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7.13 07:08최종 업데이트 23.07.13 10:20
  • 본문듣기

2023년 3월 30일자로 공고된 윤석열 대통령의 정기재산변동 신고사항 내역. 토지 부문은 모두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것이며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에 집중돼 있다. ⓒ 대한민국 전자관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와 관련한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 대통령 친인척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임명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별감찰관이 있었다면 아예 이런 의혹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을 거란 얘기가 여권 내에서도 나옵니다. 윤 대통령은 대선 때 특별감찰관 부활을 공언했지만 전혀 진전이 없는 상황입니다. 정치권에선 특별감찰관이 공석인 상태가 유지되면 김 여사 일가와 관련된 크고작은 잡음이 계속 나올 거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번 서울-양평 고속도로 의혹은 특별감찰관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일 고속도로 사업 타당성 조사 당시 김 여사 일가의 땅이 해당노선의 종점 인근에 있었는지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백원국 국토부 제2차관은 브리핑에서 "김 여사의 땅이 있는지 누가 알았겠느냐"고 했습니다. 국토부는 배포한 보도 참고자료에서도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강상면 일대에 김 여사 일가 땅이 있음을 미리 알았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원 장관과 국토부가 변경안 주변의 김 여사 일가 땅의 존재를 전혀 몰랐다는 해명입니다.


하지만 그 말이 맞다해도 정부 내에서 이런 사실을 몰랐다는 것 자체가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2016년 논의가 시작돼 예비 타당성 조사를 마쳤고, 사업비가 2조 원에 육박하는 국책사업입니다. 최소 7년간 국토부와 양평군의 논의 과정에서 당연히 변경된 종점 부근에 김 여사 일가 땅이 있다는 사실이 고려됐어야 합니다. 만약 특별감찰관이 활동했다면 김 여사 일가 보유 재산을 알고 있었을 테고, 이런 사실이 국토부에도 전달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사전에 의혹을 차단할 기회가 있었다는 얘깁니다.

특별감찰관 없는데 관련 예산 매년 편성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배우자와 4촌 이내의 친족, 수석비서관급 이상 공직자를 관리하고 감찰하는 기구입니다.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이 임명돼 활동하다 물러난 뒤 7년째 공석입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전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특별감찰관을 재가동해 친인척 비리 문제를 감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 이행할 의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임기 초 김 여사 활동을 둘러싼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은 "국회에서 추천하면 수용하겠다"며 국회로 공을 떠넘겼습니다. 그러자 국민의힘이 특별감찰관 추천의 조건으로 아무 관련이 없는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문제를 들고 나오면서 논의는 무산됐습니다. 지난 1월에는 대통령실이 집권 2년차 공직기강을 다잡는다며 내부에 공직자감찰팀을 신설하면서 또한번 특별감찰관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대통령 친인척 감찰기능만 쏙 빼놓았기 때문입니다.

정작 특별감찰관은 없는데 관련 예산은 매년 편성되고 있습니다. 예산 편성은 현행 특별감찰관법에 따른 것인데, 올해의 경우 특별감찰 활동과 인건비 등 명목으로 약 10억 원이 책정됐습니다. 서울 종로구 청진동에 위치한 사무실은 현재도 운영 중이며, 직원 3명이 사무실 유지만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뜩이나 재정 형편도 어려운 마당에 헛돈만 쓰는 셈입니다.

정치권에선 늦었지만 이제라도 특별감찰관이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여권 일각에서도 윤 대통령 처가를 사각지대에 남겨두면 남은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될 거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김 여사 일가 부동산이 위치한 지자체가 알아서 행정적 특혜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합니다. 임기가 중반을 넘어가면 '처가 리스크'가 커질 수 있는 만큼 조속히 특별감찰관을 임명해 위험 요인을 줄여야 한다는 견해입니다. 완전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윤 대통령 친인척 관리‧감찰이 시급해 보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충재의 인사이트>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매일 아침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한국일보 편집국장, 주필을 지냈던 이충재 기자는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봅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