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첫 '미얀마 사진전' 연 대학생들 "정의는 승리"

[인터뷰] 박건률·원현우·박강산씨 "학살 당장 중단해야"... 13~16일 전시

등록 21.03.13 11:14l수정 21.04.21 11:55l소중한(extremes88)

미얀마 민주화를 응원하는 특별 순회 사진전 서울 개최를 준비한 박건률 관악새세세 대표(왼쪽부터)와 원현우 청년공공외교네트워크 대표, 박강산 광진청년크루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광진구’이질적공간’ 전시장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군부의 집권을 반대하며 손가락 세개를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미얀마의 죽어가는 사람들 중 제 친구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픕니다."
 
3년 전 미얀마로 봉사활동을 다녀온 대학생 박건률씨는 요즘 틈이 날 때마다 현지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지난달(2월) 1일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와 이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불복종 운동이 벌어지면서 친구로부터 "I'm safe(안전하다)"란 메시지를 받기 위해서다.
 
그러던 중 박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대학생 동료들과 함께 미얀마 현지의 상황을 담은 광주 사진전에 다녀왔다. 미얀마 군부 구데타 후 국내에서 열린 첫 사진전(2월 23~28일)이었다. (관련 기사 : "미얀마 보며 5.18 떠올라... 손가락 세 개 올린 그들, 응원해야" http://omn.kr/1s67d).
 

미얀마 사진전을 주최한 박건률씨가 3년 전 미얀마 봉사활동 당시 찍은 사진. ⓒ 박건률 제공

 

3년 전 미얀마로 봉사활동을 다녀온 박건률씨가 최근 현지 친구와 주고받은 메시지. 박씨가 "최근 군부에 의해 소녀가 죽었다고 들었다. 넌 괜찮니"라고 묻자 "안전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 박건률 제공

 
박씨를 비롯해 광주에 다녀온 대학생들은 서울에서도 사진전을 열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광주 사진전을 주관한 광주아시아여성네트워크로부터 미얀마 현지 사진기자 모임인 'MPA(Myanmar Pressphoto Agency)'의 사진을 받았고, 사비를 들여 사진을 인화하고 공간을 빌렸다.

13일부터 서울 광진구 '이질적공간'에서 열리는 이번 사진전은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서울에서 열리는 첫 사례다. 

사진전을 하루 앞둔 12일 주최자 박씨, 원현우씨, 박강산씨를 전시회장에서 만났다. 이들은 각각 '관악새세세', '청년공공외교네트워크', '광진청년크루'라는 청년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다. 이 세 단체 외에 '구로청년채움'도 전시회를 함께 주최했다.
 
"미얀마 청년들처럼 우리도 나서야겠다고 생각"
  

서울서 첫 '미얀마 사진전' 연 대학생들 "정의는 승리" ⓒ 유성호

 
- 전시회를 준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원현우 : "미얀마의 청년들이 SNS를 통해 현지 상황을 널리 알리고 있다. 또 이번 민중항쟁은 기성권력에 대한 저항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리도 대학생으로서, 또 청년단체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그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미얀마의 상황에 대해선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박건률 : "1980년 광주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에도 민중들이 나서 저항했고 이후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미얀마도 언젠가는 꼭 민주주의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원현우 : "특정한 사람이 아닌,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시위의 중심에 있다는 점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특히 여성, 청년 등 사회의 소수자들이 상당한 역힐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런 학살에 가까운 폭력과 억압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군부를 멈추기 위해선 미얀마 내부의 노력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노력도 필요하다. 신속한 고민이 필요하다."
 
박강산 : "저 역시 글로벌 연대를 강조하고 싶다. 영화 <택시운전사>에도 나오듯, 독일인 기자가 광주 상황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강한 SNS란 무기가 있기 때문에 공공외교의 측면에서 국제적인 협력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박건률씨는 미얀마와 인연이 있다고 들었다.
박건률 : "3년 전 여름 교육봉사활동을 2주 정도 다녀왔다. 3~6살 아이들에게 음악·미술·체육 등을 가르쳤다. 그 아이들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너무 좋았다. 그런 순수함이 이번 쿠데타로 사라질까 걱정이다. 또한 현지 대학생들과 집짓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금도 그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받는데 '고향 근처에서 총성이 들렸다', '오늘은 몇 명이 죽었다'는 메시지를 보내온다. 너무 마음이 아프다. 빨리 상황이 종결돼 미얀마 땅에 다시 평화가 찾아왔으면 한다."
 
