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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최근 국가보안법 폐지논쟁과 관련, 국민 여러분의 판단을 돕고자 '국가보안법 보도비평'을 연재합니다. 연재는 5명의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국가보안법폐지 국민연대 언론대책팀' 소속 대책위원이 맡습니다. 열여덟번째 비평은 김진(민변) 변호사가 작성했습니다.... 편집자 주


요 며칠 정말 알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조선·중앙·동아일보에 '국가보안법 가상현실 퀴즈'를 출제하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출제야 그렇다 치더라도 그 많은 오답을 적어주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가.

이미 우리나라의 대표적 형사법 관련학회 교수들이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면 마치 무장이 해제되는 것처럼 국민을 감성적으로 호도하는 것은 이론적 근거가 없고 막연한 불안심리만 부추길 뿐"이라며 "국보법의 주요 내용은 현행 형법으로 대체가 가능하다"고 확인했는데(한국일보 9월 21일자 2면, 한겨레 9월 21일자 1면), 그 교수들이 다 틀렸다는 말인가?

검찰총장과 무수한 익명 검찰관계자, 여당 내부가 오답 출처

법 공부의 수준이 얕아서인지, 아니면 조선일보가 21일 지적한 열린우리당 '강성' 5인방과 마찬가지로 "사시에 합격한 뒤 곧바로 변호사로 개업하여, 검찰·법원에서 실무를 다뤄보지 않았기 때문"(조선일보 A5면)인지 너무나도 혼란스럽다.

또 하나의 혼란은 그간 '좌익·친북 세력' 처벌을 주장했던 사람들이 "여당 법안으로는 아무도 처벌할 수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처벌 축소를 주장했던 여당은 이것저것 모두 "처벌할 수 있다"고 강경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걱정될 정도로 포괄적으로 국가보안법 규정을 적용해 왔던 검찰은 되레 "열린우리당의 형법대체안에는 구체적인 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다"며 "검찰 입장에서 보면 해석 문제를 놓고 어려움에 빠지게 될 게 불 보듯 뻔하다"고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한겨레 21일 4면).

이러한 검찰총장 발언을 기화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21일자 사설에서 한 목소리로 "확대해석"을 걱정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의 방침 천명 이후 정신없이 내닫고 있는 여당의 기세 앞에서 나온 걸 감안하면 '말도 안 되는 법'이라는 얘기와 한 가지(사설 「국보법 폐지에 대한 검찰총장의 걱정」)"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국보법을 없애야 한다고 해놓고선 형법에다 다시 북한을 '내란목적 단체'로 규정"했다고 나무랐다(사설 「검찰총장의 '국보법 우려'도 무시하는가」).

엉뚱한 조·중·동 가상퀴즈에 답을 해본다면

출제위원에 대한 의문, 그리고 컨닝하려고 했던 여당 답안이 가져온 혼란을 잠시 유보하고, 답안을 한 번 써본다면 어떨까. 구체적인 가상 문제에 대한 답은 여기저기에서 많이 나올테니 우선 서론만.

첫째, 국가보안법 폐지로 인해 없애려고 했던 처벌남용 부분-처벌하면 안되는 일-은 반드시 없어져야 옳다는 것이다. 일본에 있는 친척을 만나 돈을 주었는데 알고 보니 조총련 계열이라며 금품지원으로 처벌했던 일, 북한과 일치하는 주장을 한다는 것만으로 반국가단체의 찬양 고무로 처벌하여 언론·사상의 자유를 억압했던 일 등이다. 따라서 이것은 '처벌 공백'이 아니다.

둘째, 있을 수 없는 일을 일부러 꾸며내지는 말아야 한다. 서울이 공화국으로 '평화적으로' 독립을 한다고? 실제 그런 일이 있을리 만무하지만, 혹 그런다고 하더라도 우리 헌법에는 영토 조항이란 것이 있다. 그래서 영토 중 일부가 다른 국가로 떨어져 나가기 위해서는 헌법을 뜯어고치고 국민 동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동의는 생각하기 어려우니 헌법에 위반되는, 정히 독립을 하려면 동의 없이 마구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것은 바로 내란이기 때문에 현행 내란죄로도 처벌할 수 있다.

셋째, 위헌적이고 남용의 우려가 있으며 국제적으로도 망신스런 국가보안법이 아니더라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일은 그렇게 풀어야 한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북한 주민과 맘대로 만나는 일은 교류협력법으로 규제하고, 헌법 규정에 반하는 정당활동을 한다면 위헌정당 해산으로. 그렇게 하는 게 조선일보도 말하듯 "이법 저법 끌어대지 않고"(사설) 제대로 된 안보를 이루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처벌을 해야 한다는데 이론이 있을 수 없는 일-북한이 아니라 다른 어떤 외국에라도 우리의 군사기밀을 알려주는 첩보행위-만 제대로 처벌할 수 있는 멋진 안보 형법은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한다.

