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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기자회견에 나선 윤도현씨. 심씨의 발언 이후 <…러브레터> 홈페이지에 윤씨를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글이 쏟아지는 등 사태가 심각해지자 윤도현씨쪽에서는 이날 오전 11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3신:18일 오후 6시>

러브레터 제작진 "심현섭씨 발언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것"
심현섭씨 측 "윤씨가 소송 제기한다면 법적 대응할 터"


심현섭씨의 '이회창 후보 지지 연예인 탄압' 발언을 접한 KBS '윤도현의 러브레터(이하 러브레터)' 제작진이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러브레터 제작진은 18일 오후 프로그램 홈페이지를 통해 "출연자 선정 논의 과정에서 심현섭씨에 대한 이야기나 한나라당, 이회창씨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으며, 윤도현씨가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는 연예인이 출연하면) 프로그램을 그만두겠다는 말을 했다는 심현섭씨의 발언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개그맨 캐롤팀의 출연 이야기가 나왔을 때 윤도현씨는 심현섭씨가 그 팀의 일원임을 몰랐다'는 것과 '개그맨 캐롤팀이 러브레터에 출연하지 않은 것은 프로그램의 성격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연출자의 최종판단에 따른 것'이란 것도 러브레터 제작진의 입장표명에 포함된 내용.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심현섭씨는 "지난 10일 러브레터 녹화에 출연하려 했지만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를 받았다"면서 "나의 주장에 대한 근거도 있고, 프로그램 진행자라면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서 그런 발언을 한 것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도현씨의 기자회견 소식을 들은 심현섭씨 역시 18일 오후3시 윤씨의 주장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심씨의 매니저는 "정치적 지향으로 인해 프로그램 출연이 거부된 것은 사실이다"고 주장하며, "윤도현씨 측이 소송을 제기한다면 이에 따른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후보가 비즈니스 클래스에 앉다니!" /곽기환 PD

"지금이 5공인가? 6공인가?" /곽기환 PD

윤도현 "내가 이런 일 당할지 몰랐다"/김정훈 PD

<2신:18일 오후 2시30분>

"윤도현씨를 5공과 6공 군사독재시대 인사로 비유하다니..."
한나라당과 심현섭씨 20일경, 명예훼손으로 고발예정


"윤도현씨를 5공과 6공 군사독재시대 인사로 비유한 심현섭씨의 발언은 윤도현씨를 최소한의 소양도 갖추지 못했으며, 공사구분조차 없는 사람으로 폄하한 것이다. 심씨의 이런 연설내용을 한나라당이 유도했다는 정황도 포착된다. 대선이 끝나는 20일 혹은, 21일쯤 심현섭씨와 한나라당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

"마이크 높여야겠다...생존권 위협 받고 있다"
탤런트 박철, 이 후보 지지 연설에서

18일 오후 2시5분 신촌로터리 현대백화점 앞. 이회창 후보 거리유세에 탤런트 박철씨가 지지 연설자로 나섰다. 박씨는 어제(17일) 밤 개그맨 심현섭씨가 TV 찬조연설에서 "이회창 후보 지지 연예인이 탄압받고 있다"고 발언한 후 파문을 의식한 탓인지 목소리를 높였다.

"마이크를 좀 높여야겠다. 나는 생존권에 위협을 받는다. 명계남 선배가 박철·심현섭은 종자가 특별한 놈들이라고 했다. 대선 후에 어떻게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자괴감이 든다. 무얼 잘못했다고 여러분들을 만날 수 있는 (SBS 라디오) <2시 탈출> 마이크를 놓게 했는지 모르겠다.

