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8.29 05:49최종 업데이트 23.08.29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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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진 핫핑크돌핀스 공동대표. 12년 전 한 사회초년생의 1인시위로 시작한 돌고래 해방운동은 우리 사회 구성원의 생태 감수성에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킨 의미있는 혁명으로 발전했다. ⓒ 황의봉

 
모든 혁명은 한 사람의 가슴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황현진 핫핑크돌핀스 공동대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말이 생각났다. 12년 전 여름, 무작정 제주로 내려와 돌고래쇼를 보지 말 것을 호소한 그의 1인시위가 남방큰돌고래 보호 나아가 우리 사회 구성원의 생태 감수성에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혁명적 변화의 불씨가 된 것이다.

1인시위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고 동조자가 늘어나자 핫핑크돌핀스라는 단체가 탄생했다. 이어서 '돌고래 재판'을 거쳐 수족관에 갇혀 고통받던 남방큰돌고래가 최초로 자연 방사되기에 이르렀다. 울산 고래축제에서 고래고기 판매 부스가 사라졌고, 관련 법률이 제정돼 동물학대에 제동이 걸렸다. 최근에는 돌고래에 법인격을 부여하자는 생태법인 논의가 본격화하는 전대미문의 상황을 맞고 있다.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제주돌핀센터에서 황현진 대표를 만났다. 활동가들과 회원들이 직접 리모델링한 이 집은 핫핑크돌핀스의 사무국, 돌고래도서관, 바다배움터로 활용하고 있다. 돌고래가 자주 지나다니는 바닷가에서 멀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12년 전 여름, 돌고래 해방운동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부터 들어보았다.
       
감금된 돌고래 보고, 1인 시위에 나서다
   
"대학졸업반 무렵 우연히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환경특강을 듣다가 깜짝 놀랐어요. 기후변화와 환경난민 같은 내용이었는데, 제가 20년 넘게 살아온 지구공동체에 대해 너무 무관심했고 무지하다는 생각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특강이 계기가 되어 환경활동가의 길을 모색하기 시작한 겁니다. 국제단체에서 활동해 보고 싶었지만, 국내엔 그런 단체의 지부가 없더군요. 그러던 중 한 환경단체와 연결돼 통영에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011년 7월 중순, 충격적인 뉴스를 접하게 됐어요. 제주 연안 정치망에 걸려든 남방큰돌고래를 마리당 700만∼1000만 원에 어민들로부터 사들여 서울대공원에 넘기거나 돌고래쇼에 이용해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국제보호종이 20년 넘게 불법으로 포획됐다니, 돌고래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보고 싶었고, 문제를 제기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지요.


그래서 그 길로 배낭 하나 둘러메고 제주로 날아와 돌고래쇼 공연을 하는 퍼시픽랜드로 찾아갔습니다. 중문관광단지에 있었는데 1986년에 개장을 한 곳으로 낡은 느낌이었어요. 표를 끊어 쇼장으로 들어갔더니 콘크리트 계단에 수백 명이 앉아 조련사가 시키는 대로 손뼉을 쳐대는데, 처음 보는 이 장면이 저에게는 기괴하게 느껴졌습니다. 불빛이 왔다 갔다 하고 돌고래들이 조련사가 지시대로 움직이는 것을 정신없이 봤던 것 같아요."


황현진 대표는 곧이어 더욱 충격적인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돌고래의 비참한 '감금 실태'를 목격한 것이다.

"돌고래쇼장을 나와 건물을 둘러보는데, 한쪽에 문이 열려 있는 겁니다. '관계자외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 있었지만 뭔가 느낌이 와 들어가 봤어요. 한 발 두 발 들어갔더니 첨벙첨벙 물소리가 들렸고 이어서 자그마한 어린 돌고래 '3명'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거예요. 그 수조를 지나니 성체 돌고래들이 나뉘어 갇혀 있더라고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돌고래라는 동물을 가까이서 본 것인데, 물에 젖어 반짝이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운 겁니다. 그래서 '아, 예쁘다' 하며 주위를 살펴보니 페인트가 벗겨진 벽에서 녹물이 흐르고 물도 맑지 않은 거예요. 문 열고 나가면 바로 중문 앞바다, 자기 집인데 이렇게 좁고 열악한 곳에 감금되어 있구나, 하며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죠. 우리가 인간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존재들을 이렇게 대하고 있구나, 인간과 비인간 동물의 관계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2011년 7월19일 돌고래쇼 현장을 목격한 황현진은 다음날부터 수족관 돌고래 해방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시작했다. ⓒ 핫핑크돌핀스

