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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3시 30분경 경찰특공대가 농성중인 학생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미상공회의소 사무실 안으로 진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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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신 대체: 오후 3시45분> 경찰특공대, 농성장 진압

오후 3시30분경 문 앞의 바리케이트 사이로 들어온 폭음탄 한발이 '꽝'하는 소리와 함께 터졌다. 순간 7명의 경찰 특공대원이 45층의 왼쪽 깨진 유리창으로 로프를 타고 들어오면서 경찰의 대대적인 진압작전이 개시됐다. 복도쪽에서도 50여 명의 경찰들이 소방호스로 물을 뿌리며 농성장에 진입했다.

농성자들은 소방호스를 꺼내 물을 뿌리기도 했지만 별다른 저항은 하지 않았고, 불과 10여분만에 경찰특공대에 의해 진압됐다.

이날 연행된 학생은 총 27명(남자 14명, 여자 13명)이다. 이들은 연행되면서도 "부시방한 반대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지만 경찰들이 곧바로 입을 틀어막았다. 이중 한 학생은 "어깨가 빠졌다"며 고통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팔이 꺾인 채 두 명의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경찰은 농성현장에서부터 엘리베이터, 현관 등지에 수백명의 경찰을 배치해 일반인들의 접근을 막았다.

이 광경을 보도하기 위해 1백여명 이상의 기자들이 모여들어 취재 경쟁을 벌였다.


한총련 학생 미상공회의소 점거과정 - 김정훈 기자

한총련 학생 미상공회의소 점거 이후 - 김정훈 기자

경찰의 한총련 학생들 농성 진압과정 - 김정훈 기자


▲ 폭음탄과 소방호스로 물을 뿌리며 경찰의 해산작전이 진행되자 학생들은 특별한 저항없이 구석으로 모여 앉았다. 한 학생이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오마이뉴스>는 언론사 가운데 유일하게 동영상팀을 파견해 농성장에 들어가, 3시간여 동안의 농성 장면과 경찰특공대의 진압장면을 촬영했다.


<2신 대체: 오후 2시30분> 경찰 출입구 막고 진압작전 초읽기 돌입

왜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인가?

지난 53년 국내 기업과 미국 기업간 무역 및 경제협력을 증진할 목적으로 설립된 주한 미국상공회의소(AMCHAM)는 현재 1000여 개의 외국기업과 2000여 명의 개인회원이 가입돼 있다. 미국상공회의소는 주한 미 대사관, 미 문화원 등과 더불어 국내에서 미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경제관련단체지만 지금까지 반미운동단체의 관심을 끌진 못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 방한을 앞두고 미 대사관이나 문화원의 경비가 대폭 강화된 반면 암참은 상대적으로 출입이 자유롭고 경비도 소홀해 학생들의 타깃이 된 것으로 추측된다.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김&장법률사무소의 제프리 존스 변호사로, 주한 외국기업을 대표해 국내 경제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최근 다국적기업의 아시아지역본부를 한국으로 유치하기 위한 다각적 노력을 벌여왔다.
학생들이 미 상공회의소 사무실을 점거한 직후 100여 명의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현장으로 긴급 투입됐다. 긴급 출동한 119구조대는 무역센터 빌딩 아래에 대형 매트리스를 설치해 점거 학생들의 투신이나 추락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점거 당시 현장에 있던 직원들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40분경 장진영(연세대 4학년) 씨 등 대학생 3명이 오는 27일 열리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강사를 초빙하고 싶다며 찾아왔다고 한다. 이에 미국상공회의소 측은 자신들은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며 학생들에게 나가줄 것을 요구했고 그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져 경찰들이 일부 학생들을 연행하기도 했다.