나는 너무너무 억울하다. 99년도부터는 연예인들도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 들어서면 제가 이민을 가야 한다고 하는데, 나도 여기에 살고 싶다. 나도 자유민주주의국가 국민이다. 방송사는 정치의 시녀가 아니다. 방송사에 자유를 주어야 한다. 나에게 마이크 잡고 다시 방송을 할 수 있도록 해 달라."
/ 최경준 기자
심현섭씨의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지지방송연설로 촉발된 '사태'가 일파만파로 치닫고 있다. 윤도현씨와 윤씨의 매니지먼트사인 다음기획(대표 김영준)은 18일 오전 11시 기획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제의 발언을 한 심현섭씨와 한나라당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윤씨와 다음기획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심현섭씨의 지지연설이 '윤도현씨의 명예를 훼손했음은 물론, 우리 정치와 선거에 환멸을 불러일으킨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이 사건이 대선을 하루 앞둔 미묘한 시점에 불거져 나왔다는 이유로 '특정정당의 선거전략 개입이 의심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프로그램 출연 결정여부는 PD의 고유권한이지 윤도현씨는 결정권이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 '허위사실을 유포해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심씨는 발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도 윤도현씨와 다음기획측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윤씨는 "만약 심현섭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모든 방송활동을 중단하고, 법적 책임도 지겠다"고 밝혔다.

아래는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연예인이 탄압받고 있다'는 심현섭씨의 연설내용과 관련된 윤도현씨와 기자들의 일문일답이다.

- 심현섭씨의 발언내용을 들었는지.
"나는 어떤 연예인이 어떤 정치인을 지지하는지 모르고 알 필요도 없다. 단지 음악프로그램(윤도현의 러브레터)에 캐롤음반을 홍보하는 개그맨이 출연한다고 해서 '그것보다는 가수를 출연시키는 게 낫지 않겠냐'는 내 의견을 말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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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윤도현씨.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지금 심경은.
"하지도 않은 이야기가 나와 화가 난다. 이런 기자회견 자리가 어색하지만 회견을 자처한 것도 명백한 사실관계를 밝히고 싶어서다."

-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하고싶은 말은.
"한 마디다. (심현섭씨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

- 심현섭씨와 한나라당을 고발한다던데.
"예전엔 이런 구설에 휘말리는 연예인들을 봤을 때 참 한심해 보였는데…. 내가 이런 일을 당할지 몰랐다. 싸우고 싶지 않고 이런 상황이 안타깝지만,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 방송활동에 염증을 느끼지는 않는지.
"공연만 할 때는 몰랐는데 방송을 하며 크고 작은 상처를 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일로 방송을 관둔다거나 하는 것은 나답지 않다. 나는 내 식대로 할 말은 하며 방송해왔다. 방송사에서 그만두라고 하면 그때 그만두더라도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 왜 굳이 당신이 공격대상으로 지목됐을까.
"잘 모르겠다. 신해철씨의 경우 냉정하고, 딱 부러지게 보이는데 나는 허술해 보여서 그랬나(웃음)."

- 한마디 덧붙인다면.
"나는 함께 사는 아내에게도 누구를 찍어라 말아라고 말하지 않는 사람이다. 누가 어떤 정치인을 지지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라 말라할 권한이 내겐 없을 뿐더러 그런 말을 할 만큼 어리석지도 않다. 내가 초등학생인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기자회견에 참석한 법무법인 산하의 오민석 변호사는 "형사상 명예훼손과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과 함께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위반여부와 반론보도 청구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영준 대표는 "이 일이 연예인 사이에 갈등을 부추기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는 말과 함께 "사건이 정쟁의 도구로 이용되거나, 심씨와 윤씨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리전에 이용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회견이 끝나갈 무렵 윤도현씨는 "개인적으론 심현섭씨에게 아무 감정이 없다. 내 마음의 상처가 문제다. 굳이 고발까지 가야하는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는 이번 사건에 처한 복잡한 윤씨 심경의 한 단면을 드러내는 말로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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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신:18일 새벽 2시20분>

이회창 지지 연예인 탄압 받는다?
윤도현-PD들 "사실 아니다" 분노


"…게다가 최근에는 외부의 압력을 받아 방송을 못하게 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개그콘서트'의 앨범 홍보를 위해 저와 다른 개그맨이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출연하기로 약속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프로그램 MC인 윤도현씨가 저와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는 개그맨이 나오면 본인이 프로그램을 그만두겠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우리는 프로그램에 나가지 못했습니다. 단지 저희가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다는 이유 때문이지요. 지금이 5공입니까, 6공입니까."

