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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최대 절경으로 꼽히는 샤오산샤의 아름다운 협곡. 하지만 수위가 상승해 그 아름다움이 반감될 것이다
ⓒ 조창완
수천년간 중국 내부 수운의 중심역할을 했던 창지앙(長江 양쯔강)의 뱃길이 끊어졌다. 지난 10월 31일 창지앙 중류에 건설된 산샤(三峽)댐의 물막이 공사를 위해 약 200일 동안 뱃길을 끊기 때문이다. 물론 200일 후에는 더 큰 배가 그곳을 지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그 뱃길을 끊는 것으로 만리수성(萬里水城)은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만리장성이 전국시대부터 시작해 명대까지 2500년이 걸린 것에 반해 만리수성인 산샤댐은 1994년부터 시작해 2009년에 막을 내리니, 건설기간은 비교가 안된다. 하지만 산샤댐의 건설로 만들어지는 호수의 면적인 1만 평방킬로미터에 달해 만리장성의 위용에 버금간다.

지난 여름 공사의 막바지에 치닫는 산샤의 현장을 다녀왔다. 굴원의 고향 즈구이나 우산(巫山)에서는 마을이 수몰되기 직전 마지막으로 용주경기가 열리고 있었다. 굴원이 후난성을 가로지는 상지앙(湘江)이 둥딩후(洞庭湖)에 닿기 전에 지나는 위루어(汨羅)에서 호수에 몸을 던져 죽은 후 유래된 경기다.

사람들은 굴원의 시신이 물고기들에게 먹히기 전에 건지기 위해 급히 노를 저어가는 한편 물고기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쌀로 만든 작은 주먹밥인 종즈를 강에 던졌다. 이 전통이 굴원의 고향인 즈구이에서도 계속해서 이루어졌는데, 굴원의 고향 마을이 완전히 수몰되면서 그의 고향에서는 마지막으로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제 굴원의 고향마을은 물론이고, 중국 3대 미인 가운데 하나인 왕소군의 고향 등 산샤 중류의 상당 부분이 잠긴다. 수몰민들은 이미 5년전부터 광둥, 안후이, 충칭 등으로 이주를 시작해 이제 남아 있는 이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 지금 남아 있는 이들은 그나마 도시로 위로 움직이는 곳에 살아서 고향을 떠나지 않았다. 떠난 자이든 떠나지 않은 자이든 이제 그들의 고향 마을은 물 속에 잠긴다. 그리고 그 위에 현대 중국이 내세운 가장 큰 공사가 이루어졌다.

▲ 용주 경기를 준비하는 이들. 서로 협의를 거쳐서 경기할 배를 선정한다
ⓒ 조창완
실패한 이벤트, 산샤

지난 몇 달간 산샤댐의 관련 소식이 계속해서 들렸다. 집에서 보는 베이징칭니엔바오(北京靑年報)는 매일매일 산샤댐 관련소식을 한 면 정도씩 할애하면서 보여줬다. 그런 과정에서 삼국지의 영웅 장비묘의 이전 소식, 굴원의 고향 즈구이의 완전 철수, 바이티청 부근 마을의 완전 폭파, 쿠이먼(夔門)의 이사소식 등이 들렸다. 그리고 산샤댐 완성의 가장 막바지 작업 중의 하나인 물막이 공사가 준비되고 있었다.

사실 이 물막이 공사는 14일 폐막된 중국 공산당 16차 전국대표자대회의 가장 큰 이벤트였다. 하지만 중국 후계구도에 온갖 시선이 쏠린 탓에 산샤댐 물막이 공사는 세계 언론은 물론이고 중국 언론 역시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는 사실상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는 리펑(李鵬)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있었다. 세상이 이 행사를 알아주지 않아서 섭섭했을지라도 리펑에게는 너무나 감개무량한 자리였을 것이다. 일본과의 전쟁에서 이기고나서 중국에 들른 한 미국 기술자가 그에게 산샤의 개발을 말할 때, 유난히 관심을 가졌다. 소련 유학길에도 수력발전을 공부했던 그는 1987년 공산당의 최고 위치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 오르기가 무섭게 산샤 개발을 강조했고, 그의 오랜 꿈은 1994년 12월 14일 국무원 총리의 신분으로 산샤댐 건설을 발표하면서 시작된다.