 
돌고래와의 첫 대면에서 충격을 받은 황 대표는 당장 다음날부터 피켓을 만들어 1인시위에 나섰다. 먼저 돌고래쇼장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시작했다. 그날의 회고담이다.

"저는 낯가림도 심하고, 남들 앞에 나서서 주목받는 행동을 못 하는 성격이었어요. 사람들이 지나가는데 작은 목소리로 '여러분 돌고래쇼 보지 마세요. 이곳에 있는 돌고래들은 불법 포획된 돌고래들이에요'라고 속삭였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뭐라고요? 하며 되묻기도 하더군요. 그런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돌고래쇼 보려고 공항에서부터 중문단지까지 왔잖아요. 다들 저를 지나쳐서 표를 사는 겁니다. 벽을 보고 얘기하는 답답함과 외로움이 있었죠.

그래서 안 되겠다 싶어, 애초에 공항에서부터 여기까지 오지 못하도록 하자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습니다. 공항으로 가서 1인시위를 했고, 나중에는 여객선 터미널이나 도청 앞에서도 호소했습니다. 청소하시는 분들이나 면세점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응원해 주고 음료도 주셔서 힘이 나기도 했지만, 여전히 크게 이슈화가 안 되고 사람들은 쇼를 보러 가는 상황들이 이어졌죠."
 

찜질방에서 자고 삼각김밥을 먹어가며 외롭게 시작한 1인시위는 황 대표가 강정마을을 찾으면서 새로운 단계로 접어든다. 핫핑크돌핀스라는 단체를 결성해 좀 더 조직적인 활동을 하게 된 것이다.

"1인시위를 하고 있는데, 한 제주 학생이 와서는 강정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해군기지 반대 투쟁을 육지 사람들에게 알려달라고 부탁하는 겁니다. 저도 처음 들어보는 얘기였거든요. 그래서 강정마을을 찾게 되었는데, 너무도 아름다운 거예요. 더구나 불법 포획됐던 돌고래들의 주요서식처가 강정 앞바다였어요. 수족관에서 돌고래들을 해방한들 이 바다에 대규모 군사기지가 들어서 바다환경이 파괴되면 의미가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계속 그곳에 머물면서 아침에는 생명 평화 100배를 하고, 다음엔 피켓을 챙겨서 중문으로 가서 돌고래쇼 반대 1인시위를 하고, 다시 강정으로 와서 촛불시위를 하는 생활을 했습니다.

이때 만난 분이 지금 핫핑크돌핀스 공동대표인 조약골 평화활동가입니다. 강정 구럼비 바위에서 야생의 남방큰돌고래 무리를 보고는 '고래가 사는 바다를 지켜주겠다'라고 다짐을 하더군요. 그리고 1인시위 때나 기자회견 때 연대를 해주셨어요. 이 무렵 강정에서 만난 분들이 돈도 없는 사회초년생이 용돈으로 피켓 만들고 교통비 써가며 하는 식으로는 이 운동을 지속할 수 없다, 단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을 해주시는 겁니다. 결국 2011년 늦여름 저와 조약골 공동대표를 중심으로 핫핑크돌핀스를 만들게 된 것입니다. 사무실도 없었고, 길 위가 우리의 현장이었지요. 핫핑크란 이름은 제가 좋아하는 색이기도 하고, 생명력이 느껴지는 색이어서 뒤에 돌고래를 뜻하는 돌핀스를 붙였지요."


