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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언론들이 8.15방북단의 돌출행동을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98년 10월 동아일보의 김병관 당시 회장 등 방북취재단이 평양을 방문할때 고 김일성 주석의 보천보전투를 담은 동아일보신문 원판(1937년)을 순금으로 떠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선물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 묘향산에 위치한 국제친선 전람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이 세계 각국으로부터 받은 선물을 지하에 만들어진 300여개의 방에 보관하고 있다. 이 가운데에는 대한민국 기업가와 정치가, 언론인 등이 건넨 선물도 상당수 있음이 확인됐다. 건물 내부는 선물의 훼손을 우려해 사진촬영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8월 18일과 19일 양일간에 걸쳐 방북단은 두 팀으로 나뉘어 백두산과 묘향산을 각각 방문했다.

묘향산에서는 국제친선전람관을 관람을 했는데, 이곳은 김일성 주석이 생전에 각 나라의 정부수반, 대표단들로부터 받은 선물을 전시해 놓은 곳으로써 175개국에서 보내온 21만4093점의 선물이 보관돼 있었다. 또한 김정일 위원장에게 보내오는 선물도 차츰 늘어남에 따라 김정일 위원장이 받은 선물만을 보관해 놓은 '김정일 선물관'이 따로 건립돼 있었다.

이 선물들은 150여개의 방에 대륙별, 나라별, 연대별로 보관되었으며, 방들은 평균온도 섭씨 18-20도, 습도 48-50%의 까다로운 조건을 철저히 지킨다고 했다.

특기할만한 점은 대한민국에서 보내온 선물들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6.15공동선언을 기념한 사진을 보내온 것 외에, 1999년 12월 12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보내온 은수저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1991년 8월 27일과 1994년 4월 15일에 각각 보내온 은그릇 세트와 '금공예 십장생도', 정주영 전 현대 명예회장이 선물한 다이너스티 승용차,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2000년 9월 18일에 보내온 은수저 세트, 정몽준 의원이 1999년 11월에 보내온 골프채 세트 등 수백가지의 선물들이 가지런하게 진열돼 있었다.

▲ 동아일보사가 평양을 방문할 때 순금으로 제작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제출했던 1937년 6월 5일자 동아일보 호외.


가장 눈에 띈 것은 1998년 10월 26일 동아일보사취재단이 지난 1937년 보천보전투를 다룬 동아일보 호외를 순금판에 새겨 넣어 선물한 것이었다. 이 금판신문은 가로 10cm, 세로 15cm가량의 크기로써 북측 안내원은 이것이 "순금 수십돈으로 제작된 것이며, 경애하는 김일성 장군님의 보천보 전투에 감동한 동아일보사 기자들이 헌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동아일보는 98년 10월 20일부터 27일까지 "금강산 개발예정지구를 둘러보고 언론교류를 포함한 양측의 협력사업에 관해 협의"하기 위해 김병관 회장과 동훈 동아일보 남북평화통일연구소장, 이현락 신문본부장 그리고 취재기자 4명 등 7명이 방북했다. 김병관 회장은 방북 첫날 환영만찬회에서 "북한을 우리와 동등한 실체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1937년 6월 4일에 있었던 보천보 전투는 김일성 주석이 1936년 5월에 조직한 '조국광복회'가 주도했던 항일투쟁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같은 사실은 1941년 함흥지방법원에서 나온 '혜산 사건'판결문이 뒷받침하고 있다.

'조국광복회'는 1937년 보천보 사건을 계기로 발각돼 이듬해까지 739명이 체포됐으며, 이효순 박금철 박달 허학성 등 훗날 '갑산파'란 이름으로 숙청될 때까지 초기 북한정권을 이끈 거물들이 거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1937년 6월, 동아일보는 호외 이후에도 계속해서 보천보전투 소식을 보도했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북한에서 보천보전투는 김일성 주석의 정통성을 인정하는 핵심적인 사건이며, 그를 '불세출의 지도자'로 떠받드는 기저를 이루고 있다.

