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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았던 10.25재보선. 오마이뉴스는 서울 두 지역의 승자와 패자가 가려지는 현장을 7시간동안에 걸쳐 생생히 기록했다.)

▲구로을 당선이 사실상 확인된 저녁 10시 이승철 후보가 지구당에 나와 환호하는 당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주인잃은 당선 꽃다발" 김한길 후보의 선거본부 한 구석에 당선됐으면 빛을 봤을 꽃다발이 주인을 잃은 채 놓여있다.
ⓒ 오마이뉴스 박수원


특별취재팀:최경준/공희정/이병한/김시연/김영균
박수원/이종호/노순택/김병기/오연호 기자


9신 대체: 밤 11시 30분
한나라당 싹쓸이, 민주당 참패


대조적이었다. 10월 25일 밤 11시경 이승철 한나라당 후보가 목에 꽃다발을 걸고 두 손을 높이 치켜들었을때, 민주당 김한길 후보 사무실 한구석에는 몇시간전에 배달된 '준비된 꽃다발'이 주인을 잃은채 놓여 있었다. 꽃다발은 준비됐지만 민심은 집권당을 떠나 있었다.

한나라당이 10.25재보선 선거 3곳에서 모두 승리했다.

구로을에서 한나라당 이승철 후보는 2만7천68표(49.42%)를 얻어 2만3천411표(42.74%)를 얻은 민주당 김한길 후보를 눌렀다. (사회당 김향미 후보 1천467표, 민주노동당 정종권 후보는 1천427표)

동대문을에서 한나라당 홍준표 후보는 민주당 허인회 후보를 2천5백여표 차이로 눌렀다. 강릉에서는 한나라당 최돈웅 후보가 무소속 최욱철 후보를 10%이상 차이로 압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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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인터뷰 "이용호 게이트 파헤치겠다"
허인회 인터뷰 "이보다 멋진 싸움 없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표 차이는 두곳에서 2천-4천표 정도로 그리 크지 않았지만 그 표들에 담겨있는 민심의 무게는 결코 적게 해석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승자의 성명은 길었고 패자의 성명은 짧았다.

동대문을 홍준표 후보 "만세! 만세!" / 곽기환 기자

구로을 당선자 확정 후 각당 분위기 / 강수연 기자


한나라당은 25일 밤에 발표한 성명에서 "이 정권의 끝도 없는 실정과 권력비리 그리고 언론탄압 등에 분노하는 민심이 표로 표출된 것"이라면서 "우리당은 절대 자만하지 않고 과반수에 가까운 의석을 보유한 제1당으로서 한시바삐 정국을 안정시켜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데에 최우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총재를 비롯한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오마이뉴스 최경준
한나라당은 또 "이 정권이 정도를 걷는다면 남은 임기 유종지미를 거둘 수 있도록 흔쾌히 협조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혹여 이 정권이 민심의 심판까지 거역하고 편파사정, 정계개편 등의 무리수를 감행한다면 그 즉시 파국에 직면할 것임을 엄중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이 성명에서 제1당으로서의 여유와 힘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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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민주당은 6개의 문장으로 된 짧은 성명에서 "국민여러분께서 보여주신 뜻을 겸허하게 수용"할 것이며 "경제회생과 민생안전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당직자들이 개표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오마이뉴스 최경준
이번 선서의 결과는 민주당과 김대중 대통령에게는 커다란 당혹감을 안겨줄 게 확실하다. 책임론을 둘러싸고 당-정-청의 인적쇄신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난립해있는 대선주자들이 "이대로는 대선에서도 진다"면서 대선후보 조기가시화를 요구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야당의 공세와 당내 갈등으로 사면초가 형국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날 밤 민주당의 패색이 짙어지자 이종걸 대표 비서실장은 "우리가 민심을 못 읽었다"며 "그 원인은 우리가 제공했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정국주도권을 더욱 확실히 잡기 위한 대여 공세를 강화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이회창 총재는 '대세론'을 확산시키려고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이번에 얻은 3석을 보태 전체 의석(273석)의 과반에서 1석만이 부족한 136석이 돼 명실상부한 제 1당이 됐다.

이번 선거는 '한나라당 지지자는 뭉치고 민주당 지지자는 이탈'한 모습을 보여줬다.

