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60만 마리 떼죽음, 그곳을 다시 걸었다

[동행 취재-4대강 생명살림 100일 수행길, 4일째] 기억하기 싫은 아픈 과거가 서린 곳

등록 2016.04.22 21:54수정 2016.05.09 17:58
0
원고료로 응원
a

4대강 사업 이후 사람들이 찾지 않는 강변에서 떨어진 습지를 걷었다. 복권승 활동가가 안내를 맞고 있다. ⓒ 김종술


4월 22일, 지구의 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제정된 '지구의 날'이다. 자욱한 안개가 강변을 뒤덮었다. 미세먼지에 황사까지 겹치면서 자욱하다. 4대강 100일 걷기에 나선 불교환경연대 스님들과 금강 걷기에 나선 지 나흘째. 논산시 성동면 개척리의 300년 넘은 보호수에서 간단한 의식을 치르고 걷기에 나섰다.

하루 전날은 강풍과 여름 소낙비 같은 빗속을 뚫고 걸었다. 속옷까지 파고드는 빗물을 온몸으로 막아 내면서 무리를 했는지, 몸이 물먹은 솜처럼 천근만근이다. 오늘도 민가도 없는 강변을 13km 정도 걸어야 한다. 보이는 것이라곤 강변에 방치된 4대강 시설뿐이다(관련 기사: 1억 버는 농민도 쫓겨났다, 공원 하나 때문에).

땅 빼앗기고 꽃뱀에 털리고 노름꾼에 당하고

a

강 걷기에 나선 지 나흘째 논산시 성동면 개척리 300년이 넘은 보호수에서 간단한 의식을 치르고 걷기에 나섰다. ⓒ 김종술


a

강 걷기를 시작하면서 참선에 든다. 이후 마주보며 삼배와 함께 걷기에 들어간다. ⓒ 김종술


2010년 9월, 180만 평의 드넓은 강변에 펼쳐진 비닐하우스가 장관을 이루던 충남 부여군 세도면 방울토마토 농가. 이곳은 4대강 사업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전국 최대의 방울토마토 주산지였지만, 국책사업이라는 총칼 앞에서는 항거도 죄가 되는 시기였다.

하우스를 덮고 있던 비닐은 걷어지고 철재는 철거되었다. 당시 총리까지 내려와 충분한 보상을 약속했지만, 하천부지에 농사를 짓던 임대농민은 평당 5만 원, 농사를 짓지 않고 3자에게 전대한 농민은 평당 9350원이 영농 보상비로 지급되었다.

그렇게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약 3200만 평의 경작지(여의도의 41배 크기)가 사라졌다. 영농보상금으로 약 5800억 원이 풀렸다. 충남 부여군 백마강 둔치도 약 400만 평(여의도의 5배 크기)의 농지가 4대강 사업으로 사라졌다. 당시 부여군에 지급된 보상금이 1160억 원 정도다.

정부의 보상금이 풀리고 평당 4~5만 원의 농지가 8~10만 원으로 폭등했다. 보상금으로 대토를 구하고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루 아침에 쫓겨난 농민들은 비교적 싼 땅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해야만 했다. 땅을 구하지 못한 일부 농민들은 도시로 스며들어 일용직 근로자 등 도시의 빈민으로 전락했다.


일부 농민들은 큰 보상금을 손에 쥐었다. 전국에서 노름꾼과 일명 '꽃뱀'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돈 쓰는 법도 몰랐던 그들 중 일부는 꽃뱀에 홀리거나 노름에 빠졌고, 가정도 풍비박산 났다. 평생을 정직하게 살아왔던 농민들의 삶은 피폐화되고, 지역 공동체는 무너졌다(관련 기사: '꽃뱀'에 당한 어느 4대강 농사꾼의 고백).

정직하게 땀 흘리며 강변에 살았던 농민들의 수난도 이때부터다. 새벽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4대강 공사를 위해 드나들던 대형차량 때문에 인근의 비닐하우스는 흙먼지로 덮였다. 햇빛 투입량이 줄어들고 농작물은 시름시름 앓아갔다. 생산량도 뚝 떨어졌다. 성장이 둔화해 출하도 못하고 막대한 피해를 봐야만 했다(관련 기사: "대형 덤프트럭 흙먼지로 숨쉬기도 겁나~").

당시 상황이 악화 일로를 겪으면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홍희덕 국회의원과 시민단체가 방문한 자리에서 이순우씨는 "4대강 공사로 하루에 대형 차량 150대가 다니면서 날린 흙먼지가 비닐하우스를 덮으면서 일조량이 부족해졌다, 성장이 더뎌져 평균 수확량에 비해 20% 정도가 감소했다, 기름값 및 비닐 시설비용도 뽑지 못한다"고 하소연했지만 보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주민들의 분노는 치솟았다. 공사를 맡은 사업체와 충남도를 상대로 환경부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2012년 1월 주민 49명에게 물적·정신적 피해로 약 1억8천만 원을 지급하라는 결정이 떨어졌다. 이 중 정신적 피해액은 31만200원이다. 함께 소송을 제기한 190명은 피해보상 제외됐다(관련 기사: 4대강사업 때문에 '생지옥'으로 변한 마을).

