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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30일 오후 6시)청소년 성범죄자 169명에 대한 신상공개가 30일 오전 10시를 기해 인터넷과 관보를 통해 공개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같이 소개합니다

오후 6시 현재 20만명 접속, 격려전화 많아

청소년 성범죄자 169명에 대한 신상공개가 시작된 지 8시간만인 오후 6시 현재 청소년보호위원회 홈페이지 접속자수는 2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신상공개된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169명의 직업과 범죄유형

관계자에 따르면 보통때 10% 미만에 머물렀던 청소년 보호위원회 홈페이지 CPU도 현재 70-80%를 육박하고 있다는 것.

청소년 보호위원회 직원들을 격려하는 전화도 부쩍 늘었다. 청소년보호위원회 관계자는 "신상공개전 찬반으로 팽팽히 대립됐던 분위기와는 달리 신상공개 이후에는'격려전화'가 훨씬 많아졌다"고 전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사람들이 인터넷에 공개된 청소년 성범죄자 범죄요지를 보고난 뒤 '이렇게 까지 심할 줄은 몰랐다, 다음에는 주소, 사진까지 공개되어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 보호위원회 홈페이지 접속자 폭주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신상이 공개된 청소년보호위원회 홈페이지(www.youth.go.kr)가 접속자 폭주로 서버장애를 겪고 있다.

청소년 보호위원회 전산실 관계자에 따르면 오늘 오전 9시50분 신상공개 이후 1시간 동안 4만여명이 접속했으며 낮 12시30분까지의 접속자는 7만여명 이상에 이른다는 것.

청소년 보호위원회는 서버다운을 막기위해 오전 10시10분 경부터 순간입장인원을 3백명으로 제한해 둔 상태다.

전산실 관계자는 "청소년성보호에관한 법률에 따라 인터넷 상에서는 청소년 보호위원회 홈페이지에서만 공개됐기 때문에 접속자가 더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신상정보 공개 이후 청소년 보호위원회에는 공개된 당사자들로부터 "억울하다"는 등의 전화가 걸려오기도 했다.

"피의자 이중처벌 아니다, 이번 신상공개는 사회적 예방 목적"
30일 10시 청소년 성범죄자 169명 신상공개


ⓒ 오마이뉴스 김미선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이중처벌이냐, 청소년 성범죄 예방을 위한 고육지책이냐를 두고 찬반양론이 분분했던 '청소년 성범죄자 신상공개'가 30일 오전 10시를 기해 인터넷(국무총리실 청소년 보호위원회 홈페이지 www.youth.go.kr)과 관보를 통해 일제히 공개됐다.

청소년보호위원회(위원장 김성이)는 법조계, 언론계, 민간단체 인사로 구성된 신상공개 심사위원회를 거쳐 확정된 169명에 대해 이들의 이름, 생년월일, 주소, 직업, 범죄사실요지 등 5개 항목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름과 생년월일을 제외한 나머지 항목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주소의 경우 사는 구(區)명까지만, 직업의 경우 직장명이 아닌 직업분류(회사원, 공무원, 노동 등)로만 공개됐다. 특히 범죄사실 요지도 '대상 청소년 및 피해 청소년의 신상이 드러날 수 있는 사항을 포함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청소년성보호에관한법률 규정에 따라 간략하게만 발표됐다.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성범죄자 신상공개 자료 서두에 "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청소년의 전 생애에 치명적 장애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기본 윤리마저 파괴하는 범죄행위이기에 청소년 대상 성범죄행위의 발생을 경계하는 마음에서 부득이 범죄행위자들의 신상을 공개하게 되었다"는 내용의 '계도문'을 게시, 신상공개가 '청소년 성범죄 예방책'임을 강조했다.

169명의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신상이 공개된 청소년보호위원회 홈페이지는 접속자가 몰려 서버접속에 장애를 겪고 있는 상태다.

이번에 공개된 169명 청소년 성범죄자의 범죄유형은 강간범(미수 포함)이 65명(38.4%)로 가장 많고, 이어 강제추행 61명(36.1%), 청소년 성매수범 27명(16%), 매매춘 알선 16명(9%) 순이다.

공개된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중에는 여성도 6명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자 연령별로는 30대 남성이 37.9%(64명)로 가장 많았으며, 20대 27.2%(46명), 40대 22.5%(38명), 50대 8.8%(15명), 60대 이상 3.6%(6명) 순이다.

또 직업별로는 무직 20.7%(35명), 회사원 18.9%(32명), 자영업 18.3%(31명), 노동 9.5%(16명) 순이다. 공개명단에는 공무원도 2명 포함돼 있으나 이들은 실형선고와 함께 공무원직에서 물러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발생 장소는 범죄인 거주지가 22.5%(38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피해자 거주지, 숙박업소, 고용업소, 범인의 차 순으로 나타났다. 또 피해자 중 30.6%인 74명이 13세 미만이다.

