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6.09 07:31최종 업데이트 21.06.09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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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에서는 6개월 이상 이어진 록다운 끝에 드디어 식당 야외 영업이 가능해졌다. 지난 5월 22일,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동네 식당을 찾았다. 

"코로나 검사 결과 있어요?"

식당 주인이 묻는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려면 당일에 코로나 검사를 필수로 받아야 한다. 실망도 잠시, 바로 옆에 코로나 신속검사소가 있다. 식당 주인은 익숙한 듯 그곳에서 검사를 받으라고 권한다. 
 

무료 코로나 신속검사소로 변신한 독일 베를린의 치킨집 ⓒ 이유진

 
간판은 '치킨 헌터(Chicken Hunter)'. 치킨 요리를 팔던 가게다. 들어가 보니 메뉴판이 그대로 걸려 있다. 손님 테이블은 모두 치웠다. 접수대 테이블 하나만 놓고 직원들이 앉아있다.

이들은 신분증을 검사하고 인적 사항을 등록한다. 대충 가림막을 쳐 놓은 곳으로 가서 검사 키트로 코의 점액을 채취한다. 긴 면봉을 코에 넣는 직원의 마스크가 반쯤 내려가 있다. 

밖에서 10분쯤 기다리니 결과가 나왔다. 음성이라고 한다. A4 용지에 바로 인쇄한 결과지를 받았다. 도장도 서명도 없다. '이 정도면 집에서 만들 수 있겠는데?' 라는 생각이 든다. 어찌되었든 이 서류로 식당에 들어갈 수 있었다. 
 

치킨집 검사소에서 받은 코로나 검사 결과지. ⓒ 이유진

 
일상이 된 코로나 신속검사

독일에서는 코로나 신속검사가 일상이 됐다. 외식을 하거나 상점에서 쇼핑을 하려면 당일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 6월 4일 완화된 조치에 따르면 식당 내부에서 식사를 할 때만 코로나 검사를 받으면 된다. 학생들도 등교일마다 스스로 코로나 검사를 한다. 연령대가 높은 사람과 만나는 경우 코로나 검사를 받고 만나는 게 '예의'가 됐다. 


삶에서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할 일이 많아지자 검사소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상점가가 몰린 곳에는 어김없이 무료 검사소가 보인다. 시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지만, 일반 자영업자들도 간단한 절차를 거쳐 검사소를 열 수 있다. '치킨 헌터'가 바로 그런 사례다. 

치킨집뿐만이 아니다. 카페, 오락실, 네일숍, 물담배바 등 영업을 중단해야 했던 가게 상당수가 코로나 검사소로 문을 열었다. 

현재 베를린에서 운영 중인 민간 검사소는 1200여 개에 이른다. 매주 100건이 넘는 신규 신청자들이 있다고 한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에서는 3월 중순 기준 민간 검사소가 1862개였다. 4월 중순에는 5776개, 5월 중순에는 8735개로 증가했다.  

형태도 다양하다. 간이천막부터 컨테이너, 미니 트럭 등 임시 설치물도 있지만 상점 자체를 바꾼 경우도 많다. 
 

코로나 검사소로 변한 성인 오락실. 기사의 사건 내용과 관련 없음. ⓒ 이유진

  

독일 대형 맥주집 옆에 설치된 코로나 신속검사소. 기사의 사건 내용과 관련 없음 ⓒ 이유진

 
영업 중단 상점들, 코로나 검사소로 '컴백'

자영업자들이 자신들의 가게를 코로나 검사소로 바꾸는 이유는 분명하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는 코로나 검사 1건 당 18유로를 지원한다. 치킨 요리 1인분을 파는 것보다 훨씬 더 돈이 되는 장사다. 하루에 코로나 검사 50건만 해도 정부로부터 900유로를 받는다. 

허가 절차도 어렵지 않다. 영업장의 위생 및 공간 활용 계획을 서면으로 내고, 온라인으로 검체 채취 교육만 받으면 된다. 기나긴 록다운으로 6개월 넘게 장사를 할 수 없었던 자영업자들에게 한줄기 빛이 된 셈이다.

민간 검사소가 많이 생기면서 관리 감독은 어려워졌다. 검사 결과에 대한 신뢰성 문제, 검사 인원을 거짓으로 청구해 부당이득을 취하는 사례도 적발됐다. 

독일 공영방송 WDR, NDR과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Süddeutsche Zeitung)>은 지난 1일 민간 코로나 검사소의 운영 실태를 고발했다. 메디칸(MediCan)이라는 회사는 독일 전역 36개 도시에서 코로나 검사센터 54개를 운영했다. 대부분 대형 매장 주차장에 천막을 친 간이 검사소 형태였다. 

기자들이 검사소 여러 곳을 하루 종일 지켜본 결과 실제 검사를 받은 인원과 신고된 인원수가 달랐다. 한 대형 철물점 앞에서는 하루에 100명 정도 검사를 받았지만, 검사소는 422명이 검사를 받았다고 보고했다. 대형 가구 매장 앞에서는 하루에 550명이 검사를 받았는데, 1743명이 검사를 받았다고 보고했다. 3배가 넘는 부당이득을 취한 것이다. 언론 보도가 나간 지 하루 만에 검찰이 바로 수사에 착수했고 검사소 운영자는 결국 구속됐다. 

연방정부 보건부와 각 주정부는 이러한 사례를 막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꾸리기로 했다.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검사 건당 받는 비용도 현 18유로에서 12유로로 조정할 계획이다. 
 

베를린 강변의 평화로운 일상. 야외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가 없다. 고로 아무도 쓰지 않는다. ⓒ 이유진

 
자영업자들에게 코로나 검사소 운영을 허용한 건 방역 때문만이 아니다. 오랜 록다운으로 지친 자영업자들을 지원하는 대책이기도 했다. 급하게 정책을 추진하다가 방역은 물론 자영업자 지원에도 실패했다. 배부른 사기꾼만 남았다. 독일의 방역 정책이 또 한번 체면을 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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