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5.11 09:14최종 업데이트 21.05.1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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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이 우리 곁을 떠난지도 어언 3년이 흘렀다. 그의 3주기에 즈음하여 노회찬 재단은 오마이뉴스와 함께 공동기획으로, 4월 16일부터 매주화요일과 금요일에 [우리시대 '6411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의 정치실천: 기록으로 기억하다] 기록 연재를 시작한다.[편집자말]
(*지난 기사 [6411 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 청년과 노회찬 ①에서 이어집니다.)

'호빵맨 노회찬의 호프데이'
 

2007년 6월 27일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한 노회찬은 민주노동당 경기도당 청년위원회가 연 '노회찬 후보와 함께하는 2030 호프데이'에 참석했다. ⓒ 노회찬재단

 
2007년 6월 27일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한 노회찬은 민주노동당 경기도당 청년위원회가 주선한 '노회찬 후보와 함께하는 2030 호프데이' 자리에 갔다(한국NGO신문, 2007.6.28.).

"정신연령은 여러분과 비슷한 23세이고 별명은 '호빵맨'입니다. 현재 일곱 번째 일정 중입니다. 이 자리가 가장 마음 편안합니다. 즐겁고 유익한 일이 많이 생길 듯합니다. 짧지만 유익한 시간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노회찬의 인사말이 끝나자마자 환호와 박수가 터졌다. 뜻밖이라는 표정이 청년들의 얼굴에 나타났다. 정당 대선후보의 첫 인사치고는 파격적인 것이다. 정치인과의 만남에서 흔히 나타나는 경직된 분위기를 한 순간에 해소시킨 발언이었다.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 프로그램 중 '맞아 맞아 베스트5, 2030 청년 100명에게 물었다'라는 코너가 있었다. 청년들이 가장 큰 고민은 취업문제 직장문제와 연관된 미래에 대한 불안이었다. 1위가 사회 양극화 해소, 2위가 경제 활성화, 3위는 굴욕외교 청산, 4위는 청년실업문제와 비정규직 문제 해결. 노회찬은 청년들의 설문조사를 보고 난 후 느낀 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민주노동당 경기도당 청년위원회가 2007년 6월 27일에 연 '노회찬 후보와 함께하는 2030 호프데이'. 사진은 '2030년 청년에게 물었다 베스트5'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 노회찬재단

 
"결과를 보니 대부분 생활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참으로 의미심장한 결과고 건강한 답변이다. 또, 외교 문제 거론한 것을 보니 청년이 살아있음을 느낀다."

이어 노회찬은 역사적으로 볼 때 중요한 순간(5.18민주항쟁. 6.10항쟁 등)마다 청년들의 역할이 있었다"면서 청년들의 투표 참여를 강조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고 이것을 표현하는 것이 투표다. 때문에 투표를 포기하는 것은 권력을 포기하는 것이다. 만약 권리행사 안하면 정치인들이 자기 마음대로 정치를 할 것이다. 여러분이 투표참여 안하면 후배들도 하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청년들이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노회찬과 청년 잉여들의 낮술토크'

2012년 1월 26일 청년유니온이 주최하는 정치참여 특별연속 기획 강좌 두 번째 시간 '노회찬과 청년 잉여들의 낮술토크'는 그 이름처럼 유쾌한 건배사로 시작됐다. "장하다, 청년! 사랑한다, 청년! 힘내라, 청년!"

낮술토크에서 김영경(청년유니온 위원장)은 "노회찬 통합진보당 대변인과는 술을 한잔하면서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아 '낮술토크'라는 콘셉트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노회찬은 "유시민은 아카데믹(학구적)하다더니 저는 알코올홀릭(알코올 의존자)한 건가요?"라며 특유의 입담을 과시했다(<오마이뉴스>, 2012.1.27.).
 

