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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시대의 윤리규범으로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대를 통제할 수 있을까? 통제할 수 없다면 기존의 윤리학을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가 무엇인지 모니터에 그려보고 싶어진다.

누가 '윤리'라는 말을 꺼내면, 나이 드신 분이 대화에 설득력을 잃어갈 때 꺼내는 "너 나이가 몇 살이냐?" "집에 부모 형제도 없느냐?"는 궁색한 변명이나 고리타분한 사자성어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새로운 것이라고는 하나도 내세울 것이 없는 개인, 집단, 국가에서 느닷없이 옛것이 좋다고 들고 나오는 효, 충, 의 등의 매력없는 고루한 단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아날로그 윤리의 판단 범위는 '지금'과 '이곳'

하지만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대에 윤리는 다가올 시대의 올무를 '내가 갖느냐 네가 갖느냐'는 절대 절명의 문제다.

우선 아날로그 윤리로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대를 규범하기 어려운 이유부터 찾아보자.

첫째, 아날로그 윤리의 판단의 범위는 '지금'과 '이곳'에 관련된 것이다. 즉 아날로그 윤리는 공간적으로 '이곳'이고 시간적으로 '지금'이라는 '지금 이곳의 윤리학(here and now ethics)'이다. 아날로그 시대의 사람들이 가진 기술력으로 가능한 윤리적 판단의 범위가 시공간적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인터넷에 떠도는 O양, B양의 동영상은 디지털 매체의 특징으로 100년이 지나도 원본 그대로의 품질을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서 다운로드받아 볼 수 있다. 아날로그 윤리가 지금 이곳에 한정된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은 윤리적으로 제시할 수 있지만, 유비쿼터스 컴퓨팅 공간에서의 윤리적 해결방안을 제시하기에는 역부족인 이유가 된다.

둘째, 아날로그 윤리는 도덕 판단의 기준으로 행위에 대한 결과보다는 동기를 중요하게 본다. 공리주의를 제외한 대부분의 윤리가 행위자의 동기와 의도를 중요하게 보았다. 그러나 어린 초등학생이 선생님의 체벌이 가혹하다고 여겨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 파일이 교장선생님을 목 매달아 돌아가시게 한 첫 단추가 되었다.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대가 오면 일반인들도 사회에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정보를 직접적으로 공중에 전파할 수 있는 시대가 될 것이다. 과연 동기와 의도가 순수했다고, 그 파장이 전 세계의 모든 사람에게 공개되는 인터넷에서의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을까? 이미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늘어나는 인터넷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다.

인터넷 아바타, 아이템, 사이버머니 등의 윤리문제는?

셋째, 아날로그 윤리는 개별적인 인간을 중심으로 한다. 칸트(Kant)의 '사람은 사람에 대한 의무 외에는 어떠한 의무도 가지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스스로 윤리를 지킬 수 있는 자만이 윤리에 대한 주체이며 객체로 인정받은 것이다. 따라서 도덕적인 행위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자연(공기, 산, 바다 등), 동식물 그리고 아직 성숙하지 않은 인간(태아, 정신장애자, 미래 태어날 후손 등)은 윤리적인 대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유비쿼터스 컴퓨팅 기술은 전자태그(tag)를 통해 건물, 책상, 필통 등의 인공물과 돌, 흙, 나무, 보호받아야 할 동물 등의 자연과 실시간으로 통신할 수 있도록 한다. 즉 전자 태그를 통해 무생물에 전자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사례를 예로 들면, 인터넷 속의 아바타, 아이템, 사이버 머니 등이 만들어내는 윤리 문제에 대해서 아날로그 윤리는 어떠한 답도 해주지 못하는 한계를 절절히 보여주고 있다.

물론, 아날로그 윤리에서 공통점을 찾아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대를 준비하고 과거의 예지를 존중해야 함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아날로그 윤리로 디지털 신세대들의 동의와 이해에 근거한 실천을 얻지 못하는 현재, 새로운 윤리규범이 만들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윤리란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대라 할지라도, 스스로 우리의 자유를 제한하여 더 큰 자유와 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기술이 인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세상이 와도 인간은 옳지 못한 행동을 분별, 자제할 수 있는 능력을 순간 망각할 수 있는 연약한 이기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지금 네티켓이 중요한 것은 '윤리'적으로 누리꾼이 사이버 공간을 자정하지 못하면, 그간 향유했던 표현의 자유, 정보의 공유, 사생활 공유의 달콤함에 대해 법에 의해 국가나 기관의 통제를 받을 수밖에 없는 길목에 서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유비쿼터스 컴퓨팅 기술이 변화하는 사회의 다양한 분야 중에 윤리에 대한 이해와 작은 소견을 모니터에 그려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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