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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현대·기아차를 부정적으로 다룬 기사가 중앙일간지 가판에 실렸다가 특별한 이유 없이 최종판에서 삭제된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자동자 광고주의 압력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지난 10월 29일자 5판(가판) '동아경제' 섹션 3면 하단에 '현대-기아차 미 최악의 차 선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또한 <한국일보>도 같은 날 10판(가판) 경제면에 '현대·기아차 해외서 수난'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 (사진 위) 동아일보 가판 경제 3면 (사진 아래) 동아일보 최종판 경제 3면, 동아일보 최종판에서 "현대-기아차 미 '최악의 차' 선정" 기사가 빠진 것을 볼 수 있다.
이날 두 신문사 가판에 실린 기사의 주요 골격은 미국의 산업디자인 전문지인 '디자인 뉴스'가 최근 산업디자인 엔지니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올해의 자동차 조사'결과, 기아차와 현대차가 저가와 중저가 차량 부문에서 각각 '최악의 차'로 선정됐다는 것이다.

이같은 내용은 28일 <연합뉴스>에 "현대, 기아차, 미 디자인 엔지니어 선정 '올해 최악의 차'"라는 제목의 기사에 먼저 보도됐지만,<동아일보>와 <한국일보>를 제외한 대부분 29일 아침자 가판과 최종판 신문에는 실리지 않았다.

대신, <동아>와 <한국> 두 신문 기사에 차이가 있다면 <동아>는 미국시장에서 전문가 집단에 따라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현대·기아차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반면, <한국>은 미국뿐 아니라 독일시장에서 연이어 '수준 이하'의 평가를 받고 있는 현대·기아차 문제를 다뤘다.

어찌됐든 현대·기아차 입장에서 봤을 때 두 기사 모두 자사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주는 '아픈' 기사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두 기사는 다음날인 29일 최종판(배달판)에서 삭제됐다. <동아>는 '현대·기아차' 기사 자리에 "김치-대입 서류 택배로 보내세요"라는 제목의 기사를 대체했고, <한국>도 전체 지면을 재구성하면서 기사를 삭제했다.

이와 관련 현대자동차 측은 "자동차의 성능이나 설계에 대한 문제제기가 아닌 디자인 문제를 가지고 외국 잡지가 평가한 것을 가지고 기사화한 것에 대해 해당 언론사에 항의를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독자가 2만명에 불과하고 신뢰성도 불확실한 외국 월간지 기사가 한국의 중앙일간지에 보도될 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또 동아일보의 한 관계자는 "일주일 전에도 비슷한 기사가 올라온 적이 있어 자의적 판단으로 기사를 뺀 것뿐이며 이러한 기사로 지면을 채우는 것은 낭비"라면서 "기사와 광고를 바꿨다는 의혹은 한마디로 말도 안된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동아>와 <한국>에서 기사가 사라진 것은 삼성과 함께 광고계에서 최대 광고주로 꼽히는 현대자동차의 힘이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다.

▲ (사진 위) 한국일보 가판 경제 18면 (사진 아래) 한국일보 최종판 경제 18면, 한국일보 최종판에서 "현대-기아차 해외서 '수난'" 기사가 빠진 것을 볼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간 1200억~1500억원의 광고비를 사용하는 현대자동차가 자동차 광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대적"이라면서 "현대차가 압력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언론사 스스로 눈치를 보기 때문에 그런 민감한 기사는 실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대기오염과 관련 논란이 된 현대차 산타페와 카렌스Ⅱ 문제도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언론 보도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면서 "민감한 사안일수록 언론은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업계를 담당하는 A 기자는 "이번 현대차 기사를 보도한 일부 신문의 경우 제목 자체가 선정적이지 않았나 라는 이야기가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언론사 경제면의 경우 가판에 기사가 실렸다가 배달판에 사라지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한편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평가기관이나 전문지에 따라 엇갈리는 평가 자체를 어느 누구도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라면서 "언론들도 광고주 입김에 휘둘리지 말고 소비자 주권을 지킨다는 측면에서 다양한 평가기관에서 나온 상품 평가를 세세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9일 <동아>, <한국> 배달판에 빠진 기사내용은?
현대·기아차, 미 디자인 엔지니어 선정 '올해 최악의 차'


지난 10월 28일 미국의 산업디자인 전문지인 '디자인 뉴스'는 최근 산업디자인 엔지니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올해의 자동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만5천달러 이하의 저가차량 부문에서 기아자동차가, 1만5천∼2만5천달러 가격대의 중저가 차량 부문에서는 현대자동차가 각각 '최악의 차'로 선정됐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 "해외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 현대자동차의 아반테 XD
ⓒ현대자동차

해외시장에서 현대·기아차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디자인 뉴스'의 기사 내용이 보도된 날인 28일 미국자동차딜러협회(NADA)에서는 최근 실시한 '딜러 만족도 평가'에서 현대자동차가 평균 86.3점을 얻어 전체 35개 조사대상 업체 중 렉서스, 도요타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NADA는 미국 내 2만여개 신차 판매 딜러를 회원으로 갖고 있는 조직으로 매년 2회씩 자동차 딜러 사장이나 간부 직원을 대상으로 미국내 자동차 업체들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해 왔다.

또 지난 15일에는 현대자동차의 아반테 XD(현지명 엘란트라)가 미국 내 주요 자동차 전문 월간지인 카엔드라이버(Car&Driver)가 준 중형급 10개 모델을 대상으로 한 종합 비교 평가 결과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J.D. 파워 앤드사가 발표한 2002년 하반기 초기품질지수(IQS) 평가 결과, 중형차 부문에서 뉴EF쏘나타가 2위, SUV부문에서 싼타페가 3위를 기록해 GM, 포드, 폭스바겐 등 세계 유수의 자동차 업체를 제치고 최상위권의 성적을 기록했다. / 공희정 기자
올해로 23회를 맞는 디자인 뉴스의 '올해의 자동차 조사'는 자동차 및 항공업계에서 일하는 전문 디자인 엔지니어들을 대상으로 차량 품질과 성능 등에서 선호하는 브랜드를 가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부문별로 저가차량 부문에서는 도요타 코롤라가 1위에 올랐으며, 중저가 부문에서는 도요타 캠리가, 또 2만5천-3만5천달러의 중고가 부문에서는 혼다와 BMW-3시리즈, 볼보, 도요타 캠리가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3만5천-4만5천달러 고가차량 부문에서는 BMW-5시리즈가, 4만5천달러 이상 최고급 차량 가운데서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최고의 차량으로 선정됐다.

독일, '자동차 브랜드 만족도 조사', 현대·기아차 평균 이하

현대·기아차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이 것으로 끝이 난 게 아니다. 지난 25일에는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J.D. 파워 앤드사에서 독일 운전자 1만5천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동차 브랜드 만족도 조사'에서 현대차, 기아차 등 한국산 자동차는 평균 점수에도 못 미쳐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총 32개 브랜드 132종의 차량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일본의 도요타는 총점 831점으로 1위, 이어 일본 마쓰다와 독일 BMW가 2, 3위에 올랐으며 포르셰, 다이하츠, 스바루, 메르세데스 벤츠, 시트로엥, 미쓰비시가 10위권 내에 들었다.

그러나 현대차와 기아차, 대우차 등 한국산 자동차는 이탈리아의 피아트, 미국의 다임러크라이슬러 등과 함께 모두 평균점수인 767점 미만인 것으로 조사돼 순위권내에 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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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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