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학교 램지어 교수.
인터넷에서 갈무리
부패한 조직이 위안부 운동 통제?
위안부 운동이 북한과 연계돼 있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로 램지어 교수가 제시한 것은 지금은 정의기억연대로 불리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단체 성격이다. 그는 정대협을 친북 조직으로 간주한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정대협은 남한과 일본 사이의 그 어떤 화해도 차단함으로써 북한의 핵심적인 정치적 목표를 직접적으로 촉진시키고 있으며, 정대협이 북한의 이익을 위해 의도적이면서 끈질지게 활동하는 조직이라는 점이 핵심으로 보인다."
정대협이 종북 단체라고 주장하는 대목에서 램지어는 류석춘 교수의 주장을 근거로 제시한다. "사회학자 류석춘은 위안부 문제에 관한 논문에서 정대협이 북한과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류석춘 교수의 주장이 담긴 글의 제목을 각주를 통해 제시한다.
램지어는 초창기 정대협 활동에 관여했던 고 이우정(1923~2002) 한신대 교수가 북한과 연계돼 있었다는 주장도 근거로 내놓는다. 1992년에 전국구(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된 이우정이 일본 사회당 의원인 시미즈 스미코에게 '북한 여연구를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한 사실을 언급한다. "그들은 KCIA의 감시를 피해 나카사키항의 배 위에서 은밀히 만났다."
마치 드라마 속의 한 장면처럼 두 사람의 만남을 극적으로 처리했지만, 실상은 그렇게 묘사할 필요가 전혀 없는 일이었다. 이우정·여연구·시미즈 세 사람이 국제학술대회를 위해 모임을 가졌다는 사실은 노태우 정권 당시의 언론보도로도 알려진 일이었다.
1992년 4월 11일자 <경향신문> 기사 '아주(亞洲) 평화와 여성의 역할 세미나 9월로 연기, 북측에 제의키로'는 "지난달 31일 일본 동경에서 남한 이우정 대표, 북한 여연구 대표, 일본 시미즈 스미코 대표 등 3인이 만나 일본의 사정을 감안, 잠정적으로 이 같이 합의했었다"고 보도했다.
국제학술대회 준비 차 일본인과 만나기 전에 국가안전기획부에 미리 알릴 필요는 없다. 램지어는 그것을 "KCIA의 감시를 피해" 라고 묘사했다. 항구의 배 위에서 만난 일을 두고도 굳이 "은밀히" 란 표현을 붙였다.
▲2021년 2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제1천480차 정기수요시위'에서 한 시민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를 규탄하는 팻말을 목에 걸고 있다. 2021.2.24
연합뉴스
엉망진창 램지어
램지어 교수는 정대협 운동을 이끈 윤미향 의원의 남편이 간첩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은 사실도 거론했다. "한국 경찰은 그의 남편 김삼석과 그의 여동생을 북한을 위해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체포했다" 고 서술한다.
김삼석 수원시민신문 대표는 간첩조작 사건인 '남매 간첩단 사건'의 피해자다. 1993년에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재심에서 간첩 혐의 부분은 무죄가 됐고, 재일동포에게 돈을 받은 부분만 유죄로 인정됐다. 이 때문에 국가로부터 형사보상금까지 받았다.
램지어 교수는 김삼석 대표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사실을 알고 있다. 그는 재심의 공정성을 문제삼는다. "대법원은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 직후인 2017년 5월에 김(삼석)의 간첩 혐의를 취소했다"고 말한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의 재판이라는 이유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마크 램지어 교수는 한·일 극우세력을 모방해 위안부 운동을 북한 커넥션과 연결 짓고자 했다. 하지만 그의 논리 전개 방식은 자신의 주장이 허술한 토대 위에 서 있음을 스스로 증명할 뿐이다. 램지어는 자신에 대한 세상의 시선을 엉망진창이라고 불평했지만, 램지어의 글을 볼 때마다 생기는 느낌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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