최초의 돌고래 재판... 바다로 돌아간 돌고래들
 

2012년 2월 8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제주남방큰돌고래 불법 포획사건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리자 핫핑크돌핀스 회원들이 바다로 돌려보낼 것을 호소하고 있다. ⓒ 핫핑크돌핀스

 
단체를 만들고 해가 바뀌면서 노력의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해양경찰의 수사 결과 불법 포획한 돌고래를 사들인 퍼시픽랜드와 임직원이 재판에 넘겨진 것이다. 2012년 2월 8일 사상 최초의 '돌고래 재판'이 열리자 언론이 주목하면서 사회적 관심사로 부각됐다. 불법 포획한 남방큰돌고래를 바다에 돌려보내야 한다는 검찰과, 그렇게 하면 돌고래가 죽을 수도 있다는 퍼시픽랜드 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핫핑크돌핀스는 돌고래 재판이 열릴 때마다 탄원서를 제출하고 불법 포획된 돌고래를 바다에 돌려보내라고 외쳤다. 3월이 되자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대공원에 있던 남방큰돌고래를 야생에 방사한다고 발표했고, 4월에는 제주지법이 퍼시픽랜드에 몰수판결을 내려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도록 했다. 그리고 2013년 3월 대법원이 몰수형을 확정했다.

남방큰돌고래 삼팔이는 2013년 6월 22일 야생적응 가두리를 스스로 탈출하여 자유를 되찾았고, 이어 7월 18일 제돌이와 춘삼이가 가두리에서 방류됐다. 황현진 대표가 1인시위를 시작한 지 약 2년 만의 일로, 한국 동물복지 역사에 굵은 한 획이 그어진 날이다. 제돌이 등이 바다로 돌아간 이후 최근까지 돌고래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제돌이를 시작으로 해서 현재까지 모두 8명의 불법 포획한 남방큰돌고래들이 바다로 돌아갔습니다. 그중에는 오래 살다가 자연사한 돌고래도 있고, 또 관찰되지 않는 돌고래도 있지만 제돌이와 춘삼이 삼팔이 같은 돌고래들은 방사한 지 10년이 넘었어도 여전히 건강히 살아가고 있어요. 돌고래마다 지느러미 모양이 달라 저희가 지속해서 모니터링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울산 고래생태체험관, 한화 아쿠아플라넷 제주와 여수, 거제씨월드, 서울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등 5개 시설에 21명의 고래류가 좁은 수조에 갇혀 있어요. 일본이나 러시아에서 포획됐거나 수족관에서 번식한 큰돌고래와 벨루가 종입니다."

 

2013년 5월 제주 성산 앞바다에 설치한 가두리로 옮겨진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춘삼이 삼팔이가 방생에 앞서 야생 적응 훈련을 받고 있다. ⓒ 핫핑크돌핀스

 
황현진 공동대표는 고래에 대해 '마리' 대신 목숨 명(命) 자를 쓰고 있다. 또 고래고기 대신 고래 사체, 수족관 대신 감금시설, 물고기 대신 물살이라고 부른다. 일상에서부터 종(種) 차별적인 비하 표현을 쓰지 말자는 취지다.

핫핑크돌핀스가 주도해 온 고래 해방운동은 이후 관련 법률이 만들어지고 또 개정되는 성과를 올렸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이 2018년에 만들어졌어요. 이전까지는 관련 법률 자체가 없었는데, 일정한 시설을 갖추고 신고를 하도록 한 것입니다. 또 환경부 주도로 야생동물법을 개정해서 잔인하게 포획된 국제 멸종위기종 고래류를 수입할 수 없도록 했어요. 이는 사실상 일본어선이 고래 사냥한 것을 못 들여오게 한 것이지요.

그리고 지난해 동물원 수족관 법이 개정돼 올해 12월 15일부터는 신고제가 아니라 허가제로 바뀌고, 직접적인 학대행위를 할 수 없도록 했어요. 동물을 만지거나 올라타는 행위, 먹이를 주는 행위를 금지한 것이지요. 조금씩 개선되고는 있지만 저희가 보기엔 너무 더디고 쇼 자체를 완전 금지하기까지는 아직 멀었다고 느낍니다."