▲ 경기중인 용주배. 앞에서 리더가 깃발을 흔들고, 중간에 북을 치는 보조가 있다
ⓒ 조창완
그리고 예정대로 공사는 진행되어 이번에 물막이 공사가 끝나고, 내년에는 선박용 수문(船閘)을 통해 배가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이와 더불어 4대의 수력발전기가 가동하고, 2009년에 모든 공사가 끝난다는 계획이다. 이 공사는 93년 화폐 기준으로 900억 위안의 자금이 들어가는 엄청난 계획이다. 그 가운데는 공사비는 500억위안이고, 수몰지역 이민비용이 400억위안이다.

현대 중국의 희망을 상징하는 산샤

▲ 용주 경기의 구경꾼들. 어른들은 어른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기억을 수장시킨다
ⓒ 조창완
사실 리펑이 찾지 않았다고 해도 산샤댐은 사실 중국 현대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산샤댐의 건설 목적은 홍수를 방지하고, 발전으로 에너지를 확보하고, 선박 이동의 편의를 도모하고, 용수공급을 원활히 한다는 것이다.

우선 높이 185미터, 길이 2309미터인 산샤댐의 건설로 393억 입방미터의 물을 저장해 하류로 가는 물의 유입량을 조절해 홍수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웨양, 우한, 지우지앙 등으로 가는 물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좌우에 각각 12, 14대의 발전기를 두어 84조7000억W의 전기를 화중과 화동 및 멀리는 산둥까지 공급한다는 것이다. 또 2개의 5급 선박용 수문과 한 개의 1급 선박용 수문을 만들어 연간 5천만톤의 화물을 운송하는 한편 충칭에는 1만톤급 배를 운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당장에 가장 큰 기대를 거는 것은 현재 3천톤급만이 다닐 수 있는 충칭까지 1만톤급이 다닐 수 있는 청사진이다. 덕분에 충칭은 청두나 시안을 물리치고, 서부 대개발의 중심도시가 되어 궁벽한 도시 모습을 완전히 벗고, 근 2년 사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을 거듭했다.

동부나 남부 연해에 비해 휠씬 낙후된 서부의 개발은 중국 정부가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동부나 남부가 더 이상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기 어렵고, 동부의 개발이 필수요소인 자원의 개발, 또 서부주민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 가장 시급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그 첫번째 골칫거리인 물류의 갈증을 상당히 해소해주는 해운의 보강은 더 없이 좋은 소식이다.

▲ 경기를 구경나온 우산 사람들. 사람들이 서 있는 곳은 배의 안전을 위해 건물들을 완전 파괴한다
ⓒ 조창완
또 산샤의 다음 과제로 떠오른 남수북조(南水北調)도 산샤댐의 건설로 또 다른 혜안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넘치는 창지앙의 물을 갈증에 시달리는 황허에 공급한다는 이 계획의 최대 핵심은 과연 어디와 어디를 연결할 것인가다.

지금까지 나와 있는 가장 보편적인 답안은 창지앙의 중류인 우한(武漢)과 황허의 중류인 정저우(鄭州)를 연결한다는 것이다. 거리적으로 공사의 난이도에서 가장 쉬운 곳이다. 하지만 이 공사는 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한 홍수 방지에 큰 효용이 없고, 상대적으로 물이 부족한 샨시나 네이멍구 등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건설라인을 산샤댐의 중간에 있는 완저우(万州)에서 시안(西安)까지 올릴 수 있다면 중국 정부로서는 더 없이 좋은 일이다. 시안 등지를 지나는 웨이허(渭河)까지 창지앙 물을 올리는 대 역사가 가능해진다.

환경 문제 등 딛고 제기능할지도 미지수

▲ 파괴 직전인 펑지에. 바이티청이 있는 이 도시도 완전히 파괴되고 도시는 위로 옮긴다. 바이티청 등은 이제 섬으로 바뀐다
ⓒ 조창완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중국 정부가 희망하는 사인일 뿐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선 산샤가 창지앙 홍수 예방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올 여름 창지앙을 위협한 홍수는 4천명의 목숨을 앗아간 98년 대홍수보다 수위에 있어서는 더 높이 올라갔다. 물론 그간의 끊임없는 제방공사로 인해 상당 부분 범람을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홍수의 직접적인 원인은 창지앙 중상류의 집중호우보다는 창지앙 중류 굽이인 뚱딩호(洞庭湖)와 물의 남쪽 유입구인 후난(湖南)의 집중호우가 원인이었다.

