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2.07 06:46최종 업데이트 23.12.07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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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7월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12월 6일, 대검 중수부장 출신의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을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대검 중수부장 출신의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을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하면서 '검찰만능주의'가 다시 도마에 올랐습니다. 언론이나 통신 분야에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인사를 검사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로 중책을 맡긴 데 대한 논란입니다. 이런 배경에는 특수부 검사 출신은 모든 분야에서 정통하다는 윤 대통령의 잘못된 인사 철학이 깔려 있습니다. '검찰공화국' 비판이 거센 가운데 또다시 검찰 출신을 업무와 무관한 요직에 발탁한 건 오만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김 후보자는 당초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후임으로 유력하게 검토됐던 인물입니다. 하지만 지난 1일 사퇴한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 후임이 마땅치 않자 돌려막기식으로 자리를 바꿨습니다.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임명된지 불과 5개월밖에 되지 않은 것만 봐도 얼마나 인사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오로지 인사 기준은 윤 대통령이 대검 중수2과장 시절 상사였던 김 후보자와 친분이 두텁다는 것뿐입니다.  

검사가 모든 분야에 정통하다는 착각

여권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가짜뉴스 대응이 시급한 상황에서 법률가가 필요했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관련법을 엄밀히 다뤄야 하는 특수성을 고려했다는 얘긴데 설득력이 없습니다. 현행 법에 따르면 방통위는 방송·통신 균형 발전과 방송의 공적 책임 제고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방송통신 융합환경에 대한 전문성과 공적 책무를 위한 독립성이 요구됩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한 어떤 전문성도, 독립성도 갖추지 못했습니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결국 믿고 일을 맡기는 사람은 검찰 출신밖에 없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켰다고 분석합니다. 윤 대통령은 그간 핵심 요직엔 검찰 출신을 배치해왔습니다. 인사·정보가 모이는 요충지와 감사와 규제감독기관을 '윤석열 검찰라인'으로 채웠습니다. 자신의 최측근들을 통해 주요 분야 감시와 통제 체제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검사 선배를 방송통신위원장에 앉힌 것은 총선을 앞둔 방송장악 의도로밖에 해석하기 어렵습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때 "검사로 수사를 많이 해 각 분야에 대해 잘 안다"는 식의 편협한 인식을 보였습니다. 이런 인식은 현 정부에서 중용된 특수부 검사 출신들도 비슷합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최근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조사를 해서 조선업에 대해 잘 안다"고 말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금융회사들을 피의자 다루듯이 해 업계에서 '점령군 같다'는 불만이 쏟아집니다.

윤석열 정부는 검찰이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는 비판에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모습입니다. 수세적이기는커녕 오히려 자신감에 가득 차 있습니다. 개혁이 안 되는 것은 부정·부패 세력을 제대로 솎아내지 못해서이니 압수수색하고 기소하면 개혁이 될 걸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언론사와 기자에 대해서도 하루가 멀다하고 수사와 압수수색을 남발하고 있습니다.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안중에도 없는 행태입니다.

전문가들은 독립성과 전문성이 필요한 기관까지 검찰 출신을 줄줄이 앉히는 건 지나치다고 말합니다.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 맞지 않고, 특히 검찰 특유의 상명하복 문화를 감안하면 집단사고 위험성도 크다는 얘깁니다. 검사들은 법을 공격적으로 사용해 사법 정의를 구현하는 역량은 갖추고 있을지 몰라도 업무와 조직 문화는 민주주의와 본질적으로 상반됩니다. 윤 대통령부터 현실과 동떨어진 '검찰 유능론'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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