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04 07:07최종 업데이트 24.03.04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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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5개월여의 끈질긴 추적. 검찰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 등에 대한 정보공개소송을 벌여온 하승수 변호사의 '추적기'를 가감없이 전합니다.[편집자말]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2월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22대 총선 대비 전국 검찰청 선거전담 부장검사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해 6월 23일 검찰 특수활동비 자료를 사상 최초로 공개받은 후, 자료 검증에 들어간 지 9개월이 다 되어 간다. 그동안 숱한 불법 의혹들이 드러났다. 형사상 범죄가 성립될 여지가 충분한 건들이 많다. 그런데 수사는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16일 검찰 특수활동비 자료 불법 폐기 건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으나, 아무런 소식이 없다. 고발인 조사를 하자는 얘기도 없는 것이다. 공소시효(7년)가 빠르면 올해 5월이면 만료될 수 있기 때문에 고발을 했던 것인데, 검찰은 묵묵부답이다.

공소시효 지나가는데, 연락없는 검찰

전직 검찰총장, 서울중앙지검장 등이 관련되어 있을 수 있는 사안이고, 현직 대통령도 관련되어 있을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러니 지금의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한 것은 검찰에 마지막 기회를 줌으로써, 향후 검찰 특수활동비 등 불법의혹에 대한 특별검사가 가능해질 때, 공소시효에 관한 특례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기소권을 가진 검찰에게 충분한 기회를 줬는데도 직무를 유기해서 공소시효가 경과한 것이라면, 특별검사법에 공소시효에 관한 특례조항을 둬야 할 명분이 충분해지기 때문이다. 과거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에서 "12. 12.와 5. 18. 관련 헌정질서 파괴범죄 행위에 대하여 1993년 2월 24일까지는 국가의 소추권 행사에 장애사유가 존재한 기간으로 보아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된 것으로 보도록 법조문에서 명시한 예도 있다.

기소권을 가진 검찰조직 내부에서 발생한 범죄행위이고, 검찰총장 출신이 대통령이 된 상황이므로, 지금도 국가가 소추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검찰 특수활동비 자료 불법폐기에 대해서는 향후 특별검사가 도입될 때에 공소시효에 관한 특례조항을 둬야 할 것이다.

기재부 지침 어긴 특활비 사용 
 

박중석 <뉴스타파> 기자가 22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중구 뉴스타파함께센터 리영희홀에서 열린 '이원석 검찰총장 특수활동비 오·남용에 대한 내부제보 공개 및 특검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김화빈

 
한편 최근에는 현직 검찰총장의 특수활동비 오·남용까지 드러나고 있다. 2023년 6월 20일경 이원석 검찰총장이 전국 검찰청 민원실에 격려금 명목으로 특수활동비를 뿌린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것은 천안지청 민원실장 출신 퇴직 검찰공무원의 용기있는 제보로 드러난 사실이다. 천안지청 민원실에 현금 100만 원의 특수활동비가 지급된 것으로 볼 때, 전국의 검찰청 민원실에 최소 수천만원 이상의 특수활동비가 뿌려졌을 가능성이 크다. 뚜렷한 명목도 없이 검찰총장이 보내주는 '격려금' 조로 특수활동비가 뿌려진 것이다. 이는 제보자의 제보 뿐만 아니라, 검찰 내부에서 주고받은 메시지로 확인되는 사실이다. 그래서 대검찰청도 돈을 뿌려진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대검찰청은 말도 안 되는 반박문을 내놓았다. '민원실도 수사나 정보수집활동을 하므로 특수활동비를 쓸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을 한 것이다. 그러나 검찰청 민원실이 수사를 하는 부서도 아니고, 설사 민원실 업무 일부가 수사·정보수집과 관련이 있다고 하더라도,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수사·정보수집 활동에만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다.

기획재정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외교·안보, 경호 등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이기 때문이다. 기밀유지가 필요하지 않은 일반 사건 수사에도 쓸 수 없는 예산이다. 이런 예산을 자의적으로 전국 검찰청 민원실에 격려금 명목으로 뿌린 것은 특수활동비의 용도를 완전히 벗어난 것이다.

그리고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는 특수활동 실제 수행자에게 필요시기에 따라 지급"해야 하는데, 전국 검찰청 민원실이 특수활동을 수행하는 곳인가? 이원석 총장이 민원실 격려금으로 특수활동비를 일제히 뿌린 것은 특수활동비의 사용방식에 관해서도 지침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그래서 3개 시민단체들(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지난 2월 28일 업무상 배임 또는 횡령혐의로 이원석 총장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현직 검찰총장의 특수활동비 오·남용이 드러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인데, 이를 그냥 넘어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배임 또는 횡령의 액수가 1억 원 이상이면 특가법상 국고손실죄에 해당할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국정운영에 써도 횡령이 되는 특수활동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2017년 10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 및 산하 지검ㆍ지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 유성호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 기소했던 국가정보원장 특수활동비 횡령사건에서 법원이 적용한 법리에 따르면, 설사 특수활동비를 국정운영에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애초의 용도와 사용목적에서 벗어난 것이면 업무상횡령죄가 성립된다. 판결문을 보면 '특수활동비는 특수활동에 관하여 특수활동의 상대방에게 지급되어야' 하고, '특수활동의 상대방도 아닌 ------ 에 임의로 지급하는 것은 위탁의 취지에 맞게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없고'라고 판단하고 있다(서울고등법원 2021. 1. 14. 선고 2019노2678 판결). 그래서 설사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사용됐다고 하더라도 업무상 횡령이 성립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법리에 비춰 본다면, 기밀유지가 필요한 사건수사나 정보활동에 써야 할 특수활동비를 검찰총장 마음대로 '민원실 격려금'으로 전국에 뿌린 것은 특수활동비의 용도와 목적에 완전히 벗어난 것이다. 더구나 국회에서 특수활동비 예산을 통과시켜 줄 때에, 기밀수사와 무관한 용도에 마음대로 쓰라고 한 것이 아니고, 기밀유지가 필요한 수사와 정보수집에만 쓰도록 한 것이다. 그러니 업무상 배임이나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식의 엉터리 사용이 여러 번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시절에 사용한 특수활동비와 관련해서도 여러 의혹들이 제기된 상황이다. 명절떡값, 격려금 명목으로 지출한 정황이 다수 포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정보원장 특수활동비 횡령 사건에 적용된 잣대에 따라 검찰 특수활동비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문제는 누가 수사를 하느냐인데, 결국 특별검사를 도입하는 수밖에 없다. 공수처의 현 상태를 봤을 때에는 공수처도 수사하기 어려운 사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총선에 참여하는 각 정당들은 '가칭) 검찰 특수활동비 등 불법의혹 특별검사' 도입에 관해서 책임있는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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