2012년 1월 26일 오후 3시에 열린 '노회찬과 청년 잉여들의 낮술토크'에서 김영경 청년유니온 위원장과 노회찬 통합진보당 대변인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 김경훈


핵심은 청년문제였다. 김영경이 "외부에서 보기에는 통합진보당에 특별한 청년 정책이 없는 것 같다"고 말문을 열자, 노회찬은 "통합진보당이 아직 내부 정리 중이라 정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일 뿐"이라며 "청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의무고용할당제, 청년의무고용부담금제, 청년 실업수당 제도 도입 등의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들의 고용인원에 일정 비율을 청년들을 의무고용토록 하는 청년의무고용 할당제를 도입하고 이 할당 비율을 지키지 못하는 기업으로부터는 부담금을 징수해서 청년들을 고용하는 다른 기업에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노회찬은 이 제도의 도입 필요성과 관련해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서 자영업 시장으로 몰려들면서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이 미국과 비교해 4배에 이른다"며 "이 결과 자영업자의 소득 수준이 임금노동자의 소득 수준에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자영업이 중산층의 요람이 아닌 무덤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청년들이 대학교 졸업 후 일자리를 구하는 데 평균 1년 6개월이 걸리고, 첫 직장을 구한 이후에도 다니는 기간이 평균 1년 8개월여 정도에 불과하다"며 "아직 첫 직장을 구하지 못한 청년들과 퇴사 후 실직자 상태인 청년들을 위한 청년 실업수당제도의 도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회찬은 "역대 정권 중 일자리 창출 약속을 지킨 정권은 단 한 정권도 없었다"며 "최근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앞 다투어 복지정책을 남발하는데 노동에 대한 고민이 빠진 복지정책은 사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고영철, 노동 없는 복지는 사기다, <레디앙>, 2012.1.26.).

청중의 관심은 거시 정책보다 직접 눈에 보이는 것에 있었다. 한 참가자가 모두 생각했지만, 입 밖에 꺼내기 힘든 질문을 던졌다. "통합진보당이 정말 청년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청년유니온의 김영경 위원장을 붙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노회찬은 솔직하게 답변했다.

"청년유니온은 진보정당과 함께 가야 한다. 가장 DNA가 비슷하지 않겠느냐. 송충이는 소나무에 살아야 된다. 청년유니온의 문제의식이 진보정당과 만날 때 해결의 길을 가장 잘 찾을 수 있지 않겠나. 아침에 신문을 보고 '쇼크'를 받았다. 다시는 그런 쇼크를 받고 싶지 않다. (웃음)"(오마이뉴스, 2012.1.27.).

'청년당당 토크콘서트 Talk 2 U'
 

2016년 6월 22일 노회찬이 이화여대 ‘청년당당 토크콘서트’에 초대돼 청년들과 만나고 있는 모습. ⓒ 노회찬재단

 
2016년 6월 22일 노회찬(정의당 원내대표)은 이화여대 '청년당당 토크콘서트'에 초대되어 <노회찬의 No Show(노 쇼)>라는 특별한 제목으로 청년들과 만났다. 높은 곳에 서서 학생들을 내려다보지 않기 위해 강단이 높지 않은 평범한 강의실에서 함께하게 된 특별한 토크콘서트였다.

무겁고 딱딱한 정치적 이슈들도 물론 이야기를 했지만, 청년들과 관계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오랜만에 대학교 강의실에 섰기 때문인지 노회찬의 강연이 더욱 힘차고 밝게 느껴졌다는, 사이다 같은 '말빨'을 유감없이 뽐냈다는 후문이 있기도 했다. 

모두발언 격의 짧은 강연이 있은 뒤에 학생들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알차게 답변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직접 눈을 마주치고 질문하기 부담스러워하는, 부끄러워하는 청년들을 위해 접착식 메모지로 받은 질문에 대해 노회찬은 청년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정치현안, 노동유연화 등 노동문제, 통일과 대북정책에 관한 견해, 정의당의 아쉬운 점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열띤 대화가 이어졌다. 대화를 마칠 무렵 청년들에 대한 기대와 좋지 않은 상황에 대해 노회찬은 솔직하게 말했다. '보좌진들 중 20대 청년이 4명이나 된다'는 이야기도 살짝 곁들이며. 다음날 노회찬 의원실은 트위터에 강연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다.

