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부검의 "경찰 주장은 잘 몰라서 한 말"
"전용철씨 왼쪽 후두정부에 뭔가 세게 부딪혀"

▲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쌀개방반대 농민집회에 참석했다 부상당한 뒤 뇌출혈로 사망한 충남 보령농민회 소속 고 전용철씨의 빈소가 25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고 전용철씨 영정 사진.
ⓒ오마이뉴스 권우성

고 전용철씨 부검에 참여했던 내과전문의는 '15일 부상당한 전씨가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경찰 주장에 대해 "그런 말은 (의학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한 말"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24일 전농 추천으로 부검에 참여한 내과 전문의 원진호씨는 25일 오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시민·사회·농민단체와 민주노동당 연석회의에 참석해 "(환자가 머리를 다치고도 이를 느끼지 못할)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전씨가 15일 집회에서 부상당한 게 아니라 집에서 넘어졌다고 주장해왔다.

원씨는 또 전씨의 직접적인 사인에 대해 "왼쪽 후두정부가 뭔가에 세게 부딪히고, 뇌의 대측충격손상에 의해 오른쪽 전정부 뇌실질에 저명하게 뇌손상을 입히고 출혈을 유발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고 전용철씨가 머리 왼쪽 뒷부분을 뭔가에 세게 얻어맞거나 어딘가에 부딪쳤고, 이 때문에 머리 오른쪽 앞부분에 뇌손상이 일어나 출혈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한편 오후 4시30분부터 회의를 시작한 전농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저녁 6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대책위의 출범과 향후 장례 절차를 밝힐 예정이다.

▲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쌀개방반대 농민집회에 참석했다 부상당한 뒤 뇌출혈로 사망한 충남 보령농민회 소속 고 전용철씨의 빈소가 25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24일 새벽 6시 30분께 뇌출혈로 숨진 고 전용철(44)씨 사망원인은 '두부손상에 의한 두개골 파열과 뇌손상'으로 밝혀졌다.

전국농민회총연맹과 경찰은 24일 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소속 의사들과 검사, 전농이 선임한 내과의사가 참석한 가운데 전씨 시신을 부검하고 이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부검에 참석한 의사들은 전씨의 사망원인이 두개골 파열이라는 데 의견을 일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의 사망 원인이 '두개골 파열'로 밝혀짐에 따라 "경찰 공권력에 의한 타살"이라는 농민측 주장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관련
기사
[15일 현장]농민들 여의도 격렬시위... 수백명 부상

"경찰 집단구타 뒤 '머리 아프다'며 고통호소"

전농에 따르면, 전씨는 '쌀협상 국회비준저지 전국농민대회'가 열린 지난 15일 오후 4시 10분부터 4시 30분 사이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마당 입구에서 경찰에 의해 집중 구타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들의 말에 따르면, 당시 전씨는 혼자서 몸을 가누는 것도 힘겨워 할 정도였다.

전성도 전농 대외협력실장은 "15일 경찰에 의해 구타당한 전씨를 만난 한 대학생에 따르면 전씨가 '머리를 맞았는데 뒷머리가 매우 아프다'고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24일 부검 결과 전씨의 두개골 파열은 머리 뒷부분 정수리에 생긴 것으로 드러났다. 사망 당시 전씨의 오른쪽 눈은 크게 부은 상태로 멍이 들어 있었으며, 이 곳의 충격이 뒷머리까지 전해져 두개골 파열이 일어난 것으로 부검의들은 보고 있다.

15일 구타당한 전씨를 현장에서 만난 대학생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전경들에 의한 구타가 일어난 직후 전씨가 두부손상을 입은 셈이 된다. 이는 "전씨가 스스로 넘어져 다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해 온 경찰의 반박을 뒤집는 증언이기도 하다.

▲ 24일 밤 9시30분께 고 전용철씨 유해가 유가족 및 농민회원들에 의해 부검장을 빠져 나오고 있다.
ⓒ 김광태
전농 "공권력 의한 살인이 명백"... 비상대책위 구성

한편 전농은 고 전용철씨의 사망이 명백한 공권력에 의한 살인이라고 보고 강도 높은 투쟁을 준비 중이다.

25일 새벽 상경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영안실에 전씨의 유해를 안치해 놓은 전농은 정계와 노동계, 시민사회단체들을 모아 비상대책위를 구성한 뒤 구체적인 장례 절차와 투쟁 일정을 잡겠다고 밝혔다.

전성도 실장은 "25일 오후 2시와 3시, 4시에 전농과 다른 농민단체,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대표자들이 모여 잇따라 회의를 열고 비상대책위를 구성할 것"이라며 "향후 일정은 비상대책위에서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농은 또 당일 현장에서 찍은 사진과 영상물 등 경찰의 폭력 진압을 증명할 증거를 찾고 있다.

이날 오후 6시께 전농은 사진, 동영상 등 증거물과 증언자들을 불러 다시 한번 기자회견을 열고 구체적인 투쟁 일정을 밝힐 예정이다. 특히 이 자리에는 전농의 추천으로 부검에 참석한 내과전문의가 직접 나와 증언할 계획이다.

전농은 이날 밤부터 시·군·구 단위로 회원들을 모아 전국 곳곳에서 고 전용철씨 죽음을 추모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매일 밤마다 열 방침이라고 밝혔다.

태그: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