만약에 이런 종류의 집중호우라면 둥딩후에서 200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산샤댐의 홍수조절 기능이 큰 도움을 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더욱이 홍수조절을 위해서는 수고를 135미터까지 내려야 하는데, 이 경우 만톤급 선박이 운항하는데 큰 차질을 빗기 때문에 두 가지를 모두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

또 기존에는 강줄기에 지나지 않았던 창지앙의 중상류가 1만평방미터에 달하는 호수로 변하는 만큼 그 변화를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다. 특히 이 지역은 여름철에 40도를 웃도는 폭서 지역 가운데 하나여서 잘못하면 겉잡을 수 없는 자연재앙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지금까지 중국 언론은 호수가 거대한 에어컨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가습기의 역할을 할 경우 중국은 물론이고 동아시아 전체의 환경에까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 아직까지 환경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충칭, 청두 등 대도시가 상류에 위치하고 있어 잘못하면 거대한 시궁창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한 칭화(淸華)대 장광다오(張光道) 교수의 견해에 따르면 세계은행 차관으로 건설중인 충칭(重慶)지역의 폐수처리 시설이 완공되더라도 연간 11억8000만t의 산업 및 생활폐수 중 9억4000만t은 댐으로 유입될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에 샨샤 호수는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 중국은 공식적인 중국 10대 명승인 산샤의 아름다움을 대부분 잃게 된다. 거대한 협곡의 산샤는 댐이 건설되면서 대부분의 유적이 물에 잠겨 이주를 마쳤다. 또 산샤 여행의 절정인 샤오산샤의 맑은 계곡은 창지앙 물의 역류로 누런 물로 바뀌고 중요한 경관도 상당수 물에 잠기게 된다. 산샤댐의 물막이가 시작되어 산샤여행도 차질을 빗기 시작했다. 건설현장에 200여일 동안 뱃길이 막히면서 여행객들은 새로운 즈구이의 아래쪽에 있는 판빠 선착장에서 연결되는 버스편으로 이창까지 움직인다.

창지앙의 치수 역사상 물을 막는 방식의 치수는 성공하지 못했다. 전설의 주인공 '곤'은 순임금의 지시를 받아 물을 막는 방식으로 치수를 시도했으나 실패해 죽음을 당했다. 그의 아들 우왕은 자신이 곰으로 변신해 산을 뚫고, 들을 헤쳐 물길을 뚫어서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치수에 성공했다. 쓰촨의 분지 청두(成都)를 부강하게 한 두지앙위앤을 세운 이빙 부자도 물을 막는 댐이 아닌 물이 적당히 흘러가게 하는 제방을 만들어 치수에 성공했다.

하지만 샨샤는 물을 막는 방식으로 하는 대표적인 치수방식이다. 역사의 교훈이 부정적이라는 것도 중국에는 부담이 된다. 곤의 실패로 수백만이 사람이 물고기 밥이 됐다면 현재는 수억명의 사람이 그 위험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의 응전은 이미 시작됐다. 하늘이 인간을 벌하던 수단 중에 하나인 홍수의 권리를 상당 부분 우왕이 봉쇄했다면 이번 댐의 기획자들은 홍수뿐만 아니라 가뭄까지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그 응전의 결과는 누구도 모른다. 하지만 수십년간 준비했던 계획은 분명하다.

산샤댐 물막이 공사를 끝으로 오랫동안 사용되던 '장강은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 나간다(長江後浪推前浪)'라는 격언은 용도 폐기되어야 한다. 창지앙(長江 양쯔강)의 중류에 건설되는 산샤(三峽)댐의 본격적인 물막이 공사가 시작되면서 그 댐의 수고에서 창지앙 물들은 앞뒤가 아니라 한꺼번에 몰려서 발전될 순서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 거대한 댐 앞에서 앞 물결과 뒷 물결은 시간에 상관없이 섞이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후진타오와 장쩌민의 신구 세력이 섞이듯 창지앙 물도 섞인다. 하지만 역사의 배는 어디를 향할지 누구도 모른다.

▲ 물막이 완성 단계 직전의 산샤댐. 제방이 연결되면 물은 댐쪽으로만 흐른다
ⓒ 산샤총공사 홈페이지

▲ 산댜댐의 전체적 구조. 안의 선이 500킬로미터, 바깥선이 1000킬로미터. 회선부분은 물의 만수위에 형성되는 호수로 중원 대부분이 영향에 들어가고, 윗쪽 황허의 상류까지 거의 다가간다
ⓒ 산샤총공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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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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