인간은 비인간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
 

비인간 존재도 법적 주체가 되어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생태법인 제도화가 제주도에서 추진되고 있다. ⓒ 핫핑크돌핀스

 
황현진 대표는 최근 제주도에서 활발하게 논의 중인 '생태법인' 제도에 대해서도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생태법인(Eco Legal Person)은 인간 이외의 존재 중 생태적 가치가 중요한 대상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시민사회를 비롯해 동물권 보호단체 등에서는 생태법인의 구체적인 적용대상 중 하나로 멸종위기에 처한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제시해 오고 있다.

제주도는 생태법인 제도화를 위해 관련 예산을 편성하고, 지난 3월 워킹그룹(위원장: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을 출범시켜 활발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생태법인 제도가 도입되면, 남방큰돌고래는 후견인이나 대리인을 통해 서식환경 파괴 등 자신의 삶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 경우, 핫핑크돌핀스가 법적 대리인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핫핑크돌핀스도 워킹그룹에 참여하고 있다. 황현진 대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생태법인은 사실 돌고래만을 위한 건 아닙니다. 인간이 비인간 존재들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한 겁니다. 남방큰돌고래가 멸종위기종이어서 상징성이 있으므로 우선 생태법인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죠. 나중에는 제주도 지하수라든지 곶자왈 등 인간에 의해 심각한 훼손이 일어나고 있는 자연물에까지 확장할 수도 있겠지요.

현재 법을 새로 제정하는 방안, 제주특별법을 개정하거나 조례를 만드는 방안 등을 심도 있게 논의 중인데, 실제로 돌고래에게 권리를 주기 위해서는 일단 제주특별법을 개정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아닌가 싶습니다. 올해 11월쯤에는 구체적인 조문을 다듬어서 공개하고 제주도민과 국회 그리고 국민을 설득하는 작업을 시작하지 않을까 전망합니다."


헌법소원에 나선 돌고래들
 

해양 생태 감수성 교육은 학생부터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바다의 위기를 알리고, 인간과 비인간 존재의 공존을 위한 실천을 고민하는 교육으로 핫핑크돌핀스의 주요사업이다. ⓒ 핫핑크돌핀스

 
핫핑크돌핀스는 생태계 오염이나 파괴와 같은 환경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20년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 구상이 처음 알려지자 즉각 반대성명을 내고, 제주 일본총영사관과 서울의 일본대사관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는 등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반대운동에 나섰다.

그리고 지난 8월 16일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제기한 헌법소원에 고래들이 청구인 명단에 올랐고, 핫핑크돌핀스가 이들의 법적 후견인으로 나서기도 했다. 헌법소원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로 헌법 제35조의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가 침해받았다며 이를 저지하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정부를 헌법재판소에 제소한다는 취지다.

이 헌법소원에는 일반시민을 비롯해 해녀, 농·어업인, 수산식품업자, 다이버 등 4만여 명이 청구인으로 나섰는데, 생태계를 대표한다는 상징적 의미로 고래 164개체가 명단에 오른 것이다. 남방큰돌고래 110개체와 밍크고래와 큰돌고래 54개체가 그들로, 이들의 서식지가 동해와 제주 앞바다 및 후쿠시마 앞바다이며 개체 수 특정이 가능해 청구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지난 24일 핵오염수 방류가 강행됨으로써 생태환경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방류 반대운동은 이제 방류중단 투쟁으로 더욱 달아오를 기세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황현진 대표의 문제의식과 앞으로의 대응책은 무엇일까?

"핵오염수가 대량으로 방류되고 또 축적이 진행되면 해양생물 중에서도 약한 존재들에게 가장 먼저 타격이 갈 겁니다. 그래서 어느 한 종이 사라지면 다음엔 그 종과 먹이로든 뭐든 연결되어 있던 종이 사라지겠지요. 이런 식으로 연쇄적인 피해들이 발생하면 인간도 더는 그 바다를 이용할 수 없게 되지 않겠어요.

