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8.25 13:24최종 업데이트 23.08.25 13:24
  • 본문듣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검증대상] "검수완박 때문에 지구대 인력 부족" 국민의힘 주장

최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무차별 범죄'와 대낮 성폭행 살인 등 강력범죄가 잇따르면서 치안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난해 야당에서 주도했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탓이라고 주장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2021년 경찰이 1차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된 데 이어 강행처리된 검수완박으로 경찰은 수사 부서 인력을 크게 늘릴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일선의 치안을 책임지는 지구대와 파출소는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면서 "수사 공백에 이어 치안 공백까지 부른 검경 수사권 문제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관련기사 : '여성안심길 없앴다' 자랑한 구의원, 국힘은 엉뚱한 대답 https://omn.kr/25a8z)

같은 당 전주혜 의원도 이날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치안이 허술해진 원인을 얘기할 때 작년에 검수완박이 일방 강행 처리돼 시행됐고 경찰 인력 중 상당 부분이 수사 인력으로 배치되는 바람에 치안 상에 인력 부족이 생겼다는 지적도 있다"고 질의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그런 지적이 상당히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거기에 더해서 의경 제도가 지난 정부에서 (폐지돼) 2만5천 병력이 없어져 전반적으로 방범이나 치안을 담당하는 부분에 대해 정부 전체 차원에서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실제 검수완박 때문에 경찰 치안 인력이 부족해졌다는 국민의힘 주장이 사실인지 따져봤다.

[검증내용] 발언 근거는 <조선>... 기사 내 전문가도 직접원인으로 지적 안해
 

‘오리역 부근에서 칼부림을 하겠다. 최대한 많은 사람을 죽이고 경찰도 죽이겠다’는 범죄 예고글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가운데, 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오리역 구내에서 방패, 삼단봉, 방검복 등으로 무장한 경찰들이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 권우성


먼저 '검수완박 때문에 경찰 치안 인력이 부족해졌다'는 발언의 근거를 확인했다. 조수진 의원실은 23일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근거자료로 활용했다"면서, <조선일보>(8월 20일,'"일할 경찰이 없다"…신림 성폭행 살인, 검경 수사권 조정이 소환 되는 이유')와 <세계일보>(8월 21일 '서울서만 순경 4600여명 결원… 치안 최전선 '구멍'') 기사 2건을 제시했다.

<조선> 기사에서는 '신림동 성폭행 사건 같은 흉악 범죄 발생의 이유, 검경 수사권 조정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고요?'라는 기자 질문에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가 "지난 2~3년 동안 정치권에선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경찰에 수사권을 넘기는 것에만 치중했지, 치안 정책의 부재에 대해선 논의하지 않았다"면서 "그 결과를 통계가 보여준다. 작년 6월 기준 서울의 지구대와 파출소 242개소 중 43.4%(105개소)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서울 지구대와 파출소 직원 약 1만200명 중 30%가 50대 이상이다. 방범, 순찰 등 치안 활동에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세계>도 지역 치안을 1차적으로 담당하는 지구대와 파출소 인력 부족 문제를 보도했다. 경찰청이 지난 20일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경찰 계급별 정원과 현원 자료를 근거로 "낮은 직급에서는 현원이 정원에 크게 못 미쳤다"면서 "반면 경위 이상 직급에서 인원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며 경찰 하위직 부족을 치안 공백 원인으로 제시했다. 다만 이 기사에서는 '검수완박'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오히려 "지구대·파출소 인력 부족 문제는 대한민국 경찰의 고질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들 기사에서 검수완박 때문에 경찰 수사인력이 늘어 치안인력이 부족해졌다는 직접적 근거는 확인할 수 없었다. 이에 2021년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지역 치안을 담당하는 지구대(파출소) 경찰공무원 수 변화 추이를 살펴봤다.

수사권 조정 후로도 서울 지구대 경찰 증가... 1인당 시민 수도 감소 추세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21년 1월 검찰과 경찰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분야를 6대 중요 범죄로 축소한 데 이어, 지난해 4월 이른바 '검수완박'을 통해 다시 부패, 경제 등 2개 분야로 줄였다. 

