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9.18 07:16최종 업데이트 23.09.18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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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5개월여의 끊질긴 추적. 검찰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 등에 대한 정보공개소송을 벌여온 하승수 변호사의 '추적기'를 가감없이 전합니다. [편집자말]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등 활동가들이 6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특수활동비 등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자료를 수령하고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2019년 11월 서울행정법원에 검찰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업무추진비 집행내역과 지출증빙서류를 공개하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피고는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이 소송을 제기하고 3년 5개월만에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필자는 통상적인 과정을 밟을 것으로 생각했다.

보통 예산집행과 관련된 정보공개를 거부한 것이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행정소송(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다. 그리고 승소하면, 판결에 따라 자료를 공개받아서 분석한다. 그리고 예산 오·남용 등 문제가 발견되면 시정을 요구한다. 물론 범죄에 해당하는 부분이 발견되면, 고발을 하기도 한다.

정보공개 역사상 초유의 조직범죄

대체로 이렇게 하면, 예산을 잘못 쓴 쪽에서 잘못을 인정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으로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와 <뉴스타파>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한 국회 예산감시에서는, 20대 국회의원 32명이 예산을 잘못 사용한 점을 인정하고 2억 1400만 원을 국고에 반납했다.


그런데 검찰은 달랐다. 검찰은 정보공개소송과정에서도 범죄를 저질렀고, 판결이 확정된 후에도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소송과정에서는 수천쪽 이상의 자료가 존재함에도 '정보 부존재'라는 허위주장이 담긴 서면을 작성해서 법원에 제출했다.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죄를 저지른 것이다.

또한 업무추진비와 관련해서는 카드전표에서 '개인식별정보'만 제외하고 공개하라는 판결이 확정된 후에도, 음식점 상호와 카드 사용시간을 가리고 자료를 공개했다. 확정된 법원판결까지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정보를 은폐하고 있는 것이다.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죄에 해당하는 행태이다.

또한 소송 후에 자료를 공개받고 보니, 있어야 할 자료가 없었다. 2017년 8월 이전 특수활동비 집행 자료를 불법폐기한 것이다(일부 검찰청은 4~5월까지 폐기). 필자가 1998년부터 정보공개운동을 하고 있지만, 이런 경우는 난생 처음이다. 외국에서도 이런 경우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동훈 장관의 오락가락 해명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9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문제는 검찰조직에서 벌어진 이런 조직적인 범죄행위를 감찰하고 시정하고 수사하게 해야 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오히려 범죄를 비호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오락가락하는 해명을 늘어놓고 있다.

자료 불법폐기와 관련해서 한동훈 장관은 지난 7월 26일 국회 법사위에 나와 "(2017년 9월 이전에는) 2개월마다 자료를 폐기하는 게 오히려 원칙"이었다고 발언했다. 언론들은 그런 지침이나 규정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지난 8월 10일 시민단체들과 뉴스타파가 공개한 검찰 내부 문건을 보면, 오히려 검찰도 예산회계서류의 보존연한이 5년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내용만 있고, '2개월에 1번 폐기'에 관한 내용은 전혀 없었다. 명백한 자료 불법폐기라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그리고 그 후 한동훈 장관은 말을 바꿔서, 8월 21일 국회 법사위에서는 "지침이라기 보다는 그 당시 상황에서 교육할 때 월별로 폐기하는 관행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지침'과 '교육자료'는 성격이 전혀 다른 것이다. 지침은 행정조직 내부에서 공식적으로 시행하는 방침이다. 물론 이런 지침이 있었다고 해도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지침이어서 불법지침이다. 법률에 따르면, 예산회계자료는 5년간 보존하게 되어 있고 그 후에 폐기하려고 해도 심의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전부 불법폐기이다.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야 하는 범죄행위이다.

그렇다고 해도 공식적인 지침이 있었다는 것과 그냥 교육자료에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이다. 한동훈 장관은 '말 바꾸기'를 한 셈이다. 
 

2023년 7월 26일과 8월 21일 국회 법사위 회의록 ⓒ 오마이뉴스

 
폐기했다던 서류 존재

그러나 이번에 뉴스타파와 5개 지역언론(경남도민일보, 뉴스민, 뉴스하다, 부산MBC, 충청리뷰)이 전국 56개 고검, 지검, 지청의 특수활동비 서류를 확인한 결과, 14개 검찰청에서는 2017년 1월~8월까지의 특수활동비 집행자료가 전부 또는 일부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이들 검찰청들은 한동훈 장관이 주장하는 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 현실과는 들어맞지 않는 해명인 것이다. 

따라서 한동훈 장관이 주장하는 '교육'과 '교육자료'의 실체를 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그런 교육이 실제로 있었다면, 정말 큰 문제이다. 어떻게 법집행을 맡고 있는 검찰조직에서 범죄를 저지르라는 교육을 하고 교육자료까지 만들었다는 것인가?

앞서도 언급했듯이 자료 불법폐기는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법' 위반으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는 명백한 범죄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을 교육을 하고, 교육자료에 넣었다? 도저히 납득이 안 가는 얘기이다.

'절도를 저질러도 된다'고 교육을 했다고 해서, 절도죄가 성립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기록물 불법폐기도 마찬가지다. 설사 그런 교육이 있었고, 교육에 따라 자료를 폐기했다고 해도 그건 범죄행위일 수밖에 없다. 참고로 기록물 불법폐기는 절도죄(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보다 법정형이 높은 범죄이다.

더구나 만약 진짜 그런 교육이나 교육자료가 있었다면, 검찰 조직 내부에서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범죄를 저지르라는 교육'이 이뤄진 것이다. 당연히 언제, 누구의 지시로 그런 내용의 교육이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전국 67개 검찰청 특수활동비 예산 검증 결과 발표 기자회견’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독립언론 뉴스타파에서 검찰예산검증공동취재단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문제는 누가 수사를 하느냐이다. 검찰 내부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범죄행위이다. 여기에 대한 수사를 검찰이 맡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공수처는 지금 수사인력이 미흡할 뿐만 아니라, 검찰 출신들이 상당수 포진하고 있으므로, 이 수사를 책임지기에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특별검사 도입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따라서 국회가 나서야 하고, 야당들이 나서야 한다.

국민세금을 엉터리로 써놓고, 조직적으로 자료를 불법폐기하고, 그것을 감추려고 법원에 허위공문서를 작성·제출하고, 법원판결문까지 무시하고 정보를 은폐하고 있다.

이것이 검찰 발 '국기문란' 게이트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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