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수업은 뒷전, 주식창만 주야장천... 교사의 눈에 비친 '꼴불견' 교사

교사가 동료 교사에 욕 먹을 각오로 쓴 편지...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교사에 대한 신뢰다

등록 2020.11.29 20:26수정 2020.11.30 15:07
32
원고료로 응원
부끄러운 고백으로 글을 시작한다. 난 낯선 이들과 만남 자리에서 가급적 신분을 밝히지 않는다. 통성명으로 시작하는 우리 문화에서 나이와 직업을 숨긴 채 대화를 나누기란 쉽지 않지만, 꼬치꼬치 캐묻기 전엔 웬만해선 교사라는 걸 감춘다.

서로 불편해서다. 특히 비슷한 연배끼리의 만남에서는, 자녀가 대개 중고등학생 또래라서 교육 문제가 화제에서 빠진 적이 없다. 그때마다 교사에 대한 뒷담화로 결말이 난다. 우리 교육의 가장 큰 적폐는 학벌 구조도, 경제적 양극화도 아닌, 무능한 교사 집단이라는 듯.

눈치 봐가며 '영혼 없는' 맞장구를 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서운함을 넘어 분노가 치밀기도 한다. 듣다 보면 오해를 넘어 교사에 대한 지독한 편견에 혀를 내두를 때가 있다. 그러다 내가 교사라는 게 드러나면서, 찬물 끼얹은 듯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된 적도 더러 있다.

욕먹는 직업, 교사
 
   

교사는 교사다워야 교사다. 아이들이 말하는 교사다운 교사는 사실 기성세대가 말하는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 tvN

  
솔직히 좀 억울하긴 하다. 목이 터져라 수업을 하고, 일과 중에 더 많은 아이를 만나기 위해 노력하고, 이걸 왜 하나 싶은 잡무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칭찬과 격려는커녕 돌아오는 건 비난과 조롱뿐이다. 이렇듯 도매금으로 욕먹는 직업이 교사 말고 또 있을까 싶다.

전국의 초중고 교사는 50만 명이 넘고, 가치관도, 성격도, 역량도 각양각색일 수밖에 없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는 임용시험에 합격했다고 해서, 교사의 자질을 검증받았다고 단정하긴 힘들다. 시험은 어디까지나 당락을 결정하는 절차일 뿐이니 그렇다.

학교엔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교사가 더 많다고 말하진 않겠다. 다만, 무책임하고 무기력한 교사들 사이에서 기꺼이 빛과 소금 역할을 하는 이들은 어느 학교에나 있다. 그들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실에 맞서, 동료 교사와 아이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하는 소중한 분들이다.

교사 집단에 대한 맹목적인 불신은 그들의 사기를 꺾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다. 그들의 선한 의지를 무기력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팔짱을 낀 채 관망하는 다수의 교사에게 냉소를 더욱 부추긴다.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사람들은 냉소로 답하기 마련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교사 집단에 대한 불신은 '고정 상수'다. 신뢰가 쌓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신의 역량을 펼치겠다는 생각은 비겁하다. 남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을 얹겠다는 식이라면 곤란하다. 체력이라면 몰라도, 교육자적 열정은 저축해뒀다가 나눠 쓸 수 없다.

외부의 시선을 탓해봐야 달라질 건 없다. 좌절과 냉소, 분노만 켜켜이 쌓여갈 뿐이다. 교사의 자정 노력부터 시작해야 한다. 과연 지금 교사인 나의 모습이 '교육자다운가'만 성찰하면 족하다. 남이 나를 교사로 불러주기 전에, 스스로 내가 진짜 교사인가를 자문해보자는 이야기다.

동료의 등에 비수를 꽂는 짓이라며 욕해도 좋다. 주위로부터 '너나 잘하라'는 조롱쯤은 익히 들어와 아무렇지도 않다. 교사들끼리 동료 교사의 가치관과 교육 방식에 대해서 상호 간섭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침묵의 카르텔'을 혁파하는 것이 교육 개혁의 출발점이라고 믿고 있다.