경찰청이 매년 발간하는 <경찰통계연보>는 현재 2021년 자료가 최신이다. 때문에 2022년 자료까지 업데이트된 서울시 경찰공무원 현황 자료를 분석했다.

서울열린통계광장에서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시 경찰공무원현황 통계'(2023. 6. 28. 기준)와 '서울시 지구대·파출소 1개소당 시민수 통계'(2023. 7. 3. 기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구대·파출소 소속 경찰공무원 수는 꾸준히 늘었고, 지구대(파출소) 1개소 당 담당하는 시민 수도 계속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시 지구대와 파출소 경찰공무원 수와 경찰 1인당 담당 시민수 변화 추이(자료 출처 : 서울시 기본통계, 서울경찰청 치안통계) ⓒ 김시연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시 지구대와 파출소 소속 경찰공무원 현황과 경찰 1인당 담당 시민수 변화 추이(자료 출처 : 서울시 기본통계, 서울경찰청 치안통계) ⓒ 김시연

 
<오마이뉴스>는 두 자료를 병합해 '지구대·파출소 소속 경찰공무원 1인당 담당 시민 수'를 산출했다. 

지난 2012년 8846명이었던 서울시 지구대(파출소) 소속 경찰공무원 수는 2022년 1만 822명으로 약 22% 증가했다. 그 사이 인구 감소까지 겹쳐 지구대 경찰 1인당 담당 시민 수는 1153명에서 871명으로 약 25.5%나 줄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전후로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수사권 조정 이전인 2020년 1만509명이던 지구대 경찰공무원 수는 2021년 1만576명으로 67명 늘었고, 2022년에는 246명이 증원돼 1만 822명이었다. 수사권 조정 이후에도 서울 지구대 경찰 수는 꾸준히 늘어난 것이다. 

올해 지구대 인력 현황은 어떨까. 관련해 아직은 통계가 집계되지 않았다. 다만 상반기 경찰이 기동대 인원 등을 재조정해 수사 인력을 1000명 정도 보강한 것이 영향을 주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때도 지역경찰 등 현장인력은 재배치 대상에서 제외했다.(관련기사 : '수사관 충원 0' 경찰, 기동대·CCTV관제센터서 돌려 막는다)

경찰청 기획조정관실 담당자는 <오마이뉴스>에 "수사 인원이 기동대 인원에서 빠진 거면 (집회 시위를 담당하는) 기동대 인원이 줄어든 것이지 (치안을 담당하는) 지구대 인원과는 관계없다"면서 "5만 명 정도인 지역경찰 인원은 줄어들지 않았고, 지구대와 파출소 정원과 현원 차이는 확인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의 수사인력 재조정이 지역경찰 정원에 미친 영향은 없다는 것이다. 

[보론] "의경 폐지로 순경 부족한 건 사실" "검찰 수사인력 재조정 필요"

한편 현직 경찰과 전문가들은 집회·시위에 투입하는 경찰관 기동대 증원을 치안 인력 부족 원인으로 꼽았다.

현직 경감인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연합대표는 22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치안 현장에 (하위직인) 순경이나 경장이 부족한 건 전·의경 제도가 폐지돼 순경이 경찰 기동대에서 1년에서 2년까지 의무 복무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 때문에 현장 인력이 부족한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실제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6년부터 국방부는 병역 자원 부족 등을 이유로 의무경찰(의경) 제도 폐지를 추진했고,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 2017년부터 지난 5월까지 의경 수를 단계적으로 줄였다. 대신 경찰관 기동대 규모를 1만4천여 명으로 늘려 집회, 시위 등에 투입해왔다. 윤석열 정부는 최근 치안 유지를 이유로 의경 부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비판 여론이 일었다.(관련기사 : 현역 대상 줄어드는데 '의경 부활'? 정말 가능할까 https://omn.kr/25bt8)
 

14일 오후 서울시청 부근 세종대로에서 '친일매국 검찰독재정권 퇴진 및 주권회복을 위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월요시국미사'에 참석하는 신부, 수녀, 시민들이 집회장소 보장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는 가운데, 경찰이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대응하고 있다. ⓒ 권우성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인력 부족 원인 중 하나로 '검수완박'이 아닌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을 지적했다. 그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수사 업무 부담이 확실히 늘었고 검찰에서 하는 수사 업무는 줄었는데도 검찰에서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검수원복'에 나서면서 검찰 수사관 인력을 줄이지 않고 있다"면서 "법무부 장관이 수사권 조정 후속 작업으로 검찰 수사 인력을 경찰로 보내든지, 재조정해야 하다"고 지적했다.