민주당 조직국의 한 관계자는 개표에 앞서 투표율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자 "일반적으로 한나라당 지지층은 노·장년층이고, 민주당 지지층은 젊은층인데 휴일날이 아닌 평일날 투표에서 지지율이 높다는 것은 노·장년층이 투표를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분명한 것은 어느 당이 승리했건 국민들의 정치불신은 심각하다는 점이다. 여야 모두 선거 후 발표한 성명에서 "경제와 민생을 회복하는데 최우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다짐했지만 두고볼 일이다.

▲승리 확인 후 환호하는 한나라당 홍준표 당선자.
ⓒ 오마이뉴스 이종호

8신: 오후 10시 40분

머리 빗질하고 나온 홍준표
"이 정권에서 민심이 이미 떠났다"


밤 10시부터 동대문을 홍준표 후보 사무실은 거의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지역구내 총 13개 선거구 중 일곱개가 개표 완료됐고, 비공식 집계로 한개를 제외한 나머지 여섯개 선거구에서 홍준표 후보가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홍 후보는 오후 9시 30분경부터 각 언론사에서 사진기자들이 몰려들자 이제까지 헝클어져 있던 머리를 빗으로 단정하게 빗고 나타나기도 했다.

기자가 홍 후보에게 소감을 묻자 홍 후보는 "이 모든게 당원들의 결집 때문"이라며 "투표율이 47%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이 정권에서 민심이 이미 떠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회에 들어가면 이용호 게이트를 파헤치겠다"고 말했다.

밤 9시 10분, 개표현장으로부터 허인회 후보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있다는 소식이 전해질 즈음 사무실로 찾아오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났다. 개표 초반엔 약 20여명 정도였던 사람들이 지금은 약 50여명 정도로 늘어났다.

이들은 지구당 사무실 텔레비전과 전화기를 중심으로 모여 귤, 방울토마토, 박카스, 인절미 등을 먹으면서 개표 현황을 지켜봤으며, 방송되는 다른 지역구의 결과에 신경을 쓰는 여유도 보였다.

8시 51분 경 사무실 한 당직자가 "아주 김한길이가 납작코가 되겠네..." 라고 말하자 다른 사람이 "나는 김한길보다 최명길이가 더..."라고 맞받기도 했다.

긴장만이 감돌던 홍준표 후보 사무실에 박수와 웃음소리가 나온 것은 8시20분경부터였다.

홍 후보가 이명박 전의원과 식사를 하러 간 사이 최병렬 부총재가 나와 당직자들과 텔레비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한 당직자가 최 부총재에게 전했다.

▲당선이 확정되자 기뻐하는 홍준표 후보.ⓒ 오마이뉴스 이종호
"개표현장에서 핸드폰으로 막 연락이 왔는데 전농2동에서 180표를 이겼습니다. 이곳이 원래 약한 곳입니다."
2,3분쯤 후에 그 당직자는 또 최부총재에게 달려왔다.

"전농1동도 이겼답니다. 무조건 이깁니다. 이기긴 이기는데 5천표를 걸겠습니다."
한나라당에서는 답십리 2,3,4동과 장안 4동의 투표율이 높은데 이 지역은 아파트가 밀집된, 중상층이 사는 곳이라면서 낙관하고 있다.

37.7%가 개표된 9시 41분 현재 홍 후보는 11848표(49.7)를 얻어 허인회 후보의 10743표(45.144.5)를 1천여표 앞서고 있다.

미소 짓는 이회창 총재 "더 지켜보자"

8시경을 기해 한나라당 서울 두 곳의 후보들이 앞서가자 상황실에서 이를 지켜보던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비롯한 30여명의 주요 당직자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그러나 이재오 총무는 "아직 박수치기에는 이르다"라고 말했다.

기자가 이 총재에게 소감을 묻자 이 총재는 "후보를 비롯해 당원들이 수고해줘서 고맙고, 결과를 더 지켜보자"며 "결과를 미리 앞질러서 얘기하는 것은 안좋다"고 말하며 웃었다.

상황실에는 김기배 사무총장, 이재오 총무, 김만제 정책위의장 등 주요 당직자와 당고문 등 30여명이 4개의 TV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곳곳에서 "우리가 이겼어", "이긴 것 아냐?" 등등의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불길한 예감이 현실로. 허인회측 "끝났다"

밤 10시 50분, 표차이는 2366표로 늘어났다.