이런 보천보전투 소식을 다룬 호외를 남쪽 언론사 취재단이 순금으로 떠 선물했다는 사실이 방북단에 확인된 후 일부는 "보천보 정신에 대한 순금 신문원판을 선물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고, 우발적인 '만경대 정신' 방명록은 문제가 되냐"며 씁쓸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22일 "광란의 수구세력, 그 광기에 춤추는 정권"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우리가 문제삼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그간 남한의 정권실세와 주류세력이 북한 정권과 그 지도자를 찬양했던 것이 부지기수인데 왜 이제 와서 이런 광란의 냉전극이 펼쳐지느냐이다"라면서 "전두환 정권 시절 장세동의 김일성 찬양발언은 무엇이며, 한 유력언론이 고 김일성 주석의 '보천보 전투'를 기념해 선물로 보낸 기사원판은 무엇이며, 그동안 재벌회장들이 북한 지도자들에게 보냈던 무수한 선물은 또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다음은 그 논평의 전문.

광란의 수구세력, 그 광기에 춤추는 정권

이 세상에 과연 이런 나라가 있을까. 무력통일을 상징하는 기념물도 아니고 통일방안의 하나인 연방제가 포함된 기념물 앞에서 열린 행사에 '참관'했다고 해서, 현행범도 아닌데 강제연행하고, 자택을 압수수색하며, 국가안보에 관한 무시무시한 법의 칼을 씌우려는 나라. 교수 한명이 북한 지도자의 생가에 방문해 남긴 몇 마디 문구를 가지고 온 나라가 벌집이 되는 나라. 정말 광기도 이런 광기가 있을 수 있는가.

주체사상탑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주체사상 찬양인가. 북한의 도로 중에 군인들이 건설한 도로가 부지기수인데 그 위를 달리면 북한군 찬양인가. 자신과 견해가 다른 이들에게 비판과 비난을 넘어 사법처리를 요구하는 이 사태는 우리사회의 미성숙을 드러내는 지표다.

또한, 우리가 문제삼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그간 남한의 정권실세와 주류세력이 북한 정권과 그 지도자를 찬양했던 것이 부지기수인데 왜 이제 와서 이런 광란의 냉전극이 펼쳐지느냐이다.

전두환 정권 시절 장세동의 김일성 찬양발언은 무엇이며, 한 유력언론이 고 김일성 주석의 '보천보 전투'를 기념해 선물로 보낸 기사원판은 무엇이며, 그동안 재벌회장들이 북한 지도자들에게 보냈던 무수한 선물은 또 무엇인가. 그것은 문제가 안되고 이번 방북단의 행동은 문제가 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우리 당은 현재의 사태를 수구세력의 광기에 김대중 정권이 책임을 면하기 위해 장단에 맞춰 춤추는 상황이라고 규정하며, 우리 당 지도부를 비롯한 통일운동 지도자들의 연행·구속사태에 근본적으로 대처해나갈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결코 물러서지 않고 이 광기를 끝장내기 위해 단호한 투쟁을 벌일 것임을 재차 천명하는 바이다.

관련기사 : "'서울 광란극'을 즉각 중단하라"

덧붙이는 글 | 동아일보의 보천보전투 기사 내용

1937년 6월 5일자 <동아일보> 호외는 '함남 보천보를 습격'이라는 기사를 통해 "4일 오후 11시 30분경 2백여명이 함남 국경 보천보 우편소와 면사무소, 학교, 소방서를 습격하였으나 부상자는 1명이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어 <동아일보> 6월 6일자 '보천보 피습 사건속보'에서는 보천보를 습격한 200여명과 추격경관과 충돌한 6월 5일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5일 오후1시경 압록강 지점에서 보천보를 습격했던 김일성파와 경관이 충돌해 김일성파 가운데는 사망 25명, 부상 30명이, 경관 중에는 사망 7명, 부상 40명이 발생했다"며 "함남 경찰서는 계속 사태가 위급하다는 보고에 따라 인근 혜산,신갈파,호인 경찰서등 3개 경찰서에 지원을 요청했고, 함남 경찰서 경찰부장이 현장에 급파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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