물고기 떼죽음, 아픈 과거로의 동행

a

"앗 똥이다" 4대강 시설물인 산책로에 너구리들이 공동 화장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 김종술


더욱이 오늘부터는 금강 물고기 떼죽음의 장소를 걸어야 한다. 2012년 백제보 상류 2km 지점에서 시작된 물고기 떼죽음은 논산시 황산대교까지 13일간 65km로 구간까지 이어졌다. 당시 수거된 물고기만 60만 마리 정도다. 13일간 현장 취재를 했던 기자도 정신과 치료를 받을 만큼 충격이 켰던 장소이다(관련 기사: 13일간의 떼죽음,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

덕이 높다는 스님들도 기자의 4대강 취재기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가난하고 힘없는 게 죄일까? 지금 되돌아봐도 억울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노스님이 양갱 하나를 건네주며 기자의 어깨를 감싸주신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포근함이다.

부여대교까지 향하는 길잡이로 복권승 마을 활동가가 동참했다. 예산 향천사의 한산 스님과 지역주민도 함께 걷는다. 출발 전 강경포구에 대해 복권승 활동가로부터 간단한 설명이 이어졌다.

"예전에는 바닷물이 들어오는 포구로 소금 배가 다니던 길목이다. 4대강 사업으로 준설이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2012년 물고기 떼죽음으로 수거를 위해 보트를 타고 들어갔다. 그런데 곳곳이 낮아서 배의 스크루가 닿을 정도로 낮았다. 4대강 공사 업체가 준설을 안 하고 했다고 했는지, 했는데 퇴적이 되었는지 의구심이 많이 드는 장소였다."

그는 이어 이렇게 회고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죽은 물고기 수거만 했다. 그러다 보면 정신이 멍해진다. 10여 일간 죽은 물고기만 보다가 배로 뛰어든 눈불개 한 마리를 보고서 '아직도 생명이 살아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던 기억이 있다. 더욱이 죽은 물고기에서 흐르는 침전물을 줄이기 위해 어렵게 비닐 포대까지 구해서 거둬들였는데, 죽은 물고기를 실어가던 부여군 5톤 쓰레기 차량의 밸브를 열어서 강물에 침전물을 흘려보내는 것을 보면서 펑펑 울었다."

높은 하늘에서 쥐의 움직임 하나까지 포착할 정도로 눈이 밝다는 강변에 황조롱이 한 마리가 정지비행을 한다. 움직임을 포착했는지 두 날개를 활짝 펴고 순간 땅바닥을 향해 내리 꽂는다. 순간 시속이 300km 정도로 빠르게 먹이를 향해 날아든다고 한다.

버려진 폐그물엔 죽은 물고기

a

논산시 성동면 우건리 저수로 4대강 보행교 밑에는 불법 어로행위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수풀에 버려진 폐그물에는 큼직한 잉어 한 마리가 썩어서 파리가 잔뜩 달라붙어 있다. ⓒ 김종술


"임금님 주머니가 가난해져야 파괴를 일삼는 행위를 안 할 것이다."

누군가 던진 한마디에 "맞다"라고 맞장구를 친다. 4대강 산책로에는 너구리의 똥 자리가 포착됐다. 다리 밑에는 불법 그물이 성행하고 있다고 동행하는 주민이 귀띔해준다. 사진을 찍기 위해 내려가 보니 버려진 폐그물에는 커다란 잉어 한 마리가 죽어서 썩어가고 있다. 파리가 잔뜩 달라붙어서 악취까지 풍긴다.

주변에서는 주먹만한 이끼벌레까지 확인되었다. 수행자들은 할 말을 잃었다. 또다시 묵언 수행에 들어갔다. 금강 카약 동호회 선착장에 도착하자 서산 성남사 경운 스님이 점심을 가져왔다. 상추에 밥과 된장을 넣고 잘게 썬 고추 하나만 얻었는데 이보다 꿀맛이 없다. 개 눈 감추듯 순식간에 음식이 바닥나고 스님들은 그릇에 묻은 고춧가루 하나까지 물로 헹구어 들이킨다.

황사 때문에 가시거리는 짧고, 걷기가 어려울 정도로 강바람이 세차게 불면서 발목을 잡는다. 말동무라도 찾고 싶은데 오늘도 강을 걷는 사람들은 우리뿐이다. 민가도 없는 넓은 강변에 드문드문 들어오는 4대강 시설물을 과연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지루할 정도로 침묵이 흐르고 소 오줌 색으로 변한 강물은 악취를 풍긴다. 오후 5시가 돼서야 도착지인 부여대교에 도착했다. 모처럼 걸었다는 복권승 활동가는 온몸이 뻐근하고 무겁다고 엄살을 부린다. 오늘 숙소인 논산 지장정사로 향하는 차량이 바람에 흔들린다.
#4대강 사업 #금강 걷기 #불교환경연대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4. 4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5. 5 "윤 대통령, 류희림 해촉하고 영수회담 때 언론탄압 사과해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