- 전시 사진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미얀마 민주화를 응원하는 특별 순회 사진전 서울 개최를 준비한 원현우 청년공공외교네트워크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광진구’이질적공간’ 전시장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유성호

 
원현우 : "우선 전시회 구성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한다. 전시회에 막 들어오면 쿠데타 이전 평화로운 모습들을 먼저 보실 수 있다. 그리고 점점 쿠데타 이후의 사진들이 이어진다. 기억에 남는 사진을 꼽자면 전시회 가장 마지막에 걸릴, 미얀마 여성들이 곳곳에 걸어놓은 치마들이 담긴 사진이다. 미얀마의 경우도 강한 성차별이 남아있다고 들었다. 치마를 걸어둔 이유도 '남성이 치마 밑을 지나면 남성성을 잃는다'는 미신 때문이다. 사회의 약자로 불리는 이들이 역발상을 통해 평화적 방법으로 폭력에 대응하고 있는 모습에서 감명을 받았다. 이번 항쟁이 정치적 틀을 바꾸는 것을 넘어 각계각층의 사회적 평등 문화가 확산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박건률 : "1990년대생인 저는 역사책으로 1980년 광주의 모습을 인식하고 있다. 그때 신군부 세력이 광주에 들어서 있는 모습과 너무도 닮은 저 사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미얀마 민주화를 응원하는 특별 순회 사진전 서울 개최를 준비한 박건률 관악새세세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광진구’이질적공간’ 전시장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유성호

 
박강산 : "청년 한 명이 세 손가락을 들고 있는 사진이 가장 인상 깊었다. 1987년 6월 항쟁을 상징하는, 웃옷을 벗고 태극기를 든 사진과 같은 강렬함이 느껴졌다."
  

미얀마 민주화를 응원하는 특별 순회 사진전 서울 개최를 준비한 박강산 광진청년크루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광진구’이질적공간’ 전시장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유성호

 
- 한국에서 미얀마 시민불복종운동에 공감하면서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원현우 : "우선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미얀마에 후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 페이스북이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정치인들을 압박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국제사회에 어느 정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선진국의 입장에서 정치인들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건률 :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 미얀마 친구들에게 '우리가 계속 관심을 갖고 있으며 곧 사진전도 연다'고 말했더니 매우 고맙게 생각하더라. 일단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미얀마의 상황을 잊지 않는 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다."
 
- 전시회 후 추가 활동 계획이 있다면.
원현우 : "선거기간이라 다른 이슈가 많이 묻히는 것 같다. 때문에 두 번째 사진전을 또 열어야 할 것 같다. 이어 공공 계좌를 열어 미얀마를 도울 수 있는 후원도 받을 계획이다."
 
- 미얀마에서 독재와 싸우고 있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강산 : "강물이 바다를 포기하지 않듯, 계속 나아갔으면 좋겠다."
 
원현우 : "'역사를 멀리서 보면 정의와 선은 승리한다'는 말을 좋아한다. 어찌보면 낙관적 믿음일 수 있지만 그 믿음이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우리 외교부에 하고 싶은 말도 있다. 한국에 머물고 있는 미얀마인들 중 시위에 참여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으로 안다. 이분들이 비자 연장 등을 이유로 다시 미얀마로 가야하는 상황에 대해 많이 걱정하더라. 당장 사람을 사지로 보낼 순 없잖아. 일시적으로라도 미얀마 분들의 비자 연장을 고려해줬으면 한다."
 
박건률 : "미얀마에 있는 제 친구들이 정말 안전했으면 좋겠다. 친구들 중 공무원도 많다. 이 친구들도 하루 빨리 정치적으로 자유로워져 평화로운 일상을 맞이했으면 한다. 정의는 언제나 승리한다고 믿고 있다. 정의는 미얀마 민중의 편이다. 군부는 어떻게든 정치와는 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가 군부 쿠데타를 이겨냈듯 미얀마도 이겨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사진전 개요]
시간 : 2021년 3월 13일(토)~16일(화) 13:00~19:00
*15일(월)은 16:00까지
장소 : 이질적공간 (서울 광진구 능동로 50길 14 지하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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