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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부터 2011년 <오마이뉴스> 지역투어 '시민기자 1박2일'이 시작됐습니다. 이번 투어에서는 기존 '찾아가는 편집국', '기사 합평회' 등에 더해 '시민-상근 공동 지역뉴스 파노라마' 기획도 펼쳐집니다. 이 기획을 통해 지역 문화와 맛집, 그리고 '핫 이슈'까지 시민기자와 상근기자가 지역의 희로애락을 자세히 보여드립니다. 어느덧 마지막, 이번엔 서울·경기·인천입니다. [편집자말]
서울의 대표적인 유흥업소 밀집지역인 강남역 인근 거리에는 언제나 성매매 광고 전단지가 잔뜩 뿌려져 있다. 철저하게 회원제로 운영되는 오피스텔 성매매, 키스방, 애인대행서비스 등을 광고하고 있는데, 모두 성매매로 추정되는 광고들이다.

이미 성매매는, 비즈니스 하는 남자들이 룸살롱이나 단란주점에서 술 한 잔 하고 2차로 모텔로 향하는 전형적인 모습에서, 소위 유사성교행위를 통해 성적흥분을 일으키는 서비스를 받거나 키스 상대 또는 대화 상대를 공급받을 수 있는 위치로 확장된 지 오래다. 성매매 산업에서 판매되는 것은 더 이상 직접적인 성교 행위만은 아니다.

여성가족부가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에 의뢰해 시행한 '2010년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키스방, 대딸방, 전화방, 화상방, 이미지룸, 성인PC방, 휴게방(휴게텔), 비디오방, 오피스텔 등과 같은 변종형 성매매 거래규모는 건수로 보면 연간 총 166만 건, 액수로는 2080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 거래 규모는 성매매집결지와 같은 전업형 성매매 거래규모의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이미 상당한 규모에 달했다고 볼 수 있다. 

신·변종 성매매, 콘셉트가 있어야 한다?

한 키스방 업소의 전단지. 키스방 누리집에는 여성접대부들의 프로필이 가슴과 허벅지를 훤히 드러낸 사진과 함께 올라있다.
 한 키스방 업소의 전단지. 키스방 누리집에는 여성접대부들의 프로필이 가슴과 허벅지를 훤히 드러낸 사진과 함께 올라있다.
ⓒ 꺄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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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성매매 영업행태와 차별화된, 이들의 콘셉트는 무엇일까? 첫째, 직접적인 성교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성적 흥분을 유도하는 서비스를 포함한다. 주요 고객인 남성들의 성적 호기심, 또는 성적 판타지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둘째, '사생활보장'을 광고하며 100% 예약제 또는 철저한 회원제로 운영된다.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한 목적도 있겠지만, 단골 중심의 마케팅을 통해 안정적인 수입원을 두는 방법이겠다. 셋째, '여대생과의 애인모드', '둘만의 장소'라는 광고에서 보듯이, 이젠 애인대행서비스, 즉 애인처럼 대화하고 관계를 맺는 방식까지 성적서비스의 일종으로 포함된다.

이들 업체의 출현을 두고 대부분의 언론들은 '성매매를 금지하니까 법망을 피하기 위해 신변종 성매매 업소가 생겨난다'거나 '성매매가 음지로 숨어든다'는 식으로 단순 보도하기 일쑤다. 그러나 성매매를 금지하기 때문에 이렇게 남성들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새로운 형태의 성매매가 출현한다면, '성매매 금지정책'은 성구매자들로부터 환영받을 만한 정책 아닌가? 또 성매매가 언제부터 양지와 음지로 나뉘어 발생되고 있었나? 성매매는 언제나 남성 성구매자들에게 있어서는 양지의 영역 아니었나?

키스, 대화, 애무, 애인 역할... 성적서비스의 확장

성매매 암시 전단이 꽂힌 주차차량(위부터)과 폰팅 광고가 부착된 전신주 등의 모습.
 성매매 암시 전단이 꽂힌 주차차량(위부터)과 폰팅 광고가 부착된 전신주 등의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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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신변종 성매매업소의 출현 이유 중에는 성매매방지법을 피하기 위한 브로커 또는 업주들의 술수도 포함된다. 그러나 더 주목할 것은, 성매매가 친밀감을 서비스하는 모든 행위, 즉 대화, 애무, 정서적 친밀감, 애인역할 등과 같은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기존의 성매매에도 이런 것들은 포함됐었지만, 이러한 영역이 보다 직설적으로 또는 '대딸'이나 '키스'와 같은 세부적인 형태로 성매매 시장에서 발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엄밀히 말해 소위 신변종 성매매 업소의 출현은, 남성들의 성적 욕망과 다양한 성적 판타지를 실현시켜줄 시장이 확장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이것들이 성매매 시장에서 친밀함이라는 상품으로 가공되어 성적서비스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음을 나타낸다.

