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2000년 개봉한 영화 <하면된다>와 같이 돈벌이를 위해 온 가족이 보험사기단으로 나서는 일이 실제로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3개 가족 보험사기단, 5개 조직 보험사기단 총 105명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돼 이들의 기상천외한 보험금 타내기 수법이 드러났다.

15일 전북 임실경찰서는 보험가입 후 일부러 사고를 내고 병원에 입원해 보험금을 타낸 이모(35)씨 등 10명을 붙잡아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또 범행에 가담한 정모(67)씨 등 9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달아난 김모(24)씨 등 9명을 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999년 6월부터 올해 5월 20일까지 전주와 익산, 군산 등 전북 지역을 무대로 고의로 사고를 낸 뒤 병원에 입원해 치료비와 합의금 명목으로 국내 28개 보험회사로부터 270여 차례에 걸쳐 총 25억원 규모의 보험금을 챙긴 혐의다.

또한 가족 보험사기단의 경우 온 가족이 나서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자해도 서슴지 않았으며, 이들 조직 중에는 고향 선·후배 사이에 서로 공모해 사고를 낸 후 가해차량의 운전자에게 보험사에서 수령한 보험금 중 일부를 상납하는 조직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8개 조직 중 4개 조직에는 보험 지급의 전문가격인 보험설계사가 사기극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나 보험업계의 심각한 도덕불감증을 보여줬다.

영화 같은 수법으로 고액 보험금 타내

▲ 15일 전북 임실경찰서 양해극 수사과장이 전북지방경찰청 기자실에서 보험사기 조직도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박신국
이날 경찰에 적발된 임모씨(63·여·보험설계사) 가족은 남편과 아들, 딸, 사위, 손자, 손녀 등 온 가족 9명이 나서 전주시 외곽 한적한 도로에서 고의로 전봇대를 들이받는 등의 수법으로 26차례에 걸쳐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 보험금을 노렸다.

사고 직후 병원에 입원한 이들은 4억원 가량의 보험금을 챙기고도 병원에 계속 입원해 보험금을 더 타내기 위해 벽에 머리를 부딪치거나 의자로 발 등을 내리치며 자해를 자행, 100일이 넘도록 장기 입원하기도 했다.

특히 이들은 손자(5살), 손녀(6살)를 어린이 보험에 가입시키고는 지난해 12월께, 찬물로 목욕을 시키거나 얼린 음료수통을 안고 있게 한 후 부채질을 해 감기에 걸리게 하는 비인륜적인 수법으로 병원에 입원시켜 보험금을 챙기기도 했다.

또한 가족사기단 중 구모(44·보험설계사)씨 일가족은 지난 2003년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딸을 여름·겨울 방학 직전에 고의로 사고를 낸 뒤 개학할 때까지 90여 일동안 병원에 입원시키며 2억원의 보험금을 가로챘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자녀들이 개학할 때쯤 병원에서 퇴원하는 수법으로 8차례에 걸쳐 방학 때마다 범행을 저질러 왔다.

경찰의 조사결과 적발된 조직들은 내부 규정을 자체적으로 만든 후 그에 따라 철저한 교육으로 범행을 들키지 않기 위한 노력을 펼쳐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자신들의 범행에 대한 비밀유지를 기본 원칙으로 삼고 경찰과 보험회사로부터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사고 경력이 없는 친구, 선·후배, 애인 등을 범행에 가담시켰다. 또한 사고 후 진짜 아픈 것처럼 보이는 요령과 보험회사 직원에게 보험금과 합의금을 받아내는 요령도 자세히 작성했다.

뿐만 아니라 보험사기의 경우 자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소되더라도 재판과정에서 무죄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 끝까지 발뺌할 것을 조직원들에게 숙지시켰다.

공모한 병원으로 수사 확대할 예정

경찰은 이번 대규모 보험사기단 적발에 그치지 않고 이들과 함께 공모한 병원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 이들과 결탁한 혐의가 보이는 병원은 모두 12개(전주 5, 익산 7)로 공모여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용의선상에 있는 병원들이 허위 진단서발급, 허위 입원사실 확인서발급 등의 불법행위를 저질렀는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여 고질적인 사기 수법의 연계 고리를 척결한다는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 전민일보 게재.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