▲ 개그맨 심현섭씨가 12월 1일 밤 부산의 한 쇼핑몰 앞에서 열린 거리유세에서 사회를 보며 '이회창'을 연호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이 17일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는 연예인들이 탄압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 데 이어, 이 후보를 지지하는 개그맨 심현섭씨도 이날 밤 SBS에서 방영된 이 후보 찬조연설에서 "외부의 압력을 받아 방송을 못하게 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파문을 일고 있다.

심현섭씨가 '출연 거부'를 당했다고 주장했던 프로그램은 KBS <윤도현의 러브레터>. 그러나 윤도현씨쪽에서는 사실이 아니라며 심씨의 주장을 강력히 반박했다.

심씨의 발언 이후 <…러브레터> 홈페이지에 윤씨를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글이 쏟아지는 등 사태가 심각해지자 윤도현씨쪽에서는 18일 오전 11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했고, 심씨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는 문제를 검토중이다.

당시 <윤도현의 러브레터> 담당 PD 및 윤도현씨 등과 자리를 함께 했던 류상기 다음기획 실장(윤씨 매니저)은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2주 전에 러브레터 담당PD가 '개그콘서트'팀이 캐롤 앨범을 발표했다고 해 출연 섭외를 의뢰한 적이 있다"며 "그 때 윤도현씨가 '아직 러브레터에 출연하지 못한 가수가 많다' '연말이 되면 일회성으로 개그맨들이 캐롤 음반 홍보를 위해 출연하려 한다' '음반 시장을 희화화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한 적은 있다"고 당시의 정황을 설명했다.

이어 류 실장은 "그 후 '개그콘서트'팀의 캐롤 음반 제작자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그 분이 다짜고짜 (개그콘서트팀의 출연을) 짤랐다고 항의하더라"며 "당시 발언이 크게 왜곡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류 실장은 심씨의 발언이 일파만파로 퍼지자 <…러브레터> 홈페이지 게시판에 '심씨의 발언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는 격한 해명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지금 손이 떨리고 마음이 진정되지 않습니다. 방금 후배로부터 TV 찬조연설을 보았고 개그맨 심현섭이 한나라당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러브레터' 출연을 도현군으로부터 출연을 저지 당했다는 말을 듣고 엄청난 분노와 슬픔을 누를 길이 없군요. 어찌 저럴 수가 있나요. 어찌 한 사람의 당선을 위해서 저렇게 인간 이하의 거짓을 온 국민이 다 보는 앞에서 저지를 수 있나요. 심현섭 매니저와 통화를 했는데, 누구한테 그런 얘기를 들었는지 밝힐 수가 없답니다.

… 심현섭이 출연하면 (윤도현이) MC를 그만두겠다느니, (심현섭이) 한나라당을 지지해서 맘에 안든다느니… 정치의 '정'자, 한나라당의 '한'자도 언급된 바 없습니다. 일개 방송 프로그램이 개인 소유입니까? 개인의 정치적 판단으로 누구를 판단하는 윤도현군이 절대 아닙니다. 선거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자당의 이익을 위해 미처 의사표현과 반박의 기회도 없는 시간을 이용하여 없는 사실을 날조하여 그것도 TV 지원연설이라는 전국 매체를 통해 또 다른 한 공인의 자존심과 활동에 먹칠을 하는 행동, 정말이지 충격입니다."