신상이 공개된 피의자들의 대다수인 136명이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자들이며, 징역 23명, 벌금형 10명 순이다. 집행유예의 경우 3년 55명, 2년 51명, 4년 19명, 1년 11명 순이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중에는 친아버지가 가해자인 경우도 있었으며, 그 외 가해자로는 고용주, 이웃, 친척, 친구도 발견됐다. 또 2-4세의 어린 여아를 대상으로 성폭행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도 다수 포함됐다.

한편 청소년 보호위원회는 30일 10시 정부중앙청사 19층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개최, "이번 청소년 성범죄자 신상공개는 피의자에 대한 이중처벌을 목적에 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청소년 성범죄예방과 성범죄자들의 재발방지를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청소년보호위원회 보호지도과 황의수 씨는 "피의자 인권침해는 없을 것"이라며 "신상공개는 이미 법(청소년성보호에관한법률)에 의해 결정된 사항이며, 엄정한 심사를 통해 걸러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씨는 또 "피의자 본인이 '공개'가 불합리하다고 판단할 경우,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실제 당초 공개키로 했던 170명 중 1명이 신상공개 금지 소송 및 신상 공개 유보 가처분 신청소송을 제기해 법원판결 확정시까지 공개가 보류된 상태다.

다음은 기자회견장에서 김성이 청소년보호위원장과 기자들과의 질문답변 내용이다.

-공개대상자의 주소가 구까지만 공개됨으로 해서 동명이인이 피해을 볼 수도 있다는 문제제기가 있는데 추후 사진과 주소를 구체적으로 공개할 의향이 있는가.
"이번 신상공개는 우리나라의 가치관과 문화가 반영된 것이다. 가해자의 인권이 많이 보장됐다. 또 가해자의 한글이름 옆에 한자이름이 병기됐고, 생년월일까지 기술됐기 때문에 동명이인의 피해는 없을 것이다."

-신상공개 대상자 선정과정에서 대상자들로부터의 이의제기나 반발은 없었는가. 또 동일범죄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두번식 가혹한 처벌을 주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다른 범죄자들과의 형평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는데.
"일각에서 살인범죄자도 신상공개를 안하는데 왜 미성년자 성범죄만 신상을 공개하느냐고 묻는데 이는 최근 환경권이 강화되면서 환경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 것으로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미성년자 성범죄는 우리사회에 새로운 사회문화로 등장하면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부득이하게 행정조처를 취하게 된 것이다.
이중처벌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 169명은 이미 사법부의 처벌을 받았고, 우리는 이를 또 처벌하자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경각심과 계도를 위해 공개한 것이다. 선정과정에서 대상자들의 반발은 의외로 많지 않았다. '이미 많이 반성했으니 빼달라'는 의견은 있었다."

-한국과 미국의 신상공개를 비교해보면 미국의 경우 범죄자가 그 지역에서 재범을 저지르지 않도록 하는 의미가 많은 것 같은데 반해 우리나라는 '망신주기'라고 보여진다. 이번 공개가 얼마만큼의 재발방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보는가.
"한국과 미국의 차이는 법률시행시기의 차이를 이해하면 된다. 미국의 경우 뉴저지주의 메건이라는 여아의 사건을 계기로 법률안을 제정한 것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전사회적으로 문제제기가 된 것이다. 우리사회가 갖고 있는 체면문화를 활용해보자는 생각도 있었던게 사실이다. 앞으로는 이를 좀 더 세분화 시켜서 연구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이법의 취지가 재발방지와 예방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해도 이번에 공개된 169명은 단지 '이런 것 하면 이렇게 된다'는 식의 하나의 도구로 쓰여졌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충분히 공개대상자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었다. 이를 통해 사회전체적으로 청소년 성범죄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다고 본다. 사회전체의 이익을 위해 169명을 희생시킨 것은 아니다. 앞으로 가해자, 피해자를 위한 프로그램 등을 수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170명중 1명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이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6개월뒤 2차 공개를 할텐데 소송제기자가 늘어나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이번 공개는 법규정대로 시행한 것이고, 행정소송 제기자들에 대해서는 판결이 끝날 때 까지는 신상공개에서 보류되는 것이 원칙이다. 이는 공개대상자의 인권을 위해서도 적절했다고 본다. 앞으로 사법부에서 다른 판결이 나온다면 존중할 생각이 있다."