이제 거의 승패는 결정났다. 허인회 후보 공동선거본부장인 최종근 씨는 "15번 선거를 치루면서 이렇게 열심히 한 선거는 처음"이라며 "결국은 지역주의와 흑색선전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순간 여성 선거운동원들은 참았던 눈물을 뿌리며 흐느꼈다. 최 본부장은 "앞으로 선거가 2년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다음을 기약하자"고 말했다.

"세상이 안도와주네"

민주당 서대문갑 우상호 위원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초반 선거사무실 2층에서 환호하던 운동원들도 하나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회의실에 상황을 예의주시하던 임종석, 설송웅 의원도 굳은 얼굴로 떠났다.

▲허인회 후보가 운동원 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자 한 운동원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허인회 후보측 선대본부장을 맞았던 설송웅 의원은 기자들이 패인분석을 해달라는 요청에 "최선을 다했으나 비방과 흑색선전, 지역감정을 심화시키는 이 정치 풍토의 벽을 넘지 못했다"고 말했다.

허후보의 선거사무실 복도에 있던 갖가지 포스터와 구호들이 떨어져 나가고 있다. 상황실의 당원들은 맥주를 돌리며 수고했다며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패배가 완전 확인된 후인 11시경 허인회 후보는 사무실에 들어와 "여러분은 최선을 다했다"면서 "내 인생에서 이보다 더 멋진 싸움은 없었다, 2년반 후를 기약하자"고 말했다.

8시 3분까지만 해도 허인회 후보 사무실 분위기는 좋았다.
첫 개표결과 홍준표 191표, 허인회 318표, 장화식 163표, 김숙이 73표.

모두들 초반 분위기가 좋다며 흥분하고 있다. TV가 설치된 2층 사무실에는 선거운동원 30여명이 모여 일희일비하며 환호를 올리고 있다.

"야! 이러다가 2등은 장화식이 하겠네."

하지만 사무실 한쪽 구석 회의실. 선거운동원들의 환호성을 뒤로한 채 임종석, 설송웅 의원은 수심 가득한 얼굴로 "구로을도 그렇고 이쪽도 그렇고 전통적으로 강세인 지역에서 표가 별로 나오지 않았다"며 담배를 피워 물었다.

임종석 의원은 "게다가 불리한 지역에서 투표율이 높아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8시 30분. 불길한 예감이 현실이 돼어 홍 후보에게 리드를 당하기 시작했다. 초반 기세를 올리던 분위기가 일순 잠잠해졌다.

▲낙선했지만 두배 더 열심히 일하겠다는 각오를 밝히는 허인회 후보. ⓒ 오마이뉴스 이종호


7신: 오후 10시20분

이승철 당선 소감 "정의와 한나라당의 승리다"


"2404표차로 앞섭니다" 한나라당 이승철 선거본부의 집계자가 김한길 후보와의 표차를 상황판에 적고 있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오후 10시경 당선이 거의 확정된 한나라당 구로을 지구당에 이승철 후보가 도착해 지구당 당원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이승철 후보는 이 자리에서 짧은 기자회견을 가졌다.

-당선소감은.
"개인의 영광이 아니라 만인의 승리, 정의와 한나라당의 승리다. 이 모든 영광을 구로 주민에게 돌린다."

-승리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구로 주민들이 현명한 판단을 한 것 같다. 지역 주민과 동고동락 한 내 진실이 (구로주민에게) 받아들여진 것 같다."

-앞으로의 정치 포부는.
"젊은 정치인들과 힘을 합쳐 국회에 들어가서는 21세기에 맞는 비전의 정치를 하겠다."

▲ 이승철 당선자 ⓒ 오마이뉴스 노순택
-선거과정 중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육체적 피로는 감내할 수 있었지만, 허위비방과 흑색 선전에 대한 정신적 고통이 너무 힘들었다."

-정치에 뛰어든 계기는 무엇인가.
"87년 노무사 활동을 하면서 구로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제도권으로 들어가야 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선거기간 동안 괴롭혔던 '학력 위조'는 어떻게 된 일인가.
"고려대 중문학과를 83년에 입학해 문학사 학위를 따고 법대를 복수전공했다. 미 킹스턴 대학은 주정부 인가 대학으로 일종의 방송통신대 성격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폐교된 상태인데 상대편 후보가 가짜 대학으로 매도한 것에 유감을 느낀다."

