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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2일 조성된 이회창 후보의 부친 고 이홍규 씨의 묘소. 이 일대는 이후보의 선영이나, 현재 도시개발계획지구로 지정돼 있어 묘소 조성을 못하게 돼 있다. 묘소 바로 뒤에 인근 주민들의 아파트가 보인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지난 10월 31일 97세로 별세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부친 고 이홍규 씨의 묘지가 불법조성된 것으로 드러나 평소 '법과 원칙'을 강조해온 이 후보가 이 사안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이 후보 등 유족들은 지난 11월 2일 부친의 유해를 충남 예산읍 산성리 소재 선영(산 111-5번지)에 안장했다. 그러나 이곳은 도시계획지구로 지정돼 있어 묘지조성이 불가능한 지역인 것으로 확인됐다. 실지로 이 후보 부친의 묘소는 인근 주택지대와 불과 수 십미터 정도 거리에 있다.

관련법규인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도시계획지구 내에는 묘지를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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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후보 부친의 묘지 옆 돌탁자에 새겨진 글귀. '...24세손 회창'이라고 새겨져 있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이 후보의 선영은 1800여평 규모로, 이 후보 부친의 묘지를 포함 7대조에 이르는 조상묘 14기가 조성돼 있다. 이 후보 선친의 묘지 이외 다른 분묘들은 조성한 지 20년이 지나 분묘기지권이 인정돼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최근 조성된 이 후보 부친의 묘지는 이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

이밖에도 유족들은 묘지를 조성한 후 30일 이내에 해당 군청에 묘지조성 신고를 하도록 돼 있으나 40여 일이 지난 12일 현재까지 신고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법에 따르면, 묘지조성 금지구역에 묘지를 설치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고 묘소를 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묘지조성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에도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민들 "대통령 나선 사람이 법을 소홀히 여기면..."

이 후보 부친의 묘지조성을 놓고 인근 주민들은 드러내놓고 말은 하지 않으면서도 내심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묘소 인근에 사는 한명숙(가명.여 36. 예산읍 산성리)씨는 "대법관 출신으로 대쪽 이미지를 갖고 있는 후보가 불법묘지를 조성할 줄은 정말 몰랐다"며 "대통령 후보로 나선 사람마저 법을 소홀히 여기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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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모씨(42, 예산군 덕산면)는 "묘지를 지날 때마다 어떻게 저렇게 큼지막한 묘소를 도심 인근에 조성할 수 있었는지 의아하게 생각해 왔다"며 "설사 법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가능하면 도심 외곽으로 이전했으면 했는데 법적 문제가 있는데도 묘지를 만든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 씨는 또 "묘지를 쓴 유족들도 문제지만 묘지조성이 불법임을 뻔히 알고도 해당 공무원들이 이를 묵인했다면 이는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관할 예산군청 관계자는 "(이후보 부친 묘소 자리가)묘지를 설치할 수 없는 곳이라는 것을 (사전에)인지하고는 있었지만 가족단위 묘지에 함께 안치하는 것은 관례라 처리하기 곤란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민원이 야기될 경우 법적 절차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예산군 지구당 관계자는 "평소 이규홍 옹이 돌아가신 아버지 옆에 묻힐 수 있게 해달라는 유언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산림을 훼손한 것도 아니고 유언에 의해 아버지 묘지 옆에 묘를 쓴 것은 법을 떠나 정서상 이해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후보측 "불법여부 금시초문...관례상 선영에 모신 것"

묘지 불법조성과 관련, 이후보 측근과 한나라당 중앙당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잘 모른다"는 답변만 내놨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인사(보좌역)는 "처음 듣는 얘기다. 잘 모르겠으니 후보 후원회에 알아보라"고 말했다.

이 후보의 부국 후원회 관계자 역시 "금시초문이다. 우리는 그저 관례에 따라 선영에 모셨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있는지 전혀 몰랐다"며 "당 쪽에서 종친회 쪽 연락처를 받아서 물어봐라. 후보 가족들이 하는 일이어서 우리는 모른다"고 밝혔다.

이 후보 비서실의 한 관계자 역시 "그런 얘기 처음 듣는다. 후보의 가족들이 하는 일이라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며 "종친회에 누가 딱 계시는 것이 아니라서 연락해서 알아보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후보 선친의 49재는 대통령 선거일인 오는 19일이다.

▲ 이 후보 선영 전경. 1천 800여평에 고 이홍규 씨를 비롯해 모두 14기의 조상묘가 조성돼 있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 뒷편에서 바라본 고 이홍규 씨의 묘소. 묘소 바로 앞에 주택과 도로가 나 있다. 이 일대는 도시개발계획지구로 지정돼 있어 묘지조성이 금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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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후보측이 설치한 돌탁자(앞)와 이 후보 부친 고 이홍규 씨의 묘소(뒷편)
ⓒ 오마이뉴스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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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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