-외국의 신상공개를 보면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나라의 공개수준을 보면 피해자들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번 공개는 사회적 분위기의 변화를 기대하는 거다. 외국의 제도를 보면서 계속 보완해 나갈 것이다."


'아하! 청소년 성문화센터' 이명화 소장
"피의자 신상, 더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 김미선 기자


"미국의 경우 사진과 정확한 주소까지 공개되고, 심지어 이사를 가더라도 성범죄 전력이 따라가는 데 비하면 이름과 생년월일, 직업분류, 사는 구이름을 공개하는 것 정도는 오히려 약하다."

30일 오전 10시 인터넷과 관보를 통해 공개될 청소년 성범죄자 신상공개에 대한 찬반양론이 분분한 가운데 이명화 '아하! 청소년성문화센터' 소장은 "오히려 더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소년보호위원회(위원장 김성이)에 의해 신상이 공개될 청소년 성범죄자는 강제추행 60명(35%), 강제 성폭행 47명(28%), 원조교제 27명(16%), 성폭행 미수 20명(12%), 매춘알선 15명(9%) 등 총 169명이다. 청소년 보호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에 공개될 청소년 성범죄 사건 중에는 남성피해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신상공개는 청소년성보호에관한 법률에 따라 실시되는 것으로, 피의자의 이름, 주소, 생년월일, 직업, 범죄사실요지 등이 공개된다.

이 소장은 "이번에 공개될 피의자들은 신상공개와 관계없이 조사과정에서 이미 성범죄 전력을 갖게 된 사람들"이라며 "'신상공개 때문에 평생 낙인찍히고 피해를 볼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지인이 아닐 경우 그 사람이 누군지도 잘 모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대신 "신상공개를 통해 '청소년 성범죄는 중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또한 "청소년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피의자,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복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명화 소장과의 일문일답.

- 피의자 신상공개가 이미 형사처벌을 받은 피의자에 대한 이중처벌일 뿐더러, 피의자와 피의자 가족에 대한 인권침해라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번 공개방식은 이름, 나이, 직업분류, 살고 있는 구, 범죄사실 등만 공개되는 것이다. 피의자 당사자의 인권침해가 될 것이라는 주장은 맞지 않다. '평생 낙인찍히고 피해를 볼 것'이라고들 하는데 이 사람들은 이미 신상공개와 관계없이 조사과정에서 성범죄 전력을 갖게된 사람들이다. 이번 공개는 '성범죄는 중범죄다'라는 것을 사회적으로 천명하는 의미가 짙다고 본다."

- 당초 청소년 단체와 여성단체는 더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아는데.
"미국이나 영국 등 외국의 경우도 청소년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 피의자의 이름과 사진까지 공개한다. 또 그 사람이 이사를 가더라도 '이 집에는 성폭행 범죄자가 살고 있다'는 내용이 따라간다. 이렇게까지 강한 처벌을 하는 것은 '더 이상 피해자를 만들지 말자'는 취지 때문이다. 우리(여성, 청소년 단체)도 사진과 주소를 공개해야 한다고 했었다."

- '청소년 성범죄자 신상공개' 방식을 통해 어떤 효과가 얻어질 것으로 기대하는가.
"청소년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169명 피의자와 피해자들을 위한 사회복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국의 경우 가해자에 대해서도 정신치료를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피해자, 가해자의 인권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후진국이다."

- 피의자 신상공개보다 성범죄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다. 지난 4월 서울지검이 발표한 성매수자(원조교제) 사법처리 현황을 보면 기소된 피의자 중 6%만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실 성폭력보다 '돈으로 성을 살 수 있다'는 성매수가 더 죄질이 나쁘다. 그런데 이번 공개대상에서 성매수자는 16%밖에 안됐다. 실제 법원에서 원조교제로 실형을 선고받는 예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성폭력 증명여부가 어렵고, 대가성인지를 밝히기 힘들다는 이유로 중도에 기각되어 버린다. '합의된 원조교제는 처벌하지 않는'것도 문제다. 또 실제 실형선고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1년 이상 선고자가 거의 없으며, 대부분 집행유예나 몇백만원의 벌금형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법원 자체가 남성 중심의 사고관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 30일 1차 공개를 시작으로 6개월마다 '청소년 성범죄자 신상공개'가 이어질텐데, 보완되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청소년 성범죄자 신상공개 과정에서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똑같은 성범죄임에도 불구하고 누구는 공개되고, 누구는 공개되지 않는 등 공평성을 해치는 문제는 없어야 한다."