-김한길 의원 패배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나.
"흑색비방 국면에 유권자들이 많이 실망했던 것 같다."

-선거 기간동안 야당이 여당의 비리를 들춰낸 시국 흐름이 선거에 영향을 준게 아닌가.
"시국도 영향을 미쳤지만 무엇보다 구로 지역주민들의 욕구와 민심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이겼습니다" 이승철 후보의 승리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지구당사무실에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6신 대체: 오후 9시40분

격차 좁히지 못한 김한길 후보
목걸이 화환과 장미 20송이 배달됐지만


"14년만의 구로구청 개표" 이번 보궐선거 개표로 구로구청에서는 '87년 구로구청 부정투표함 사건' 이후 14년만에 개표를 하게 됐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선거 이번만 있는거 아니니까요..." 전화를 받던 여직원은 눈물을 글썽글썽였다.

TV를 지켜보는 운동원들이 사무실에서 하나둘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다 끝났어, 다 끝났어"

밤 10시 5분. 구로을 김한길 사무실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다. 아줌마 당원인 김아무개 씨는 "이제는 지구당 끝났다"며 "중앙당 다 바꿔"라면서 윗옷을 벗고 소리를 질렀다.

"19세부터 선거운동을 했다. 이번 선거는 민심을 살피지 않아서 완전히 졌다. 민심을 살피라고 누누히 강조했는데 중앙당에서 온 사람들은 '압승으로 돼, 걱정말라'고 말하더니 아주 잘돼버렸다"

김 씨는 사진을 찍으려 하자 "사진 찍지 마라, 다 죽여버리겠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김 씨는 "산 토끼 잡으려다 집 토끼 다 놓쳐버렸다"며 30분 가량 소동을 피우다 "소주나 먹으러 가야겠다"며 사무실을 나섰다.

한 운동원은 "원래 강세지역이었던 구로2,6동에서 모두 떨어졌다"며 "이대로 민주당이 간다면 민심을 돌리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다는 당직자는 "김한길 위원장은 이 지역 못 떠나게 해야된다"며 "여기에서 둥지를 틀고 활동하는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재래시장에서 장영신 전 의원에 대한 반감이 민주당에서 돌아서게 만들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정동채 의원은 밤 9시 30분쯤 넥타이를 풀어헤친 채 굳어진 얼굴로 사무실을 빠져나갔고 김한길 후보는 끝내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 뜯지도 않은 도시락 1박스 역시 외면받긴 마찬가지였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저녁 9시경 이 선거사무실에는 꽃 가게에 주문했던 꽃이 배달됐다. 목걸이 화환과 붉은 장미 20송이. 그러나 이 꽃들은 김한길 후보에 걸리지 못했다.

개표 초반만 하더라도 한 운동원은 "이 지역에서 10년 동안 9번의 선거를 조직했다"며 "민주당의 전직 국회의원 한광옥, 김병호, 이신행, 장영신 조직이 모두 동원됐기 때문에 무난히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한길 후보는 초반의 근소한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오후 8시 14분경부터 역전당했다.

이훈평 의원의 모래와 설탕론

김한길 후보가 역전당하기 전인 7시 30분경 민주당 이훈평 의원이 중앙당 당사를 찾아와 재미있는 예측논평을 했다.

"아무리 모래와 설탕을 섞어놓아도 개미는 설탕을 골라서 먹는다. 아무리 한나라당이 몰아붙이고 허위사실을 유포해도 유권자들은 잘 알고 있다."

이 의원은 또 서울 두지역의 승리를 확신하느냐는 <오마이뉴스>기자의 질문에 "두 지역을 아무리 비교해봐도 도덕적으로보나 뭘로 보나 우리 후보들이 우위에 있지 않은가"라면서 "국민들도 이렇게 혼란스러울 때 여당에게 힘을 주는 것이 국민들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승리를 확신했다.

민주당은 오후 8시를 넘기면서 한광옥 대표, 김옥두 전 총장, 강현욱 정책위의장, 정세균 기획조정위원장, 김기재 최고위원, 이훈평 의원 등 주요 지도부 및 의원들이 하나 둘 중앙당 상황실로 모이기 시작했으나 얼굴에 웃음이 깃들진 않았다.