"젊은이들 앞에서 한없이 즐거운 #젊은_노회찬  
대한민국 청년은 아름답다! #노회찬도_아름답다"


[잠깐] '웃픈' 이야기 하나 

2015년 3월 25일 한양대학교가 김무성(새누리당 대표)의 강연을 위한 대관은 승인하고, 같은 날 진행할 예정이었던 노회찬(정의당 전 대표)의 강연 대관 승인은 불허하는 일이 발생했다.

김무성은 교양 강좌 형식으로 초청돼 한양대에서 학내 강연을 열었다. 같은 날 노회찬 전 대표 또한 학내에서 강연을 진행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한양대 모 단과대학은 외부 인사 초청 강연의 연사가 노회찬이라는 사실을 알고 뒤늦게 대관 승인 취소 통보를 했다. 이유는 외부인사라서 학내가 소란스러워질 염려가 있다', '정치적으로 편향돼 부담스럽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한양대 측의 불합리하고 일관성 없는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노 전 대표는 안 되면서 김 대표는 되는 그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혹여 이러한 결정 배경에 그 어떤 정치적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질타했다(유하라, 한양대의 정치학? 김무성 '비정치적', 노회찬 '정치적': 똑같은 정치인에 전혀 다른 두 개의 잣대, 레디앙, 2015.3.25. 참조).

"21세기 일자리 문제는 개인의 노력이 아니라 국가가 해결해야 할 문제"
 

2012년 1월 18일 노회찬 통합진보당 대변인이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 유성호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노회찬(통합진보당 대변인)은 4월 7일 KBS 심야토론(4.11 총선기획: '공약점검, 이것이 민생이다')에 출연해 방청객들과 청년실업과 청년일자리 창출 관련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 질문 : 노동시간 단축해서 일자리 나눠야 된다는 얘기는 십수년간 해온 얘기다. 노동계가 노동시간 단축은 동의해도 임금삭감은 동의 안 해서 합의가 안 되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합의를 이끌어낼 특단의 대책이 있는가? 공공부문과 대기업의 5% 고용할당제라는 것이 자본주의 시장질서를 갖고 있는 나라에서 가능한 것인가? 

- 노회찬 답변 : "노동시간 단축을 하려면 임금인하가 필수적이라고 하는데 저도 동의한다. 어느 폭으로 어떻게 인하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다. 그리고 일자리 창출은 가장 기초적인 복지인데, 이에 대해 왜 기존에 고용된 사람들만이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가.

정부는 비용하나 안들이고 일자리를 창출하려고 하는가. 정부가 30조 들여 4대강 사업하면서 일자리 34만 개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국 만들어진 일자리는 1만여 개에 불과하다. 일자리 한 개 만드는 데 돈 얼마나 들었나. 이것을 현재 고용된 노동자들에게만 그 비용을 전가시킬 문제가 아니고, 적절하게 배분해야 된다고 본다." 

"청년고용의무할당제는 지금도 사실상 하고 있다. 청년고용촉진법을 보면 공기업과 공공기관에 매년 상시고용인원의 3% 정도 하도록 되어 있지만 이건 권고사항에 불과하다. 그래서 전혀 이행이 안 되고 있다.