교사가 교사다워야 교사다. 주위로부터 너무나 자주 들어온 이야기다. 심지어 일과 중에 아이들로부터도 공공연히 듣게 된다. 뒤집어 보면, 그만큼 교사다운 교사가 적다는 뜻도 된다. 아이들이 말하는 교사다운 교사는 사실 기성세대가 말하는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꼴불견 교사
 

23년 차 교사로서, 내 눈에 비친 꼴불견 교사의 행태를 감히 소개한다. 이는 몇몇 아이들로부터 전해 듣기도 했던 참으로 민망한 치부들이다. 안타까운 건, 해당 교사들은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다. 서글프지만, 그들의 생각이 웬만해선 변하지 않을 거라는 뜻이다.

우선, 부동산과 주식 시세 앱을 켜놓고, 하루에도 수십 번 들락거리는 교사들이 있다. 우스갯소리일지언정 그들 중에는 '교사가 부업'이라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하는 이도 봤다. 요즘 들어 LTV니, DTI니, 온갖 금융 관련 용어들이 교사끼리의 대화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뒤돌아 혀를 끌끌 찼더니, 한 동료 교사는 부자가 되는 게 삶의 목표라는 그들을 어찌 나무랄 수 있겠느냐며 반문했다. 불법도 아니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인식이라며 짐짓 두둔하기도 했다. 교사이기 전에 국민으로서 정당한 경제 활동이자 당연한 권리라는 거다.

그럴 거면 왜 굳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됐을까. 그는 이 질문에 불편해하기보다 난감하다는 듯 고개로 가로저었다. 대답 대신 '교직은 성직'이라는 낡은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대꾸했다. 그런 관념 탓에 교사가 사소한 잘못에도 과도하게 욕을 먹는 거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아이들을 좋아해서, 가르치는 게 적성에 맞아서, 교사를 꿈꾸는 경우는 아예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신분이 안정된 데다 연금 혜택 등 처우가 좋아 선호할 뿐이라는 거다. 임용시험의 엄청난 경쟁률을 넘어, 입시에서 교대와 사범대 선호 현상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부동산과 주식 시세 앱을 켜놓고, 하루에도 수십 번 들락거리는 교사들이 있다. 우스갯소리일지언정 그들 중에는 '교사가 부업'이라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하는 이도 봤다. 그럴 거면 왜 굳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됐을까. ⓒ tvN


요즘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예비 교사에게 학교는 '좋은 직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학교도 변했다며, 애먼 소명 의식 운운하다간 '꼰대' 취급받기 십상이라고 했다. 한 동료 교사는 교사의 겸직 금지 조항조차 낡은 규제라며 폐지할 때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직장인의 재테크는 상찬하면서, 교사가 관심을 가지면 왜 안 되느냐는 거다. 이야말로 전형적인 '내로남불' 아니냐며 핀잔을 들어야 했다. 교사가 일반 직장인들과 다를 게 뭐 있느냐는 말을 그렇게 당당하게 할 줄 몰랐다. 너무 솔직해 당황했다고나 할까.

자산을 통한 이윤이 땀 흘려 번 소득보다 많다면, 누가 열심히 일하려 할까. 부동산 투기 엄단을 위한 불로소득의 환수와 누진 세제의 확충 등이 정답이라는 건 교과서에 나와 있다. 교사가 부동산과 주식 시세 앱을 켜놓은 채 교과서를 읊어대는 모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주말마다 골프장을 즐겨 찾는 모습도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다. 골프가 대중화되었다고는 하나, 기후 위기와 환경 보전의 중요성을 가르쳐야 하는 교사에게 어울리는 스포츠는 분명 아니다. 골프장이 삼림 훼손과 토양 오염의 원인 아니냐는 아이들의 질문에 뭐라고 답할 텐가.