5신: 오후 7시20분

홍준표 후보 "투표독려 캠페인 효과 나타났다"


10.25 보선 동대문을 최종 투표율은 45.62%, 총투표인수는 6만4000명. 7시 12분, 중앙선관위에서 최종 투표율 결과가 나왔다. 예상보다 13%정도 높은 수치다. 예상보다 초과된 약 8000여명의 유권자 표심에 모든 관심이 쏠려있다.

홍준표 후보 사무실은 비교적 분위기가 좋다.
7시 10분 현재 위원장실에 앉아있는 홍준표 후보는 피곤한 얼굴에 목소리마저 쉬었지만 결과를 낙관하고 있다.
그는 끊임없이 울려대는 그의 핸드폰을 받으면서 이런 말을 했다.

"봐라, 내가 투표율 된다고 안그랬나"
"투표율 독려 캠페인만 일주일 했어요....아마 그럴 거예요."
"아, 이제 자신 있어요. 좋습니다."

오후 7시 현재 비공식으로 집계된 투표율은 47.2%다.
홍 후보는 심정을 묻자 "당락을 떠나서 어려운 싸움이었다"면서 "호남세가 강해서 어려웠고, 돈 안드는 선거를 한번 해봤다"고 말했다. 그는 "투표율이 이렇게 높은 것은 골목골목 다니면서 왜 여러분이 투표해야 하는가에 대한 독려 캠페인을 하루 2백회정도 알리고 다녔기 때문"이라면서 "그것이 먹혀든 것 같다"고 했다. 홍 후보는 결과예상을 묻자 "47% 투표율이라면 박빙승부는 아니지 않겠느냐"면서 "누가 이기더라도 어느정도 차이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사무실에는 20여명의 당직자들이 모여 개표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한 당직자는 "21일 합동유세 이후 우리가 유리해졌다"면서 "민심을 믿는다"고 했다.

과연 이런 높은 투표율이 홍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인가? 한나라당 중앙당은 아직 평온하다. 이총재는 8시30분경 당사에 나와 개표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다.

같은 시각, 허인회 후보의 선거사무실에는 허후보의 동지인 오영식, 우상호 씨가 나와 선거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오늘의 주인공인 허후보는 보이지 않는다. 허후보측 관계자는 "그동안 힘 써주신 유권자들에게 인사를 갔을 것"이라고 귀뜸했다.

허 후보 선본측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유세를 벌였지만 작년 총선때 주민들이 막아 지원 유세도 하지 못했던 장안4동 현대아파트에서 무려 48%의 투표율을 보였다"면서 "이번 선거에서는 중상층이 살고 있는 현대아파트에서 여러차례 유세를 했는데 당락의 향방은 이 지역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4신: 오후 7시

한 여론조사기관 "두곳 모두 민주당 승리"
민주당 관계자 "정확도 문제 있다"



각 방송사가 총선때와 같은 출구조사를 하지 않은 가운데 한 여론조사 기관이 "서울 두곳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는 '투표전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으나 선거 관계자들은 정확도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P&P리서치(대표 이은우)는 서울 동대문을과 구로을에 대한 온라인 및 전화면접 조사결과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25일 발표했다.

그러나 이 조사는 투표 당일날의 출구조사가 아닌 지난 23일과 24일 온라인 및 전화면접조사를 실시한 것이기 때문에 정확도를 보장하기 힘들 것 같다. P&P리서치는 이번 조사의 신뢰수준은 95%이며 오차한계는 ±3.5%라고 밝혔지만 민주당 관계자들은 "글쎄..."다.

이명식 부대변인은 "오늘 조사한 것이 아니어서 정확하지 않다"면서 "투표율이 40%이상 나올 것을 예상치 않은 결과이기 때문에 정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P&P에 따르면 김한길 후보는 지지도가 34.6%로 이승철 후보의 28.4%보다 6.2%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으며 허인회 후보(29.9%)도 홍준표 후보(27.2%)보다 약간 앞섰다.


3신: 오후 6시 10분

구로을 투표율 37%선, 쉴새 없이 울리는 전화 "까봐야 안다"



폭력시비 사태까지 부른 구로을 선거, 이제 모든 게 끝났다.

