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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독자 김씨. 구입을 고려중인 신형 노트북에 대한 기사가 마침 게재돼 관심 있게 읽던 그는 '컴퓨터'란 단어에 하이퍼링크가 돼있는 것을 발견하고 무심코 마우스를 클릭한다.

잠시 후 브라우저에 'XX컴퓨터'의 홈페이지가 떠오르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해 하던 김씨는 기사 본문에까지 광고주 홈페이지를 링크해 오마이뉴스가 돈벌이를 하려는 것으로 생각하고 곧 게시판에 항의의 글을 남긴다.

하지만 영문을 모르기는 오마이뉴스 역시 마찬가지. 기사 본문의 '컴퓨터'란 단어에 'XX컴퓨터'의 홈페이지를 링크해 놓지도 않았거니와 편집진의 PC에서는 이 단어가 하이퍼링크로 나타나지도 않기 때문.

김씨는 왜 자신의 PC에만 이런 현상이 생기는지 곰곰히 기억을 더듬어보다 어제 밤 요새 인기있는 파일공유 프로그램인 'KaZaa'를 설치했던 것을 떠올리고 별 관심 없이 동의 버튼을 눌렀던 설치계약서를 어렵게 찾아내 읽어본다.

아니나 다를까. 'KaZaa'에는 사용자 PC의 브라우저에 등장하는 특정 단어를 광고주의 홈페이지로 자동 하이퍼링크 해주는 'TOPText'라는 부속 소프트웨어가 번들로 묶여 있었던 것.


'SF 크로니클'은 오늘자 기사에서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회사 <이쥴라>가 개발한 '컨텍스트 광고' 기법을 둘러싸고 미국의 닷컴가가 거센 논쟁에 휩싸여 있다고 전한다.

<이쥴라>가 개발한 'TOPText'는 계약을 맺은 광고주에게 특정 단어를 판매하고 대신 이 프로그램을 설치한 네티즌 PC의 브라우저에 해당 단어가 등장할 경우 자동으로 광고주의 홈페이지로 링크해 주는 최첨단 광고 소프트웨어.

이 프로그램을 개발한 <이쥴라> 측은 '컨텍스트 광고' 기법이 네티즌이 관심을 가지고 검색중인 내용과 일치하거나 혹은 구매 의사가 높은 시점에 관련된 광고주의 홈페이지로 링크해 주기 때문에 기존의 무차별적인 배너 광고에 비해 훨씬 광고효과가 높다고 자랑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오마이뉴스 독자 김씨의 경우 마침 노트북 PC에 관심이 있어 기사를 읽던 중에 'XX컴퓨터'의 홈페이지로 연결이 된 만큼 다른 경로를 통해 우연히 방문한 네티즌보다 구매로 직결될 확률이 훨씬 높다는 것.

네티즌의 무의식적인 서핑 행태에 편승한 비윤리적인 마케팅 행위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쥴라>는 높은 광고효과에 힘입어 지금까지 BMG 뮤직, 웰스파고은행 등 30여개의 광고주를 영입하는 성과를 올렸다는 소식이다.

한편 인터넷 광고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 광고주들은 'TOP Text'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예기치 못한 역효과에 지금 신경이 잔뜩 날카로와져 있다.

만약 '나이키'의 경쟁업체인 '리복'이 신발(Shoe)라는 단어를 선점해 버린다면 나이키의 홈페이지를 방문해 '신발'이란 단어를 클릭한 네티즌을 경쟁사인 '리복'의 홈페이지로 빼앗길 수 있기 때문.

실제로 '재즈'나 '힙합' 등의 단어를 선점한 'BMG 뮤직'측은 경쟁음반사 사이트를 검색하다 이 단어를 보고 자사의 웹사이트로 클릭해 들어온 방문자들이 꽤 많다고 전한다.

두 단어를 'BMG 뮤직'에 빼앗긴 '워너뮤직'이 이 사실을 안다면 속이 뒤집힐 일이 아닐 수 없다. 공을 들여 자사의 사이트로 유인해 온 고객을 다른 곳도 아니고 경쟁사에게 빼앗기는 황당한 꼴을 당하고도 속수무책이기 때문.

그렇다고 자사의 웹사이트에서 두 단어를 삭제해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이 최첨단 광고기법에 대해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만 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j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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