▲ 3시 30분경 사무실 구석에서 경찰특공대에게 둘러싸인 학생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오후 2시경 경찰들은 빌딩 로비와 45층의 출입을 통제한 채 경찰특공대 투입을 준비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점거 바로 직후 작전을 시작할 수도 있었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특공대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두께 약 26밀리미터의 대형 유리창을 깨고 10여 미터 가량의 '전쟁확대 무기강매 부시방한 반대한다'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학생들은 사무실 내에 있는 복사기를 이용해서 성명서 수백장을 복사한 뒤 깨진 유리창으로 뿌리면서 구호를 외쳤다.

"제국주의적 패권정책 포기하고 전쟁위협 중단하라."
"한반도 평화위협 대북 강경책 철회하라."
"무기강매, 내정간섭 중단하고 미국은 한반도에서 물러가라."
"양민학살 미군범죄 사죄 않는 부시방한 반대한다."

사무실을 점거한 학생들은 가장 먼저 컴퓨터를 이용해서 시민사회단체와 언론사 사이트에 점거농성 소식을 알렸다. 나머지 학생들 일부는 바리케이드를 지키면서 문 바깥에 모인 기자들에게 점거 농성 이유와 미 대사를 면담하겠다는 요구사항을 알렸다.

건물 밖에서 경찰들과 소방서 구조대원들이 긴박하게 움직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 고비를 넘겼다는 안도감에서였는지 농성 학생들은 각자 소개와 함께 노래와 율동으로 잠시 긴장된 마음을 풀기도 했다.

한 학생은 "오늘 사건으로 인해서 우리들의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면서 다소 엄숙한 어투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 때 농성소식을 듣고 뒤늦게 달려온 수십명의 카메라 기자들은 바리케이드 틈 사이로 사진기를 들이밀고 차례로 촬영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일부 기자들은 학생들과 함께 농성장에 들어온 기자들에게 카메라를 건네서 촬영을 부탁하기도 했다.

오후 3시경 현관 바깥에서 북적대던 기자들이 사라지고, 진압복으로 무장한 경찰특공대원들이 현장에 배치됐다.


<1신: 오후 1시10분> 한총련 30여 명 미 상공회의소 점거

▲ 12시 50분경 삼성동 무역센터 45층에 입주한 미국 상공회의소 사무실에 진입한 학생들이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총련 소속 학생 30여 명이 18일 낮 12시50분경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 빌딩 45층 미 상공회의소를 점거한 채 농성에 돌입했다.

이에앞서 이들은 20여분 전에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고 무역센터 비상계단을 통해 45층 미 상공회의소 출입문으로 통하는 비상계단에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부시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비상경계령이 내려진 가운데 미 상공회의소 사무실 입구는 경찰관들의 경비가 강화되어 있었으며, 이중삼중의 신원확인 없이는 사무실 출입이 불가능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비상계단에서 20여분동안 대책을 마련하며 숨죽인 채 회의를 거듭한 학생들은 마침내 정면돌파를 결정하고 순식간에 경비 경찰들을 밀어부치고 사무실에 진입했다. 이들은 또 사무실에 근무하는 외국인 직원을 안전하게 밖으로 나가도록 한 뒤 책상과 냉장고 등 움직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출입문 앞에 쌓고 농성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 6-7명은 상공회의소를 지키는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이들은 '부시 방한을 반대하는 한총련 청년학생들 일동' 명의의 유인물을 통해 "한국민의 자존심을 짓밟고 평화를 위협하는 부시의 방한을 결코 용납할 수 없기에 오늘 미국에 대해 한국민들의 강력한 분노와 엄중한 경고를 표현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주장했다.

▲ 미상공회의소 사무실을 점거한 한총련 학생들. 일부 학생들은 점거 직후부터 사무실 컴퓨터를 이용해서 인터넷 속보를 올리는 신속함을 보였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현재 미 상공회의소에서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한 학생은 "한반도를 왜곡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수많은 문제, 즉 주한미군, 무기강매, 양민학살 문제 등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부시의 방한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주한 미 대사와의 면담이 성사되기 전에는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후 1시 30분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덧붙이는 글 | 전쟁위협, 무기강매, 내정간섭의 장본인 부시방한을 용납할 수 없다