바다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의 90% 정도가 살고 있습니다. 인간이 거주하지 않는다고 핵오염수나 공장 오·폐수를 버린다는 건 바다에 대한 인간의 테러나 다름없는, 정말 어리석은 행위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일본이 공공연히 해양투기를 시작했으니 다른 나라들도 일본도 했는데 왜 우리는 못 해, 라며 연쇄적으로 나쁜 짓을 하게 될 겁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기준치의 180배에 달하는 세슘이 검출된)우럭이 후쿠시마 앞바다에서나 살고 한반도로 안 오니 걱정하지 말라는 식의 말로 국민을 호도하는 걸 보면 정말 한심한 생각이 듭니다. 헌법소원에서도 지적했듯이 정부가 국민을 지켜주기는커녕 헌법상 의무 불이행으로 생존권 환경권, 알 권리 등 기본권을 침해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국민 절대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염수 방류가 현실이 되니, 앞으로 벌어질 끔찍한 일들을 떠올리면 정말이지 괴롭습니다. 이젠 하루라도 빨리 방류를 중단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겠지요."


"제2공항은 생태학살"
 

핫핑크돌핀스 회원과 시민들이 함께 돌고래 보호구역 지정과 무분별한 선박관광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 핫핑크돌핀스

 
핫핑크돌핀스가 오염수 방류 못지않게 문제의식을 갖고 반대하고 있는 게 바로 제주 제2공항이다. 강정 해군기지 강행 과정을 지켜본 황 대표인 만큼 공항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궁금하다.

"제2공항 부지가 원래 서쪽의 고산평야였다가 갑자기 동쪽 성산지역이 됐죠. 그런데 그쪽에 공항을 세우려면 오름을 여러 개 깎아야 한다고 해요. 이건 핵오염수 방류와 마찬가지로 생태학살인 겁니다. 단순히 나무들을 잘라내는 게 아니라 그곳에 깃들어 살아가는 무수한 생명들의 서식처를 파괴하는 행위거든요.

우리가 이 공항이 없어서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제주도에 갇혀서 옴짝달싹 못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제2공항을 강행하려는 이들은 이로 인해 이득을 보는 세력, 예를 들어 토건족 혹은 그들과 이해관계가 있는 일부 정치인들이 대표적입니다. 해군기지에 이어 공군기지로 전용될 수 있는 공항이 들어서면 제주도가 결국에는 오키나와 같은 섬 전체의 70%가 군사기지인 그런 섬으로 변하게 될 것입니다.

제주도민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겠다던 오영훈 도지사가 도민 다수가 지지하는 주민투표를 거부하고 국토부의 건설강행에 사실상 동의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도 실망스럽습니다. 도지사나 정치인들이 돈과 권력의 눈치를 볼 게 아니라 다수 시민의 눈치를 보고 이들이 옳다고 하는 쪽으로 가야 합니다. 오염수나 공항이나 일단 밀어붙이면 그 폐해를 되돌리기가 불가능한데, 참 안타깝습니다."

 

제주 김녕 앞바다에서 완전 방사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는 2023년 8월 현재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 핫핑크돌핀스

 
12년 전 1인시위로 시작한 황현진 대표의 작은 혁명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진다. 멸종위기에 처한 남방큰돌고래가 제주 대정읍과 구좌읍 앞바다를 서식처로 삼아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며, 이 돌고래를 관찰하기 위해 다가가는 선박 관광의 위험성, 한반도 해역에 거의 유일하게 남은 대형 고래인 밍크고래가 불법 포획돼 고래고기가 밀수입되는 문제, 무분별한 해상 풍력발전의 환경파괴, 돌고래 보호구역을 지정해야 할 필요성, 생태감수성 교육 등등.

황현진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떤 일관된 신념이 엿보인다. 지구공동체 구성원 간 위계를 나누어 차별하지 않고, 모두가 모두를 위하여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인간과 비인간 존재가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는 것인데, 그는 돌고래 해방운동이 곧 모두를 해방하기 위한 일이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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