"취지는 좋지만...그럼에도 내가 반대하는 이유" - 이봉렬 기자

오는 30일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169명의 신상이 공개될 예정입니다. 성명, 연령, 생년월일, 직업, 주소, 범죄사실 등의 신상이 인터넷과 정부게시판에 게시가 된다고 하니, 어지간한 사람 아니라면 평생을 숨어 지내는 신세로 살아가게 되리라는 추측도 해 봅니다.

이 신상공개 제도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는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신상공개 하는 날이 눈 앞에 닥친 지금은 마냥 찬성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래도 남자들은 청소년 대상 성범죄에서 피해자이기보다는 가해자가 될 확률이 더 높으니, 잠재적 가해자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자면 이 제도는 정말 끔찍하기 그지 없는 제도입니다.

한 때의 실수로 엄한 처벌을 받게 되는 것과 더불어, 신상공개로 인해 자신을 아는 모든 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히게 됨은 물론이고, 평생 자기 스스로를 숨기고 살아야 하는 이중 삼중의 고충을 겪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청소년이 그 대상이 아니더라도, 떳떳하지 못한 향락문화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남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쉽게 음란한 성문화에 젖어들 수 있는 것이 이 사회의 모습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인 성매매가 '사회적 필요악'이라는 판결이 법원에서 나올 정도로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성매매의 현장에서 청소년을 찾아내기가 그리 힘든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런 환경에 대한 개선 없이 당사자에게만 그처럼 가혹한 벌을 내리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가 하는 물음에 쉽게 수긍을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여성의 성에 대해 보수적인 우리 사회의 분위기에서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이면서도, 가해자보다 더 심한 상처를 평생 간직하고 사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한 여자의 남편이자, 두 딸아이의 아빠의 입장에 서서 그런 일은 상상도 하기 싫은 끔찍한 일이며, 점점 음란해져가는 이 세상에서 우리 청소년들만이라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신상공개' 정도의 강력한 대비책은 필요하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에 공개하는 성범죄의 종류를 보면 '강제추행 60명(35%), 강제 성폭행 47명(28%), 원조교제 27명(16%), 성폭행 미수 20명(12%), 매춘 알선 15명(9%)' 등으로 그런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당해도 싸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잠재적 가해자의 입장에서, 또 잠재적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내린 결론은 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이들의 신상공개는 성범죄 예방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신상공개를 반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회적 동의'를 얻어 법에 정한 처벌에 더해 신상공개라는 또 다른 형태의 처벌이 허용된다면, 앞으로 이와 비슷한 사례가 또 만들어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바로 그것입니다.

우린 그리 오래지 않은 기억 속에서 '삼청교육대'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폭력배들은 이 사회에서 격리시켜 교화시켜야 한다는 '사회적 동의' 아래 정권의 눈 밖에 난 이들을 무차별적으로 잡아가두고 폭력을 행사했었습니다.

'화염병을 던지는 학생의 신상을 공개해서 취업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탈법적인 의견이 나온 것은 불과 몇 달 전의 일입니다.

최근 왜곡된 여론을 퍼트리는 보수언론과 몇몇 단체의 힘을 앞세운 억지 주장으로 인해 8.15 방북단의 '돌출행동'이 방북단의 갖가지 성과를 가리고 남북화해의 걸림돌이 되어 버렸습니다.

수구세력들의 이런 광기 서린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언제 또 다시 '반공'이라는 '사회적 동의'를 내세워 그들과 의견이 다른 대상을 재단하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만들어 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어떤 일에 대해 모든 이들이 동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애초에 있을 수 없습니다. 언론이 자주 들먹이는 '국민여론'이라는 말은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그 실체를 쉽게 파악하기란 쉽지 않으며, 왜곡되어지기 쉬운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똑바로 서 있는 법이 필요한 것입니다.

국민 대다수의 공감대가 형성 되었다는 식의 말로 이런 즉흥적인 충격요법을 사용하다 보면 우린 또 다시 삼청교육대를 만나고, 권력자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사회의 울타리 바깥으로 밀려나는 일을 겪게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청소년 성범죄를 막겠다는 취지는 좋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범죄유형이라도 현행법 내에서 해결하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는 청소년 대상의 성범죄가 아무리 용서 받지 못할 죄악이라 할지라도 예외일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번 일이 청소년대상 성범죄에 경종을 울리고, 대다수 선량한 이들의 권리를 지키는데 사용되어지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제도가 선례가 되어 그 반대의 제도를 만드는 데 쓰일 수도 있음을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까지 권력을 쥔 자들의 즉흥적인 결정에 의해 국민의 인권이 너무도 쉽게 무시되어지는 일을 수도 없이 경험해 왔습니다.

청소년 상대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에 대해 그 취지는 이해하고 그 목적을 이루는 데 힘을 보태고 싶지만, 그 방법에 반대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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