심현섭씨의 TV 찬조연설이 있기 전인 17일 오전 최연희 한나라당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는 연예인들이 탄압받고 있는 4가지 사례를 열거하며 "KBS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진행하는 윤도현씨가 최근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연예인과는 프로그램을 할 수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최 실장은 KBS의 다른 프로그램과 SBS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는 연예인들이 탄압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17일 오전 선거전략회의에서 "KBS <행복채널>에 강성범·이병진·김진호·김대희·김미진씨 등이 출연을 하기로 했는데 강성범씨는 어제 돌연 출연취소 통보를 받았고, KBS <체험, 삶의현장>에 출연중인 김인문씨는 녹화까지 다 마쳤는데 방송사에서 일방적으로 방송 취소 결정을 했다"며 탄압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이어 최 실장은 "박철씨가 진행하고 있는 SBS <박철의 2시 탈출>이 현재 라디오 청취율 1위인데, 지난 16일부터 박철씨의 출연금지를 통보했다"며 "SBS는 심지어 현장에서 마이크를 놓으라는 얘기까지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최 실장의 이날 발언은 탤런트 박철씨의 경우를 제외하면 모두 사실 관계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은 채 퍼뜨린 이야기인 것으로 드러났다.

KBS <행복채널> 담당 PD는 강성범씨의 출연 취소와 관련해 "강씨를 섭외한 적이 없으며 당시 '개그콘서트'팀이 캐롤 음반을 냈다며 그 쪽에서 먼저 출연요청을 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사실은 본인도 알고 있는데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불쾌감을 토로했다.

KBS <체험, 삶의현장> 담당 PD도 한나라당쪽이 제기한 김인문씨 방송 취소건과 관련해 "지난 6일 녹화한 것이 한 편, 13일에 녹화한 것이 두 편 등 현재 세 편이 밀려 있다"며 "연말연시 특집 프로그램 때문에 이 세 편의 녹화분을 방영할 수 있는 날짜가 15·21일, 내년 1월 12일인데, (김씨의 녹화분은) 이 가운데 하루를 골라 내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체험, 삶의현장> 담당 PD는 "사실 15·21일은 젊은층의 시청률을 높이겠다는 전략에 따라 스키장에서 녹화한 '이창훈씨'편 등을 내보낼 예정"이라며 "한나라당이 제기한 김인문씨의 방송 취소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반면, SBS <박철의 2시탈출> 담당 PD는 최 실장이 문제제기한 사실이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중요한 것은 박철씨를 보호하기 위해 이러한 조처를 취한 것"이라며 "대선 후에 다시 마이크를 잡기 바란다"고 해명했다.

[클릭!] 심현섭 찬조연설 보기

노무현 때문에 비행기가 늦게 떠서 난리 났다고?
'왜곡'과 '부풀리기'로 점철된 심현섭씨 찬조연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인기 개그맨 심현섭씨의 17일 TV 찬조연설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날 방영된 찬조연설에서 심씨가 왜곡하고 부풀린 부분은 비단 <윤도현의 러브레터>뿐만이 아니다.

심씨는 찬조연설을 통해 "노무현 후보와 우연히 같은 비행기를 탔는데 노 후보가 늦게 와서 비행기가 출발하지 못하고 승객들이 항의를 하는 등 '난리가 났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아울러 심씨는 "비즈니스석에 타는 노 후보가 과연 서민후보냐"는 등의 인신공격을 퍼부었다.

다음은 심씨가 SBS 찬조연설을 통해 발언한 내용이다.

"… 20분이 지나도 비행기가 떠날 생각을 안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와 동료들은 서울에 다음 스케줄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대표가 아직 비행기를 타지 않아 기다리느라 그랬다는 겁니다. 승객들은 왜 비행기가 출발하지 않느냐. 내가 노무현 보다 못한 것이 뭐 있느냐며 난리가 났습니다. 저는 참 기가 막히더군요.

그런데 더 의아했던 것은 자칭 서민후보라고 말씀했던 노무현 후보가 떡 하니 비즈니스석에 타는 겁니다. 서울로 올라오는 한 시간 내내 주변 승객들이 무슨 노무현 후보가 서민 후보냐. 서민 후보라면 우리와 같이 이코노미석에 타야하는 것 아니냐며 분개했습니다."


