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7.05 07:07최종 업데이트 23.07.0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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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5월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확대 회담에서 손을 잡은 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후쿠시마 오염수 최종보고서 발표로 일본의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정작 핵심 당사자인 윤석열 대통령은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국민 대부분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고, 오염수 방류의 안정성을 둘러싼 여야 공방은 격화되는데 대통령은 아무런 언급도 없는 기이한 모습이 이어지는 상황입니다. 대통령실은 4일 IAEA 보고서 발표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이 대응할 일은 아니다"며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습니다. 국내외 모든 현안에 '깨알 지시'를 쏟아내는 윤 대통령이기에 유독 오염수에만 침묵을 지키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윤 대통령의 오염수 문제와 관련한 직접적인 발언은 지난 5월 한일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후쿠시마 시찰단 합의를 발표하면서 "과학에 기반한 객관적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부입니다. 앞서 3월 방일 때 윤 대통령이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 국민의 이해를 구해나가겠다'고 말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왔지만 대통령실은 부인했습니다. 그후 수 개월이 지났지만 윤 대통령이 오염수 방류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려진 게 없습니다.

윤 대통령의 침묵, 여당 뒤에 숨은 대통령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의 침묵이 전략적으로 의도된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전력을 기울이는 윤 대통령으로선 일본 오염수 방류는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국민의힘이 문재인 정부 때의 오염수 방류 반대 입장을 180도 바꾼 것도 윤 대통령의 뜻을 반영해서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하지만 국민 10명 중 8명이 우리 해양과 수산물의 오염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무시하기는 어렵습니다. 자칫 윤 대통령이 오염수 방류을 용인하는 입장을 밝힐 경우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부닥칠 수 있습니다. 결국 윤 대통령으로선 오염수 방류에는 찬성하지만 여론을 의식해 아예 입을 닫기로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여권에선 그렇다고 윤 대통령이 언제까지 오염수 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적절한 언급 시점을 언제로 할 것인지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초 오염수 안전성을 인정한 IAEA 최종보고서 발표 직후를 고려했으나, 부정적 여론이 높아 진행 상황을 더 지켜보는 쪽으로 결정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여권 일각에선  IAEA 사무총장의 7일 방한과 그 직후 이뤄질 우리 정부의 오염수 방류 자체 검토 결과 발표 후에나 윤 대통령이 입장을 밝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침묵하는 사이 정부와 여당은 일본의 해양 방류 정당성을 앞장 서 두둔하는 모습입니다.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여론은 모두 '괴담'으로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최근엔 '반일민족주의'라는 프레임까지 동원했습니다. 집권세력이라면 국민의 불안을 달래는데 힘써야 하는데 일본 입장을 대변하기에 급급한 인상입니다. 당장 국민이 걱정하는 건 오염수 방류인데,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은 없을 것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관방장관은 4일 IAEA 보고서 발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후쿠시마산 수산물의 수입 규제 철폐가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습니다. 일본이 한국의 기대와는 달리 머잖아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을 요구할 거란 관측이 나옵니다.

야권과 시민단체 등에선 윤 대통령이 국민적 관심 현안에 입장을 내지 않는 것은 당당하지 않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국민의 안전과 건강에 대한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지도자가 뒤에 숨는 듯한 태도는 무책임하다는 겁니다. 윤 대통령은 연일 야당과 비판 세력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이권 카르텔'이라는 딱지를 붙여 감사와 수사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정작 국민 다수의 불안에는 침묵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이중적 태도에서 벗어나 국민에게 대통령의 생각을 솔직하게 밝히는 게 책임있는 자세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충재의 인사이트>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매일 아침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한국일보 편집국장, 주필을 지냈던 이충재 기자는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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