출제위원이 누구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누군지 모르지만 '서울공화국' 같은 것을 보면 상상력이 매우 풍부한 듯하다), 잇단 오답의 출처 두 곳은 밝혀진 셈이다. 하나는 '다른 사람도 아닌 대통령이 임명한(조선 사설)' 검찰총장과 무수한 익명의 '검찰 관계자들'이고, 또다른 곳은 바로 여당 내부이다.

여당 내 반발 부각·확대시키는 조선과 동아

21일 국가보안법 논란 보도의 스타는 전날에 이어 사설에 등장한 송광수 검찰총장과 열린우리당 '안개모' 의원들이다. 그 중에서도 당직 사퇴를 고민하고 있다는 안영근 의원이다. 송광수 총장에 관한 후속 기사는 없지만 사설에서 두 번 세 번 인용되고 있고, '안개모'는 뜨거운 관심과 염려, 동정의 대상이 되어 버린 듯하다.

동아일보는 1면 머릿기사로 연일 "여당 국보법 폐지 내홍 증폭-당론반발 당직자들 당직사퇴 적극 검토"라고 하고, A3면 「묵살당한 폐지반대」에서는 열린우리당 안의 '외로운 안개모'를 도표까지 그려가면서 당 지도부와 안개모 의원들의 갈등 문제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같은 면 상자기사는 "국정감사가 끝나면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안개모)' 사람들과 상의해서 당직 사퇴를 검토하겠다"는 안영근 의원 발언과 대체입법론에 대한 소신을 다루고 있다.

조선일보 역시 1면 머릿기사는 아니지만 A2면에서 "국보법 폐지반발 여일부 당직사퇴 검토"를 비중 있게 다뤘고 A5에서는 "국보법 폐지 세 갈래의 여" 제목 아래 여당 내부에 있는 세 가지 갈래-폐지안을 주도한 변호사출신 5인방, 실용주의자 안개모, 일토삼목회 등 이른바 '중도'-의 주장을 다루고 있다.

내용이 부정확하기는 하지만 아주 상세하다. 그리고 기사 요지는 두 말할 필요 없이 여당 내에서조차 본격적인 반발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A5면). 이렇게 행정부와 여당 내부에서 열심히 폐지 반대론을 편들어 주고 있으니, 여당 밖의 폐지 반대론을 굳이 끌어다 쓸 필요 없을 정도이다.

기사내용까지 무시한 채 왜곡된 제목을 달다니

한편 조선일보는 기획「간첩 수사 요즈음은」(A6면)에서 북한의 대남공작부서 조직도를 보여주면서 "북한이 남조선혁명 역량강화를 포기하지 않았고, 대남공작 기구를 오히려 확대했다는 점에서 우회 간첩이나 남한 내 협력자 포섭 등은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전 국정원 대공수사팀 관계자 말을 인용했다.

중앙일보는 가상현실 퀴즈문제 지르기를 잠깐 멈추고 「국가안보법은 집에 두는 소화기 같은 것」(3면)이라는 제목으로 미국의 안보법을 소개하고 있다. 매카시즘 열풍이 휩쓸던 50년대 미국 반공법이 위헌으로 결정된 배경을 잘 설명하는가 싶더니, 엉뚱하게도 "남북이 휴전선을 두고 대치하는 한국의 상황과 미국의 안보상황은 서로 다르다, 두 나라의 안보관계법을 단순히 평면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이진우 변호사의 말로 마무리를 했다.

상자 기사로 인용되고 있는 미 헤리티지 재단 법률연구소 연구원 폴 로젠스와익 변호사는 "한국민이 북한에 대한 위협을 과거처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국가보안법 존폐 논란이 제기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단순한 정치적 의견 표명을 처벌할 순 없다, 오사마 빈 라덴이나 김정일을 좋아한다고 말할 순 있다, 그게 언론자유다"라는 대목이 눈에 들어오는데, 중간제목은 「국가안보가 100% 보장 안될 땐, 신중히 다뤄야」로 되어 있으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우문현답이라는 말이 있는데 우문우답을 행하는 조·중·동. 우답을 현답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 과대포장하고, 자신들이 소개하는 내용까지 무시한 채 왜곡된 제목을 달고, 구시대 유물을 마치 시의적절한 양 끌어내는 보수언론을 보면서 도대체 어떤 집단이 무슨 생각으로 이처럼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억지주장으로 시비 걸어 혼란 야기하지 말고 시간과 지면 있으면 그렇게 걱정하는 경제문제나 신경 썼으면 한다. 물론 국가보안법 관련 기사처럼 왜곡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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