심씨가 거론한 노 후보의 항공기 이용 일정은 지난 14일 저녁 8시10분 부산에서 서울로 출발한 대한항공 KE1162편. 이 날 노 후보는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와 공동유세에 한 뒤 함께 상경하던 길이었다.

이날 노 후보의 부산 유세를 동행취재했던 <오마이뉴스> 기자도 노 후보와 같은 비행기에 탑승했다. 물론 개그맨 심현섭씨와 탤런트 박철씨 등도 우연히 같은 비행기를 탔다. 이들은 당일 이 후보의 부산 유세를 지원하고 상경하던 길이었다.

문제가 발생한 것은 항공기가 예정된 시각에 이륙하지 않고 약 10분 동안 김해공항에 머물면서부터. 그러자 한 승객이 "왜 이렇게 늦느냐"고 항의했다. 항의하는 승객 앞으로 다가간 스튜어디스는 "아마 노 후보가 탑승해서 그런 것 같다"고 해명했고, 그 승객은 "내가 노무현 보다 못하냐"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이 승객은 당시 항공기의 통로쪽 좌석인 '44C'쯤에 앉아 있었고, 기자의 자리는 창가쪽인 '42A'이었다. 대각선으로 고개를 돌리면 그 승객의 얼굴이 똑똑히 보이는 지근거리. 그래서 승객과 스튜어디스가 나눈 대화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이 승객은 "조금 늦게 출발해도 제 시각에 서울에 도착하니 염려 말라"는 스튜어디스의 간곡한 사과에도 아랑곳 없이 계속해서 목소리를 높였고, 결국 항공기의 사무장까지 나와 사과를 하고나서야 문제가 수습됐다.

그러나 당일 이 상황은 심씨가 밝힌 대로 '승객들이 난리를 친 것'이 아니었다. 심씨는 40대 초반의 한 승객이 항의한 사실을 가지고 마치 대부분의 승객들이 항의하고 소동을 벌인 것처럼 부풀려 말한 것이다. 오히려 그 승객의 '거친 목소리'와 '반 욕설' 항의는 함께 탑승한 다른 승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스튜어디스가 여러 차례 경위 설명을 하고 "도착 시간은 맞춰 준다"며 냉수도 가져다 주는 등 사과를 했음에도 그는 "왜 사과 방송을 안 하느냐", "외국에는 이런 일이 없다", "우리나라가 이러니까 문제다", "항의 안하는 승객들도 문제다", "확 뒤집어 버린다"는 등의 막말을 했다.

또 항의하던 승객의 동행으로 보이는 사람은 스튜어디스에게 "이 사람이 화가 난 것은, 비행기 시간이 늦을 것 같아 4만원이나 주고 고속도로 갓길로 택시를 타고 왔는데 비행기가 늦게 출발해서 그런 것"이라는 경위를 설명해 '항의 승객'이 애꿎은 스튜어디스에게 '화풀이'를 한 듯한 인상을 줬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던 당시 뒷자리에 있었던 심씨와 일행들은 스튜어디스와 항의하는 승객이 나눈 대화를 똑똑히 듣지 못했을 것이다. 오히려 '순수한 탑승객' 입장에서 봤을 때, 몇몇 여성들을 포함한 심씨 일행은 비행시간 내내 뒷자석에서 웃고 떠들어 다른 승객들에게 큰 불편을 주기도 했다.

인기 개그맨인 심씨가 개인적으로 어떤 후보를 지지하든 상관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없는 일'을 '있다'고 주장하고, '작은 일'을 '부풀려서' 왜곡하는 행위는 공중파를 타는 공인으로서 정당한 행위가 아니다. 더욱이 공인으로서 유력 대선후보의 찬조연설에서조차 '개그'로 일관한 그의 모습은 씁쓸할 따름이다.

심씨는 본인이 출연하는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인 '청년백서' 클로징 멘트를 잊은 듯하다. "개그는 개그일뿐 따라하지 말자." / 김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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