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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21일 오후 한국교총에서 열린 교육정책토론회에 참석, 박수를 치고 있다.
ⓒ 연합뉴스
보수적인 교원들의 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서울 서초구 우면동)가 최근 두 차례 가진 '대선 후보 초청 교육정책 토론회'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화기애애한 질문' 대 '살풍경한 질문'으로 표현할 수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 후보가 초청된 첫번째 토론회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반면,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초청된 두 번째 토론회는 날카로운 질문들이 계속되면서 살풍경한 분위기로 바뀐 것이다.

첫번째 토론: 이회창 후보도 청중도 만족

지난 21일 이회창 후보가 참석했던 첫 번째 토론회는 전반적으로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토론회가 열린 교총 대강당은 1층 800석 좌석은 물론 2층 150석까지 대부분 들어찼다.

이 후보는 예정된 25분 동안 기조 연설을 했고, 이후 교육 각계 대표들로 구성된 7명의 패널의 간단한(!) 질문이 이어졌다.

질문이 간단했던 이유는 이 후보가 다음 스케줄 관계로 토론회 시간을 예정된 2시간보다 40분 먼저 끝내야겠다고 통보했기 때문.

패널과의 질의 응답 시간은 20여분에 그쳤다. 이군현 교총 회장은 패널에게 시간 관계상 짧게 한 번씩만 질문해줄 것을 요청했다.

질문의 요지는 쉽고 간단했다. "교원 정년 환원 계획은 어떠한가?", "교원 처우 개선책은 무엇인가?" 등.

이 후보의 답변 역시 평이했다. 교원의 심기를 건드릴 만한 내용은 일체 없었다. 청중의 박수갈채도 여러 번 있었다.

토론회 참석을 위해 대구에서 올라왔다는 한 장학사(40)는 "이 후보가 표를 의식하기보다는 소신껏 답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토론회 내용에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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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총회원과 이회창 후보가 만난 날

▲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3일 한국교원총연합회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패널들의 교육정책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두번째 토론회: 살벌한 분위기, 불편한 노무현

23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 두번째 토론회. 노무현 후보가 초청된 이날 토론회 분위기는 첫 번째 때와 여러 가지로 달랐다.

우선 청중의 수에서 차이가 났다. 2층은 물론 1층 자리도 200여 석이 비어 있었다. 약 600여명이 참석한 것. 주최측은 "오늘은 교원들의 행사가 많은 날이어서"라고 '해명'했지만 이 후보와 토론을 할 때에 비해 참여도가 떨어진 것이 확실했다.

보수적인 교총 회원과의 만남이 노 후보에게도 부담이 되었을까? 연설문을 읽어내려가는 노 후보도 어딘지 모르게 위축된 모습. 연설 도중 청중 속에서 울려댄 요란한 휴대폰 벨소리도 산만함을 더하는 데 한몫했다.

교총이 보수적인 교원들의 모임이어서인지, 노 후보에 대한 청중들의 반응도 이 후보 때와 달리 차가운 편이었다.

"우리가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기까지는 교육을 위해 제자 사랑의 외길을 걸으신 선생님들의 헌신이 있었다"는 연설 내용에 몇몇 청중이 박수를 치자, 다른 한쪽에서는 "왜 박수를 치냐"고 투덜대기도 했다.

또, 노 후보가 "학교교육을 내실화하기 위해 2008년까지 학급당 학생 수를 초등학교는 25명, 고등학교는 30명까지 단계적으로 감축하겠다"고 말하자 일부 청중이 웅성거렸다. "말도 안 된다"며 수군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신문하는 자와 신문 당하는 자

패널과의 질의 응답 시간. 이회창 후보에 비해 노 후보는 '순진한' 편이었다고 할까? 노 후보의 순진함은 다음 스케줄이 없다는 데 있었다.

2시 40분부터 시작된 패널들의 질문 시간은 4시가 넘도록 계속됐다. 패널들은 마음껏 질문할 수 있었다. 시간이 많을수록 질문은 구체적인 것까지를 포함했다.