투표 마감시간 직전까지 구로을 민주당 김한길 사무실은 정신이 없었다. 30분 간격으로 나오는 투표율을 묻는 전화가 쉴 사이 없이 울렸다.

오후 5시 30분 현재 구로을 투표율은 37.43%. 30%를 웃돌 것이라는 예상보다는 높은 투표율이다.

"솔직히 모르겠다. 분위기가 감지가 안된다. 까봐야 안다"
홍순강 보좌관은 선거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홍 보좌관은 "여기는 전라도 표도 많지만 충청도 표도 많다. 충청표의 향배에 따라 투표 당락이 결정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을 내놨다.

"필승, 파이팅!, 선거 압승". 사무실 곳곳에는 선거 승리를 암시하는 문구들이 붙어 있었다.

"꽃다발을 준비했냐"는 물음에 "이미 준비를 해 놨다"고 설명했다.

사무실 가운데는 TV를 두고 의자를 20여개쯤 준비해 두고 있다. 사람들은 TV를 지켜보며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김한길 후보는 현재 기도를 하고 있는지, 집에서 쉬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며 일부러 연락을 취하지 않고 있다고 홍 보좌관은 전했다.

비슷한 시각, 한나라당 구로을 이승철 후보는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당원 30여명만이 사무실 TV 앞에 모여 선거 판세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손승대 사무국장은 "이승철 후보에게 자유시간을 주었다"면서 "개표 진행상황을 지켜본 뒤 당선이 확정되면 사무실에 들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길 후보측과 마찬가지로 사무실 전화는 "어떻게 될 것 같느냐, 우리가 이길 것 같으냐"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2신: 오후 6시 3분

동대문을 투표율 예상보다 높자 허인회 후보측 긴장



오후 6시. 공식 투표시간을 넘겼다. 그러나 6시까지 투표현장에 가 있는 유권자들은 이 시각 현재 투표를 위해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오후 5시 현재 동대문을 투표율 41.01%.

예상밖의 높은 투표율로 민주당 동대문을 선거사무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애초 예상했던 투표율은 32%로 이에 맞춰 선거준비를 했던 선거준비위 사람들은 표심의 향방을 분석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투표율이 높으면 우리가 불리하다". 누군가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오후 5시 45분쯤. 지역구를 돌던 허인회 후보가 사무실에 들어왔다.

허 후보는 쉰 목소리로 "우리 당원이 좀 전 투표를 하지 못했던 유권자 몇 분을 투표장까지 모셨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이제 15분 남았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외쳤다.

오후 3시 30분 답십리 1동 244-2번지 민주당 허인회 후보 사무실. 10여명의 당원들이 정신없이 뛰어다닌다. 전화기를 든 채 "아직도 투표를 하지 않았냐"면서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열심히 이곳저곳에 전화를 거는 당원들도 보인다.

사무실 곳곳에는 "작년의 3표를 잊지 맙시다. 투표 확인과 투표호소에 만전을 기합시다"라는 문구가 적힌 A4용지가 붙어있다. "죽을 힘을 다하면 이길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도 보인다.

회의실에서 땀으로 범벅이 된 허인회 후보가 나와 "허리가 반쪽이 됐다"고 한마디 농담을 던졌지만 사람들과 악수만 나눈 채 서둘러 밖으로 나간다.

이날 오후 이곳 지구당 사무실의 분위기는 중앙당과는 사뭇 달랐다. 중앙당에서는 허 후보의 승리에 대해 다소 불투명하게 판단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선거에서 승리할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회의실에는 민주당 설송웅, 김덕규 의원이 앉아있다.

서울 중랑구을 4선 의원인 김덕규 의원은 "선거 판세가 백중일 경우 이런 선거에서는 평소에 얼마나 지역구를 위해 열심히 일 했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작년 3표 차로 떨어진 후에도 특유의 뚝심과 친화력으로 뛰어다닌 허 후보가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또 서울 용산구의 설송웅 의원은 "투표율이 3시 현재 35.9%였는데 재보선 투표율 치고는 상당히 높은 수치"라면서 "허 후보가 박빙의 승부 끝에 600표 차로 승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설 의원은 또 "한나라당은 동대문을에서 압승을 예상하고 있지만 아파트 민심밖에 모르기 때문"이라면서 "일반주택 민심과 시장 민심은 지역구 활동을 열심히 한 허 후보에게 기울어 있다"고 주장했다.