그래서 청년고용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때까지, 영구적으로 가야 한다고 보고 있진 않지만, 해결될 때까지는 공기업과 공공기관, 대기업에서 5% 정도 의무고용을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지금 장애인도 5% 의무고용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것도 자본주의 시장질서에 대해 일정하게 통제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필요하다면 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중소기업의 일자리가 질이 떨어지고 그래서 안 가는 것이 문젠데, 그러면 질좋은 중소기업 일자리를 만들어야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을 제대로 육성하고 대기업으로부터 수탈당하는 현재의 관행을 개선해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의 경우)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질나쁜 중소기업 일자리를 그대로 유지한 채 여기에 장학금을 빌미로 강제로 배치하는 식으로 해서 되겠느냐, 여기에 대해 새로운 대책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우리나라가 전세계에서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역시 가장 극심한 나라이고, 비정규직이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에 대해 50%도 안 되는 임금을 받는 실정에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비정규직도 일자리인데 왜 거기 안 들어가느냐, 안 들어가는 사람들 자세가 문제 아니냐'고 하고, 또 거기 들어가도록 유인하기 위해 장학금 줄 테니 들어가라, 나오면 장학금 회수하겠다. 이런 식으로 대응해서 되겠는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단계적으로 철폐해 나가는 대책 없이는 일자리 문제가 전혀 해결될 수 없다. … 21세기에 일자리 문제는 국가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개인의 노력에 의해서 잘난 사람만 좋은 일자리 갖는 시대는 이제 끝나야 된다고 본다. 어느 경제학 교과서에 여론의 압박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얘기가 있나. 기업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하겠나, 황당무계한 얘기다."
 

2012년 3월 9일, 노원청년회가 주최한 '노회찬과 노원청년들의 토크 박스'에 참석한 노회찬. ⓒ 노회찬재단

 
2012년 3월 9일, 19대 총선을 앞두고 노원청년회가 주최한 '노회찬과 노원청년들의 토크 박스'에 초대를 받았다. 노회찬은 '청년들이 생각하는 가장 시급한 여섯 가지 청년문제'로 고른 반값등록금, 일자리, 스펙, 주거문제, 비정규직, 삼포시대 등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 청년들이 질의를 하면 노회찬이 답변하는 방식으로 시작된 토크박스는 폭넓은 청년들의 질의에 대해 한 가지씩 차분히 제시하며 결론적으로 "강자만이 살아가는 것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답변했다. 
  
19대 총선에 통합진보당 후보로 서울 노원병에 출마한 노회찬은 세 번째 핵심공약으로 '청년 프로젝트 실현'을 밝혔다. 그 목록을 열거하면 이렇다(삼성X파일 사건으로 의원직을 상실당한 '19대 국회의원 노회찬'의 활동 기간은 8개월 남짓에 불과했다). 
 
▲ 청년의무고용할당제 도입 
▲ 문화·교육·생태분야 청년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 청년 실업수당 지급
▲ 반값 등록금 입법
▲ 학력·학벌차별금지법 제정
▲ 권역별 계열특성화 등 국립대 체제개편
▲ 1인 가구 임대주택 확대 및 전세자금 융자 등 청년주거대책 마련
▲ 군 복무기간 단축 및 사병임금 대폭 인상 등 군생활 개선

2014년 <오마이뉴스> 구영식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노회찬은 청년실업과 일자리 문제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관련해 이런 말을 했다(노회찬, <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 비아북, 2014, 236쪽). 

"박정희 때는 1% 성장하면 30만 개의 일자리가 생겼다. 노무현 정부 때는 1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고, 이명박 정부 때는 8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지금 우리나라가 4% 성장한다고 했을 때 성장을 통해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32만 개에 불과하다. 박정희 시대 때는 8% 성장하면 240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지금은 옛날보다 훨씬 적다. 그러니까 실업자, 청년실업 문제가 생긴다. 그러면 성장으로 만들어지는 일자리 외에 다른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옛날에는 성장으로 많은 것이 해결됐는데 지금은 성장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이 많으니까 그 부분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아주 적극적인 노동시장 개입 정책이 필요하다.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이 경제를 굴리고 선순환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기록 연재 | 조현연 노회찬재단 특임이사

[6411 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 청년과 노회찬 ③과 ④는 5월 14일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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