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2.09 12:50최종 업데이트 21.02.09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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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째 계속된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일상적인 삶이 무너지고 사회가 변하는 요즈음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말이 있다. 변이와 진화 그리고 적응이라는 말이다.

우리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됐다", "인건비 줄이려고 무인 카페가 등장하고 무인 편의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다. 카페와 편의점이 진화하고 있다", "사람들이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있다" 등의 소식을 접한다.


변이와 진화, 적응은 인류학의 핵심 주제이며 따로 떼어 설명할 수 없는 관계다. 변이란 사람과 사람, 집단과 집단 사이의 생물학적 차이를 말하며, 진화는 변이가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준다. 적응이란 사람과 집단의 행위가 이로운 방향으로 가는 것을 뜻한다.

이번 글에서는 먼저 생물체를 연구하는 모든 과학의 중심 주제인 진화를 살펴본다. 일부 학자는 생명체에 작용하는 진화가 아직 완전히 증명되지 않은 하나의 이론이라고 주장하나 진화가 이론이 아닌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수많은 증거가 있다.

모든 동물과 식물이 서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불과 한 세기 반 전 다윈(C. Darwin)과 월리스(A.R.Wallace)의 연구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많은 위대한 생각이 그랬던 것처럼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가 일어난다는 그들의 생각은 복잡하지 않고 간단하다. 그러나 그들은 자연선택이 진화의 요인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개체변이가 일어나는 원인과 부모의 특징이 자식에게서 나타나는 이유는 알지 못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유전학자들은 다윈 등이 관심을 가졌던 생명체를 종과 개인 그리고 세포와 분자 단위까지 연구하여 개인의 유전 특징이 다음 세대에 어떻게 전달되는지 밝혀 사람을 이해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진화에 대한 사람들의 견해는 다윈을 기점으로 다윈 전후 시기, 다윈 시기, 그리고 현대로 나뉘며, 시기마다 자연 세계에 관한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새로운 주장들이 나타난다. 한 예로 다윈 이전 시기에는 성경에 근거하여 지구는 BC 4004년 10월 23일 일요일 정오에 창조되었다는 내용이 절대 진리로 받아들여졌지만, 이후 과학의 발달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내용을 더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우주는 오직 하느님 한 분이 창조했으며 지구의 생명체는 현재의 모습 그대로 창조되었다는 성경의 창세기에 바탕을 둔 전통 시대의 믿음은 점차 자연세계에 관심을 가진 과학자들의 도전을 받게 되었으며, 축적된 학문적 성과를 바탕으로 19세기에 다윈의 진화론이 탄생하게 되었다.

그의 가설은 "생명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고 때때로 변화에 의해 새로운 생명체가 생겨난다"라는 이전부터 내려온 생각에 기초한다. 다윈은 생명체의 변이 과정과 환경에 더 잘 적응하는 개체의 선택을 자연선택이라고 부르며 진화의 직접적인 요인으로 파악하였다. 다윈의 업적은 진화를 발견하지는 않았으나 진화에 관한 증거와 이론을 제공하였다는 데 있다. 즉, 종들은 하나하나 창조된 것이 아니며 자연선택이 생명체 사이에서 변화의 직접 원인이라는 점을 밝혔다는 데에 있다. 이런 다윈의 자연선택이란 개념은 사람이 사물을 인식하는 데에 혁명을 일으켰다.

그러나 다윈은 진화를 일으키는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자식이 부모의 특징을 이어받는다는 것은 알았지만, 새로운 형태와 구조를 지닌 생명체가 어떻게 생겨나는지는 알지 못했다. 이 점은 멘델의 유전학 연구가 해결해 주었다.

멘델 이후 발달한 유전학의 여러 연구 성과를 집대성해 현대진화론이 완성되었는데, 현대진화론에서는 진화를 '한 집단의 유전자 구성 빈도가 세대가 지남에 따라 변하는 것'(a change in allele from one generation to another)이라고 정의하며 점진적인 진화(phyletic gradualism)와 개체 내에서의 변이(variation)를 인정하였다.

그리고 돌연변이(mutation), 유전자 표이(genetic drift), 유전자 이동(gene flow), 그리고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을 진화의 요인으로 정의하며 이 중 자연선택을 진화를 추진하는 요인이라고 보았다. 1970년대에 계단평형설(punctuated equilibrium)이 발표되어 생명체의 변화는 다윈의 방법과 혼용되어 진행된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이렇게 20세기에 오면서 학자들은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과 멘델의 유전학 연구성과를 발전시켰다. 1950년대 유전자 구조의 발견과 이에 따른 비약적인 연구는 지난 백 년 동안 학자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결과이나, 학자들은 이 분야에 관해 갈 길이 아직도 멀다는 데에 대체로 의견을 같이한다.

반 진화론자들  
 

십자가 ⓒ unsplash

 
그러나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엄청난 인식의 변화를 일으켰다. 진화론이 가져다준 인식 충돌의 대표적인 예로 종교와의 갈등을 들 수 있다.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사람과 동물이 관련이 있다고 제시해 진화론과 성경에 근거한 창조론은 생명체 중 특히 사람에 관해 심각한 논쟁을 계속해오고 있다.

창조론자들은 하느님이 만물을 창조했다고 믿는 사람들을 말하는데, 이들은 모든 종류의 살아있는 생명은 조물주가 직접 만들었으며, 어떤 생명도 변하지 않았다고 믿기에 반 진화론자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창조론은 주로 미국 사회를 중심으로 정통 그리스도교인들이 고수한다. 이들의 믿음은 정통 그리스도교 원리주의를 바탕으로 하는데 이는 미국 사회주의 운동의 하나로 제1차 세계 대전 후 급격히 변화해가는 사회에 대항해서 발생하였다.

이들의 주의·주장은 ① 성경 내용에 오류는 없음 ② 예수의 신성성 ③ 처녀잉태 ④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힘으로써 인류의 죄가 속죄받음 ⑤ 예수의 부활과 재림, 이 다섯가지 믿음의 강령에서 찾을 수 있다.

정통 그리스도교인들은 1960년대 미국을 휩쓸던 모든 사상과 모든 반 기독교식 믿음 및 행동이 나타난 이유를 진화론을 가르쳤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다만 이들은 더 이상 성경에 나타나는 신앙의 측면에서 창조를 말하지는 않고, 대신 과학적 창조론을 주장하며 그들의 견해가 성서적이 아니라 다윈의 이론처럼 과학 이론이라고 주장한다.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대하는 일부 기독교인들의 행위를 보며 이들의 사고와 행위가 개신교가 우리 사회에 처음으로 전파될 때 지녔던 정통 그리스도교의 전통과 근자에 들어온 과학적 창조론의 결합으로 야기된 결과가 아닌가 한다. 믿음의 영역에서의 정통 그리스교도적 사고와 행동은 나름대로 존중해야 하지만, 코로나19로 야기된 사회 문제에 직접적으로 믿음의 논리가 적용된다면 일반인이 이를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을까? 종교의 관점이 아닌 과학의 관점에서 이런 문제를 대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덧붙이는 글 박선주는 충북대학교 명예교수로 생물인류학 분야를 공부하고 대학에서 고인류학과 동물고고학 등을 30여 년간 가르쳤다. 국군 전사자 유해 발굴을 비롯해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 태평양 전쟁 희생자 유해 발굴 등을 담당했다. 퇴임 후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을 자원봉사자들과 같이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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