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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이회창 총재는 지난 6월8일 획득한 '2002번' 차번호에 대한 논란이 일자 6월 15일 보통번호로 교체했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오마이뉴스> 등의 지적이 타당하다는 의견과 그렇다고 차번호를 다시 바꿀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으나 내년 대선에 부담이 될수도 있다는 이총재의 판단에 따라 결국 보통번호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1신: 6월 12일 오전 9시 44분

2002년 한일월드컵 '홍보대사'로 유명한 가수 김흥국 씨는 숫자 '2002'와 인연이 깊다.

우선 김씨의 사무실 전화번호는 7**-2002번이다. 김씨의 핸드폰은 011-***-2002번이고, 김씨의 부인 핸드폰은 017-***-2002번이다. 김씨의 차량번호 역시 서울**2002번이다. 물론 김씨 주변의 모든 숫자가 '2002'번인 이유는 월드컵을 겨냥한 김씨의 '전략'이다.

김흥국 "구청하고 현대측에서 절묘하게 날짜 맞춰야 가능한 일"

핸드폰 번호 끝자리는 흔히 고객이 원하는 번호(집 전화번호, 애인생년월일 등)로 제공해준다. 그러나 차량번호는 그렇지 못하다. 차량등록사업소에 접수를 하면 무작위로 번호판이 배당되기 때문에 원하는 번호를 얻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김흥국 씨는 어떻게 차량번호 2002번을 구할 수 있었을까?

"나도 간절히 원하긴 했지만 당시 서초구청과 현대자동차가 도와줬다. '2002번은 월드컵 홍보의 대명사인 김흥국이한테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자세한 과정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차량 번호 2002를 받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구청하고 현대측에서 절묘하게 날짜를 맞춰야 가능한 일이다."

별명마저 '이천투'인 김흥국 씨는 6월11일 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했다. 4년전 차를 구입하면서 현대자동차측과 서초구청의 도움을 받아 승용차에 '서울**2002'라는 번호판을 달 수 있었다는 것이다. 김씨는 "차를 바꾸려고도 했지만 번호판이 아까워 아직 바꾸지 않은 채 월드컵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에는 5월 현재 248만7209대(서울시 통계)의 차량이 등록되어 있다. 이중 차량번호가 2002번으로 끝나는 차는 모두 382대뿐. 따라서 서울에서 2002번을 차량번호로 받을 수 있는 확률은 0.015%에 불과하다.

결국 2002번을 원하던 사람이 '우연히' 그 번호를 받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김흥국 씨처럼 2002번을 받겠다는 굳은 '의지'와 월드컵을 위해 일한 '공헌'을 인정받아 행정담당자가 자발적으로 도와준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 총재측은 왜 종로가 아닌 마포에서 차량번호를 받았나

최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차량번호 2002번을 단 새 차를 구입해 주목을 받았다. '대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의혹 속에 이 총재의 측근들은 '우리가 요구한 적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 총재의 차량번호는 '서울43더 2002'다. 서울 뒤에 붙는 '43'은 번호판을 발급 받은 지역을 표시한다. 예를 들어 '43'은 마포구를, '30'은 종로구를 말한다.

그런데 이총재는 왜 자신의 집이 있는 종로구에서 번호판을 발급 받지 않고, 마포구까지 간 것일까? 그 의문을 풀기 위해 우선 이총재의 집을 관할하고 있는 종로구청을 찾았다.

차량 번호판을 발급하는 업무를 하고 있는 교통행정과 담당자에게 기자가 "원하는 번호로 차량 번호판을 발급 받을 수 있는가?"라고 묻자 그는 대뜸 "홀수 짝수 결정하는 것 외에는 절대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기자는 다시 신분을 밝히고 "만일 사람들이 원하는 번호를 받고자 했을 경우 100% 그 번호를 받을 수 없다는 말인가?"라고 재차 물었다. 그러나 그는 조금 멈칫하더니 "조금 어려운 질문"이라며 "예를 들어 '4'자를 피해달라든가 상승하는 숫자(사업하는 사람들이 주로 원한다고 함)로 해 달라고 하면 그땐 도와주는 편"이라고 답했다.

