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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매일의 '6·13 이슈추적이 후보의 반발을 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조호진
후보의 도덕성 검증에 나선 한 지방일간지가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되면서 후보검증이 지방선거 쟁점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수시장 재선에 도전한 무소속 주승용 후보는 최근 한 언론사를 상대로 명예훼손혐의 고소와 신문배포금지 가처분신청을 낸 데 이어 10억원의 손해배상도 함께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주 후보는 지난달 31일 호남매일 발행인과 편집국장, 취재팀장 등 3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고소하고 광주지법 순천지원에 신문배포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주 후보는 고소장에서, 지난달 30일 이 신문사 사회면에 보도된 '<6·13선거 이슈추적> 10대 소녀, 군수 노리개 전락 충격'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인해 명예훼손과 함께 선거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다며 검찰에 고소이유를 밝혔다.

이와 함께 주 후보는 이 기사가 실린 신문이 지난달 30일 여수지역에 대량 살포됐다며 이 신문사와 민주당 여수시장 김충석 후보를 상대로 신문 배포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주 후보는 특히 "수사기관의 기록에 근거하여 보도한 것이 아니고 주민들의 진술과 윤락녀들의 일기장 내용, KBS 관계자, 거문도 모 여관, 모 다방, 여천군 공무원들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를 보도했다"며 "신빙성이 높다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널리 공표해 명예훼손과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고소장에서 호소했다.

현직 군수가 거문도에 팔려온 10대 소녀에게 접대를 받았다?

▲거문도 인신매매 사건을 다룬 98년 당시의 KBS보도
ⓒ 오마이뉴스 조호진
이에 대해 호남매일측은 "해당 기획기사는 후보와 관련한 각종 악성루머가 난무, 공정한 선거분위기를 해치고 있다고 판단, 철저한 사실 규명을 통해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해 기획, 취재한 기사"라고 밝혔다.

10대 접대부의 인신매매를 다룬 지난 98년 3월 28일자 KBS방송을 인용 보도한 이 신문사는 이를 선거이슈로 삼게 된 배경을 "10대 접대부의 고객 가운데 한 명이 '현직군수'였다는 점과 이 군수가 지방선거에 재출마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신문사는 "한 달여간 KBS 관계자, 거문도 모 여관, 모 다방, 여천군 공무원들로부터 문제의 지방 군수가 현 주승용 여수시장이라는 최종 결론을 내리게 됐고, 당시 KBS 보도 이후 주 시장이 KBS측에 일부 시인했다는 사실까지 알게됐다"고 취재과정을 밝혔다.

이 신문사는 또 "주승용 여수시장은 98년 2월 당시 여천군수로 있으면서 읍·면·동 군정보고회 참석차 거문도를 방문했다가 폭풍주의보로 발이 묶여 섬에 머물다 티켓다방의 고객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사건 경위를 덧붙여 밝혔다.

이 신문사는 특히 "티켓다방에서 일한 A양(18세)의 일기장에 '00군수'라고 적혀 있어 현직 군수가 티켓영업 고객임을 알 수 있었다"며 또 A양이 당시 방송에서 "돌아가면서 폭탄주 마시고 너그들 오늘 군수 아저씨 책임지라…"고 한 업주의 지시에 대한 증언 등을 인용보도했다.

'거문도 인신매매사건'은 경남경찰청 수사대가 10대 소녀를 티켓다방에 팔아 넘긴 일당을 검거했으나 군수의 윤락 혐의는 입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이 신문사는 덧붙였다.

"다방아가씨가 서비스 해 유지들과 노래부르고 논 것이 전부다"

▲여천군수 재임 당시의 주승용 후보.
ⓒ 주승용 후보 홈페이지
한편 주승용 후보는 호남매일 3일자 신문에서 "98년 선거에서 검증 받은 것을 상대후보가 공격하기 위해 재탕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정보과 형사, 언론인도 거문도까지(와서) 확인했다"며 티켓다방 10대 소녀의 접대 의혹을 부인했다.

주 후보가 호남매일에 밝힌 거문도 사건에 대한 항변 '전문'은 다음과 같다.

"연초 읍면동 군정 보고회 차 거문도에 들어갔다. 들어간 날 폭풍주의보가 불어 3일간 머물렀는데 우리 군청 직원도 10명이 함께 들어갔다. 당시 우리 군의원 임모씨가 여관을 하는데 거기서 자고 들어간 날 저녁에 식사하고 선배가 경영하는 다방에서 차 한잔하고 옆에 있는 노래방에 갔다. 저만 간 것이 아니고 군청 직원들, 부녀회, 지역유지들이 함께 노래방에 갔다.