현장에 순경, 경장, 경사 등 하위직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민관기 대표는 "근속 승진 제도로 현장에 경감과 경위 계급이 늘어난 건 맞지만, 대부분 지구대장이나 파출소장 같은 보직을 맡지 않아 여전히 순찰차를 타고 현장에 나가고 있다"면서 "계급이 높아진다고 현장에 안 나간다는 건 경찰 조직을 잘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경찰청도 22일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현재 경위 이하 모든 인력은 치안 현장에 직접 투입되는 현장 경찰관이며, 경감도 근속 승진으로 매년 증가하면서 경위 이하와 마찬가지로 순찰팀원 등 발로 뛰는 현장 실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현직 경찰관인 장택수 전국국가직공무원단체 연석회의 공동위원장도 "지구대, 파출소 등 지역경찰 인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는 내가 경찰 생활을 시작한 30년 전부터 계속 나온 얘기"라고 지적했다.

장현석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23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무차별 범죄는 대놓고 하는 범죄이기 때문에 경찰 인력이 아무리 많이 깔려도 예방하기 어렵다"면서 "한 지구대 안에 경찰을 한두 명 늘어났다고 해도 한 지구대에서 관할하는 시민이 보통 10만 명 이상이기 때문에 시민이 체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검증결과] "검수완박 때문에 치안 인력 부족" 주장은 '거짓'

국민의힘 의원들은 '검수완박' 때문에 치안 인력이 줄어 흉악 범죄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경우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에도 지역 치안을 담당하는 지구대·파출소 경찰 인력이 감소하지 않았다. 수사 인력도 주로 집회 시위를 담당하는 기동대에서 충원했기 때문에, 현장 치안 인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따라서 '검수완박' 때문에 지구대 치안 인력이 부족해졌다는 국민의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해 '거짓'으로 판정한다.
 

"검수완박 때문에 지구대 치안 인력 부족해졌다"

검증 결과 이미지

  • 검증결과
    거짓
  • 주장일
    2023.08.21
  • 출처
    프레시안, '국민의힘, '검수완박' 때문에 무차별 흉악범죄'출처링크
  • 근거자료
    조선일보, '"일할 경찰이 없다"…신림 성폭행 살인, 검경 수사권 조정이 소환 되는 이유'(2023.8.20.)자료링크 세계일보, '서울서만 순경 4600여명 결원… 치안 최전선 ‘구멍’'(2023.8.21)자료링크 서울열린통계광장, '서울시 범죄 발생현황 통계'(2023.8.3. 기준)자료링크 서울열린통계광장, 서울시 경찰공무원 현황 통계(2023.6.28. 기준)자료링크 서울열린통계광장, 서울시 지구대·파출소 1개소당 시민수 통계(2023.7.3. 기준)자료링크 해럴드경제, '의경대체 ‘경찰기동대’ 5년새 3배 증가…입나온 ‘경찰’'(2022.6.2.)자료링크 경향신문, ‘수사관 충원 0’ 경찰, 기동대·CCTV관제센터서 돌려 막는다(2022.10.12.)자료링크 중앙일보, 논란의 검수완박 A to Z(2022.4.27)자료링크 경찰청 보도 설명자료, '순경 경장의 결원을 치안공백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2023.8.22.)/ 경향신문 관련 보도자료링크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연합대표, 오마이뉴스 인터뷰(2023.8.22.)자료링크 장택수 전국국가직공무원단체 연석회의 공동위원장, 오마이뉴스 인터뷰(2023.8.22.)자료링크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오마이뉴스 인터뷰(2023.8.22.)자료링크 장현석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오마이뉴스 인터뷰(2023.8.22.)자료링크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오마이팩트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