패널의 질문 중에는 교육계 현실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포함하는 것이 많았고, 이러한 질문 가운데 일부에서 노 후보는 답변에 어려움을 겪었다.

노 후보가 마음을 졸여야 하는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 예를 들어 '병설유치원의 독립 계획'을 묻는 식이었다. 노 후보는 패널의 질문 후에 교총 회장으로부터 병설유치원에 대한 개념과 그와 관련된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답해야 했다. 모든 질문이 이런 식이었다. 마치 신문 당하는 자와 신문하는 자의 관계 같았다.

토론회의 살벌한 분위기는 패널뿐 아니라 청중에 의해서도 조성됐다.

패널의 질문에 노 후보가 곧바로 답하지 않고, 몇 초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 바로 청중 가운데에서 웃음소리가 나왔다. 여기저기서 키득키득 웃어댔다. 그러자 노 후보가 "그렇게 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 이회창 토론회에는 약 9백여명, 노무현 토론회에는 약 6백여명이 참석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하지만 청중의 웅성거리는 소리는 토론회가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학교운영위원회를 의결기관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노 후보의 말에 한 청중은 "아무것도 몰러, 지금..."이라고 큰 소리로 말해 노 후보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기도 했다. 살벌한 토론회 분위기에 노 후보의 표정은 더욱 더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노 교육정책, 같은 것과 다른 것

이-노 후보의 교육정책은 토론회 분위기의 차이와는 달리 대체로 대동소이하다.

이 후보는 "학교가 자율적인 권한을 갖고, 정부는 지원 기능만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 후보도 "국가 교육정책의 기본 방향은 교육의 형평성과 자유를 확충하는 데 둬야 한다"고 말한다. '단위 학교의 자율성 강조'가 두 후보 교육정책의 공통적인 핵심 구상인 것.

구체적 사안으로 들어가 보자. 먼저 고교 평준화 방안에 대한 생각.

이 후보는 "고교평준화는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점차 경쟁의 원리를 확대해나가겠다"고 말한다. 이에 노 후보는 "현행 고교평준화 정책 기조를 유지하되, 교육의 다양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보완해가겠다"고 공약한다.

결국 '경쟁원리 확대' '교육 다양성 확대'라는 용어만 다를 뿐 큰 틀에서는 같은 내용이다.

또 다른 사안. 교원 처우 개선 문제를 보자. 이 후보는 "행정보조요원을 증원하여 교사의 잡무를 줄이고, 교원의 보수를 대기업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한다.

이 사안에 대한 노 후보의 약속은 "교육 행정을 위한 업무직원을 단계적으로 배치하고, 교원을 일반 공무원과 구별해 증원과 보수 기준 등에서 우대하겠다"는 것. 만 5세 아동을 전액 무상 교육하고, 교육 행정을 지방 분권화하겠다는 공약 내용도 동일하다.

두 후보 간 교육정책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도 있다.

가장 큰 차이는 교원 정년에 대한 입장. 이 후보는 "교원 정년 65세 환원은 우리 당의 당론"이라며, "여론을 수렴해 가능한 한 빨리 교원 정년을 65세로 환원하되, 우선적으로는 63세 환원이 통과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노 후보는 "현 교원 정년에 대한 국민적 동의가 매우 높기 때문에 정년에 대해서는 당분간 지금의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대 지역할당제에 대해서는 이 후보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힌 대 반해, 노 후보는 "처음에는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했으나, 지방대학이 더 어려워진다는 점을 알고는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 더 생각해봐야 할 사안이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 토론회에 참석한 교총 회원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교육 재정에 대한 공약도 다르다. 이 후보는 "교육투자를 늘려 궁극적으로 GDP의 7%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한 반면, 노 후보는 "일부에서 GDP 7% 예산 확보를 주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임기 중 GDP 6% 수준에 이르겠다"고 공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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