당시 주인인 학교 선배가 국산 패스포드를 한 병 가져왔다. 삼산면 노래방에서는 술을 팔지 못할 것인데 내가오니까 술을 한 병 가져왔다. 노래방 주인인 선배가 다방도 하고 그러니까 다방 아가씨가 얼음을 가져와 서비스를 하게된 것이다. 유지들과 노래부르고 논 것이 전부다.

그로부터 몇 달 후에 그 아가씨 아버님이 창원 KBS방송국 카메라를 데리고 수소문해 거문도를 찾아왔다. 취재하는 과정에서 아가씨 수첩에 군수 이름이 적힌 것을 본 것 같다. 아마 다방에서 노래방으로 시중을 들러가면서 소위‘봉 끊는다’뭐 그것을 써 놓은 것 같다.

그것을 이해하기 좋기 위해 괄호하고 군수라고 써 놔 ‘추적 60분’같은데 보도되니까 상상에 상상을 더해 확대되고 결국 군수와 잤다는 말까지 나왔다. 정보과 형사 파견, 언론인도 거문도까지 확인했다. 여관 주인이 군의원이고 의원님의 부인이 형수다. 우리 주가다. 그 문제로 98년 선거에서 이겨버리니까 그 다음날로 뚝해버렸다. 그것을 4년 후에 들먹거리는데 그 당시에 검증을 싹 받았다. 상대 후보측에서 재탕을 하려는 모양이다."


"섬으로 팔려온 10대에게 군수와 공무원이 접대 받은 것이 사건의 본질이다"

주승용 후보가 자신을 공격하기 위해 거문도 사건을 '재탕하고 있다'고 주장하자 민주당 김충석 후보가 발끈하고 나섰다.

김 후보측은 3일 발표한 논평에서 "거문도 매매춘 사건에 대한 반성보다는 '98년 지방선거에서 검증 받은 것을 상대후보가 재탕하고 있다'며 민주당 시장 후보측을 비난한 것에 엄중히 항의한다"며 "주승용 후보가 과연 도덕적으로 아무런 책임이 없는지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엇을 검증 받았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인신 매매된 10대 소녀의 접대문제가 선거 쟁점이 되면서 정치인의 도덕성 시비가 거셀 전망이다.(사진은 인신 매매된 소녀의 빚내용이 적힌 KBS보도) ⓒ 오마이뉴스 조호진

김 후보측은 거문도 사건에 대해 "현직 군수가 10대 청소년들이 인신 매매범들에 의해 섬으로 잡혀와 윤락녀로 버려지는 현실을 무시하고 오히려 군수와 군청직원들이 접대를 받는 고객이 된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다"고 따져 물었다.

김 후보측은 특히 "주승용 후보는 10대 접대부가 자신에게만 특별히 서비스한 것이 아니라 군청직원·부녀회장·지역유지 등 모두에게 서비스했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과연 공무를 수행하는 군수와 공무원들이 인신매매 되어온 10대 미성년자들을 상대로 접대를 받는 것이 도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거듭 따졌다.

김 후보측은 또 "주승용 후보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상대방을 비난한 것은 후보의 도덕 불감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지난 지방선거에서 어떤 절차와 방법으로 검증을 받았는지 명확히 밝힐 것"을 요구했다.

정치인 검증 '언론의 사명' , 정치인 피해우려 '신중한 보도 필요'

호남매일의 후보검증을 지켜본 일부 언론인들은 '거문도 사건' 보도와 관련, "부도덕한 정치인에 대한 검증은 언론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적극적 입장과 함께 "자칫 후보의 정치생명에 타격을 줄 위험성이 큰 만큼 신중한 보도자세가 필요하다"며 신중론으로 나뉘었다. 하지만 언론의 후보검증에 대해서는 원칙적 찬성입장을 표시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리는 지방 언론인 B씨는 3일 "부도덕한 정치인에 대한 검증은 한차례 받았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명확한 진상규명과 책임추궁 그리고 여론이 동의할 때까지 다루어야 될 문제다"며 "정치인의 자질은 법률적 판단을 넘어 도덕적 잣대가 요구되는 만큼 유권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이 사건(주승용 후보의 거문도사건)에 대한 언론검증은 사실보도를 바탕으로 시도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반면 또다른 언론인 J씨는 같은 날 "후보검증이란 미명으로 정치인이 언론으로부터 큰 피해를 입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 보도(호남매일)의 경우 후보를 흠집내기 위한 오해의 소지가 없지는 않다"는 입장을 조심스럽게 표시했다. J씨는 그러나 "부도덕한 후보에 대한 자질검증은 언론의 순기능으로 충분한 취재와 사실보도로 유권자 심판을 도와야 한다"고 후보검증의 원칙에는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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