간혹 비행기 편으로 서울 갈 때 경기도쯤 다다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보이는 거라곤 온통 아파트 단지와 골프장뿐이다. 처음엔 도심 주변의 잘 가꿔진 공원인 줄로 알았다. 어느 프랑스 사회학자는 우리나라를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명명했다는데, 그가 이 풍경을 봤다면 '골프장 공화국'이라는 별칭을 먼저 떠올렸을 것이다.

골프 치는 걸 문제 삼으면, 십중팔구 이런 답변이 뒤따른다. "그렇다면 자동차도 타지 말고, 에어컨도 틀지 말아야지." 마치 채식주의자 앞에서, 채소와 과일도 생명인데 동물만 가엾고 식물은 불쌍하지 않으냐며 비아냥거리는 것과 같은 반응이다.

이어 교사는 이슬만 먹고 살아야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교사에 대한 과도한 권리 침해라는 거다. 그러잖아도 여느 직업에 견줘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 교사들의 숨 쉴 구멍은 내줘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것이 왜 하필 골프여야만 할까.

한 해 등록금이 천만 원도 훌쩍 넘는 사립 초등학교나 자사고에 아이를 보내는 교사들은 또 어떤가. 만만찮은 경제적 부담과 타인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건, 오로지 '내 아이는 특별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내 돈 내고 내 아이에게 좋은 교육을 시키겠다는 데 누가 토를 달겠나.

그런데, 공교육을 담당하는 현직 교사라면 달라야 하지 않을까. 대학도 모자라, 고등학교까지 서열화한 참담한 현실에 부화뇌동하는 교사의 모습을 통해, 아이들은 온존한 학벌 구조와 차별 의식을 내면화하게 될 것이다. 이는 각자도생하라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다.

교사라면 사회적, 경제적 양극화로 귀결되는 학벌 구조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를 혁파하기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편승하려는 행태는 교사로서 지탄받아 마땅하다. 공교육을 담당하는 교사가 되레 공교육을 허무는 꼴이기 때문이다.

부부가 공교육과 사교육에 나란히 종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부부이기 전에 독립된 개인으로서 직업 선택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다만, 부부가 함께하는 공교육과 사교육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가 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요컨대, 교직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고, 골프장을 제집 드나들 듯하며, 학벌 구조에 편승해 스스로 공교육을 무력화시키는 교사라면, 더는 교육자로서 자격이 없다. 국가가 신분을 보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곁눈질하지 말고 오로지 아이들 교육에만 전념하라는 뜻 아니겠는가.

공교육에 대한 신뢰, 교사에 대한 신뢰
  

공교육에 대한 신뢰는, 곧 교사에 대한 신뢰다. ⓒ tvN

 
교사는 자신이 수업 시간에 아이들 앞에서 가르친 내용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 솔선수범의 실천이 담보되지 않는 지식이라면, 애초 가르치고 배울 필요가 없는 지적 허영일 뿐이다. 교사의 이율배반적인 가르침에 아이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불 보듯 환하다.

그나저나 지금 제20대 전교조 위원장 선거전이 펼쳐지고 있다. 위원장 후보 세 명 모두가 여성이라는 점이 이채롭다. 위원장 후보와 함께 사무총장 후보로 등록한 이들까지 포함하면 6명 중 4명이 여성이다. 가히 전교조에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는 걸 알 수 있다.

학교의 민주화를 위한 대의도 좋고, 교사의 권익을 위한 투쟁도 좋지만, 실추된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공교육에 대한 신뢰는, 곧 교사에 대한 신뢰다. '교사답지 못한' 교사에 대한 후보자들의 구체적인 대처 방안을 묻고 싶어 굳이 사족을 달았다.
댓글32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AD

AD

인기기사

  1. 1 대낮 술집서 펼쳐진 풍경... 한 교사의 용기가 가져온 기적
  2. 2 결국 윤석열이 원하는 것... 놀라운 장면들
  3. 3 '정치인 윤석열'의 선배들
  4. 4 인천의 '돌대가리'로 불린 교장이 학교에서 벌인 일
  5. 5 "정상적 생활 불가능"... 코로나 장기화, 유럽이 선택한 길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