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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교사로서 부끄럽고 한심하게 생각합니다.
학교의 상황을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표본적 사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스승의 날' 행사는 선생님도 아니고 학생이 주관합니다. 물론 그것도 대체로는 교사의 각본에 의한 학생주도이겠지요. 그리고, 선생님도 아닌 학생의 통제를 따를 학생들이 아니죠.

소란하고 무질서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실외에서 모든 학생들이 나와 행사를 하기도 어쩌면 오랜만이었을 것입니다. 도저히 그냥 보아넘기기 곤란한 지경이었을 것입니다.

아직도 어떤 교장선생님은 일제강점기의 조회모습을 그리워할 것이고, 40대인 저는 군대 같은 정열된 모습은 아니라도 좀 질서 있는 모습을 좋아하지요. 제발 조용히 하고, 누가 무슨 말을 하면 들을 줄도 알았으면 좋겠지요.

그러나 학생들은 운동장에 나와서 여러 학생들이 모이면 즐거운 장난의 호기입니다. 아니 모이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나왔으며, 나와 줄을 맞춰 서야할 아무 필요성도 없는데 그냥 나오라니 나왔죠. 그래 뭐해요? 이야기나 하고 즐겁게 장난도 치고, 아무 생각없이 행사가 끝나기를 기다리죠. 행사는 왜 하는 거죠? 그건 재미없잖아요? 수업도 재미없으면 정말 싫은데, 그 따위 행사는 좀 안하면 좋잖아요?

그런데 묻지도 않고 행사를 해요. 자기들(선생님) 맘대로죠. 우리는 그냥 시키는 대로 하는 거죠. 훈화도 짧으면 감사의 박수를 보내죠. 내용은 아무래도 좋아요. 빨리 끝나고 각자 알아서 노는 것이 좋아요.

내버려 두면 얼마 동안이라도 잘 놉니다. 수업에 들어가도 이야기며 장난이며 끝이 없어요. 선생님이 화난 얼굴로 말없이 서 있으면 가끔 힐끔거려 선생님을 봐 가면서 계속 떠들고 하던 장난을 계속합니다.

그런 학생들은 '스승의 날'이니 만큼 선생님들이 좀 참고 기다려주자 정도가 지나쳤을 것이고, 그러나 참다 못한 체육선생님의 분노가 터졌을 것입니다. 그 분노는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교장선생님이 훈화를 하다가 중지할 때의 기분도 눈에 선합니다. 그리고 학생들은 몇 년 전과는 다른 학생들이죠. 마구 패는 모습에 질겁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학생을 때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그리고 그 학생들에게는 너무 편리한 핸드폰이 있었죠.

시작은 97년이었다고 기억됩니다. 98년부터는 교사가 학생을 구타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한다는 매스컴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 교사도 학생도 달라져야 했습니다. 교사들은 매가 아닌 아름다운 권위를 가지고 따르게 해야 했고, 학생들은 무서워서가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니까 하는 자세를 갖춰야 했습니다.

그러나, 대책을 마련하기도 전에 교사는 매를 들지 못하게 강제되었고, 학생들은 통제에서 풀린 엉터리 자유를 얻었습니다. 가르칠 내용도 교실도 학생수도 바뀌지 않고 단지 없던 사랑을 내야했고, 학생들은 다수 속에 튀어보이지 못하는 자신을 따돌림 당하지 않게 해야만 했을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서도 여전히 말없이 잘하는 상당수 학생은 문제가 되지 않지요.

그러나 때려야 한다는 말은 안 됩니다. 요즘의 설문조사들에서는 종종 교육적 체벌은 찬성이라는 견해가 많다고 들었지만 이제 때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미 학생들은 그런 문화를 거부할 배짱을 두둑히 갖췄으니까요. 이제 고등학생 정도라면 체벌을 할 교사들은 몇몇 교사에 불과합니다. 그 몇몇 교사란 학생들과 싸울 경우도 볼상 사납지 않게 간단히 이길 수 있는 체구와 무술 실력을 갖춘 사람입니다.

학생들이 선생님들의 정당한 지시라도 따르게 학교의 분위기를 바꾸고자 한다면 완전히 달라져야 합니다. 적어도 선생님들이 학생을 평가하고 공부시키는 것만은 완전히 선생님들에게 맡겨야 합니다.

갖가지 규정을 요구하며 객관 정확한 평가만을 요구하는 것은 교사의 재량을 완전히 제거하고, 학생의 통제권을 빼앗은 것입니다.

거기에다 실력과 전혀 무관하게 진급하고 졸업하고, 교사들의 교육과 학생들의 학교생활이 전혀 무관한, 고작해야 학생생활기록부에 적히는 것이 전부인 지금 상황으로는 교사들의 어떤 좋은 아이디어라도 학생들을 올바른 정신을 가진 시민으로 길러낸다고 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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