2월 19일, 부시 미대통령이 한국땅을 밟는다. 그러나 오늘 이 땅에 살아가고 있는 한국의 4천만 국민들은 부시 방한이 한국민들의 자존심을 짓밟고 평화를 위협하는 그의 방한을 결코 용납할 수 없기에 오늘 미국에 대해 한국민들의 강력한 분노와 엄중한 경고를 표현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오늘날 부시가 저지르고 있는 망언과 오만한 행동은 제국주의적 침략 야욕이며 전세계 수많은 민중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들이 휘두르고 있는 횡포와 전횡은 이미 아프간에서 수많은 민중들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이제는 이라크와 북한으로 전쟁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하며 전세계를 전쟁위협으로 몰아가고 있다. 

세계를 상대로 가장 많은 무기를 수출하며 한국에도 무기를 강매하려하는 그들이 북한의 군사무기 운운할 수 있는가. 더구나 남과 북이 통일과 화해로 나아가는 이 시점에 한국을 방문하여 대북정책에 간섭하는 것은 한국민의 자존심을 침해하는 것이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문제이다. 

50여년전 한국전쟁 당시 노근리를 비롯한 이 땅의 수 십여곳에서 전쟁과 무관한 양민들을 무조건 살상하라고 계획적인 명령을 내린 장본인인 그들이 과연 평화를 논할 자격이 있는가. 이러한 진실이 명백히 밝혀진 오늘날에도 이에 대한 사죄는커녕 사실인정조차 부인하고 있는 살인집단 미국이 과연 무슨 자격으로 평화를 입에 올린단 말인가. 안보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이 땅에 머무르며 그들이 저지른 범죄들은 얼마이며 유린한 우리 누이들의 억울한 죽음은 또 얼마였던가. 

 ▲ 미상공회의소 사무실을 점거한 학생이 깨진 창문 밖으로 유인물을 던지며 자신들의 주장을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시연
IMF이후 미제국주의의 종속경제 아래 대다수 한국 국민들은 생존권을 짓밟힌 채 신음하고 있으며 은행, 기업, 부동산 등 국부의 절반이상이 이미 미국자본의 손으로 넘어가 한국경제는 회생도 희망도 없는 비참한 지경으로 전락하였다.
 
그들은 군사적 점령군으로서 한국정치의 막후 배후조정 세력으로서 우리 사회를 뒤흔들어 왔으며 온 사회를 반북반공이데올로기로 대립시키고 한국사회의 이성을 마비시켜 건강한 발전을 가로막아온 장본인이다. 이 땅 역사에서 악의축이 있다면 우리는 단연코 그것이 미국임을 하나같이 깨닫고 있다. 

그가 최소한 이 땅에 발을 딛기 위해서는 억울하게 죽어간 수 백만 양민들에게 사죄해야하며 이 땅에서 저질러 온 전횡과 횡포를 포기해야 한다. 한반도에서 전쟁의 먹구름을 걷어야 한다. 

그러하기에 한국민들의 민족적 자존심을 짓밟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부시의 방한을 우리는 이대로 두고 볼 수 없으며 한국민중들의 단결된 힘으로 부시의 방한을 무조건 저지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밝힌다.
 
경찰과 군대를 동원한 강압으로 우리 민중들의 분노를 멈출 수는 없다. 우리에겐 백 여년 민족해방투쟁의 존엄한 역사가 있으며 산천도 뒤흔드는 민중들의 기개가 있다. 이대로 한국 땅을 밟는다면 죽음도 불사한 각오로 불퇴전의 투쟁으로 부시방한을 저지할 것임을 강력히 경고한다. 

- 제국주의적 패권정책 포기하고 전쟁위협 중단하라.
- 한반도 평화위협 대북 강경책 철회하라.
- 무기강매, 내정간섭 중단하고 미국은 한반도에서 물러가라. 
- 양민학살 미군범죄 사죄 않는 부시방한 반대한다. 

부시방한을 반대하는 한총련 청년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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