 관계도를 설명하기란 힘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읽는 사람도 별로 없다. 영향력이 생길 수가 없는 구조였다.

그런데 6회 짜리 드라마 <신문기자>가 아베 정권의 상징적 스캔들을 매우 알기 쉽고 흥미롭게 설명해 버렸다. 드라마를 본 사람들은 한결 같이 기분 좋은 충격을 받았다며 호평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넷플릭스의 지원을 받아 지상파에선 절대 볼 수 없는, 이러한 사회파 드라마가 많이 나온다면 어쩌면 넷플릭스가 정말로 일본을 구원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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