이번에는 기자가 '이회창 총재 번호판' 사건을 꺼내자 그 담당자는 "나도 그 얘기 안다"며 "높은 사람들 하는 일이라 잘은 모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번호를 절대 못 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말단 공무원이 뭘 알겠는가. 구청장님이 와서 '번호 하나 줘라'하고 말하면 안 줄 수 없다. 그런데 종로구청에서는 어림없다. 왜냐고? 내가 담당자로 있는 한 절대 안 된다."

이날 종로구청에서는 8400번대 번호판을 발급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총재는 자신이 사는 종로에서 번호판을 받았다면 83**정도가 됐을 것이다.

종로구청을 나온 기자는 이총재가 차를 발급 받은 마포구청으로 향했다. 마포구청 교통행정과 관계자들은 기자가 취재의도를 밝히자 탁자로 안내한 후 상세히 번호판 발급 절차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구청에서는 한꺼번에 50개의 번호판을 준비해놓는다. 현재 발급하고 있는 번호판은 2100번대이고, 문제의 2002번 번호판은 지난 6월 7일 2000번부터 발급하기 시작한 것 중 하나이다. 우리는 시민이 접수하는 순서대로 번호판을 발급한다. 절대 그 순서를 어기는 일은 없다. 요즘은 자신이 원하는 구청에서 번호판을 발급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간혹 시민들이 '마포구에는 지금 어떤 번호 나가요?'하고 문의하는 전화가 오기도 한다. 즉 자기가 원하는 번호대를 발급하는 구청을 찾아 그 곳에서 원하는 번호를 발급을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려면 구청에 와서 내가 원하는 번호의 앞 번호가 발급될 때까지 며칠이고 죽치고 앉아서 기다려야만 한다."

이 담당자는 또 "이총재 대행인이 2002번을 발급 받기 위해 여러 구청을 알아본 후 마포구까지 와서 며칠을 기다렸다가 2002번을 발급 받아 갔을 수는 있지만 우리들이 이총재를 위해 2002번을 빼준 일은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경우의 수는 이렇다.

1) 이총재측이 억세게 운이 좋았을 경우--2002번을 받을 수 있는 0.015%에 "당첨".

2) 구청측에서 알아서 챙겨줬을 경우.

3) 이총재 대행인이 2002번을 발급 받기 위해 여러 구청을 알아본 후 그 언저리의 번호를 발급해주고 있는 마포구까지 와서 며칠을 기다렸다가 2002번을 '차지'했을 경우.

이번 2002번 번호판 사건에 대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실에서는 "우리가 좋은 번호를 부탁한 것도 아닌데 현대측에서 신경을 써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자동차측에서는 "우리가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차량 등록 대행사에서 한 것 같다"고 답변했다.

모두 3번의 경우일 가능성이 높음을 말해주고 있다.
따라서 현대측이든 차량등록대행사측이든 이총재 측근이든 누군가는 '마포에서 등록을 해야 2002번을 탈 가능성이 있다'고 '머리'를 썼고, 마포구청에 나가 창구에서 서성거리면서 2001번에 대한 업무처리가 종결되길 기다리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런 추론은 이총재가 지난 5월 14일 측근들로부터 승용차 교체 권유를 받았지만 거절한 이유가 2002번이 올 때를 기다린 것이 아니냐는 생각까지 미치게 한다. 그때 이 총재가 승용차를 교체했다면 2002번이 아니었을 것이다.

당시 이 총재의 승용차 교체 거절 사유는 이랬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마당에 굳이 승용차를 교체할 필요가 없다"(연합뉴스 5월 14일 보도)

한 달 전이나 지금이나 경제가 어렵긴 마찬가진데 이총재는 승용차를 교체했고 2002번을 타냈다.

어쨌든 누가 어떻게 2002번호판을 발급 받아 왔는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총재는 2002번이 찍힌 번호판을 사양하지 않았다. 이제 이총재가 차량번호 2002번인 차를 타고 2002년 대선에서 활약을 할 것이다.

김흥국 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차량번호 2002번을 발급 받기란 쉽지 않았을텐데"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좋아하고, 사랑하고, 하고 싶은 게 있어서 10년 동안 그렇게 하면 어떤 것이던 마음먹은 대로 된다."

이총재측은 같은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우리가 좋은 번호를 부탁한 것도 아닌데 현대측에서 신경을 써준 것 같다."

월드컵 '홍보대사'의 말이 대선주자측의 말보다 훨씬 당당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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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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