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5.04 06:47최종 업데이트 23.05.08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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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의 인사이트>(https://chungjae.com)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마이뉴스>를 통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충재 기자는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봅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편집자말]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야외 정원인 '파인그라스'에서 출입 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하며 대화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 취임 1년 기자회견이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윤 대통령은 2일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오찬에 깜짝 등장했는데, 이 자리에서 별도의 기자회견을 갖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을 마지막으로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을 중단해 6개월째 기자회견을 갖지 않고 있습니다. 취임 첫해인 올 신년기자회견도 건너뛰었고, 해외순방 때 전용기 내 기자간담회도 하지 않았습니다.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강행하면서 내세운 '열린 소통'에 진정성이 있었는지 의심스럽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언론학자들은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기피 현상은 특수부 검사 때 형성된 그릇된 언론관이 배경이라고 지적합니다. 언론은 검사가 제공하는 정보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을'의 위치에 있다는 잘못된 인식에 젖어 있었던 게 원인이라는 겁니다. 그 역시 검사 시절 자신의 방을 찾아오는 기자들에게 장광설을 펴며 기사거리를 건넸다는 건 널리 알려진 얘깁니다. 대통령실 안팎에선 이런 관행에 익숙한 윤 대통령으로선 기자들이 불편한 질문을 거침없이 하는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윤 대통령과 국힘이 부쩍 '가짜뉴스'를 언급하는 이유 
   
윤 대통령이 기자들을 대하는 태도는 2일 기자간담회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취임 1주년 기자회견 진행을 묻는 질문에 "여러분과 이렇게 맥주나 한잔하면서 얘기하는 그런 기자간담회면 모르겠지만"이라고 말했습니다. 도어스테핑 중단에 대해서는 "안 보니까 좀 섭섭하죠?"라고 했고 "(앞으로 출입기자들을)조금씩 나눠 가지고 자리를 한번 하겠다. 인원이 적어야 김치찌개도 끓이고 하지 않겠느냐"고 했습니다. 대통령과 언론을 건전한 긴장 관계로 인식하는 게 아니라 시혜적 관점에서 보고 있다는 사실이 여실히 나타납니다.  

대통령실 주변 인사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근의 지지율 하락의 상당 부분이 야당과 비판적인 언론 탓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합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최근 부쩍 가짜뉴스를 언급하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합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7일 신문의날과 4∙19 기념사, 심지어 미국 국빈 방문 중 상하원 연설에서도 "허위정보와 선동은 의사결정을 왜곡한다" "가짜뉴스는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말했습니다. 언론의 핵심 기능인 권력에 대한 비판을 국정 추진의 방해물로 여기고 있는 겁니다.


때마침 <국경없는기자회>가 세계 언론자유의 날인 5월 3일 발표한 올해 '세계 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한국은 지난해보다 4단계 떨어진 47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70위로 바닥을 찍은 뒤 문재인 정부에서 41~43위를 유지하며 회복세를 보인 바 있습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이번 발표에서 "한국 언론은 정치인과 정부 관료, 대기업의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국민의힘이 최근 공영방송 시사보도 프로그램 패널 구성이 야당 또는 좌파 인사로 구성됐다는 주장을 펴는 것도 윤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불편함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보수진영 인사들이 윤석열 정부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비호하는 게 꺼려져 출연을 기피한다는 건 방송가에서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애초 보수진영 패널들이 갈수록 줄어드는 건 도망 다니기 때문"이라며 "주제가 대통령이거나 영부인이면 긴급 펑크 내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언론 기피는 해외 언론 인터뷰 선호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선 후 첫 인터뷰를 <워싱턴포스트>와 했고 3월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요미우리> <아사히> 등 일본 언론과 인터뷰했습니다. 지난달 방미 전후로는 <로이터>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알렸습니다. 기자들 사이에선 "도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입니다. 언론을 적대시하는 태도는 국민의 알권리 및 표현의 자유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제라도 국내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국정현안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게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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