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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서대전 4거리. 고요한 민심... 하지만 더이상 지역 맹주를 말하지 않는다.
ⓒ 심규상
이인제 의원, 자민련 입당

민주당을 탈당한 이인제 의원(www.ijnet.or.kr, 충남 논산)이 3일 자민련에 입당했다.

이날 오후1시50분 자민련 총재실에서 이 의원을 맞은 김종필 총재는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어려움을 이겨 내일을 맞아 가는 뜨거운 우정으로 계속 노력합시다"라고 말했고 이 의원은 "감사합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이 의원의 민주당 탈당 선언 직후부터 일찌감치 '입당을 환영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준비했던 자민련은 오후2시부터 지하1층 강당에서 입당식을 가졌다. / 김영균 기자
12월 2일 오후 1시. 대전 서대전 네거리 근처 모 백화점 택시 승강장을 찾았다. 길게 꼬리를 물고 늘어서 승객을 기다리는 택시 기사들에게 이인제 의원의 민주당 탈당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대선이 코앞에 닥쳤지만 충청권 선거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했다. 다행히 이인제 탈당 얘기는 속내를 엿보게 하는 좋은 화두가 됐다.

"그런 사람 질색이야. 간에 붙었다 쓸개 붙었다 하는 것들이 뭔 정치를 한다고.." ('ㅅ운수, 이모씨)
"한번 배신하면 두 번 세 번 한다더니... 정치 그만 할려고 악을 쓰는 구먼" (신영식씨)

거리 여론 대다수, "아주 잘못된 일"

들어서는 순서대로 18명의 택시기사들의 얘기를 들었다. 결과는 예상외로 확연했다. 13명의 기사들이 딱 잘라 "아주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대부분 "지조 없고" "명분 없고" "철새 정치인이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모습" 등 신의와 국민여론을 저버린 일에 대한 비난이 주를 이루었다.

'ㅂ운수' 홍양길씨는 "여기 저기 옮겨 다니며 단 맛만 빨아먹고 다니는 사람이 무슨 정치인이냐"며 "이번 일로 정치인생 확실히 종쳤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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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씨는 이인제 의원의 탈당이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미친 짓 했다고 욕 안 먹으면 다행일 것"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사람들도 "이인제 탈당과 후보선택과는 전혀 무관하다"며 개의치 않겠다고 밝혔다.

찬성 의견을 밝힌 사람은 3명뿐이었다. 한석재씨는 "아무리 못해도 나이 먹어서 맥못추는 JP보다 나을 것 아니냐"고 찬성의견을 밝혔다. 한씨는 "'지는 해'와 '뜨는 해'가 손잡으면 그럴듯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머지 2명은 "제멋대로 하는 정치권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며 "이번에는 선거 안할 것"이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인근 오류 재래시장으로 들어섰다. 시장통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이씨 부부는 "정치인들 자기 이득 찾아 왔다 갔다 하는 일에는 신경 껐다"며 "모르긴 해도 자기 잇속 챙기기 위해 옮기는 것 아니겠냐"고 혀를 찼다.

▲ 12월 3일자 중앙일보 왈순아지매
ⓒ 중앙PDF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신 모씨도 "정치인 하는 얘기 귀 기울일 시간 있으면 내 얘기나 들어 달라"며 "이쪽저쪽 옮겨 다니는 정치인은 바람에 날라 다니는 쓰레기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한의원을 운영하는 이모씨(48)는 "언제 적 김종필이냐"며 "경로당이나 가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혹 관심 가질까 요즘 누가 그 사람 말에 귀 기울이느냐"고 반문했다. 이씨는 이인제씨에 대해서는 "신의를 저 버린 게 벌써 몇 번째냐"며 "이제 정치하면 안된다"고 일축했다.

작은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신모씨(여)는 "이미 찍을 후보를 결정했고 김종필이건, 이인제건 뭐라 해도 후보를 바꿀 마음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채소를 팔고 허모씨는 "원래 가출했다가도 때가 되면 다 제집 찾아 오는 법"이라며 "이인제의원이 이제서야 고향으로 돌아온 셈"이라고 찬성 의견을 밝혔다. 분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채모씨도 "나올 것도 없는 민주당에 붙어 있느니 차라리 잘 뛰쳐 나왔다"는 의견을 밝혔다.

"아직도 김종필 얘기 귀기울이나.."

논산시 내동 강모씨(53)씨는 "탈당은 잘못된 것"이라며 "가뜩이나 왔다갔다 해서 안좋은 감정이 쌓여 있는 터에 결정타를 날린 꼴"이라고 평했다. 강씨는 JP와 IJ의 연대 움직임에 "정치권에서 퇴출해야 할 만나서는 안될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예산에 사는 성기원(36, 예산군 예산읍)씨는 "이미 지난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자민련 조직세가 고스란히 한나라당으로 이동했다"며 "김종필, 이인제 영향력은 미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당진에 사는 유종준씨(31. 당진읍 채운리)는 "논산,부여 쪽은 몰라도 당진쪽은 김종필,이인제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 심규상
지역 정가의 반응은 어떨까.

민주당 충남도지부 관계자는 "찻잔속의 미풍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지역민심은 김종필 총재와 이인제 의원의 행보에 별 무반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나마도 정몽준씨가 노후보 선거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이인제 이탈로 인한 작은 손실은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민주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충청지역에서 이인제 의원에 대한 맹목적 지지층이 유권자의 5%대에 이른다"며 "당내 형식적 노후보 지지자들이 이인제를 따라 빠져 나갈 경우 역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대전시지부 관계자는 "고향인 논산 쪽에 어느 정도 영향은 있을 것"이라면서도 "전체적으로는 도움이 될지 안될지 아직은 말하기 섣부르다"고 말했다. 논산쪽 표심에는 영향이 있을 지 모르지만 충청권 전체로서는 이익이 될지조차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인제 맹목적 지지층 5%대"

▲ 1일 민주당을 탈당, 자민련 입당설이 나돌고 있는 이인제 의원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한나라당 도지부 조직부장은 "이인제씨 탈당으로 인한 한나라당 득표요인은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다"며 "다만 충남 시.군 조직의 경우 민주당 기간조직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을 만큼 취약해 탈당여파가 겹칠 경우 타격이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하지만 JP가 이인제의원과 같이 움직일 경우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바닥민심은 바다 속처럼 고요했다. 각 후보진영만이 작은 물결에도 이리 저리 오가며 이해득실을 따지기에 분주한 것은 아닐까.

김종득씨(35, 대전광역시 삼천동)는 최근의 언론보도와 관련 꼭 언급해 달라며 이렇게 말했다.

"많은 언론에서 충청민심의 향배가 김종필(자민련총재)과 이인제 (의원)에 달려 있다고 하는데 무슨 근거로 이렇게 말하는지 모르겠어요. 제 주위에는 두 사람 얘기 귀담아 듣는 사람도 없는데요. 힘 빠지고 오갈 곳 없다고 동정 여론 조장하는 건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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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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