제1신: 오후 4시 50분

한나라, 민주 선거담당 조직국 관계자들
"구로는 이기고 동대문은 모르겠다" 이구동성


'구로는 이기고, 동대문은 모르겠다.'

그 어느때보다도 중앙당의 개입이 극에 달하면서 과열양상을 보였던 10·25 재보선 결과에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똑같은 전망을 내놨다.

투표 마감시간 3시간여를 남겨놓고 만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재보선 선거 담당 조직국 관계자들은 "어쨌든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정도로 박빙"이라면서도 서울지역 선거 결과에 대해 조심스럽게 1승1패라고 점쳤다. 똑같은 지역에서 서로 이기고 진다는 전망을 내놓은 셈이다. 강릉은 일찍부터 한나라당 최돈승 후보의 승리가 예상됐었다.

이들이 똑같이 '구로 우세, 동대문 열세'라고 분석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한나라당은 구로의 이승철 후보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장영신 전 의원과 5천여표차로 줄이며 의외의 득표력을 자랑했다는 점과 낙선 뒤 꾸준히 지역을 다져왔다는 점을 들어 승리를 점쳤다.

반면 동대문의 홍준표 후보는 지역에 들어간지 얼마되지 않아 인지도에서 민주당 허인회 후보에 열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오히려 아무리 허인회 후보가 미리 터전을 닦았다고는 하지만 동대문을 지역은 한나라당 김영구 전 의원이 5선까지 하면서 닦아놓은 한나라당 표밭으로 지목했다.

반면 구로는 호남 집결력이 높고 저소득, 저발전의 환경 속에서 구로주민들에게 후보에 대한 큰 기대를 갖게 해 인물론에서 김한길 후보가 초반의 열세를 뒤집고 이승철 후보를 앞섰다고 분석했다.

결국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똑같은 결과를 전망하고 있는 가운데 어느 쪽이 민심을 '착각'했는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오후 3시 현재 투표율은 구로가 30.7%(16대 총선 같은 시각 43.6%), 동대문이 35.9%(16대 총선시 39.9%)로 나타났다. 이전 총선과 비슷한 비율이지만 30%이하로 낮은 투표율을 보일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높은 투표율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과 민주당 대변인은 공히 "투표율이 높아야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입을 모으며 투표율에 관심을 쏟고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선거판을 들여다보고 있는 조직국 관계자들은 다른 분석을 하고 있었다.

한나라당 조직국 관계자는 "투표율이 당락을 좌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대선이나 총선이 아닌 바에야 "재보선같은 작은 선거에서는 조직력의 싸움"이라는 것이다. 결국 "어느 당 운동원이 유권자를 더 많이 데려오느냐"에 달려있다는 분석이다.

이와는 달리 민주당 조직국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한나라당 지지층은 노·장년층이고, 민주당 지지층은 젊은층인데 휴일날이 아닌 평일날 투표에서 지지율이 높다는 것은 노·장년층이 투표를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고 분석했다. 즉 평일날 선거에서 투표율이 높다는 것은 민주당에 불리하다는 해석이다.

현장에서 뛰고 있는 두 조직국 관계자는 또 "여야의 정치공세는 재보선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나라당이 재보선을 앞두고 '이용호 게이트' 등 많은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를 폈고, 민주당도 이에 맞서 '주진우 게이트' 등으로 맞섰지만 이런 정쟁이 실제 재보선 지역의 유권자들의 투표성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조직국 관계자는 "재보선 선거에서는 의례 중간평가니 정권에 대한 심판이니 하는 말들이 오고 가지만 다 정치인들이 하는 구호일 뿐이고 실제 국민들은 여야 정치권에 모두 실증을 내고 있다"며 "실제 표는 조직력과 이에 맥을 같이 하는 지역성향이 좌우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호남결집세력들은 정권을 잡으면 과거 여당이 누렸던 물질적인 것 등 혜택을 누릴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이것이 차단되자 현 정권에 실망해 결속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반면 영남세력들은 과거에 누렸던 것을 뺏기 위해 집중적으로 결속력을 강화시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여러 가지 정황을 미루어 볼 때 자민련과의 공조파기로 인한 충청권 결속이 현저히 떨어진 민주당에게 이번 재보선은 여러모로 어려운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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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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