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5.22 07:01최종 업데이트 24.05.22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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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입장하고 있다. 2024.5.21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채 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가운데 국무회의 의결을 한덕수 총리에게 맡긴 것을 놓고 뒷말이 나옵니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행사한 거부권이 10번째인데 그 중 7번은 한 총리가 회의를 주재했습니다. 앞선 9차례의 거부권 행사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해 입장을 밝힌 것은 양곡관리법과 간호법 등 2차례에 불과합니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여론을 의식해 민감한 거부권 의결은 총리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통상 매주 화요일 열리는 정례국무회의는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번갈아 주재하는 게 관례입니다. 한 주를 윤 대통령이 주재했으면 다음 주는 한 총리가 맡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렇게 보면 10번의 거부권을 의결한 국무회의 주재자도 비슷한 게 정상인데, 한 총리가 주재한 경우가 훨씬 많으니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올들어서는 모든 거부권 행사 의결을 한 총리가 맡았습니다.


'채 상병 특검법'의 경우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된 게 지난 7일입니다. 대통령은 정부로 이송된 법안을 검토해 15일 이내에 공포하거나 재의를 요구해야합니다. 거부권 의결을 위한 국무회의 개최는 14일과 21일 두 차례가 있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주재하는 14일 국무회의에서는 안건을 처리하지 않아 한 총리가 주재한 21일 회의로 넘어왔습니다. 대통령실에선 각계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기 위해서였다고 하지만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을 의결하는 모습을 보이기 꺼려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 주재를 회피하는 이유는 거부권 행사가 늘수록 이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이 커진 데 따른 것이란 해석이 많습니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첫 번째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개정안과 두 번째인 5월의 간호법제정안에 대해선 직접 국무회의를 주재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소상히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후 연이은 거부권 행사로 여론의 반발이 커지자 대응이 달라졌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임시국무회의 활용입니다. 윤 대통령이 일정상 자신이 국무회의 주재를 피할 수 없게 되자 거부권 의결만을 위한 임시국무회의 개최라는 변칙을 동원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렇게 열린 임시국무회의 주재는 한 총리에게 맡겨졌습니다. 세 번째 거부권이 의결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은 지난해 12월 1일 임시국무회의에서 한 총리 주재로 이뤄졌습니다.

올 들어 처음 거부권이 행사된 이른바 '쌍특검법'도 한 총리 주재 임시국무회의에서 의결됐습니다. 당시 한 총리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윤 대통령을 대신해 특검 불수용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했습니다. 지난 1월의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거부권 의결도 한 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처리됐습니다. 당시도 시간상 윤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의결이 이뤄질 수 있었는데 한 총리에게 떠넘겼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입법권 침해 논란을 빚으면서까지 행사한 거부권에 대해 직접 설명하지 않는 것은 책임 회피라고 비판합니다. "참모들 뒤에 숨지 않겠다"던 윤 대통령이 자신과 배우자와 관련된 법안을 거부하면서 국무총리에게 떠넘기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이번 '채 상병 특검법'은 국무총리가 의결하고 입장 발표는 대통령 비서실장이 맡았습니다. 윤 대통령 스스로도 떳떳하지 못하다는 것을 인정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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