그렇다면, 신변종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조건은 좀 나아졌을까? 일단 외양상 좀 나아진 것도 같다. 파트타임으로 키스방에서 일하는 한 여성은 오전에 2시간만 일하고 6만원을 받고 있는데, "섹스 안 해도 되고 애무와 키스로 서비스 하거나 대화만 해주면 되는 것이라서 예전보다 덜 힘들고 깔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키스방에서 성매매하는 다른 여성들과 자신을 "다르다"고 말했다.

오피스텔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한 여성은 "여성이 원하지 않으면 손님을 캔슬(cancel)놓을 수 있다, 강제나 강요는 없다"고도 한다. 한마디로 "직접적인 성교를 하지 않아도 되고, 진상 손님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정도의 제한된 선택권이 주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다일까?

키스방은 키스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성교행위도 거래되는 공간이다. "키스는 OO만원, 나가서 2차 하는 건 별도로 OO만원"이라는 암묵적인 합의가 공존하며, 색다른 성적서비스를 요구하는 성구매자들도 늘 존재한다. "A업소에서는 이거 해 주는데, 왜 여기에서는 그런 서비스가 없냐"고 타박하는 성구매자들 사이에서, 키스방 종사자들의 그 '선택권'이라는 게 어떤 조건을 더 나아지게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오피스텔 성매매 업소에서는 손님회원들이 온라인으로 그날의 서비스에 대한 평가를 올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소위 '후기'를 올리는 셈이다. "어떤 서비스를 받았고, A는 이런 느낌이었고, B는 외모가 이러저러하며…등등등". 진상손님을 받지 않아도 되는 대신, 자신의 외모와 일에 대한 지속적인 평가를 접하면서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게 되는 이 새로운 조건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사실 신변종 성매매 업소의 출현이 그곳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삶의 조건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업주의 감시가 아니더라도 외모와 서비스에 대해 끊임없이 성구매자들에 의해 평가되고, 폐쇄적인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의 남성 손님을 상대하면서 느껴야 할 위협과 불안은 여전하다. 또 경제적 자원을 마련하기 위해 응해야 하는 성적서비스의 경쟁, 사회적 낙인으로 인한 정서적 고립과 자기 비하, 자아존중감의 파괴도 그대로다.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열악한 여성들을 성매매로 끌어들이면서 동시에 이들을 더욱 열악한 상황으로 몰고 가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 

진화하는 '신·변종' 성매매... 해결 방법은?

키스방 홈페이지에 각종 이용 후기들이 올라와있다.
 키스방 홈페이지에 각종 이용 후기들이 올라와있다.
ⓒ 키스방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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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종 성매매는 그저 성구매자들에겐 신선하고, 업주들에겐 다른 방식의 이익을 창출하는 수단일 뿐이다. 한마디로 업주의 이익과 성구매자들의 욕망이 만들어 낸 또 다른 시장이며, 그래서 지금보다 한층 더 진화할 것이다.

알다시피 성매매 시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인간의 이익 창출에 대한 욕망과 성적욕망은 너무나 집요해서 법으로 다 규제하기는 어렵다. 법으로 규제하는 것보다 더 필요한 것은, 남성들의 과잉된 성적 욕망에 대한 집요한 물음과 그곳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조건과 감정에 대한 끊임없는 발화, 그리고 그것이 인권과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에 대한 해석이 필요하다.

여성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적 접촉면의 확대, 사회적 연결, 고립되지 않은 상태를 경험하는 것이다. 언제 어디에서라도 자신의 일에 대한 편견과 상관없이 보호받거나 지지받을 수 있는 체계를 확장하는 것, 그것 자체가 성매매 구조 안에서 업주나 성구매자들에 대한 견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면서 동시에 성매매 현실에 참여하고 있는 여성들의 자체적인 힘으로 불합리한 조건들을 해체시키는 것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표정선 기자는 '반성매매 인권행동 이룸' 활동가입니다.



태그:#성매매, #신변종성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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