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연 10만인클럽 회원.
이영연
이영연 회원(50)과의 만남은 '공부+데이트'였다. 당초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그냥 차나 한잔 하자"라며 정중히 사양의 뜻을 밝혔으나, 기자의 촉은 그럴 때 더 돋는 법. 부풀어 오른 호기심을 안고 과천 자택 근처로 찾아갔다.
3월 31일 화요일 오후 3시. 그는 매주 이틀은 부러 반나절 근무(한의원 원장)만 한다고 했다. 그 이틀의 반나절은 쉬어가는 시간. 못다한 집안일을 하며 독서로 채워진다. 자신의 일상은 단조롭다고 했다. 집과 한의원을 오가는 것 외에는 독서가 전부. 지역민들과 하는 매달 두어 번의 독서모임이 그에겐 가장 화려한 외출이다.
작은 체구에 단정한 외모, 조용한 말투였지만 책으로 이어진 세상을 향해선 어떤 힘이 느껴졌다. 조계사에선 열린 리영희 선생의 추모제 때는 더럭 혼자서 현장을 찾기도 했다. 그곳에서 그는 "진짜 리영희를 알아보는 진짜 평범한 사람들을 만났다"고 말한다. 유명인사가 아닌 계란을 팔고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그들은 지금까지도 리영희 선생의 부인 윤영자 여사와 인연을 이어가며 '리영희 정신'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고 전한다.
리영희 외에도 니어링 부부, 장일순, 법정스님, 톨스토이, 빅토르 위고, 피에르 신부 등이 그가 꼽는 '내 인생의 저자들'이다. 특히 문학평론가 황현산의 저서 <밤이 선생이다>와 관련한 그의 긴 이야기는 마치 듣는 이로 하여금 책 한 권을 다 읽은 것 같은 기분에 젖게 만들었다.
"나보다 열정이 넘치고 의지가 굳으며 지혜가 넘치는 사람들이 치열하게 살아서 알아낸 우주와 삶의 비밀, 인간성의 정수를 엿보기엔 책을 읽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게 없지요. 글은 정제된 표현수단이고 글읽기는 그 진수를 만끽하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좋은 글을 읽을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엄청나죠." 그가 책을 읽는 이유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세상에 희망은 있는 것일까' 하는 회의감에 빠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럴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그를 붙들어준 한 마디. "희망이 없는데도 끝내 살아, 끝끝내 아름다워지는 사람들"(김선우 시인)이라는 말이 그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한의사이니 건강 관련 비법을 공유해 달라고 요청했다. 헌데 "제 눈도 이런데요머~"라며 뒤로 물러선다. 아니 왜 한의사가? "동의보감에도 나와 있어요. 책을 많이 봐서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은 책을 멀리하면 된다고. 원인을 해소하면 결과가 사라지는 게 가장 빠른 처방인데, 그게 어디 되나요. 술 먹고 간이 나빠지지 않기를 바라는 게 사람인데....(웃음)" 원인 해소의 의지가 없다면 결과를 그냥 받아들이는 것도 방법이라는 뜻으로 읽혔다.
<오마이뉴스>에 바라는 점을 묻자, 그는 정희진의 <어떤 메모>의 글귀를 10만인클럽 회원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전한다.
"민주주의는 불확실하고 일어날 법하지 않은 어떤 것이며,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민주주의는 항상 허약한 정복이며, 심화시키는 것만큼 방어도 중요하다. 일단 도달하면 그 지속성을 보장할 민주주의 문턱 같은 것은 없다." 이 글귀는 그에게 "이렇게까지 후퇴해버린 우리 정치 현실과 국민들 수준에 너무도 실망하여 자괴감에 빠져 있을 때 민주주의란 원래 그런 것이야, 내 탓이, 우리 국민성 탓이 아니야라며 위로를 주었던, 그리하여 민주주의에 대해 더 성찰할 수 있도록 만든 문장"이었다고.
희망이 없는데도 끝내 살아, 끝끝내 아름다워지는 사람들, 그 진짜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이영연 회원을 만났다.
○ 편집|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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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수준에 실망?... 민주주의란 원래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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